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07
106. 전당대회 (2)
“사실 이 자리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한 한식당에는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큰 방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제 사람도 못 챙기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여러분들과 식사 자리는 가져야 할 것 같았습니다.”
상석에서 홀로 일어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있는 정현석이었다.
“외부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미리 알려오신 분들을 제외하더라도 스물이 넘는 분들이 이 자리에 나와주신 걸 보니 제가 그래도 정치를 허투루 한 것 같지 않아 안심됩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참석자의 면면을 살폈다. 임건식과 이승호는 당연히 자리하고 있었고 이외에도 복당파인 홍상우와 이미영 그리고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진우와 양진호, 초재선 위주의 의원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말씀을 먼저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 당이 한 계파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시스템에 의한 정당을 만들려고 합니다.”
정현석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말투로 참석자들을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분들이 느낄 수 있는 혜택은 없을 겁니다.”
정현석의 말에도 참석자 중 누구 하나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정현석은 그런 참석자들이 더욱더 고마워졌다.
“굉장히 염치없고 미안한 부탁을 하나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 걷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십시오.”
정현석은 확신과 결연에 찬 눈빛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신다면 저는 여러분이 저의 덕을 보지 않아도 여러분이 정계 입문 이후 현실에 좌절해 그저 꿈이라고 마음 한편에 묻어 놓았던 여러분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한참이나 정현석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손뼉을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현석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모든 참석자가 활짝 웃으며 정현석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정현석이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자 이승호는 씩 웃으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거 정 의원님 연설문 김지훈 보좌관이 써줍니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왜 정 의원이 무슨 연설을 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지 몰라.”
이승호는 실없는 소리를 정현석에게 건네왔고 정현석은 그런 이승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드린 말씀은 제 마음속에 있던 말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하······.”
“좋은 날에 왜 한숨을 쉬어요?”
이승호가 크게 한숨을 쉬자 임건식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승호를 향해 한숨의 이유를 물었고 그런 임건식을 향해 이승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뭐 했나 싶어서요. 임 의원은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정 의원은 우리랑 동기인데도 어느새 대권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잖아요.”
이승호의 말에 임건식 또한 공감이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두 분 그만 하세요. 저 부끄럽습니다. 대권이라니요 아직 멀었습니다.”
“에이, 정 의원, 너무 그렇게 본인을 낮추지 마세요. 여기 모인 사람들 보시라고 이 양반들 다 정 의원한테 얻을 거 없다는 거 이미 알고도 모인 사람들이에요.”
이승호가 그렇게 말을 해오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참석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요. 나는 아니야.”
정현석은 또 실없는 소리겠거니 이승호의 말을 무시하며 임건식과 대화를 나누려 했다.
“정 의원! 나는 당 대변인 자리 그거 하나면 됩니다.”
이승호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식사시간 내내 정현석을 향해 대변인 자리를 내놓으라 협박 아닌 협박을 했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그런 이승호를 보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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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영감님 인터뷰 한 번만 잡아줘.”
의원회관 휴게실에서 지훈은 한성경제신문의 장영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은 안 돼. 당 대표 당선되거든 그때 하자.”
“야, 우리 이미 지면에 보수당 당 대표 후보들 인터뷰 싣기로 기획했는데 한 번만 도와줘.”
장영수의 부탁에 지훈은 난감해져 왔다.
“영수야 나도 정말 돕고 싶은데 지금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는 파급력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지훈이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해오자 장영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지훈을 바라보았다.
“전대 이후에 단독으로 인터뷰 줘. 질문지 오픈 없이 진솔한 너희 영감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장영수의 말에 지훈은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이거 노렸구나?”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장영수는 피식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해주는 거로 알고 있을게.”
“대신 우리 의원님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해달라 이런 질문은 안 받을 거야.”
“야야, 걱정하지마. 당연히 정현석 같은 대권 주자 인터뷰면 정현석에 대한 것만 묻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 얘기할 시간이 어딨냐?”
지훈은 장영수의 말에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나저나 이경재랑 오태영이 뭔갈 하고 있나 보던데.”
“그래?”
“이경재 쪽에 마크맨 붙여놓은 애가 그러는데 최근 두 사람이 식사를 한 것 같더라고. 이경재 쪽은 입을 다물고 있고.”
“디테일한 건 모르고?”
“몰라. 두 사람도 은밀하게 만났나 보던데 이경재 쪽에서 아무런 정보를 안 주니까 오태영 쪽 후벼 파다가 나온 거야.”
장영수의 정보에 지훈은 고민에 빠졌다. 삼자 대결이면 정현석의 승리가 확실하지만, 오태영이 이경재 쪽에 붙게 된다면 전당대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오태영 쪽에서는 어떤 얘기 흘러나오던?”
“이경재랑 무슨 대화 나눴냐고 물어본 건 당연히 대답 안 해주고, 그저 완주할 거라는 말밖에 없지.”
“완주한다고.?”
“어, 한 세 번 물었는데 진지하게 완주한다고 그랬다더라. 짐작 가는 거 있냐?”
오히려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장영수의 물음에 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켜봐야 알 것 같긴 한데. 좋은 정보 고맙다. 그래도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걸 안 이상 앞으로 나올 오태영 움직임을 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네.”
