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34)
라노벨 특유의 응원 타임 이제 끝났나?
윌리엄이랑 싸우면 되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올리비아가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쪽.
부드러운 감촉이 내 뺨에 닿는다.
올리비아의 입술이다.
이건 예상 못 했다. 당황스럽다.
아니, 이게 무슨······.
이 아가씨가 지금 전 세계 생중계 상황에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얼굴이 뜨거워진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뛴다.
쓸데없이.
뺨에서 입술을 떼어낸 올리비아가 고개를 숙인다.
“······수, 숙녀의 키스를 받은 이상 무, 무무무무조건 이겨야 해요! 아시겠나요? 저를 지키라고요!! 지면 절대 평생 용서 안 할 테니까!! 이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우주 최악의 남자!!! 김덕성!!!!”
올리비아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소리친다.
[파트너. 이럴 때는 그냥 알겠다고 하는 거야.]머릿속에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솔직히 단둘만 있는 상황도 아니고, 모두가 보는 상황이다.
흑태자 말대로 적당히 대응해주는 편이 지지여론 형성에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올리비아에게 답한다.
“그래. 무조건 이길게.”
“좋아요! 약속한 거예요?! 어기면 절대 용서 안 할 테니까요!! 당신 따위! 다시는 안 볼 거예요! 흥.”
츤데레답게 마지막도 츤츤거리는 멘트로 마무리한 올리비아가 퇴장한다.
“주인님의 주인님. 반드시 이기십시오.”
벨라의 응원을 마지막으로 모두가 퇴장한다.
이제 주변에 남은 사람은 윌리엄 하나뿐,
놈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인생 마지막 작별 인사는 잘 즐겼나. 극동의 애송이?”
이걸 전부 기다려주다니, 쓸데없이 친절한 라노벨 빌런다운 인내심이다.
그렇다고 내가 저놈의 질문에 굳이 대답해줄 의무는 없다.
침묵을 지킨다.
내 침묵을 멋대로 해석한 윌리엄이 지껄인다.
“······제대로 즐긴 모양이군. 좋아. 선공을 양보해주지. 나는 자비로운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의 제2왕자, 윌리엄 스튜어트니까 말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극동의 서민.”
윌리엄이 나를 보며 이죽댄다.
[선공 양보라, 우리 예상대로 나오는군, 파트너.]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용살의 왕자, 윌리엄 스튜어트.
놈에 대한 모든 정보는 내 머릿속에 이미 입력되어있다.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무조건 이긴다.
듀랜달을 맞잡는다.
우웅.
칼날이 떨린다.
[가자, 파트너!]흑태자의 목소리와 함께 곧바로 바닥을 박차고 도약한다.
넌 이제 끝났어.
이 재수 없는 기생오라비 새끼야.
한 방에 천국으로
두근.
심장이 뛴다. 마력로와 블랙 스톤이 공명하며 달아올랐다.
검은 마력이 솟아올라 마력회로를 내달렸다.
듀랜달의 손잡이를 잡았다.
칼날이 검게 변했다.
어빌리티를 사용한다.
흑태자의 경험과 기억이 뇌리에 각인된다.
[기프트를 사용해서 칼날을 강화해. 파트너.]흑태자의 조언이 머릿속에 울린다.
그의 말대로 기프트를 사용한다. 새카만 암흑이 칼날을 완전히 뒤덮는다.
[내 흑광검식은 내 기프트인 암흑능력과 최상의 시너지를 자랑하는 스킬. 암흑을 칼날에 실어 공격하면 위력이 배가 된다고. 파트너.]흑태자가 머릿속에서 말한다.
기프트를 쓸 때마다 묘하게 위력이 쎄진 게 그거 때문이었나.
이건 원작에서도, 설정집에서도 나온 적 없던 내용.
뭐, 상관없다.
윌리엄, 저 기생오래비 놈을 조질 수만 있다면, 무슨 수단이건 다 써줄 수 있다.
윌리엄의 오만한 얼굴이 보인다.
놈의 손에 들린 아스칼론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듀랜달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는다.
윌리엄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흑광검식] [제4식] [암흑 발도]번쩍.
칼집을 발사대 삼아 가속한 칼날이 암흑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윌리엄을 향해 직격한다.
암흑 발도.
흑광검식의 제4식.
일본 서브컬쳐의 필수 스킬, 발도술이 그대로 윌리엄을 덮친다.
콰광!
검은 마력과 암흑이 뒤섞여 폭발한다. 굉음이 터진다.
예배당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며 진동이 퍼진다.
[해치웠나?]흑태자가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그때.
푸쉬이익.
