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08)
제 306화
급발진하고 난리
“서, 선생님······? 대체 그게 무슨······.”
당황하는 프로페서.
원작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
황당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화내는 포인트가 왜 거기냐고.
“······꼬마는 이 몸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제자이자 검성의 상냥함과 책임감을 이어받은 영웅이다. 그러니 이 몸이 그한테 하는 행동도 당연히 거짓이 아니라 진심이다. 쥬드, 아니 프로페서. 꼬마는 타락자이자 배신자인 네가 함부로 입에 올릴 만한 상대가 아니다.”
세이라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에 냉기가 풀풀 풍긴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입니까? 선생님께서! 파이브 크라운즈, 백색 여제이자 전 세계 모든 영웅의 최선임인 선생님께서! 선생님의 위업에 발끝도 미치지 못하는,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를 상대했던 행동이 거짓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말입니까?”
프로페서가 나를 가리키면서 온몸을 부르르 떤다.
프로페서의 말에 세이라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세이라의 붉은 눈동자가 이쪽을 힐끗힐끗 향한다.
세이라의 반응을 본 프로페서가 탁하고 이마를 짚는다.
그의 입에서 절망어린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정말 진심이셨습니까? 선생님? 이 프로페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을 생각하는 자는, 선생님을 위하는 자는, 선생님의 진실한 행복을 꿈꾸는 자는 오직······.”
“닥쳐라!”
세이라가 아직 홍조가 남은 얼굴로 프로페서의 말허리를 자른다.
그녀의 차갑게 식은 시선이 프로페서에게 향한다.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행복을 논하느냐? 리그의 마스터······. 놈이 말한 궤변, 이 세상에 마력과 이능력, 이계종이 없어지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올 거라는 헛소리를 아직도 믿고 있던 것이더냐? 이 몸이 그때 분명 너한테 말하지 않았느냐. 그건 잘못된 길이라고.”
세이라가 눈을 감았다 뜬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뜬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진실로 행복하다. 조금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이 혹시 저놈입니까?”
척.
프로페서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니 왜 다 나 가지고 난리야.
“선생님.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저 소년과 선생님의 나이 차이는 어림잡아 반백 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진실로 생각했던 저를 버리고, 모두가 행복한 신세계를 버리고 택한 존재가 저 소년이라니요! 저 소년에게 진심이라니요!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건 말도 안 돼······.”
프로페서가 양 손으로 포마드를 발라 정리한 머리를 쥐어뜯는다.
깔끔하게 정리됐던 놈의 머리가 순식간에 산발로 변한다.
“믿을 수 없어. 선생님이 어떻게······. 어떻게······. 손주뻘인 저놈에게 진심을······.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야. 거짓말이야. 이건······. 흐, 흐흐흐, 흐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프로페서가 실성한 것처럼 웃는다.
뚝.
프로페서의 웃음이 지워진다.
그의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한다.
“······네놈 때문이구나.”
프로페서의 손에 검이 쥐어진다.
놈의 고유무장인 장검형 초상병기, 그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생님을 삿된 마음에 빠지게 한 것도, 선생님을 유혹해 타락시킨 것도, 전부 네놈의 수작이구나! 김덕성!!”
우우우우우우웅!
놈의 비통한 목소리와 함께 그람의 칼날이 프로페서의 다크그레이색 마력을 받아들이며 울음을 토해낸다.
아니 쟤는 왜 또 급발진하고 난리야?
어이가 없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좋습니다. 선생님! 설득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협상이 무산됐으니, 남은 것은 이제 힘의 대화 뿐이죠!”
프로페서가 양팔을 벌린다.
놈의 손에 들린 그람에 어마어마한 다크그레이색 마력이 응집된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람의 칼날이 떨린다.
파츠츠츠츠츳!
놈의 전신에 마력 스파크가 튀어오른다.
고오오오오오오오,
바람 소리와 함께 마력 폭풍이 밀려든다.
“선생님, 저는 당신의 시야를 가리고 기만한 저 역겨운 김덕성의 사지를 자르고, 선생님을 구속한 뒤에 구교사를 부수고, 선생님과 모두의 앞에서, 마스터와 함께 이 거짓된 세계의 종말을 선언하겠습니다!!”
번쩍!
콰르르르릉!
먹구름이 몰려든 하늘에서 마력 번개가 내리친다.
