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10
109. 전당대회 (5)
「오태영 기자 회견에 발칵 뒤집힌 보수당 전당대회.
오태영 보수당 국회의원이 기자 회견을 한 가운데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보수당 내부의 분위기가 한마디로 뒤숭숭하다.
오태영 보수당 당 대표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 회견을 가지며 당 대표 후보인 이경재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직시절 입법 로비 정황을 포착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태영 의원은 이경재 전 경제부총리는 2012년 정부가 제출한 관광진흥법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퇴임 이후 최대 혜택을 본 해당 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업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경재 전 경제부총리의 도덕 윤리관에 문제가 있다며 성토했다.
현행법상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업무 관련 분야에 재취업하지 못하며 2년간 재취업 대상업체와 공무원 재직시절 직무 간의 연관성을 심사받아야 함에도 이경재 전 경제부총리는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이 전 경제부총리는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지 않아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행정부는 이 전 경제부총리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익명으로 행정처분을 고시했었다.
이 전 경제부총리는 과태료 처분을 받고도 사외이사직을 사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지의 기자가 수차례 캠프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어떠한 대응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한편, 오태영 의원은 정현석 후보의 가족이 경영하는 태산그룹의 고용 세습에 관한 의혹도 제기했으며 정현석 의원은 재빠르게 기자 회견을 개최해 사과와 태산그룹의 고용 세습에 대해 그룹과 노조에 시정을 요구했다.
-한울신문 한상호 기자」
“미안하다. 늘 태산이 내 발목을 잡네.”
지훈과 정현석은 전당대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로 이동하는 차 안에 있었다.
“의원님, 태산그룹이 의원님을 발목을 잡아 올 것은 이미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태산그룹의 존재가 의원님께 도움 되는 부분도 분명 있으니 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 미안하니까 그러지 인마 아니 오태영 그 양반도 참 내가 밝히라고 했다손 쳐도 진짜로 밝히냐.”
정현석은 지훈의 말에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오태영의 얘기를 꺼냈다.
“저는 이번 오태영 의원의 행동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
“네. 비록 태산그룹과 노조의 좋지 않은 관행이 만들어낸 불법행위였지만, 의원님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으셨고 또 언젠간 맞아야 할 회초리였다면 지금 맞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 오 의원 그 양반이 도움이 됐단 말이지?”
“네. 오태영 의원 입장에서는 미리 회초리를 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너무 오 의원을 좋게 보는 걸까요?”
“응. 그건 네가 오바하는 걸 수도.”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킥킥거리며 대꾸해왔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오태영이 나에 대한 기자 회견을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냐?”
“예상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당 대표 후보가 여론조사를 앞두고 기자 회견을 잡을 정도라면 우리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번 떠볼 가치가 있는 싸움이었고요. 제가 급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결과가 나쁘지 않게 처음 생각한 방식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 어쨌든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태산의 일은 흘렸네.”
지훈은 자신을 향해 말해 말해오는 정현석의 얼굴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뒷수습이 중요합니다. 태산그룹에서 해당 일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의원님께서 시정될 때까지 신경을 써주셔야 합니다.”
“그건 걱정하지마. 아버지가 요즘 경영에서 손을 떼고 형한테 다 넘겼다더라고, 형이랑 통화했는데 단체협상 때 폐지하는 방향으로 거론하겠다고 했어.”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 안에서 문서를 꺼내 정현석에게 건넸다.
“당 대표직 수락 연설문입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느라 늦게 준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현석은 지훈을 보고 피식 웃고는 연설문을 숙지하기 시작했다.
**
보수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수도권의 한 컨벤션센터에는 많은 지지자가 관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단상 위에 준비된 자신의 자리로 찾아가던 정현석은 미리 와서 앉아 있던 오태영과 이경재를 발견하고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 한판 싸운 듯 몸을 서로에게서 돌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는 겨우 웃음을 참고 오태영을 향해 손을 건네는 정현석이었다.
“오 의원님,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크흠······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승복하기로 합시다.”
오태영은 마치 자신 있다는 듯 정현석의 손을 마주 잡고는 그렇게 말해왔고, 정현석 또한 피식 웃으며 오태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님, 잘 부탁드립니다.”
정현석은 옆자리에 있는 이경재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이경재는 정현석의 손과 인사를 무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현석은 그런 이경재의 모습을 보고는 손을 거두며 신경을 껐다.
잠시 후, 본격적인 전당대회가 시작되었고, 기호 1번인 정현석은 연설을 시작했다.
한참 자신이 시행할 공약들을 발표하던 정현석은 연설의 마무리 부분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혹자는 저에게 대권 욕심 때문에 당내 비판만 한다며 그럴 거면 당을 나가서 하라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저 정현석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만 이 당에 없다면 내가 비판할 이유도 없다고 말입니다.”
정현석은 진심이 담긴듯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제가 이 당을 개혁하다 제풀에 꺾일지언정 저는 이 당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대의원 동지 여러분 저 정현석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당원동지 여러분의 지지로 보여주십시오.”
큰 스크린에 비치는 정현석의 모습은 어떠한 확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여러분께서 제 손을 잡아주신다면 저 정현석은 우리 당이 다시 국민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당을 만들어 10년, 20년 집권할 수 있는 그런 수권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정현석은 연설을 끝내고 무대 위에 준비된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고 사회자가 다음 순서를 알려왔음에도 행사장 내에는 정현석의 이름이 크게 울려 퍼졌다.
