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08
107. 전당대회 (3)
지훈과 정현석 두 사람이 국회 의원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정현석을 기다리던 몇몇 기자들이 정현석을 발견하고는 들러붙어 질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정 의원님, 이경재 후보께서는 대안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태도를 보이셨는데요. 정 의원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이 답변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여기 네 명밖에 없는데 차례대로 합시다. 먼저 한 기자 내 생각을 물었죠?”
“네. 대안당과의 통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현석은 기자의 되물음에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대안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운을 떼며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정 의원님이 당 대표가 되시면은 대안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보면 될까요?”
“네. 당 대 당 통합, 혹은 당을 흡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정현석이 말을 한 템포 쉬고 다시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대안당 의원 개개인이 복당 신청을 한다면 조건을 따져 복당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조건이요?”
“네.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에 한해서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기자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총선 출마를 위해 대안당보다는 보수당을 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시점에서 정현석의 말은 그들에게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당 신청을 할 대안당 의원이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의 물음에 정현석은 싱긋 웃으며 기자를 바라보았다.
“서로 가는 길이 달라 탈당하신 분들입니다. 인제 와 아쉬워 다시 돌아오시려거든 본인의 자리는 내어놓고 오셔야겠지요. 진정한 백의종군은 이런 것입니다. 김민수 대표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혹시나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고 복당 신청을 하는 의원님이 나오신다면요?”
“복당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묵은 감정을 다 지우고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그분들을 당의 원로로 인정하고 의견을 구할 것입니다. 다음 질문 있습니까?”
“이경재 후보는 여전히 당이 나서서 전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계신데요.”
“그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창출한 정부의 수장은 맞지만, 그분은 현재 당원이 아닐뿐더러 우리 당은 그분의 덕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현석의 날이 선 발언에 기자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정현석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당은 근 몇 달을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깊은 반성과 참회를 하며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중에 뒷짐만 지고 계셨던 분들이 이제 와 지난 허물을 다시 말해오는 것은 이 당의 구성원들과 당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믿음에 배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지금 하신 발언들 다듬지 않고 기사로 내보내도 되겠습니까?”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닌데요. 당연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정현석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당이 다시는 구태 세력들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몇 달간 품은 기대감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저 정현석의 손을 잡아 주십시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지훈은 그런 정현석의 옆에 재빠르게 붙었다.
“어떠냐?”
“잘하셨습니다. 이제 전선이 확실하게 나뉘었고, 당원들과 국민이 어느 세력이 사라져야 할지 직접 판단하실 겁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다시 한번 굳은 표정으로 전의를 불태우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의원실에 도착한 지훈은 바로 김용일에게 다가갔다.
“수석님, 보좌진들 소집해 전할 말들이 있습니다.”
김용일은 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대충 상황파악은 출근하면서 마쳤어. 지훈 씨가 회의 주재해.”
“제가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나는 정무적인 판단은 지훈 씨 아니 준호 씨보다도 못하니까 이번 회의는 지훈 씨가 맡아서 진행하자.”
김용일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좌진들을 소집했다.
의원실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회의실로 보좌진들이 들어왔고 김용일은 그런 보좌진들을 향해 오늘 회의는 지훈이 주재할 것을 알려왔다.
“의원님께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셨고, 상대 후보들과 확실한 전선을 긋고 오셨습니다.”
지훈의 말에 모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경재 후보의 경제부총리 시절 아주 작은 비위까지도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김용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경제부총리 시절 정책의 실책은 제외하겠습니다. 짧은 전당 대회 동안에 정책에 대한 것을 비판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김 수석님께서는 기획재정부에 아는 공무원들이 꽤 있으시죠?”
“대학 시절 동기들도 있고 아무래도 내가 예전에 모시던 영감님이 기재부 출신이라 몇몇 사무관들과 안면이 있어. 지금은 4급 단 사람들도 꽤 있고.”
“좋습니다. 그럼 기재부 내에서 이경재에 관한 소문이 흘러나온 것들이 없는지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지훈의 말에 김용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 위에 놓인 수첩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의혹뿐인 소문도 괜찮습니다.”
“알았어.”
김용일의 대답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주미를 바라보았다.
“박 비서관님께서는 공무원 시절 발표된 이경재의 재산을 조사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마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발표된 관보가 아직 남아있을 겁니다.”
“단순 조사만 하면 돼?”
“네. 차관직을 하다 장관임명이 되었으니 공개된 자료가 꽤 있을 겁니다. 직책에 따라 증가한 재산을 한 번 봐주세요. 혹시라도 재산형성과정이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지훈은 박주미에게도 일을 맡긴 이후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막내 비서를 바라보았다.
“막내는 과거 기사들을 한 번 검토해봐.”
“과거 기사요?”
