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236)
벨라가 대답한다.
메이드 카페 아르바이트가 들킬까 봐 그런 건가.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지.
“주인님의 주인님.”
내가 알아서 납득하던 그때.
벨라가 나를 부른다.
“아가씨께서는 주인님의 주인님께 드리기 위해 인절미 팥빙수를 매일 밤마다 연습했습니다.”
“정말! 벨라! 무무무무슨 그런 마, 마마말도 안 되는 말을?! 그냥 단순히 메뉴 연습이었을 뿐이에요! 그 이상의 의미 같은 건, 사심 같은 건 절대절대로 없으니까! 차, 차차착각하지 말라고요!”
올리비아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면서 말한다.
“보나파르트 양은 당황하거나 거짓말할 때면 말을 더듬는군요.”
앞에 앉아 있던 아리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몸에서 검은 오오라가 뿜어져 나온다.
아리스는 또 왜 저래.
“아가씨께서는 주인님의 주인님께 빙수를 대접해드리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직접 콩을 볶아 콩가루를 만드셨습니다.”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으으으으!! 벨라!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요?!”
벨라의 말에 다시 발끈하는 올리비아.
“흥.”
그 모습을 본 아리스가 살짝 볼을 부풀린다.
파츠츳!
아리스와 올리비아의 눈길이 마주치며 불꽃이 튄다.
갑자기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
“어머어머, 저거 봐.”
“저게 캣파이트?!”
“검은 귀축, 엄청 인기남인가 봐!”
“하긴, 나라도 프랑스까지 날 구원하러 와서 이 약혼 무효라고 외치면 반할 것 같기도 해. 그런 면에서는 검은 귀축도 의외로 멋있을지도?!”
“그런 모습에 현혹되지 마! 그러다가 검은 귀축한테 홀려서 매일 밤 시녀복을 입고 신음할지도 모른다구?!”
그 모습을 본 엑스트라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쯤 하면 뇌절 아니냐?
어이가 없네.
“아, 아아아무튼! 그, 그그그냥 메뉴 연습용으로 만든 빙수니까요! 버, 버버버리기도 뭐하니까 그냥 당신한테 드릴게요! 실험용! 그래요! 시, 시시실험용 쥐 같은 거니까! 차, 차차착각하지 말라고요! 아시겠나요?!”
올리비아가 말을 더듬으며 소리치는 모습과 동시에 벨라가 끌고 왔던 카트 위에 실린 쟁반 뚜껑을 연다.
안에 딱 봐도 정성스럽게 만든 티가 나는 인절미 팥빙수가 보인다.
투명한 빙수 그릇에 담긴 눈처럼 하얀 얼음 가루와 그 위로 덮인 노란 콩가루와 인절미떡, 빙수팥, 그리고 연유와 각종 토핑이 보인다.
“아가씨께서 한국에서 직접 요리사분을 초빙해서 몇 번이나 고심하고 만든 인절미 팥빙수입니다. 부디 주인님의 주인님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군요.”
“그러니까 아니라고요!!”
벨라의 말을 또 부정하면서, 올리비아가 빨개진 얼굴로 한 손으로는 가슴골을 가리면서 다른 손으로 빙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수저는 제가 세팅······.”
아리스가 수저통을 열려던 그때.
“수저 세팅은 그의 전속 시녀인 제 몫이에요! 회장 선배. 선배는 ‘손님’이니까 얌전히 대접받으시죠.”
탁.
전속 시녀와 손님을 유난히 강조한 올리비아의 하얀 손이 수저통 뚜껑을 짚는다.
그녀가 볼을 부풀린다.
“······.”
아리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거둔다.
“흥.”
올리비아가 콧소리를 내면서 숟가락을 나와 아리스 앞에 올려놓는다.
“먹고 맛없다고 하기만 해 봐요! 으으으으······.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아가씨께서 주인님의 주인님께 인절미 팥빙수는 서비스라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따, 딱히 당신이 예뻐서 서비스한 건 아니니까요! 그,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그런 거니까요!”