증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라노벨 악당 특유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크, 크흐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황금 동상처럼 반질반질한 황금빛 피부로 변한 윌리엄이 폭심지 주변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고작 이 정도냐? 서민. 간지러운 수준조차 되지 못하군. 모기보다 못해.”
툭툭.
황금 동상처럼 변한 윌리엄이 먼지를 털어내듯 어깨를 툭툭 손으로 털어내며 웃는다.
해치웠나? 를 외치면 되살아나는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악당 클리셰를 답습하는 장면.
[어떻게 암흑 발도에 직격당하고도 저렇게 멀쩡할 수가······! 오의가 아닌 일반 검식 중에 제일 강력한 검식이었는데······!]흑태자가 놀란 목소리로 시끄럽게 말한다.
내 저럴 줄 알았다.
그럴 거면 해치웠나를 하지를 말던가.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
뭐 별로 놀랍지는 않다.
윌리엄은 원작 6권의 핵심 빌런.
당연히 놈의 기프트와 스킬 같은 건 전부 원작에 나왔기에,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사실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놈의 기프트는.
“이 몸의 기프트는 골든 메타몰포시스. 이 골든 메타몰포시스의 힘을 사용하면 전신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물리적 방어장이 덧씌워지지. 네놈의 허접한 공격 따위는 먹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저걸 또 설명하고 앉았네.
어이가 없다.
스킬명 외치는 것까지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자기 능력을 자기 입으로 해설한다고?
이게, 라노벨 세상?
“거기다가 이 아스칼론의 어빌리티인 에너지 드레인은 상대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저장해뒀다가 내가 원할 때 방출 또는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내 기프트와의 시너지가 최상이지. 흐흐흐흐흐흐흐. 서민.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스칼론을 든 내 ‘골든 메타몰포시스’의 절대 방어를 뚫을 수 없어!”
츄릅.
윌리엄이 변태처럼 아스칼론의 칼날을 핥으면서 장황한 설명을 읊는다.
안 그래도 번쩍번쩍 황금 동상으로 변한 모습도 역겨워 죽겠는데, 눈앞에서 저런 안구 테러를 저지르니 빡치는 걸 넘어 토가 쏠린다.
물론 윌리엄은 원작에서도 저런 식으로 쓸데없이 본인 능력을 줄줄이 해설하기는 설명충 악당이긴 했다.
그런데 저걸 현실에서 보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본인 능력을 본인 입으로 다 분다니,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이건 본질적인 의문에 가까웠다.
대체 왜 본인 능력을 다 까발리는 거지?
여기가 상냥한 라노벨 세상이라서?
이런 건 원래 숨길수록 이득 아닌가?
뭐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크, 크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말을 들은 윌리엄이 이마를 짚고 허리를 젖히며 역겹게 웃는다.
“우문이군. 우매한 서민. 네깟 놈이 이 몸의 기프트와 어빌리티를 안다고 이 몸을 상대로 이길 성싶으냐? 에너지 드레인과 결합한 이 몸의 ‘골든 메타몰포시스’는 그야말로 무적.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와도 같다! 네놈이 아무리 용을 써봤자 이 몸의 방어를 뚫을 수단은 없다는 뜻이다!”
우우웅.
용살검 아스칼론이 놈의 마력을 받아들여 황금빛으로 빛난다.
고작 그딴 이유로?
어이가 없다.
자의식 과잉도 저 정도면 병이다.
[뚫을 수단이 아예 없다니, 이 흑태자 님을 물로 보는 것 같아서 살짝 열받는데, 파트너?]흑태자의 흥분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뭐, 재수 없기는 해도 윌리엄의 말은 거의 대부분 진실이다.
실제로 골든 메타몰포시스와 에너지 드레인의 조합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그 단단한 방어력과 에너지 드레인을 통한 마력 보충 때문에 원작에서도 유지가 꽤 고전한 적이기도 하고.
물론 유지는 결국 마력 증폭의 증폭을 거듭해서 에너지 드레인의 한계를 초과하는 압도적인 마력량으로 유효타를 먹이는 데 성공한다.
“너 약쟁이라서 10분 지나면 기프트 유지 못 하잖아. 약 기운 다 떨어져서.”
원작에서도 나온 설정이다.
주인공 유지에게 유효타를 허용해서 당황한 나머지 손발이 어지러워지던 윌리엄.
그에게 걸린 10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끝나는 순간, 약혼자 배틀은 유지의 승리로 끝난다.
거기까지가 6권에서 묘사된 윌리엄과 유지의 약혼자 배틀 장면.
“너 이 자식······!!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면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끈하며 유치한 도발을 내뱉는 윌리엄.
놈이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뭐. 좋아. 날 상대로 10분씩이나 버텨보겠다?”
철컥.
윌리엄이 용살검 아스칼론을 나를 향해 겨눈다.
