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축복받은 땅의 왕
[…바로 부전승입니다.]백준의 말을 들은 김진성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부전승이라면, 설마?
[도둑으로 끝까지 생존하신 참가자 여러분들은, 예선 3차전 때 총 3라운드로 진행되는 1 대 1 대결 중, 1라운드는 부전승으로 처리되어 경기 없이 바로 2라운드로 직행하게 됩니다.]“와…!”
“뭐야, 너무 좋은 거 아냐…?”
웅성대는 참가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 수송기 안의 유일한 도둑이었던 김진성에게로 향했다.
당사자인 김진성 역시도 밝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정말 좋은 보상이네. 목숨 건 대결이 세 번에서 두 번으로 줄어들었으니.’
이렇게 되면 2차전 상대만 잘 만나면 더할 나위가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큰 문제없이 2차전만 무난히 승리하면, 3차전에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포인트를 모두 쓰고 전력으로 상대해도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 드릴 사항이 있습니다.]수송기 안이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TV에선 백준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 오후 8시부터, 예선 3차전이 열리는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의 관람석 예약이 가능합니다.TV에서만 봤던 콜로세움의 스타들을 직접 만나볼 몇 안 되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상, 콜로세움 서바이벌의 대표, 백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준의 공손한 90도 인사가 끝나자 생방송은 끝이 났다.
이후 광고가 이어졌다. 콜로세움 직원이 TV를 끄기 위해 일어섰다.
그때 옆의 요원이 느긋하게 그를 말렸다.
“굳이 끌 필요 있어요? 도착할 때까지 할 것도 없는데 TV라도 계속 봅시다.”
“아…. 뭐, 그럴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자리에 앉는 콜로세움 직원.
이후 수송선 안에 탄 승객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TV를 계속 시청하는 부류. 그리고 예선 2차전 내내 잠을 못 자서 바로 눈을 감고 잠이 든 부류.
김진성은 전자에 속했다. 그는 TV에 시선을 둔 상태로, 다가올 3차전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럼 관중들 앞에서 싸우게 된다는 건데….’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은 10만 명이 훌쩍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경기장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그램인 콜로세움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10만 명 정도는 가볍게 매진시키고도 남을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싸우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과거 그가 갇혀 있었던 지하 파이트 클럽의 수용 인원이 천 명을 살짝 넘는 수준이었다.
그 천 명이 지르는 환호에도 싸우는 내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김진성이었다.
그런데 10만 명이면, 파이트 클럽 수용 인원의 100배에 달하는 숫자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도저히 감조차 오지 않는 숫자였다.
그때 TV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대표님의 발표 내용을 듣고 오셨습니다.]바로 콜로세움 캐스터의 목소리였다.
화면을 보니, 광고가 끝난 후 해설진 둘이 데스크 뒤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전환된 게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들으신 바와 같이, 예선 3차전은 바로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에서 일대일 매치로 진행이 됩니다!] [대표님이 시작도 전에 미리 3차전 규칙을 발표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뭔가요?] [지금 발표해야 관객들이 더 많이 찾아오시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홍보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8시부터 콜로세움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3차전 좌석 예약이 가능합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거든요.]안전상의 이유로 관중들 앞에서 예선 및 본선을 진행하지 않은 지 실제로 꽤 된 편이다.
마지막으로 관중들 앞에서 예선전을 치렀을 때가 시즌 7이었으니, 벌써 2년도 넘은 일이었다.
그렇게 한 번 더 홍보한 캐스터는 바로 주제를 바꿨다.
[자, 그러면 아까 말씀드리려다 말았던, 예선 2차전 최종 결과를 정리해서 여러분께 발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곧 TV 화면이 바뀌고, 표로 정리된 자료가 하나 떠올랐다.
– 총 예선 2차 참여자 : 1200명
(예선 1차 통과자 1193명 + 보충 인원 57명)
– 예선 2차전 사망자 : 741명
(술래 712명 + 도둑 29명)
– 예선 2차 통과자 : 459명
(술래 438명 + 도둑 21명)
– A조 통과자 : 162명
(술래 161명 + 도둑 1명)
– B조 통과자 : 88명
(술래 83명 + 도둑 5명)
– C조 통과자 : 10명
(술래 0명 + 도둑 10명)
– D조 통과자 : 76명
(술래 72명 + 도둑 4명)
– E조 통과자 : 144명
(술래 142명 + 도둑 2명)
[총 1200명의 참가자 중 459명이 끝까지 살아남아 예선 3차에 진출했습니다! 이 중 도둑은 21명입니다.그리고. 조별 통과자를 보시면…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가 하나 있죠?] [그렇습니다. 역시 C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수송기 내 인원들이 C조의 내역을 보고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술래 0명? 다 죽은 거잖아 그럼?”
“도둑은 다 살아남았는데?”
“설마 도둑들이 술래들을 다 죽인 거야? 한 명의 피해도 없이?”
“말이 돼? 240대 10명인데?”
참가자뿐만 아니라 요원들도 놀라서 웅성거리는 그때, TV 속에서 해설자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사실 저희도 당시 C조 경기 영상을 직접 보면서도 ‘도저히 보고도 못 믿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약간 소름이 돋는 기분인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제작진 측에서 C조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이라이트로 자를 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긴 한데요….] [그러면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겠습니다.]캐스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면이 바뀌고, C조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재생되었다.
“…헐?”
“아니…!”
“세상에…!”
