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2027 – 2028 프리미어 리그 개막
드디어 2027 – 2028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하였다.
개막전, 1라운드 첫 경기는 오랜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한 브렌트퍼드 FC(이하 브렌트퍼드)와 첼시의 서런던 더비였다.
“파비오 사키 감독이 블루스를 이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것이 바로 마리아 소냐의 능력이지 여름 이적 시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첼시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지만 마리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그녀가 파비오 사키만으로 이번 이적 시장을 마무리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느끼고 있을 거야.”
나는 존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가 그렇게 대단한가? 아직 이쪽 세계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잖아?”
“그것이 무서운 점이지. 그녀는 보통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없어. 철저하게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감? 알 수 없는 호기심? 위험을 무시하는 과감함? 이런 것들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일을 진행할 줄 알아. 소문에 의하면, 첼시의 선수들은 그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사키 감독의 훈련 스케줄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행 중이라는 말이 들리고 있어.”
“아, 아! 사키 감독의 훈련도 악독하기로 유명하지. 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만큼은 아니라는 데에 내 연봉을 걸 수 있어.”
“후후!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축구에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쪽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녀가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거야. 이제는 소식을 알 수 없는 로만도 파비오 사키를 첼시로 데려오지는 못했을 테니까.”
“그녀가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것은 인정하겠어. 그리고 우리의 훈련이 힘들다는 한의 말도 맞아. 첼시가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어. 난 내일 훈련이 부디 몸을 회복하는 데 맞춰져 있기를 바랄 뿐이야.”
내 말에 존이 피식 웃었고, 맞은편에서 아슈르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게요. 1군 훈련이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슈르 옆에 앉은 건지 뻗은 건지 모르게 퍼져 있는 맥스가 조금은 풀린 눈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 녀석은 지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첫 경기고, 뭐고 간에 빨리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싶겠지만, 나와 아슈르가 이곳에 있는 이상 발이 떨어지지 않겠지.
뭐, 미안해도 어쩔 수 없다.
몸이 힘든 것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두 시간 늦게 잔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괴로운 상황에서도 상대의 경기 영상을 봐 두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몸이 힘들 때, 정신력으로 어떻게 집중할 수 있는지도 배울 수도 있다.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들을 나무 테이블 위로 세팅하기 바빴던 민석이 형이 맥주 한 캔을 존에게 던져 주며 소리쳤다.
편의점 입구에서 민석이 형과 마주쳤던 여인을 향한 관심은 이미 접어 두었다.
솔직히 차에서 내려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서 뭐 어쩌겠나 싶었다.
왜 울었는지 물을 수도 없을 것이 뻔했고, 또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생판 모르는 남과 다름없는 사람인데.
그녀에게 자꾸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다.
아슈르의 말대로 나 역시 내일 훈련은 고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인에게 호기심에 이끌려 시간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토마스?”
“아니. 난 탄산수가 좋아.”
민석이 형이 술을 즐기지 않는 토마스에게도 권하는 시늉은 했지만, 역시 토마스는 사양했다.
나도 자꾸 고개를 드는 생각을 저 밑으로 눌러 버리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승격 팀 브렌트퍼드는 첼시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와! 한. 봤어?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 상대했던 AC 밀란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거 같아.”
“그래. 적어도 그라운드를 나누어 확실하게 압박하는 지역 방어만큼은 로쏘네리(AC 밀란의 별명)와 비슷해. 점점 체계가 잡히면 짜증이 나겠어.”
나는 아슈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힘을 주었다.
맥스도 제대로 앉아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녀석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귀엽게 보였지만, 그래도 반짝이는 눈망울이 첼시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이다.
오늘 받은 훈련이 힘들었다고, 지금 이 경기를 보지 않고 잠이 든 녀석들이 다음 첼시와의 경기에 만약 나가게 된다면?
사키 감독의 지역 방어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집중해서 보게 된다면, 첼시와의 경기에서 압박에 적응하는 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이런 차이가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누가 선발로 계속 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우와! 진짜 압박이 장난 아니네요!”
“그래도 아직 100%는 아니다.”
“그게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지금의 압박만으로도 이렇게 숨 막히는데!”
“사키 감독의 지역 방어는 리버풀의 사면 압박의 기초가 될 만큼 훌륭한 전술이지. 보통 선수들의 포지션별로 그라운드를 1선에서 4선, 혹은 골키퍼까지 5선으로 나누고, 선수들에게 대인방어로 상대를 막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기준으로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함께 압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야.”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맥스가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지금 당장 이해하려고 하지 마. 한 번에 깰 수 있는 전술이 아니니까.”
“예. 그건 알 것 같아요. 적어도 첼시를 상대할 때는 개인기로 돌파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뚫어도, 뚫어도 다음 상대가 계속 지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정확해!”
나는 맥스에게 엄지를 보여 주었다.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었다.