“닥쳐라! 쥬드, 아니 프로페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망언을 지껄이는 네 모습을 이 몸은 더는 두고 볼 수 없구나! 오늘이야말로 이 몸이 만들어낸 재액이자 오점인 너를, 백색 여제의 이름으로 책임지고 이 세상에서 지워내겠다!! 인류와 세계를 위해서! 그리고 아끼는 제자인 꼬마를 위해서!”
프로페서를 노려보던 세이라가 소리친다.
펄럭.
그녀의 하얀 고스로리가 펄럭인다.
검은 먹구름의 절반이 새하얗게 물든다.
흑과 백.
구교사 옥상이 정확히 절반, 마치 흑백만화처럼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나뉜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EX랭크의 강자 둘이 대치하자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력이 휘몰아친다.
지나치게 짙은 마력 농도가 몸을 감싼다.
[쥬드, 놈이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흑태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마력장과 마력 갑옷, 전신 갑주를 뚫고 놈의 마력이 느껴진다.
피부가 저릿하다.
수학 여행에서 상대했던 베르세르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 느껴진다.
“문답무용! 이제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습니다! 설령 당신이 거부하더라도 저는 당신을 구원하겠습니다! 그것이 제자 된 자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바로 지금!”
프로페서가 손에 든 그람을 옥상에 꽂는다.
[구원자를 갈망하는 심연]【Abyss for Savior】
콰-과-과-광!
주변을 떨어 울리는 굉음과 함께 프로페서의 진언이 세계에 새겨진다.
구원자를 갈망하는 심연.
원작 11권에서도 등장했던 놈의 심상전개가 옥상에 펼쳐진다.
심연.
그 이름 답게 옥상 바닥에 꽂힌 그람에서 먹물처럼 뿜어진 어둠이 온 세상을 순식간에 까맣게 물들인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든 어둠을 다루는 내 기프트도 통하지 않는 어둠 속, 저 하늘에 어둠에 묻힐 정도로 희미한 별이 하나 반짝인다.
놈의 심상전개가 펼쳐진 순간.
“크윽······.”
마력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온 세상이 적대감을 가지는 느낌.
압도적인 압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심해에 잇는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다.
머릿속에 구원을 갈망하는 심연의 능력이 떠오른다.
프로페서의 심상전개.
그 능력은 심상과 자신이 일체화하는 것.
이 공간 전체와 동기화한 놈은 세계를 파괴하거나 같은 심상전개로 상대하지 않는 이상 결코 죽지 않는다.
더 심각한 사실은 눈 앞에 펼쳐진 이 풍경, 이 세상이 전부 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이 심상전개 안을 가득 채운 어둠 역시 공방 용도로 자유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압도적인 존재감이 나를 무릎 꿇리려 한다.
합일 상태인데도 버티기 버겁다.
[파트너! 버텨!]참아야 한다.
조금만 참으면 원작처럼 세이라가 심상전개를 펼쳐서 나를 보조할 것이다.
[선생님.]아까와는 달리, 사방에서 메아리처럼 프로페서의 목소리가 울린다.
[저는 당신을 반드시 구원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까지 제 수행의 결과를!]프로페서의 말과 함께 어둠이 요동치던 그때.
“······이 몸이 네 마음대로 하게 둘 것 같으냐?”
세이라가 입술을 깨문다.
펄럭.
그녀의 하얀 양산이 검은 어둠을 헤치며 활짝 펴진다.
파츠츠츠츠츠츠츠!
세이라의 전신에 백색 마력광이 감돈다.
[종언을 부르는 백색 세계]【World End White】
세이라의 심상전개를 알리는 진언이 새겨진다.
번쩍!
검은 하늘에서 백색 섬광이 빛나며 내리꽂힌다.
콰-과-과-광!
검은 세계가 조각조각 잘려 나간다.
나와 세이라를 중심으로 백색 원이 생성된다.
방금까지 나를 누르던 막대한 중압감과 존재감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원작에서도 봤던 광경.
하지만 현실에서 체험하니 모니터 너머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진정한 EX랭크의 힘이 피부로 느껴진다.
세이라의 길고 탐스러운 하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루비처럼 반짝인다.
세이라가 붉은 입술을 깨문다.
“결코 네놈 뜻대로 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야!”
세이라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등 뒤로 반투명한 여자 정령이 나타난다.
아마테리스 오오미카미의 정령인 아마테라스다.
“아마테라스! 천양의 섬격이다!”
