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박싱데이
박싱데이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중세시대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도 일해야 했던 하인들에게 다음 날인 26일에 고용주가 선물과 휴가를 주는 날이 기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 상자를 만들어 헌금과 선물을 받은 뒤, 다음 날 성직자가 기부 상자에 모인 물품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종합하면 결국,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에 가난하거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의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 후로 특별 할인이 이루어지는 쇼핑 시즌을 뜻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축구 팬들에게는 전반기와 후반기 일정이 겹치며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가장 빡빡해지는 기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웨스트햄은 지난 12월 18일 프리미어 리그 16라운드 런던 더비에서 첼시 원정에서 3 : 0으로 대패한 이후,
12월 22일 수요일 왓포드로 원정을 떠나 0 : 0으로 비기며 간신히 승점 1점을 획득했고, 성탄절에는 브라이튼을 런던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 데릭의 결승골로 1 : 0으로 오랜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다.
그동안 승리에 목이 말랐던 웨스트햄의 팬들은 오랜만에 버블송을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지만, 아직도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확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저녁이 지난다고 빡빡한 일정도 지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내년 1월 5일까지는 평일에도 리그 일정을 진행해야 하는 지독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아! 좀 가서 쉬라면 쉴 것이지, 또 나와 있어!? 그리고 성탄절인데, 좀 가족과 함께 보내!”
“내일 쉬면 될 일이야. 잔소리하려거든 자네나 들어가.”
“진짜 못 말리겠군! 못 말리겠어! 뭐 하려고 또 여기 기어들어 온 거야? 저번처럼 쓰러지면 또 어쩌려고! 내가 와 보지 않았다면, 깨워 줄 사람도 없는데!”
“아, 진짜! 조금만 정리하고 들어가려고 했어! 자네가 외치는 통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야!”
“으! 내가 참아야지.”
경기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는 시각이었지만, 그랜트 감독의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영 수석 코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러시 그린 훈련장에 와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랜트 감독은 바로 집에 가서 쉬어야 한다는 한스 박사의 말을 듣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영 수석 코치는 친구가 염려되는 마음에 그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지만, 친구의 상태도 걱정되어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빨리 마무리해. 집에는 내가 태워다 줄 테니까.”
결국, 영 코치는 소파에 앉으며 친구가 하는 일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련한 친구.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생각이야.’
영 코치는 그날 앤드루가 보여 준 수첩에서 친구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둘은 서로 비밀을 약속하고, 선수들에게는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한치우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저리 누워 있는데, 여기서 감독의 상태까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악으로 빠질 것이었다.
대신 둘은 한스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뇌동맥류…….’
지금 그랜트 감독의 머리 안에는 시한폭탄이 들어 있었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고, 강도 높은 훈련과 타이트한 일정에 스트레스가 심해진 그랜트 감독에게 한스 박사는 뇌 MRI와 MRA 검사를 권유했었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뇌동맥류.
마음이라도 편해지라고 받아 본 검사에서 그랜트 감독은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아니,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발견한 것이 다행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랜트 감독은 한사코 수술을 거부하며 계속 한스 박사에게 이번 시즌만 마무리하고 치료를 시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련한 친구…….’
영 코치는 일에 집중하는 친구의 모습에 감정이 올라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래. 이번 시즌만 잘 넘기자고. 시즌이 끝나면 함께 은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친구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보는 모리슨 영이었다.
“걱정할 거 없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얼굴에 다 쓰여 있다. 빨리 죽을 생각 없으니까, 인상 좀 펴. 집중이 안 되잖아.”
“이젠 얼굴 갖고 트집이야?”
“그러니 얼굴 펴. 내년 크리스마스는 함께 보내자고.”
“흥!”
“모리슨.”
“왜?”
영 코치는 그랜트 감독이 낮게 부르자, 불안했다.
그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은 일어날 거야.”
“그래. 뭐, 뭐!? 병원에서 연락이라도 온 거야!? 깨어난 거야!?”
“아니.”
“그, 그럼!?”
“그냥 느낌이 그래.”
“노망났어!? 흠, 흠!”
영 코치가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신경 쓰였는지 헛기침을 하며 그랜트 감독의 눈치를 봤다.
그렇다고 한치우가 깨어날 거라는 이상한 확신을 하는 친구의 말을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일어나. 더 늦으면, 나도 연락할 수밖에 없어.”
“알았어. 오 분만, 오 분만 주라고.”
“아니, 뭐 하는데? 19라운드 선발 명단이라도 맞추려는 거야?”