지훈은 이럴 때마다 장영수의 존재가 무척 고마워져 왔다. 어찌 되었든 미리 정보를 알고 있으면 상대의 행동을 보고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맙기는 인터뷰 알지?”
“그래 인마, 한성경제 단독으로 해줄게.”
지훈이 웃으며 대답하자 장영수도 씩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마감 시간이 다가와서 회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네. 뭐 있으면 우리한테 던져 주는 거 잊지 말고.”
“알았어. 들어가고 다음 주에 또 보자.”
지훈은 장영수를 의원회관 입구까지 배웅하고는 의원실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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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당 대표 후보 오태영, 대안당 대표 김민수와 단독 회동.」
「오태영 “대안당과 보수당은 원래 한 몸, 통합을 이뤄 여당과 정부의 폭주 막아야.”」
「김민수 대안당 대표 “통합 후 백의종군 당직 맡지 않을 것.”」
지훈은 전날 저녁 오태영과 김민수의 기습 회동 이후 밤잠을 설치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현석의 집으로 향한 지훈은 정현석의 집 입구에서 익숙한 풍채를 하고 서 있는 남자를 불렀다.
“준호야.”
“김 보좌관님,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너야말로 이렇게 일찍 뭐해?”
“오늘 의원님께서 일찍 나오라는 연락을 해오셔서 의원님 모시러 나왔습니다.”
최준호의 말에 지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의원님께서?”
“네. 오늘 국회 일찍 출근하는 게 좋으실 것 같다고······.”
“너 요즘 우리 집 앞으로 자주 온다?”
지훈이 최준호와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현관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정현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태영, 김민수 회동 때문이지?”
“네. 그렇습니다.”
“일단 차에 타자. 준호야 시동 걸어 춥다.”
“시동 안 껐습니다. 얼른 타시죠.”
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미니밴에 올라탔고 최준호가 차를 출발시키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서로 못 죽여 안달이던 인간들이 이제는 쿵작쿵작해서 당에 똥을 뿌리고 있네.”
정현석은 몹시 화가 난 듯 지훈을 향해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오태영은 지금 자기가 김민수를 만나 저렇게 행동하는 게 정말 당선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인 거야?”
“아마도 아닐 겁니다.”
“그럼 왜······.”
“아무래도 이경재가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지훈의 입에서 이경재의 이름이 나오자 정현석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갔다.
“이경재 이름이 왜 나와?”
“얼마 전, 이경재와 오태영이 극비리에 만났다고 합니다.”
“그래?”
“네. 어떠한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어 오태영의 다음 행동을 본 이후 보고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아마 이번 일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지훈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다음 얘기를 꺼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경재는 전당대회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짓을······.”
“일반 국민의 지지율로는 의원님을 이길 수가 없으니까요.”
일반 국민의 투표 20%, 대의원 투표 50%, 권리당원 30%로 투표 반영비율을 정한 보수당 전당대회는 집토끼가 아닌 산토끼를 잡는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고, 중도층 지지율이 높은 정현석이 유리한 싸움이었다.
이경재는 중도층이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손을 떼기를 원했고, 구태정치의 표상이 되어버린 오태영과 김민수를 내세워 그를 실현하고자 했다.
“정신이 나갔구만, 본인이 당선되자고 쓰레기들을 다시 당에 불러들여?”
정현석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을 내뱉었다.
“의원님 진정하십시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입니다. 그리고 흥분하기보다는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순간 버럭 화를 내려다 지훈의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래, 진정해야지 내가 지금 이렇게 화낸다고 변하는 것도 없고 말이야. 생각한 건 있고?”
지훈은 자신을 향해 너라면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듯 확신을 가진 눈빛으로 바라보는 정현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타협은 없어야 합니다. 지금까진 우리가 출범시킨 대통령이었고 예우 차원에서 정제된 발언만을 해왔습니다만, 이경재를 검찰 조사를 받는 전임 대통령과 묶어 구태정치의 인물로 낙인을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은?”
“의원실에 돌아가자마자 이경재의 장관 시절 행적을 모두 조사할 예정입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조사해 조금의 비위 사실이라도 발견된다면 아주 작은 것도 크게 키워 다시는 정치판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할 예정입니다.”
정현석은 지금까지 지훈이 말한 해결 방식을 지양해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훈이 내놓은 해결 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듯 씩 웃음을 지었다.
“바로 터뜨리나?”
“일단 조사 후 사안의 크기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건이라면 순서대로 터뜨려 정신을 못 차리게 흠집을 낼 겁니다.”
“큰 건이면?”
“쥐고 있다가. 저들이 만약 우리를 공격해온다면 그때 터뜨리려고 합니다.”
“음······.”
정현석은 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흘린다는 말이네.”
“네. 의원님은 임기 초부터 관리를 받아오셨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위 사실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쪽에서 우리 쪽을 흠집 내려면 작은 것이라도 터뜨려야 하는데 그런 공격은 상대방의 더 큰 것을 터뜨려 우리에게 쏠린 이슈를 흘려버리려고 합니다.”
정현석은 지훈의 방어 전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지훈은 표정은 어떠한 협잡도 모두 밟아주겠다는 듯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