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60)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솟아오른다.
연기 속에서, 검은 인영이 보인다.
허리 부근까지 내려와 반짝이며 흔들리는 분홍빛의 긴 트윈테일, 마법소녀 복장을 닮은 미니 스커트와 별 문양의 축퇴로가 박힌 상의가 인상적인 전신 장갑 차림.
손에는 마법봉 형태의 초상병기인 ‘문 스태프’를 든, 마법소녀 복장 밖으로 삐져나오는 커다란 가슴이 인상적인 미녀가 거기 서 있다.
내가 쏘아낸 신호탄을 보고 곧바로 날아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담임 교관.
S랭크 영웅, 마유즈미 마유가 등장한 것이다.
“후우.”
화려하게 착지한 마유즈미 선생이 숨을 고르면서, 오른손으로는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문 스태프를 들고는 왼쪽 눈 근처로는 브이자를 한 왼손을 가져다대며 소리친다.
“마법소녀 매지컬☆미라클★마유링! 사랑하는 제자의 호출을 받고 지금 여기 강림☆ 데헷♥”
우와.
어딜 봐서 마법소녀
마유즈미 선생이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3기는 되어야 나오는 그녀의 변신 대사를 들을 각오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되니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참을 수가 없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라노벨 세상 같으니라고.
“마유링★이 왔으니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은 안심해도 좋아요★”
찡긋.
마유즈미 선생이 윙크한다.
아니, 선생님.
다 큰 어른이 대체 지금 무슨······.
이 무슨 나잇값 못하는······.
“선생님······.”
주인공 놈이 감동 받은 목소리로 마유즈미 선생을 부른다.
아니 거기 왜 또 감동을 받는 건데?
“에헤헤. 쿠로사와 군. 지금은 마유즈미 선생님이 아니라 마법소녀 미라클☆매지컬☆마유링이랍니다!”
갈수록 가관이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파괴의 마법소녀가 지금 이 자리에······!”
프리스트가 식은땀을 흘린다.
그의 얼굴에 공포가 짙게 서린다.
척.
마유즈미 선생이 문 스태프를 프리스트에게 겨눈다.
“당신이군요. 마유링★의 사랑하는 제자들을 괴롭힌 악당이!”
프리스트가 입술을 깨문다.
뒤이어 나오는 놈의 비장한 목소리.
“이렇게 된 이상 계획 변경입니다. 교단의 이름으로! 디바인 심볼의 힘으로! 당신들을 모두 정화하겠습니다!”
프리스트가 발악하며 푸른 마력을 대지에 꽂힌 디바인 심볼에 욱여넣는다.
디바인 심볼에서 터지는 섬광.
그그그그그그그그.
대지가 흔들린다.
넘칠 듯 일렁거리는 보랏빛 환상 안개.
“백귀야행의 힘 앞에 전율하십시오! 우매한 어린 양들이여!”
안개 속에서 프리스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캬아아아아아!] [크르르르르!] [컹컹컹!!]보랏빛 안개 속, 이계종의 괴성과 마력 파장이 주변을 뒤흔든다.
“꺄아아아아아악!!”
올리비아가 비명을 지르며 내 허리를 다시 끌어안는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난리냐.
한숨이 나온다.
내가 직접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으면 히전죽 감이다. 이거.
기프트를 사용한다.
암흑을 퍼뜨려 기감을 동조화한다.
기감으로 감지되는 정보가 눈앞에 시각적으로 그려진다.
보랏빛 안개 속, 눈이 붉어져 날뛰는 수많은 일반 이계종.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백귀야행의 모습 그대로.
내 옆에 매미처럼 붙어 벌벌 떨고 있는 올리비아, 전투 모드를 활성화한 유지, 초상병기를 뽑은 다른 조원들.
그리고 우리를 지키듯 앞에 서 있는 마유즈미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당신은 정말 최저☆최악의 악당이군요!”
착.
마유즈미 선생이 문 스태프를 앞으로 내민다.
