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2
012. 국회의 꽃, 국정감사 (2) >
의원실을 박차고 나온 지훈은 국회 도서관으로 향했다.
국회 도서관에 도착한 지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웅천시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신문사에서 기사를 내긴 했지만, 보통 이런 사건은 지방지에서 더 자세히 보도하기 때문에 지훈은 충청 지역의 신문을 위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계속 기상문제가 아니라 하고, 해양연구원도 계속 기상문제로 떠넘기는 거 보니 확실히 구린내가 풀풀 나긴 하네.’
지훈은 사건을 파면 팔수록 나오는 문제들을 보며, 정현석이 꽤 큰 건을 물어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명사고가 났으니 해양연구원은 연안개발 연구본부 쪽에서 계속 보도자료를 내고 있고, 기상청은 대변인이 직접···. 흠···.’
지훈은 기사에서 나온 이름 몇 개를 메모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서울에 있는 한국대학교에 도착한 택시는 지훈을 내려주고선 큰 소음을 내며 서둘러 출발했다.
지훈은 오늘 종일 서울에 있는 대학교란 대학교는 다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교수를 만났지만 하나 같이 자신이 원하는 답을 내주지 못했다.
‘아이고, 꽤 강직하다 생각했던 교수들도 관의 눈치들을 그리 보니···.’
지훈이 만난 대다수의 기상학과 교수들은 대답을 회피하거나 명쾌한 답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상청이나 상위부처인 환경부의 눈치를 노골적으로 보고 있었다.
‘연구 용역비 때문이겠지···.’
대학교수들은 자신의 연구비를 정부나 관련된 기관, 민간 기업에서 타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지훈은 여러 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에서 빗금이 쳐지지 않은 마지막 사람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 양반은 진짜 찾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한국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 내에 속한 기상관측소 건물 앞에선 지훈은 각 연구실 앞에 적힌 교수의 이름을 살피고 있었다.
마침내, 자신이 찾던 사람의 이름을 발견한 지훈은 연구실 문을 두어 번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창 무언갈 타이핑하고 있는 남자는 지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자 의문스러운 눈치로 물었다.
“누구···?”
“안녕하십니까, 정현석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비서 김지훈이라고 합니다.”
지훈은 그리 말하며 정장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지훈의 명함을 받은 상대도 명함 지갑을 꺼내 지훈에게 명함을 건넸다.
지훈은 순간 자신도 명함 지갑을 하나 살까 생각하다가 상대방이 건넨 명함을 바라보았다.
한국대 지구환경과학부 정교수 이주환이라고 적힌 명함을 지켜보던 지훈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이 양반, 벌써 정교수네?’
지훈은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이 교수의 시선에 눈을 맞췄다.
순간 이주환은 아차 하며 자신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자리에 앉은 이주환은 말을 꺼냈다.
“무슨 일로 국회 비서분이 저를···.”
지훈은 이주환의 물음에 미리 출력해온 기사를 꺼내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이번 향도 해일 사건에 대해 자문을 좀 얻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귀중한 연구 시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도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훈의 말에 이주환은 지훈이 건넨 기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기상청과 해양연구원의 말이 전혀 달라,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이라 저희 의원님께서 많이 답답해하십니다.”
“웅천 지역구 의원이신가 봐요?”
“아뇨, 지역구는 아닙니다만, 국회에서 1인시위 하시는 분 모습을 보시고···. 저희 의원님이 국토해양부 소속이십니다.”
지훈은 이주환의 물음에 말끝을 뭉개며 답을 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연관이 있으시겠네요.”
이주환은 지훈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만요라고 중얼거리며 어질러진 책상 위에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한참 뒤지던 주환은 여기 있다고 혼잣말하며 두꺼운 자료를 가지고 지훈 앞에 다시 앉았다.
“이게, 사건 당일의 기상자료입니다.”
지훈은 이주환이 건넨 자료들을 읽어봤지만, 전혀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들이 적혀 있어서 난감했다.
“저, 제가 이걸 봐도 잘 모르겠네요.”
지훈의 말에 주환은 웃으며 설명을 했다.
“여기 보시면 이번 향도 해일 사건과 같이 너울성 파도는 보통 지진이나, 바람이 원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다른 변수도 있지만, 확률은 낮습니다.”
지훈은 자신에게 강의하듯 설명하는 이주환의 말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뒷장을 넘겨 보시면 당일 기상청, 미국의 지질조사국, 중국의 지진국의 자료를 보시면 지진은 없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럼···.”
“예, 다음 장을 보시면 NASA의 연구용 인공위성에 의해 당일 중국 산둥반도 유역에서 30노트(knot) 이상의 해상풍이 분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지훈은 이주환이 가리킨 위성의 사진을 보니 여전히 잘은 모르겠지만 감은 잡히기 시작했다.
“30노트의 해상풍이 어느 정도입니까?”
“초당 약 15m의 바람이 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정도의 바람이 불면 최대 6m 높이의 파도를 동반합니다.”
지훈이 여전히 감을 못 잡은 거 같아 보이자,
이주환은 중학생 수준의 지구과학을 가르치듯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통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부터는 소형 태풍이라고 부릅니다. 그 정도의 풍속이면 건물에 붙어 있는 약한 간판을 날려버릴 수도 있죠.”
“아, 그렇군요. 교수님의 설명대로라면 산둥반도에서 큰 해상풍이 관측되었다. 이건데 산둥반도면 서해를 통해 한반도와 마주 보고 있긴 하지만 멀지 않습니까?”