이내 수송기 내 인원들은 모두 경악한 표정을 지은 채 충격에 젖은 목소리를 한 마디씩 내뱉었다.
김진성 역시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신웅, 저 인간 혼자서 설마…?’
부릅뜬 눈으로 TV 속 피투성이가 된 남성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김진성.
피투성이 남성의 정체가 바로, 7-49번 방어군으로 유명했던 그 신웅이었다.
김진성은 TV 속의 신웅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 *
C조의 예선 2차전이 시작된 순간, 열린 정문을 통해 신웅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몇 명의 목을 베어내는 그의 모습에, 240명이나 되는 술래들 역시 바로 움직였다.
“신웅이다!”
“미친놈! 혼자 여기를 쳐들어와?”
“포위해! 죽이면 바로 통과야!”
순식간에 신웅을 포위한 240명은, 일제히 화력을 집중해서 신웅을 상대했다.
하지만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그들이 예상하던 것과 완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버렸다.
대부분의 술래들이 차가운 주검으로 변해버렸고, 정작 홀로 들이닥친 신웅은 아직도 멀쩡히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건 괴물이야. 인간이 아니야! 누구도 이놈은 이기지 못할 거야…!”
마지막 생존자가 오롯이 서 있는 신웅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뱉은 마지막 말이 되었다.
신웅이 장검을 든 오른팔을 움직여 그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기 때문이었다.
* * *
[C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오셨습니다!] [다시 봐도 정말 충격적이네요….] [참고로, 현재 C조 하이라이트 영상이 모든 아이튜브 예선 2차전 영상 중 조회수 1위라고 합니다!] [허허…. 김진성을 누르고 1위라는 소리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아이튜브 조회수 1위는 항상 김진성이 차지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영상이 1위에 오른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면 신웅의 인기도 김진성 못지않을 만큼 올라가겠네요. 원래도 인기가 꽤 좋은 선수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해설진의 중계를 듣던 장승욱이 메인 PD를 향해 물었다.
“진짜 신웅 영상이 1위입니까?”
“네. 그렇긴 한데….”
말끝을 흐린 PD가 설명을 이었다.
“사실 신웅 영상은 이거 하나뿐이라 조회수가 집중된 영향도 크긴 해요. 김진성은 워낙 영상 올린 게 많아 조회수가 분산되었고요.”
“아,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이번에 김진성의 활약상이 담긴 예선 2차전 영상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이라이트로 편집하여 업로드된 영상만 해도 열 개가 넘었다.
장승욱이 핸드폰을 꺼내 콜로세움 채널에서 김진성이 나온 목록을 확인했다.
– 콰그미어를 사냥하던 장면.
– 본인이 콰그미어로 변신해서 술래들 상대로 날뛰던 장면.
– 양중근과 보충 인원, 그리고 설다운과의 대결 장면.
– 본성 술래들을 워프 홀 등으로 납치하던 장면.
– 이덕구를 스파이로 다루는 장면.
‘…김진성한테 빨대 제대로 꽂았었네.’
장승욱이 피식 웃었다.
벌써 상위권에만 김진성 영상이 여럿이었다. 조회수가 분산되었다는 소리가 나올 법했다.
이러면 하나밖에 올라오지 않은 C조 하이라이트 영상의 조회수를 이길 수가 없다. 결집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신웅 인기가 올라가긴 하겠네요. 예선 1차전 때 떴던 스타들이 이번에 많이 죽기도 했고요.”
“그건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슬슬 예선 2차 마무리 회의하러 가실까요?”
“아, 오늘은 부대표님이 진행하십니까?”
PD의 물음에 장승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대표님께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시는 중이라서요.”
백준이 헌터부 장관을 만나러 갔다고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장승욱이었다.
왜냐하면, 둘이 따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극비 중의 극비이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제작진 내 인원은 부대표인 장승욱 한 명뿐이었다.
* * *
그 시각.
백준은 헌터부 장관실 안에서 보기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고 있었다.
“…빈 나시르가… 직접 방한한다고요?”
탁남규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물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이제 내가 왜 과하게 대처했는지 이해가 가지?”
이후 물음에 백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하마드 빈 나시르 알사우드.
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으로, 현재 전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힌다.
석유 안에 마정석 제작의 필수 재료인 ‘일멘슘’ 성분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이후, 원래도 돈이 많았던 사우디 왕실은 지금에 와서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부를 축적한 상태였다.
그 부를 손안에 쥐고 있는 당사자가 직접 한국에 방문해서 예선 3차전을 관람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참가자 보호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하마드, 그 양반이 자네 프로그램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
“장관님께서 말씀하셔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한하는 이유가 단순히 관람 목적만은 아니야. 들어보니, 다음 시즌 콜로세움 예선을 사우디에서 치렀으면 한다더군.”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백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경기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한국은 이제 기본 인프라가 다 갖춰진 상태라 언제 어디서든지 경기를 치러도 상관없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중동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콜로세움은 한국의 프로그램 아닙니까.”
“그래도 해야 해.”
탁남규의 어조도 단호했다.
“사우디 쪽에서 제안하면서 제시한 금액이 얼마인 줄 알아?”
거기까지 말한 탁남규는, 백준의 귀에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곧 백준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탁남규는 씨익 웃었다.
“어때? 꼭 해야겠지?”
“…반드시 해야겠군요.”
“그래. 거절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돈이지? 큭큭큭.”
탁남규의 말에 백준은 반박할 말이 없어 그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