“마법소녀 미라클☆매지컬☆마유링의 이름으로, 당신을 토벌하겠어요! 프리스트!”
“정화를 시작하겠습니다! 파괴의 마법소녀! 당신이라도 백귀야행의 진군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철커덕, 철컥.
프리스트가 손에 들고 있던 책 모양 초상병기, 에인션트 북에서 푸른 섬광이 터지며 전투 모드가 활성화된다.
프리스트의 몸에 순식간에 장착되는 전신 장갑.
“그렇게 둘 수는 없어요. 러블리☆매지컬☆마유링☆멀티 샷♡”
키리리링♩
끔찍할 정도로 유치한 멜로디.
마유즈미 선생이 든 문 스태프의 첨단이 분홍빛으로 빛나는 순간.
번쩍! 번쩍!
수백 발의 분홍빛 마력탄이 기관총처럼 전방을 향해 발사된다.
[크르르르륵!] [캬아아아아아악!]콰광. 콰광. 콰광.
분홍빛 섬광이 보랏빛 안개를 찢어발긴다.
연속 수백 번 터지는,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발음.
지축의 흔들림, 흙먼지의 비산.
시야를 가득 메웠던 일반 이계종 무리의 삼분지 일 이상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피떡으로 변한다.
“이, 이게 무슨······.”
본인의 컨셉마저 잊을 정도로 당황하는 프리스트.
“선생님······. 대단해······.”
유사시에 개입할 생각까지 하고 있던 주인공 놈마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압도적인 실력.
아카데미물에서 교관들이 이벤트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가 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따로 없다.
거기에 마유즈미 선생의 스킬명은 벨라의 스킬명이 선녀로 보일 정도로 역겨웠다.
저런 걸 어떻게 입으로 외치고 다니지?
이쯤이면 경이로운 수준이다.
24살 먹고 저러고 다니면 쪽팔리지도 않나?
“······아직, 아직은 아닙니다.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성녀님, 대장로님, 제게 진리를 수호할 힘을 주소서!”
파르르르륵.
프리스트의 손에 들린 초상병기, 에인션트 북의 책장이 넘어가며 불길한 푸른빛을 뿌린다.
“교단의 이름으로, 저 프리스트가 당신들을 정화하겠습니다.”
교단 구성원들만이 익힐 수 있는, 유물 비전서 ‘코덱스’에 기록된 스킬인 신성마술의 구동이 시작된다.
파츠츠츠츠츳!
에인션트 북이 바닥에 박힌 유물, 디바인 심볼과 공명하며 마력을 증폭.
환상 안개가 펼쳐지고 백귀야행을 이룬 이계종 무리가 폭주한다.
압도적인 마력이 프리스트 앞에 구체의 형태로 응집된다.
위험도 B랭크에 불과한 프리스트의 역량을 초월한 마력량과 파괴력.
유물과 신성마술의 보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묘기다.
‘원작에서는 전투신 거의 마지막에서나 꺼냈던 스킬을 지금 사용하다니.’
빌런 놈이 어지간히 똥줄이 탄 모양.
원작에서는 이 상황에서 린과 주인공, 두 사람의 합공으로 이계종을 돌파하고 진리의 심판을 간신히 뚫고 프리스트에게 도달한다.
라노벨에 흔히 등장하는 히로인과 주인공의 협력을 통해 빌런을 퇴치하는 감동적인 장면.
하지만.
“러블리☆매지컬☆마유링☆멀티 샷♡”
마유즈미 선생이 있는 지금은, 생도인 우리가 끼어들 틈 따위는 없다.
키리리링♩
파멸적인 스킬명 외치기와 함께 문 스태프가 분홍빛으로 빛나며 수백발의 마탄이 소나기처럼 폭주하는 이계종 무리를 덮친다.
[크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아악!]돌격하던 이계종 무리의 뼈와 살이 순식간에 분리. 한 줌 거름으로 변해 땅으로 흩어진다.