“과연 네놈 따위가 이 용살의 왕자 윌리엄을 상대로 그렇게 버틸 수 있을까? 장미검식 제1식 가시 찌르기!!”
윌리엄이 우렁차게 스킬명을 외치며 나를 향해 돌진한다.
쿵, 쾅, 쿵, 쾅.
지축을 울리며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윌리엄.
장미 찌르기라는 검식명답게 황금빛 섬광이 내 가슴을 노리고 날아든다.
황급히 듀랜달을 들어 놈의 공격을 막는다.
깡!
칼날이 부딪치며 마력 스파크가 튄다. 칼날을 통해 전해지는 반탄력이 손아귀를 덮친다.
“에너지 드레인.”
설상가상으로 에너지 드레인까지 사용하는 윌리엄.
내 검은 마력이 칼날을 타고 놈의 칼로 흡수된다.
에너지 드레인은 접촉을 통해 발현되는 어빌리티.
곧바로 칼날을 떼어내며 흑태자를 부른다.
‘흑태자.’
[왜 불러, 파트너?]‘네 기술 중에 겉면 무시하고 속만 타격하는 거 있지?’
[격산타우 말하는 거야?]격산타우는 무협소설의 침투경, 내가중수법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상대의 겉면을 무시하고 속을 타격하는 기술로, 내가 지금의 윌리엄을 한 방에 천국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 되겠다.
‘어 그래, 그거. 근데 넌 왜 프랑스 황태자라는 놈이 기술 이름은 죄다 한자냐?’
솔직히 이건 궁금했다.
대체 왜?
작품 외적으로야 라노벨이라서 그랬겠지만, 여기는 현실이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나는 그게 궁금했다.
[내가 쿵푸 영화를 좋아하거든. 홍콩 영화 재밌잖아?]그런 이유에서였냐.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 격산타우, 그걸 쓰자고.’
10분 버티기.
작정하고 하자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내게는 10분이나 질질 끌 시간적 여유가 없다.
느긋하게 대결이나 하고 있다가는 가레스가 도망갈 틈을 내주고 말 것이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저 재수 없는 번쩍거리는 황금 동상 대가리를 쪼개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격산타우는 생전에도 내가 몇 번 사용한 적 없던 오의인데, 파트너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흑태자가 말한다.
‘다 아는 방법이 있으니까 격산타우 쓰게 좀 도와 달라고.’
설정집에서 봤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리스와의 매일 지옥 특훈으로 흑광검식의 숙련도 자체는 상당히 상승했지만, 격산타우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했다.
흑태자.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 염병할 상태창만 있었어도 이 지랄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빌어먹을.
깡!
윌리엄의 공격을 다시 쳐낸다.
마력이 쪽쪽 빨리는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상관없어.’
까드득.
이가 절로 갈린다.
윌리엄.
저놈만큼은 용서가 안 된다.
단순히 재수 없어서, 라노벨 악당 같아서라기에는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치는 분노가 내 가슴을 태우고 있다.
어디 감히 내 초호기인 올리비아에게 손을 대려고 해?
사형해야 마땅하다.
‘난 지금 저놈을 조지고 싶으니까. 내 손으로. 지금 당장.’
[좋아. 파트너. 이래야 내가 인정한 남자지!]흑태자가 유쾌한 목소리로 웃는다.
[동기화를 중첩 사용해. 파트너.]깡!
윌리엄의 공격을 듀랜달로 막아내며 어빌리티를 사용한다.
[동기화]지잉.
동기화를 연속 사용하자 편두통이 올라온다.
주륵.
코에서 피가 터진다.
입술을 깨문다.
비릿한 쇠맛이 느껴진다.
[네 분노, 네 마음. 확실히 전달받았어. 파트너. 검의 정령으로서, 올리비아의 오빠로서 파트너를 도와주겠어!]흑태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우웅! 우우우우우웅!
듀랜달의 칼날이 호응하듯 진동한다.
스스스스슥.
듀랜달에 깃든 암흑이 스물스물 올라오며 한결 짙어진다.
“뭐지? 서민. 최후의 발악인가?”
윌리엄이 눈썹을 꿈틀한다.
“크, 크흐흐흐흐흐흐, 흐흐하하하하하, 그래봤자 소용 없다. 이 몸의 골든 메타몰포시스를 뚫을 방법은 없을 테니까! 이 몸은 무적이고, 최강이다!!”
윌리엄이 예의 그 이마 짚는 포즈를 취하며 웃는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대결에서 쓸데없는 대화로 시간을 소모하다니.
덕분에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물론 윌리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이번 공격으로 네놈을 끝내주마. 장미검식──!”
우우우웅!
놈이 스킬명을 외치자 아스칼론의 칼날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