이경재는 자신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언론과 진보당, 사민당의 논평에 위축이 된 건지 연설 내내 힘이 없는 모습을 보였고, 오태영은 한때 자신이 왜 이 당의 대권 주자였었는지 보여주는 연설을 마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 간단한 축하 행사와 김무길 비상대책위원장의 퇴임사가 진행되었다.
잠시 후, 당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이 연단 위로 올라와 전당대회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제9차 전당대회 당원 모바일, 현장투표 선거인단 총 35만 4923명 중 당 대표 선거의 경우 12만 4957명이 투표해서 투표율은 35.2%를 기록했습니다. 최고위원의 경우는······.”
정현석 의원실 보좌진들은 선거관리위원장의 발표를 들으며 긴장되는 듯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지훈 또한 자신을 향해 건네오는 막내 비서의 손을 잡고는 발표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은 개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개표 결과는 당원 모바일 투표와 대의원 현장투표 그리고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기호순으로 발표하겠습니다. 여론조사결과는 후보별 지지율과 이를 선거인단 득표수로 환산한 결과를 발표합니다.”
무대 위의 정현석 또한 긴장되는 듯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청년 최고위원과 최고위원 순으로 결과가 발표되었고 이윽고 당 대표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기호 1번 정현석 후보 7만 2413표.”
정현석의 득표수가 선거관리위원장의 입에서 나오자 정현석은 됐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고, 막내 비서와 박주미는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기호 2번 오태영 후보 1만 9701표, 기호 3번 이경재 후보 3만 2843표.”
이경재는 자신의 득표율을 듣고는 고개를 푹 떨궜고, 오태영은 당당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서 선거관리위원장은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고, 이변이란 없다는 듯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았던 정현석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보수당의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 당선자를 선포하겠습니다. 당헌 제 28조, 제 29조 3항에 의하여 보수당의 당 대표로 기호 1번 정현석!”
선거관리원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정현석의 이름을 호명하자 지지와 당원들은 정현석의 이름을 환호했고, 모든 당선자의 발표가 끝나자 축포와 함께 정현석은 당선자 수락 연설을 위해 연단으로 향했다.
연단 옆에 서서 깊숙이 고개를 숙인 정현석은 한참이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정현석은 붉어진 눈시울로 연단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족한 저를 믿고 당 대표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겨주신 당원동지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늘 결과는 저 정현석의 승리가 아니라 당의 개혁 임무를 완수하라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정현석은 결연한 눈빛으로 정면을 주시하며 연설을 이어나갔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 그리고 더 나아가 총선승리를 바탕으로 당당하게 우리 당의 집권을 향할 것입니다.”
정현석은 이후로도 오태영과 이경재에게 수고 인사를 전했고, 선거기간에 자신에게 제기되었던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사과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단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었던 낡은 이념 논쟁은 퇴출하고 우리 당의 개혁을 넘어 국민의 곁으로 다가가 수권정당으로 만들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리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관중석에 앉아 있는 당원들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처절한 과거 반성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 우리는 뒤를 돌아봐야 합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정현석은 이어 시선을 정면에 있는 카메라로 돌려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 정현석은 처절한 반성과 그에 따른 행동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거두었던 관심을 다시 한번 되돌려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 당은 국민 여러분의 생활 속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저 정현석이 온몸 바쳐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현석은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왔고, 행사장 내에서는 오랫동안 정현석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
“정현석 대표를 위하여!”
“위하여!”
전당대회가 끝난 당일 밤, 정현석의 집에는 정현석과 의원실 식구들이 모인 조촐한 축하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사모님 좋은 날 한마디 하셔야죠!”
박주미가 정현석의 아내인 김선영을 향해 말을 건네자 부끄러워하던 김선영은 보좌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 이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반대했어요. 사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형편없었거든요.”
김선영의 말에 보좌진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정현석은 머쓱해진 듯 코를 훔쳤다.
“그런데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았는데도 저는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몰라봤었어요.”
김선영은 붉어진 눈시울로 정현석의 손을 잡고는 지훈과 보좌진을 바라보았다.
“저는 여러분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제 남편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선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지훈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지훈 또한 김선영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염치없고 송구스러운 부탁이지만, 조금만 더 이 사람의 진면모를 나와 여러분뿐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이 사람 옆에 있어 주세요.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리고 있나요?”
김선영의 물음에 보좌진들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김선영은 그런 보좌진들을 향해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해왔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조금씩 술기운이 돌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았다.
“너한테 난 뭘 해줘야 하냐.”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아직도 네가 당양 선거 캠프 사무실에 찾아 왔을 때가 기억난다.”
정현석은 멍하니 지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린놈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후보님은 바른 사람이십니다 라고 말하는데 난 그게 고맙더라고.”
“…”
“국회 처음 등원하던 날, 나를 보며 세상을 한번 바꿔보겠다고 말하라는 듯한 네 두 눈을 보면서 이 새낀 도대체 나의 뭘 보고 그러는가 싶었거든, 근데 나를 향한 그 기대감이 좋았어.”
지훈은 정현석을 바라보며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때 처음 느꼈거든 어찌 보면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의원님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정현석은 자신을 향해 말해오는 지훈의 얼굴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제 기대를 넘어 국민의 기대에 배신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계신다면 제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의 길잡이가 되어 의원님을 모시겠습니다.”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감격이 북받치는 듯 대답 대신 연신 고개만을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