“그렇죠. 파괴의 마법소녀라면 그렇게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 짐승들은 처음부터 시간 벌이용 미끼들! 진리의 심판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파괴의 마법소녀. 생도들을 지키기 위해 이계종을 무시하지 못한 것이 당신의 패인이 될 것입니다!”
프리스트가 광기에 찬 웃음을 짓는다.
자기 의도를 A부터 B까지 전부 설명하는 해설형 악당이라니.
관찰자 시점에서 봐도 어이가 없다.
프리스트의 손에 들린 에인션트 북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촤르르륵.
에인션트 북의 책장이 넘어간다.
“진리의 이름으로, 파괴의 마법소녀! 당신을 심판하겠습니다. 진리의 심판!”
프리스트의 주문이 끝나자마자 허공에 떠 있던 푸른 마력 구체가 그대로 광선 포격의 형태로 마유즈미 선생을 향해 발사된다.
“교단의 앞길을 가로막는 무지한 어린 양에게 참회를!!”
“매지컬······. 미라클······. 러블리♥마유링······.”
척.
마유즈미 선생이 문 스태프를 전방을 향해 겨눈다.
우우우우우웅!
분홍빛 마력이 순식간에 스태프 끝에 구체의 형태로 모여든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모든 마력 구체가 형태를 갖춘 순간.
“문☆라이트☆애로우☆버스터──!!”
마유즈미 선생이 뾰족한 목소리로 어질어질한 스킬명을 내뱉는다.
번쩍!
여섯 개의 구체가 터지면서 쏘아진 여섯 줄기의 섬광.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끔찍할 정도로 강력한 여섯 줄기의 핑크빛 마력 포격.
환영 안개가 갈기갈기 찢긴다.
압도적인 포격의 물리력으로 안개가 강제로 해제되며 기감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게 대체 뭐죠······?”
계속 내 허리를 끌어안고 무서워를 연발하고 있던 츤데레 올리비아마저 놀라게 만든 경이로운 위력의 포격.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넘실거리던 푸른 마력, 진리의 심판은 이미 분홍빛 포격에 뒤덮여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멀 것 같은,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나 들어볼 법한 폭음.
대지가 진동한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포격에 직격당한 프리스트의 끔찍한 비명.
감히 S랭크 영웅에게 주제도 모르고 덤빈 빌런의 비참한 최후였다.
“지금 저게 어딜 봐서 마법소녀라는 검까······?”
“선생님······. 사실은 진짜 강자였어?”
뒤따르는 이시하라와 니시자와의 경악.
“······빌런이 불쌍하다고 느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상냥한 주인공 유지조차 빌런을 동정할 정도.
흙먼지가 걷히고, 공터 중앙에 생겨난 크레이터가 보인다.
그 가운데, 프리스트가 있다.
전신 장갑은 당연히 해제된 상태, 옆에는 초상병기가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고 있으며, 정신은 이미 잃고 혼절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그가 죽지 않은 건, 전적으로 마력장과 초상병기의 전신장갑의 보호에 더해 마유즈미 선생이 제압을 위해 봐줬기 때문이다.
“에헤헤헷☆ 오랜만에 마법을 써서 그런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네요. 엣~큥☆ 이 부분은 마유링의 비밀로 해주는 거예요?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
나를 제외한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매지컬☆마유링☆바인드!”
키리리링♪
멜로디와 함께 문 스태프의 끝에 맺힌 분홍빛 마력이 밧줄 형태로 변해 그대로 프리스트를 구속한다.
“상황 종료네요. 에헤헷. 아참. 신호탄을 쏴서 마유링을 부른 착한 제자님은 누구예요? 마유링이 칭찬해줄게요!”
쑥대밭이 된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미소를 지은 마유즈미 선생이 나와 조원들을 바라본다.
아니, 그걸 지금 왜 물어?
“김입니다.”
“형님이 준비했슴다.”
기다렸다는 듯 나를 지목하는 이시하라와 유지.