맥스가 나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래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밖에 없어요. 그것도 짧게 주고받는 빌드 업과 길게 때려주는 카운터가 수시로 나와야 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하! 하! 하하하하하하하! 맥! 너 진짜 대단해! 지금 네가 한 얘기. 우리가 거너스의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AC 밀란을 만났을 때, 한이 동료에게 했던 말과 똑같아! 역시 한이 선택한 녀석이구나!”
“어! 아, 아니 저는 그냥…….”
깡 – !
맥스가 당황하는데, 존과 민석이 형이 맥주 캔을 부딪치고 있었다.
첼시가 골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맥. 당황할 거 없어. 네가 본 것,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해. 그리고 나와 아쉬가 도와줄게. 그러니 궁금한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묻고, 느끼는 것이 있으면 숨김없이 이야기해. 미드필더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대로 패스가 연결되지.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마음에 거짓이 없어야 해. 그래야 단순한 페인트에 상대가 쉽게 걸려들게 되는 거니까.”
“아……, 예.”
“어려웠구나?”
“예! 솔직히 첼시의 압박 전술보다 묠니르의 말이 더 어려웠어요.”
“뭐? 하하하하하! 그럼 내가 보여 주는 수밖에. 그리고 사키 감독의 압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도.”
나는 킥오프로 시작한 브렌트퍼드의 공격에 다시 지역 방어로 압박을 시작한 첼시를 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이번 시즌 첼시가 누구의 밑에서 어떤 전술을 들고나와도 나는 철저하게 박살 내버 릴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이미 예전에 마음먹었던 일이었으니까.
* * *
“뭐야! 왜, 또!?”
“이건 말이 안 돼! 우리를 죽이겠다는 게 아닐까?”
“모, 모르겠어! 오늘은 기자들까지 왔는데? 내일이 바로 1라운드 경기라고!”
8월 14일 토요일 오전.
러시 그린 훈련장 외곽을 가벼운 러닝으로 돌고 있는 선수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라운드 위에는 어제와 똑같은 훈련 기구들이 세팅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일이 1라운드 경기였기 때문에 진짜 오늘만큼은 회복을 위주로 강도가 약해질 것을 기대했지만,
삑!
삑!
삑!
영 코치의 휘슬은 어제와 다름없이 같은 간격을 두고 울리기 시작했다.
“내가 듣기로는 말이야. 이번 주 웨스트햄의 훈련은 계속 이런 식이었다고 하던데?”
“맞을 거야. 나도 여기 보안 직원에게 직접 들었는데, 날마다 선수들의 비명을 들었다고 하더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 날씨도 더운데, 아니! 날씨를 떠나서 내일은 바로 1라운드 경기란 말이지! 그것도 원정 경기 말이야!”
“뭐, 나중에 인터뷰 때 잘 물어보자고. 그랜트 감독의 생각이 무엇인지 말이야.”
“하! 그래도 선수들 표정 좀 봐. 원래 웃음이 끊이지 않는 러시 그린 훈련장이었는데 말이야.”
“선수들의 인터뷰는 따기 힘들 거 같지?”
“그래도 한은 덜 힘들어 보이지 않아?”
“죽을힘을 다해 견디고 있겠지. 이따 내려가서 가장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스탠드를 가득 메운 기자들도 웨스트햄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선수들을 걱정했다.
“그랜트 감독님. 그래도 오늘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습니까?”
“내일이 1라운드 경기입니다. 아무리 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하더라도 원정을 떠나는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텐데요. 선수들이 많이 지쳐 보이는 게 걱정이 되지 않습니까?”
“이번 시즌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많은 경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초반부터 무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래서인지 그랜트 감독에게 질문하는 기자들은 걱정을 속으로 숨기지 않고, 우려를 그대로 표출했다.
“예. 뭐,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훈련을 진행하는 코칭스태프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무쪼록 잘 이겨내 주기를 바랄 뿐이지요. 훈련에 관한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저도 분명하게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내일 리즈 원정은 저희가 승리할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 괜찮습니까? 다른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힘든 것은 알겠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마이크를 내밀지 못하겠습니다. 최근 훈련에 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일 경기, 제대로 뛸 수는 있겠죠?”
결국, 기자들의 마이크는 한치우에게 향했다.
딱 봐도 지금 정상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은 한치우가 유일했다.
기자들은 질문지의 다른 질문은 모두 생략하고 현재 상황에 관한 것만 물었다.
“하아! 하아! 예! 그래도 오늘은 훈련이 일찍 끝났네요! 하하하! 저도 얼른 들어가서 씻고 싶어요. 후! 후우! 예. 지금 정말 모두 힘들어요. 하지만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면, 시원한 가을이 찾아올 거예요. 잘 견뎌야죠. 우리는 해머스입니다. 분명히 더 단단해질 거라고요. 하! 하아!”
기자들은 한치우도 오래 잡을 수 없었다.
이제는 리즈로 원정을 떠날 웨스트햄의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지 직접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해머스는 리즈로 원정을 떠났다.