영 코치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랜트 감독의 책상 가까이 붙었다.
“!”
“준비해 둬.”
그랜트 감독의 말은 영 코치의 귀에 박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하는 것을 봤다면, 알아서 준비할 것이다.
둘이 함께한 세월 동안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었다.
* * *
삐 – 삐 – 삐 – 삐 –
규칙적으로 울리는 장비의 신호음이 조용한 병실에서 소리라는 것을 내주고 있었다.
호흡기를 단 한치우는 여전히 죽은 듯이 누워 있었고, 주위에는 한서우도 보이지 않았다.
삐삐! 삐삐! 삐삐! 삐삐!
그런데 규칙적인 신호음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치우의 이마에서 순식간에 땀방울이 맺히며 호흡기에 습기가 가득 찼다.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팟!
“하 – 악!”
“할아버지 아, 아파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장비의 신호음이 마치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다급해졌을 때, 한치우의 눈이 번쩍 뜨이며 거친 숨을 호흡기로 쏟아 냈다.
그리고 호흡기 안에서 한치우의 입이 열리며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를 불러 댔다.
삐 – 삐 – 삐 – 삐 –
크으 – 후 – 크으 – 후 – 크으 – 후 –
하지만 장비는 다시 원래의 신호음으로 돌아가며 한치우 역시 눈을 감은 채, 그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스으으 –
아쉽게도 병실의 문이 열린 건 그다음이었다.
조용히 병실의 문을 닫고 최대한 조심하며 들어온 사람은 퓨어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루 지나버 렸지만, 그래도 인사는 전하고 싶었어요. 미스 한은 오랜만에 편히 쉬고 있을 거예요. 그동안 병실에서 오래 지냈으니까. 대표님은 이따가 오실 거예요. 그전에 제가 잠깐 들른 거죠. 이모님은 리옹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고 돌아오신다고 했어요. 아마 내일 치료가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실 것 같아요. 음, 그리고 아! 어제 경기는 이겼어요! 오랜만에 이겨서 그런지 다 좋아했어요! 사무실 분위기도 살아났고…….”
침대 옆에 놓인 바퀴 달린 의자에 앉으며 퓨어는 인사와 경기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녀에게는 일상이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날마다 병실을 찾아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한치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이 시간이 그녀에게는 소중했다.
“그래도…… 당신이 깨어나는 것이 가장 기쁜 소식이겠죠. 어서 일어나세요. 지금은 그것만을 바랄 뿐이에요. 항상 기도하고 있어요. 당신이 깨어나기만을…… 저도 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냥 당신의 붉은 눈을 보고 싶어요.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관없어요. 그리고 목소리도 듣고 싶어요. 물론, 깨어나면 저는 또 당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테지만요.”
퓨어의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요. 축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요즘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고요. 한국에서의 일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제가 당신이었다면, 너무 괴로워 살기가 싫어졌을 거예요. 그런데도 당신은 더 엄청난 모습을 보여 주었죠. 강한 사람이에요. 정말 강한……!”
계속 말을 이어 가며 한치우의 얼굴을 바라본 퓨어는 그의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따, 땀……?”
퓨어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한치우의 이마를 짚었다.
‘뜨거워! 그리고 축축해!’
그러고 보니 호흡기에 습기가 전보다 많이 찬 것도 같았다.
한치우의 몸에 달린 의료 장비의 숫자는 읽을 줄도 모른다.
하지만 한치우가 누워 있는 동안 땀을 흘리거나 체온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타라락 –
바퀴 달린 보호자용 의자를 뒤로 밀며 퓨어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기요!”
그녀가 더 자세히 살폈다면, 봤을지도 모른다. 한치우 얼굴에 흐른 눈물 자국을.
* * *
칼튼이 쉽의 바에 앉아 있었다.
“이번 박싱데이는 정말 지독해.”
“우리가 유럽 클럽 대항전에 진출한 덕분이지.”
“일정이 빡빡한 것을 두고 말하려는 게 아니야.”
“선수들의 부상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묠니르……. 정말 부상이 맞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
“구단 수뇌부에서 하는 이야기를 믿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어.”
탁 –
숄이 위스키 한 병을 꺼내서 바 위에 올렸다.
“얼씨구? 맥주나 줘.”
“그냥 마시자. 오늘은 나도 오랜만에 가게 쉬는 날인데.”
“좋지!”
둘은 유리잔에 얼음을 채워 천천히 위스키를 넘겼다.
“테드의 소식이 들리더군.”