[알겠습니다. 마스터.]촤르륵.
세이라의 우산이 펼쳐진다.
어느새 삼분지 일 정도 검은 세계를 물들인 새하얀 하늘에서 섬광포가 내리친다.
“천양의 섬격!”
세이라의 스킬명과 함께 눈이 멀 듯한 백색 섬광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콰-과-과-과-과-광!!
백색 빛줄기가 검은 세계를 강타한다.
폭음과 함께 마력 충격파가 검은 어둠을 찢어발긴다.
압도적인 화력.
마력장을 뚫고 피부까지 느껴지는 마력 충격파.
[과연 누님······. 전력이 봉인 당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흑태자가 머릿속에서 감탄한다.
원작에서는 쿠사나기가 했던 대사를 흑태자가 읊느니 뭔가 묘한 느낌이다.
하긴 그 싸가지 없고, 초면인 사람을 게이로 모는 비호감 정령보다는 흑태자가 훨씬 선녀고 호감이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스물스물.
어둠이 하나로 뭉치며 사람의 형상을 빛는다.
다크그레이색 머리에 안경을 착용한 실눈 미남자.
프로페서였다.
그가 안경을 고쳐 쓰면서 박수를 친다.
짝, 짝, 짝, 짝, 짝.
검은 세계에 고요한 박수 소리가 울린다.
“과연 나의 경애하는 선생님! 늙고 병든 사자도 사자는 사자라는 겁니까? 녹슬지 않는 실력이라니. 이 프로페서. 선생님의 공격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툭툭.
프로페서가 코트를 입은 어깨에서 먼지를 털어낸다.
이렇게 말을 늘어놓을 때 원래 기습해야 하는데.
허술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놈이지만 빈틈이 없다.
무협소설에서나 보던, 고수들은 아무렇게 대충 서 있어도 아무 빈틈이 없다는 서술을 내가 실제로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놈이 있는 곳은 세이라의 심상전개가 유효한 공간 밖.
놈의 공간인 검은 세계, 구원자를 갈망하는 심연이었다.
내가 지금 놈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기습하더라도 역으로 당할 확률이 100%였다.
이래서 원작에서 유지가 프로페서가 떠들 때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서 듣고만 있던 거였나?
호구 라노벨 주인공의 매너가 아니라?
라노벨 악당이 떠드는 헛소리를 또 들어야 한다니.
또 머리가 아프다.
이 미친 라노벨 세상에 떨어진 뒤에 머리가 안 아픈 적이 없다.
이거 혹시 병인가?
[파트너. 기회를 노리자고.]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프로페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이라가 검지로 프로페서를 가리킨다.
번쩍!
하얀 하늘에서 번개처럼 내리친 한 줄기 섬광이 프로페서의 몸에 자비 없이 꽂힌다.
파스스.
놈의 몸이 어둠으로 흩어져 허물어지더니, 곧바로 옆에 새로운 어둠이 뭉쳐 프로페서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나의 작고 귀여운 선생님. 저 프로페서는 그동안 스승님을 구원한다는 일념 아래, 수없이 수행하고 또 수행해왔으니까요. 지금의 저는 스승님보다 명백하게 한 수 위! 지금의 공격으로 스승님은 결코 절 쓰러뜨릴 수 없습니다.”
프로페서의 말에 세이라가 웃는다.
“그래, 지금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이 몸의 비장의 수단을 사용한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제 역전의 시간이다.
세이라가 전성기 모드를 사용해 프로페서의 심상전개를 지워내고, 내가 합일과 진명해방을 통해 프로페서 본체를 공략하면 된다.
원작의 유지가 했던 그대로 한다면······.
내 생각이 거기까지 이어진 순간.
“선생님. 그 비장의 수단이 전성기 모드라면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프로페서의 입에서 원작과 다른 대화가 튀어나온다.
뭐?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당황한 그때.
“제게는 이게 있으니까요.”
프로페서가 품에서 이상한 수류탄 비슷한 물건을 꺼내 버튼을 누른 순간.
푸스스스스스스스.
프로페서의 다크그레이와는 다른, 어두운 보라색 안개가 세상을 순식간에 가득 채운다.
어두운 보라색이라고?
내 눈동자가 커진 순간.
“커헉!”
세이라가 입에서 피를 토한다.
그녀의 몸에 넘쳐나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세이라의 몸이 거꾸러진다.
프로페서.
놈이 원작과 다른 수단을 사용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