* * *
“축구를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7, 2028 프리미어 리그 중계방송을 맡은 스포츠 티브이의 캐스터 문언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해설을 맡은 스포츠 내일의 김한식 부장입니다!”
“예! 어제부터 저희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 중계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라운드 경기 대부분이 끝이 났는데, 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대로 강팀 모두 승점 3점을 챙기지 않았습니까? 뭐, 아직도 지난 시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스날이 뉴캐슬 원정에서 어이없게 2 : 0으로 패했지만 말입니다.”
“흠, 아스날은 아직도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죠? 뉴캐슬로 원정 응원을 떠난 팬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요. 그리고 아스날의 지휘봉을 새로 잡은 스페인 출신의 미에라 감독에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 이사를 바꾸며 빠르게 클럽을 정리하고 있는 첼시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런던의 클럽들이 과연! 이번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 주게 될지 관심을 두시면, 프리미어 리그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시각으로 광복절 오후 열 시가 되기 전부터 문언변과 김한식이 경기 중계방송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해설 위원님! 드디어 오늘 그렇게 기다렸던 웨스트햄의 경기가 잠시 후, 대한민국 시각으로 오후 열 시에 킥오프가 시작됩니다. 영국 현지 시각으로는 오후 두 시 경기가 되는데요. 그리고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 아니겠습니까? 한치우 선수가 멋지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솔직히 지금 런던에서 들리는 이야기에는 걱정과 우려가 큰 상황이라서요.”
“예. 저도 몇 번 전화해 볼까 하다가, 일부러 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요. 지난 시즌 웨스트햄은 유럽대항전에 진출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리그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릅니다! 이번 달 말에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추첨이 시작되면 웨스트햄도 별들의 전장으로 떠나야 합니다. 아마 그랜트 감독은 지금 그래도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 조금 더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예. 어제 한치우 선수 인터뷰도 그런 것을 암시했죠. 가을이 오면, 웨스트햄은 드디어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잘 견뎌 주기를 바랍니다! 자! 양 팀의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언변이 선발로 출전할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빠르게 설명했다.
“웨스트햄은 지난 시즌 베스트 멤버가 그대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포메이션도 포백으로 시작하는군요!?”
“예! 아무래도 리즈를 상대로 굳이 수비적인 움직임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죠. 많은 사람이 웨스트햄의 승리를 예상하는 만큼, 과연 1라운드에서 웨스트햄이 몇 골이나 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저도 아까 말씀드렸지만, 한치우 선수가 부디 시원한 골을 터트려 주기를 바랍니다! 웨스트햄 선수들! 이제 어깨동무를 풀고 각자 자리를 잡습니다! 리즈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하겠습니다! 주심! 휘슬을 불었습니다!”
* * *
“하아! 하아! 하아!”
아웃라인을 따라 질주하는 릴의 입에서 거친 숨과 함께 단내가 팡팡 풍겼다.
‘헉! 헉! 뭐야!? 고작 십 분이 지났어!? 젠장!’
멀리 보이는 전광판의 시계는 후반전 십 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헉! 헉! 라커룸에서 나온 지 삼십 분은 지난 것 같은데! 헉! 헉!’
릴은 라커룸에서 잠깐 쉬었던 그 시간이 오래전에 있었던 일 같았는데, 고작 십 분이 지났다는 사실에 두 다리가 더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후반전은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숨은 이미 턱밑까지 차올랐다.
“릴!”
뿌득!
파바바바바바 –
누가 불렀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공이 어디로 떨어지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릴은 아래턱에 힘을 주고 이를 힘껏 깨물며 달리는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투욱 –
‘헉! 헉! 풀백은?!’
정확하게 릴이 예상한 지점으로 떨어지는 공을 발 안쪽을 올려 잘 잡아 두었다.
그리고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려 고개를 들었다.
‘헉! 헉! 아직 여유가 있어! 그런데 나를 상대하던 녀석은 맞나? 헉! 헉!’
풀백인지, 센터백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상대 수비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허억! 헉! 누구든 무슨 상관이야! 빨리 경기가 헉! 끝났으면 좋겠다! 헉, 헉!’
파박!
릴의 다리가 다시 움직이며 그의 몸을 골대 쪽으로 꺾었다.
튀어나온 리즈의 센터백을 순식간에 지나쳤지만, 릴의 눈은 상대를 보지 않고 있었다.
“야! 헉! 헉! 제발 골, 골을 터트려! 헉, 헉! 헉!”
퉁 –
릴은 시야의 왼쪽으로 달려드는 동료를 확인하며 악을 질렀다.
릴의 오른발은 컷백으로 공의 방향을 반대로 전환했고, 뒤늦게 따라온 리즈의 왼쪽 풀백은 이번에도 릴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리고 공은 공간으로 달려드는 한치우를 향하고 있었다.
후반전 십 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의 기대와는 달리 전광판의 스코어는 경기 시작과 똑같이 0 : 0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