“그럼, 이만. 식사 맛있게 하시길. 주인님의 주인님.”
올리비아와 벨라 듀오가 퇴장한다.
테이블에 남은 건 나랑 아리스 둘뿐.
“풍기 문란 행위가 빈번히 자행되는 부활동이라······.”
아리스가 말끝을 흐린다.
그녀가 숟가락으로 인절미 팥빙수를 쿡쿡 찌르며 말한다.
“요리부 감사 필요성이 있군요.”
“아니, 선배 그건 좀······.”
“그냥 농담이었습니다.”
아리스가 옅게 웃는다.
[파트너, 저거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 같은데.]내가 봐도 그렇다.
아리스에게 뭔가 말하려고 한 그때.
“그런데 이런 빙수는 처음 보는군요. 한국에서 파는 빙수는 다 이런 겁니까?”
아리스가 대화의 화제를 전환한다.
처음 보는 한국 빙수가 신기한 모양.
하긴 일본 빙수는 곱게 간 얼음 위에 형형색색 색소 설탕 시럽을 뿌린 게 전부니까.
저렇게 말할 만하다.
“어떻게 먹으면 됩니까?”
“그냥 이렇게······.”
아리스의 물음에 나는 숟가락을 들어 빙수를 뒤섞었다.
콩고물과 인절미, 연유를 포함한 각종 토핑이 얼음 가루와 뒤섞인다.
“섞어서 드시면 됩니다.”
빙수를 안 섞고 그냥 떠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섞어 먹는 쪽을 좋아한다.
“그렇군요. 그럼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아리스가 빙수를 한술 떠서 입 안에 넣는다.
“······맛있군요. 한국의 빙수도.”
그녀의 얼굴이 살짝 펴진다.
빙수 좋아하니까 대충 정리된 것 같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절미 팥빙수를 한숟갈 떠서 입안에 넣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설X에서 사먹는 것보다 더.
“그런데 유지랑 이시하라는 대체 어디 간 거야?”
“저도 의문이군요. 그 두 사람도 분명 요리부원일텐데······.”
내 말에 고개를 맞장구치는 아리스.
그녀도 두 사람의 행방이 궁금한 모양이다.
그때.
“주군, 걔네라면······.”
불쑥.
옆에서 마코토의 초록 머리가 솟아오른다.
집사 복장은 어느새 벗은 모양인지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은 마코토가 보인다.
깜짝이야.
머릿속에서 흑태자가 헛소리한다.
“밖에서 전단지 돌리고 있어.”
“그래?”
하긴, 전단지 돌리는 사람도 있어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지와 이시하라에 대한 신경을 껐다.
“그럼 빙수 맛있게 먹어! 주군.”
마코토의 인사를 들으면서 나는 빙수를 퍼먹었다.
맛있네.
*
슈오우 영웅 학원 교정.
대로변.
노점 때문에 바글바글한 거리.
수많은 클래스에서 홍보를 맡은 생도들이 나와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그곳에 유난히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두 명의 생도가 있었다.
여자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름다운, 메이드복을 입은 흑발의 미소녀.
여장한 쿠로사와 유지였다.
“요리부 코스프레 카페로 오세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다.
그것이 비록 여장 메이드라 할지라도.
유지는 그렇게 굳건한 각오로 요리부 코스프레 카페 흥행을 위해 여장도 마다않고 전단지 배포에 나섰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다 보니 조금 괜찮은 느낌도 들었다.
“꺄아아아! 예쁘다!”
“저기, 혹시 메일 주소 좀 알려줄 수 있어?”
“우리 학교에 이렇게 귀여운 미소녀가 있었어?”
라노벨 주인공 클리셰답게 쿠로사와 유지의 여장 모습은 그야말로 절세의 미소녀.