“이경재에 대해 나온 의혹 기사 중 아주 작은 비위라도 거르지 말고 다 적어서 나에게 줘.”
“네. 알겠습니다.”
지훈은 모두에게 할 일을 배분한 이후 보좌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직접 기자들을 만나고 다니겠습니다.”
지훈의 말에 김용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분명 수많은 언론사 중의 한 곳에서는 이경재에 대한 정보가 캐비닛에 잠자고 있을 수 있는데 괜찮겠어? 쥐고 있는 정보를 함부로 주려고 하지 않을 텐데.”
“마땅히 거래할 것이 없는 게 걱정이긴 합니다만, 일단 한번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그래, 결국 제일 고생은 지훈 씨가 하네.”
“고생에 차등이 있겠습니까. 저뿐만 아니라 의원실 모두가 합심해야 하는 일입니다. 다들 며칠만 고생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곤 회의를 끝냈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옷을 챙겨 의원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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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재밌네요. 저는 어떻게 정현석 같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당을 장악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알 것 같습니다.”
오태영은 자신의 앞에서 마치 정치적 거물이 된 듯 거만하게 말해오는 이경재를 바라보며 속으로는 그의 오만함을 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 의원님과 저기 지금은 당 밖으로 쫓겨난 김민수 대표까지 한때 대권 주자 대우받으며 보수당을 양분하던 세력이 아니었습니까? 저는 두 분이 몇 년 새 이런 모습을 하고 계시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제 알 것 같군요.”
이경재는 술잔을 홀짝이고 있는 오태영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패기가 넘쳐요. 그리고 정확하게 정치적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 같습니다. 오늘 보도된 인터뷰만 봐도 나를 오 의원과 김 대표와 엮어 무능하고 구태적인 인물로 만들었어요.”
오태영은 이경재의 말 속에서 은연중에 자신과 김민수를 무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정현석까지도.
“이 장관님, 정현석 그 친구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은 저 친구가 왜 저렇게 할까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어느 순간 정현석이 짠 판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실 겁니다. 세 수 앞을 보는 친구예요.”
“하하, 그거야 오 의원님께서 너무 무르셔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밖에 있나?”
이경재는 오태영의 말에 크게 웃으며 밖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고,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서류 봉투를 하나 건넸다.
“읽어보시지요.”
자신을 향해 서류 봉투를 건네오는 이경재의 얼굴을 바라보던 오태영은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넘겨받아 안에 들어있던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친구 너무 젊을 때 정치에 입문해서 정치인 이전에는 뭐가 걸리는 게 없더군요. 물론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도 뭔가 큰 꿈을 꿨는지 주변 관리를 굉장히 깔끔하게 했고요.”
오태영은 이경재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지난 정권 말을 휩쓸었던 사찰 정국 속에서도 정현석은 마치 정치인이 되기를 어릴 때부터 다짐한 사람처럼 어떤 비위 사실도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이겁니까?”
“예. 그 친구의 집안은 결국 대기업입니다. 긁어 부스럼이 안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오태영은 이경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이경재가 건넨 서류에는 정현석의 아버지 정필상이 경영하는 태산그룹의 비위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 친구 자신이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발언을 꽤 많이 했더라고요.”
“본인부터가 젊지 않습니까?”
“하하, 어쨌거나 청년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며 말해왔는데 요즘 청년들 제일 고민이 뭡니까? 취업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본인 가족 회사에서는 명퇴자들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게 고용 세습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하지만, 이것은 정 의원의 직접적인 비위 사실이 아닌데 이걸로 되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그저 성인군자인 척 제 혼자만 도덕적인 사람인 척하는 인간의 몸에 아주 작은 생채기 하나만 내면 되니까요.”
“언제 발표하실 예정입니까?”
“그거야 오 의원께서 고민하셔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요?”
이경재는 자신을 향해 되물어오는 오태영을 바라보며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듯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답답하십니다. 제가 나서서 얻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철저하게 지지율 최하위인 오 의원이 나서야 합니다.”
“결국, 또 제가 나서는군요.”
“하하, 불만이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 대표가 되어야 오 의원님도 살지 않겠습니까?”
이경재의 말에 오태영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장관님께서 평생 공무원 관료로 살아오셔서 정치에 대해 잘 모르실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제 착각이군요. 하지만 여의도를 너무 우습게 보진 마십시오. 전국을 도는 합동 연설회가 끝나고 여론조사 기간이 시작되기 전으로 회견 일정을 잡겠습니다.”
“하하, 어쭙잖은 충고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좋습니다. 술 한잔 더하시고 가시지요?”
“됐습니다. 이 장관님 많이 드시고 나오십시오.”
오태영은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나가버렸고 이경재는 혀를 차며 오태영의 좁은 속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