“김 군이었군요!”
마유즈미 선생이 분홍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온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 머리 위에 얹는다.
“잘했어요. 잘했어요. 김 군. 마유링이 칭찬 도장 백 개 분의 쓰담쓰담 해줄게요!”
슥슥슥.
머리를 쓰다듬는 마유즈미 선생.
아니, 쓰담쓰담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될 정도로 쪽팔리는 상황이란 말인가?
그래도 도와준 사람인데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을 말지.
마유즈미 선생이 머리에서 손을 뗀다.
굴욕적인 쓰담쓰담이 끝났다.
“에헤헤헤헤. 잘했어요. 김 군. 다음에도 위험하면 언제든지 마법소녀 미라클☆매지컬☆마유링을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울렁거림을 참으며 간신히 답한다.
“좋아요! 마유링은 김 군이 말을 잘 들어서 기뻐요! 그럼 아쉽지만 오늘 담력훈련은 여기서 마무리하는 걸로 할게요! 빌런은 마유링이 처리할 테니 제자 여러분은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서 푹 쉬기예요! 약속!”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윙크하는 마유즈미 선생의 말을 마지막으로, 탈도 많고 말도 많던 끔찍한 담력훈련이 끝났다.
한 것도 없는데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
베이스캠프.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위에 한국에서나 볼 법한 고기구이용 불판이 올려져 있다.
치이이익.
불판 위에 올라간 삼겹살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불판 한쪽 구석에는 린이 가져온, 원래는 김치찌개에 쓰여야 했을 김치가 구워지고 있다.
“어떤가요?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준비한 한국의 캠핑 필수 아이템인 삼겹살이!”
척.
올리비아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따따따, 딱히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광으로 아시라고요! 아시겠나요? 우주에서 제일 멍청한 남자 씨?”
그녀의 말대로, 삼겹살과 고기구이용 불판을 준비한 건 올리비아 본인.
한국 캠핑에서는 삼겹살이 필수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준비해온 모양이다.
익숙한 고기 익는 냄새가 코 끝에 느껴진다.
기분이 좋다.대학 MT 때 야외에서 삼겹살 굽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래, 캠핑에는 삼겹살이지.
소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다.
“나쁘지 않네. 고마워. 올리비아.”
“무무무무슨 갑자기 그런 얘기 해도 하나도 안 기쁘거든요!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쓸데없는 부분에서만 직설적인 은하 제일 바보······!!”
올리비아가 붉어진 얼굴로 빽하고 소리친다.
깜빡이 안 켜고 들어오는 츤데레 발작도 이제는 익숙하다.
젓가락을 들고 삼겹살 한 점에 구운 김치를 말아 입 안에 넣는다.
오랜만에 맛보는 구운 삼겹살의 육즙과 식감이 뇌리를 강타한다.
그래, 이 맛이지.
“삼겹살이라니······. 과연 보나파르트······. 고단수로군······.”
“황녀님······. 대단해······.”
옆에서 린이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니시자와가 탄성을 터뜨린다.
이시하라와 쿠로사와가 고기를 허겁지겁 집어먹는 모습도 보인다.
“이제 그쪽들과 저의 수준 차이를 실감하셨나요?”
올리비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아가씨 웃음을 흘린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삼겹살을 씹는다.
2권 에피소드의 핵심인 임간학교는 끝났다.
3권의 메인 빌런, 매드 해터는 이미 모형 게이트에서 퇴치됐으니 3권 진행 기간 동안은 편안하게 지내면 되고.
이치로 구원은 유지가 알아서 할 테니, 내가 굳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다.
좋아.
이제 진짜 힐링 시작이다.
나는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을 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
오사카.
도톤보리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일본 전통식 저택이 있다.
일본의 암흑가를 지배하는 가문, 카미야 일문의 저택이다.
저택 최심부, 문주의 거처인 다다미방에 꽃이 새겨진 기모노를 입고 금비녀를 꽂은 묘령의 미녀가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