그녀(?)의 모습을 본 생도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하하하하······. 연락처 알려주는 건 곤란하고요. 여기 좀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쿠로사와 유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유지와 마찬가지로 여장한 이시하라 다이키가 불만 석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데······.”
유지와 마찬가지로 미남이기는 했지만, 여장이 썩 어울리지 않는 그는 한눈에 봐도 여장 남자 메이드인게 확 티가 났다.
“어머, 거기 깜찍한 아가. 혹시 메일 주소 좀 알려줄 수 있니?”
덕분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여장 오카마 남자에게 대시를 받을 정도.
“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근육 오카마에게서 도망가는 이시하라를 보면서 유지는 웃었다.
그의 시야에 벚나무에 붙여진 김덕성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보인다.
가운데 잘생긴 작화로 그려진 김덕성과 그 옆에 나란히 붙은 요리부원의 모습이 있는 포스터.
김덕성의 등 뒤에는 검은 그림자로 그려진 빌런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애니메이션 상영회도 가야 했었지. 김 군, 상영회에 오려나?’
유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니시시시, 오빠. 꼴이 그게 뭐야? 초 웃겨.”
유지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니메이션 상영회까지 1시간 반
“하루?”
유지의 시선이 앞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린 사이드 테일 미소녀, 쿠로사와 하루가 있었다.
“니시시시. 오빠. 뭐 하고 있나 봤더니, 여장하고 전단지 돌리고 있었어? 우리 오빠 여장도 초 잘 어울려. 괜히 초 미소년이 아니네. 이제 초 미소녀라고 불러줘야 해?”
하루가 유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하루, 그건······.”
유지가 말끝을 흐린다.
그가 얼굴을 붉힌다.
여장 메이드로 호객이라는 중책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가족에게 보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여동생에게 여장 모습을 들키다니, 이럴 수가.’
유지는 속으로 절망했다.
절세 미소녀가 얼굴을 붉히는 광경은 그것만으로 장관이었지만, 하루에게는 아니었다.
그런 유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가 머리에서 손을 떼면서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우웩. 뭐야. 오빠. 얼굴 붉히지 마. 잘 어울려서 더 초 불유쾌해.”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친동생인 하루에게는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 유지의 여장 메이드 모습.
“하루한테 버림받았어······.”
유지가 절망 모드에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쿠로사와쨩! 어딜 간 거야!”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
“뭐야, 사오리?”
오카마 근육 아저씨와의 추격전에서 간신히 승리한 이시하라가 유지 옆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고 놀란다.
그녀의 말대로 뒤에서는 손을 가리는 하얀 가운을 입은 빨간 머리 안경 미소녀, 이시하라의 여동생 이시하라 사오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왜 먼저 가고 그래! 여동생☆동맹의 의리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사오리가 볼을 부풀린다.
하루와는 오늘 우연히 만났지만, 동갑인데다가 둘 다 누군가의 여동생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빠르게 친해지고 여동생 동맹이라는 정체불명의 콤비까지 결성한 사오리였다.
그 모습을 본 하루가 입을 가리며 웃는다.
“아, 초 미안. 사오리. 니시시시. 재밌는 오빠들을 발견해서.”
“재밌는 오빠라니, 히엑?! 뭐야. 오빠. 그 역겨운 차림은?!”
사오리가 여장 메이드 차림의 이시하라를 보며 기겁한다.
“사오리가 나보고 역겹대······.”
그 모습을 본 이시하라가 유지와 비슷한 태도로 좌절한다.
“그럼 역겨운 걸 역겹다고 하지 뭐라고 말해. 사오리는 솔직해서 빈말 같은 거 몰라.”
사오리가 안경을 고쳐 쓰면서 말한다.
“힘내, 이시하라······.”
“고맙다. 쿠로사와······.”
유지가 이시하라의 등을 토닥인다.
절망한 이사하라가 어깨를 떨던 그때.
츠팟!