지훈의 질문에 이주환은 슬슬 자신의 설명을 따라오는 지훈을 가르치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다시 뒷장을 보겠습니다. 12시간 뒤인 제주도의 해상 기상 관측자료입니다. 30노트의 해상풍이 관측되었습니다.”
“그럼 산둥반도에서 일어난 바람이···.”
“네, 그 강풍대가 제주도 남쪽으로 이동했겠죠.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향도에도 25노트 이상의 강풍이 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럼 기상청은 왜 그렇게 발표했을까요?”
“그거야, 정치하시는 분들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주환의 말에 지훈은 생각에 잠겼다.
기상청이 그날 기상엔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한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예보를 미리 하지 못했으니까.
‘사전경고가 전혀 없었고, 이 문제로 인명사고가 나니 덮기에 급급했구나.’
그렇게 생각을 마친 지훈은 이주환을 보며 불편한 부탁을 하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 교수님, 혹시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국정감사요?”
“네, 자료도 직접 만드셨고 나오셔서 저한테 설명하시듯 설명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야 뭐 상관은 없습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는 이주환의 모습에 지훈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이 일로, 관련 기관의 연구용역을 못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제 걱정은 마십시오. 이래 봬도 정교수입니다.”
“정년 보장을 받으셨습니까?”
“테뉴어 트랙(tenure track.정년보장심사전) 중입니다.”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지훈이 이주환이 괜찮다는 데도 계속해서 걱정하듯 묻는 이유가 있었다.
이주환은 정년을 보장받은 게 아니라 보장받기 전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수라도 정년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3~4년마다 실적을 평가받아야 했다.
그 실적에서는 연구실적과 수주도 포함되어있었다.
“마침 교수 생활도 지겨워지기 시작했고 말입니다.”
지훈은 다시 한번 이주환에게 증인으로 서주겠다는 확답을 받고선 연구실을 나섰다.
건물을 나선 지훈은 마치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 쓴듯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하···. 저 양반의 권력욕은 젊을 때부터였네···.’
지훈은 마지막 말을 하던 이주환의 얼굴에서 한 줌의 권력욕을 읽었다.
아마도 이번의 사건으로 이주환은 권력에 한발 다가서길 원하는 것 같았다.
이전 삶에서의 이주환은 국회의원을 하다 교수 시절 작성한 논문이 표절인 것으로 밝혀져 재선엔 실패한 인물이었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잃은 비극이, 누군가에겐 책임을 떠넘겨야 하는 일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권력을 향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지훈은 무거운 발걸음을 터덜터덜 이끌며 어느새 해가 진 한국대학교의 교정을 걷기 시작했다.
**
다음날 지훈은 의원실로 출근하는 정현석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한 뭉치의 서류를 들고 들어오는 지훈을 바라본 정현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서류 들고 들어오지 말고 그냥 말로 설명해. 이쯤 되면 내 스타일에 맞춰줄 때도 되지 않았냐?”
“제가 보고 설명해야 합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는 정현석을 가볍게 퇴치하고는 자리에 앉아 이주환에게 들었던 걸 정현석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좋아, 기상청의 행동은 이해했어. 그럼 해양연구원이랑 웅천시는 왜?”
지훈은 따로 밤새 준비한 자료를 펴들고 정현석의 물음에 답을 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점의 사진을 보시면, 안전 펜스는 있지만,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게 길을 터놓은 모습입니다.”
“어, 그러네. 그냥 한쪽이 뻥 뚫려있네.”
“네, 그 부분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연안 시설 관리문제는 지방정부인 웅천시가 담당이라···.”
“야, 진짜 존나 흥미진진하다?”
지훈은 자신의 설명을 끊고 남 얘기를 듣는 듯 재미있게 듣고 있는듯한 현석의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웅천시는 더 큰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전에 자연재해로 빠르게 규정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사망자의 세대주에게는 천만 원, 세대원에게는 오백만 원만 위로금 조로 지급하면 되니까요.”
정현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람 목숨값치곤 형편없네. 그럼 해양연구원은 뭔데?”
“해양연구원은 사고지역 외해에 해일을 조사하기 위한 장비를 설치했었습니다.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고요.”
“그래서, 네가 내린 결론은 뭐야?”
“기상청과 해양연구원, 웅천시 세 기관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좋아. 난전이라는 거네.”
“일단 기상청은 환경노동위, 웅천시는 행안위 소속이라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 부분은 여론을 움직이고. 해양수산부 밑에 있는 해양연구원은 피감기관이니 국정감사에서 조질 수 있습니다.”
“여론을 움직여?”
지훈은 정현석의 질문에 자세하게 답하기 시작했다.
“국정조사에 기상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져온 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람입니다.”
“그래?”
“네, 의원님이 그분에게 질의하면 이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 언론을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입니다.”
“좋아, 보자···. 국정감사가···.”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입니다.”
지훈의 결론에 현석은 지훈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수고했다. 진짜 해낼 거라곤 생각도 안 했는데. 새끼, 내가 배지 단 거보다, 너 만난 게 더 기뻐 인마.”
지훈은 자신을 칭찬하는 현석을 볼 때마다 낯설었다.
원래 곧잘 칭찬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한 번씩 과장되게 큰 칭찬을 하곤 했다.
지훈은 현석의 방에서 나와 인턴으로 채용한 입법보조원들에게 재난 해일 대비 시스템을 자세하게 파보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자리에 앉아 현석이 데려온 노인에게 전화했다.
“할머니, 저희가 웅천시의 과실이 있는 자료를 좀 찾은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올해 안에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아이고 젊은 양반, 정말 고마워
지훈은 노인의 감사 인사를 들은 후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자료와 국정감사 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끝
ⓒ 네시십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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