유지의 허리춤에 걸린 일본도에서 섬광이 터지며 검은 기모노 위에 메이드 에이프런을 받쳐 입은 흑발 미소녀가 등장한다.
쿠사나기였다.
“마스터도 안심하세요. 누가 뭐래도 이 쿠사나기는 마스터의 모든 모습을 사랑한답니다? 여장한 모습까지 전부!”
쿠사나기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손을 배배 꼰다.
그녀의 시선이 유지를 향한다.
“쿠, 쿠사나기?!”
쿠사나기의 직설적인 어필에 유지가 화들짝 놀란다.
“마스터. 어머, 쿠사나기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 후후. 역시 마스터가 못하는 일은 없네요.”
쿠사나기가 유지의 곁에 다가가 메이드복 치맛자락을 살짝 만지면서 말한다.
쿠사나기의 손길에 유지의 얼굴이 붉어진다.
자신보다 더 예쁘다니.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그때.
“헤에? 쿠사나기. 너 아주 초 열심히구나? 니시시시.”
하루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렇습니다. 쿠로사와 아가씨.”
하루의 말에 공손한 태도로 반응하는 쿠사나기.
쿠사나기에게 있어 하루는 경애하는 마스터의 하나뿐인 혈육.
마스터 다음으로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상대다.
“흥. 누가 네 아가씨야. 하루. 기분 초 나빠. 완전 불유쾌해.”
하지만 하루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김덕성 오빠를 감히 게이 취급한 이후부터 하루는 쿠사나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가씨, 쿠사나기가 무언가 잘못했나요? 용서해주시어요······.”
흑흑.
검은 기모노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는 쿠사나기.
그 모습을 본 유지가 마음이 약해진다.
정령이라고 해도, 미소녀가 우는 모습을 상냥한 유지는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루 역시 유지에게는 소중한 여동생.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녀에게 강하게 나갈 수 없다.
“그래. 하루. 쿠사나기도 나쁜 아이는 아니니까······. 친하게 지내줬으면 좋겠어.”
“싫어. 하루는 쿠사나기가 초 마음에 안 들어. 흥. 그쪽에서 알아서 잘 노력하라고 해. 지금도 우는 척하고 있잖아.”
“······이 쿠사나기, 아가씨의 마음에 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어요!”
우는 시늉을 멈춘 쿠사나기가 비장하게 각오를 다진다.
그런 쿠사나기를 보며 하루가 고개를 돌리던 그때.
“오오오오! 이게 그 초월무장의 정령이야? 사오리,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야! 만져 봐도 될까?”
사오리가 안경알을 빛내며 쿠사나기에게 달려들었다.
“쿠사나기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쿠사나기를 만질 수 있는 건 마스터뿐이라고요!”
쿠사나기가 기겁하며 유지의 품에 안기고, 유지가 어색하게 웃으며 사오리를 제지하던 그때.
“여러분, 저도 같이······.”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다.
거기에는 연두색 머리 미소녀, 호시노 카스미의 친구인 사토우 레나가 있었다.
“어, 레나! 이제 왔어?”
“사오리 씨도, 절 놓고 가면 어쩌자는 거예요?”
오랜만에 연구소 밖 외출이라 설렌 레나가 투덜거린다.
“아, 미안미안.”
“됐고요, 애니메이션 상영은 어디서 하나요?”
사오리의 사과를 받은 레나가 묻는다.
“맞아. 오늘 덕성 오빠 애니메이션 상영회 하는 날이지? 우리 반에서! 하루, 초 기대돼!”
하루가 니시시하고 웃는다.
“덕성쨩의 애니메이션 상영회는 덕성쨩의 팬으로서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 당연히 덕성쨩의 1등 팬인 사오리는 아주 잘 알고 있지. 상영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남았어.”
사오리가 시계를 보며 말한다.
“그럼 지금 준비해서 가야겠네. 오빠도 같이 가. 상영회 안내해야지.”
사오리의 말을 들은 하루가 유지를 바라보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