테드의 이야기를 꺼내는 숄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죽여 버릴까?”
“그 새끼는 우리가 손대지 않아도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 비겁한 성격으로는 절대 리더가 어울리지도 않지. 가만히 놔둬. 어차피 대마초로 다시 감방에 들어가거나, 어디서 칼이나 맞게 되겠지.”
“그때 내게 대들었던 그 녀석.”
“스노우였던가……?”
“그래. 프랭크 스노우. 그 후로 보이지 않아. 들어 보니 집회에도 나오지 않는다는군.”
“테드에게 갔겠군.”
“그렇겠지.”
쪼르르 –
숄이 칼튼의 잔에 위스키를 더 부었다.
“칼튼, 이상한 생각하려는 건 아니겠지?”
“이상한 생각?”
“아! 미안, 미련한 생각. 멍청한 생각, X신 같은 생각.”
“풋! 하하! 왜 칼 들고 설칠까 봐?”
“새 리더는 생각해 봤어?”
“…….”
“칼튼. 네가 달라졌다는 것은 이제 나도 느낀다. 그리고 네가 달라진 만큼 스노우 같은 녀석들은 계속 생겨날 거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ICF의 이름은 그런 것이니까.”
“딜런.”
“끝까지 들어. 우리가 ICF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어차피 미련한 녀석들은 계속 생기게 될 거야. 그리고 지미 같은 녀석도 계속 나오게 되겠지. 어느 쪽이 진정한 지지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표현의 방법이 다른 것뿐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은 맞아.”
“브라이언은……?”
“뭐……?”
“전에도 얘기했을 텐데, 후 – 우! 한 잔만 더 마시고 그만 마실게. 그리고 전에 말했듯이 적어도 브라이언의 빚을 갚기 전까지는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어.”
“페넌트!”
“테드 그 새끼도 브라이언에게 빚이 있지. 아무리 비슷한 녀석들을 끌어모으며 설쳐 다닌다고 해도, 우리에게 대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브라이언 때문이니까. 숄. 너 역시 마찬가지야. 네가 경기장을 찾지 않고, 여기에 박혀 있는 이유가 브라이언 때문이듯이.”
“젠장!”
“걱정할 것 없어. 나도 이제 경찰서는 지긋지긋하니까.”
“흥!”
쪼르르 –
숄이 칼튼의 유리잔에 다시 위스키를 채웠다.
마지막 잔이었다.
“마지막은 우리의 영웅을 위해 건배하자. 묠니르의 부활을 위해.”
“그래. 묠니르의 부활을 위해.”
마지막 잔에 담긴 위스키가 둘의 목구멍을 향해 뜨겁게 달려갔다.
* * *
월요일 오전.
한치우의 병실 안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평소에 자주 보이는 사람 말고도 휴 실버까지 들어와 있었다.
“어제 오전 열한 시 무렵, 여기 미스 샤렛이 처음 발견하였고, 바로 환자의 몸에 생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알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위험 범위를 초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신경외과 담당 의사가 모인 사람들에게 어제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좋은 변화라는 게 확실한 거죠?”
유소영이 한치우의 손을 잡은 채 물었다.
“물론입니다, 르펜 부인. 한은 의식을 잃은 후, 어제 열한 시 전까지는 신체의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일정한 호흡과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죠. 그런데 처음으로 격한 반응이 생겼습니다. 의사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기서 최악은 아무 변화 없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반대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미스터 실버. 반응과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 분명하지만, 환자가 언제 의식을 회복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니까요.”
의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치우에게 향했다.
“미스 샤렛은 어디 있어?”
유소영이 존을 보며 물었다.
“사무실에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퇴근하고 이곳으로 오겠죠.”
“그녀가 할 일이 많아?”
존은 유소영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리로 부르겠습니다.”
“미안해. 그녀가 능력 있는 직원이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녀도 자격이 있어. 치우가 눈을 뜨는 것을 함께 볼 자격이. 당분간은 치우가 치료하는 것을 함께 보게 해 줘.”
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밖으로 나갔다.
“이모……?”
“서우야.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샤렛에게 고마워하면 그걸로 된 거야.”
“예.”
유소영이 옆에 앉은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치료는 이곳에서 합니까?”
휴가 유소영과 한서우가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의사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수술이나 시술 같은 개념이 아니에요. 여기 있는 의료 장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흥분하시거나 치료에 방해된다고 판단하면 따로 조용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저는 준비를 하고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나머지는 한스 박사님께 물으셔도 충분할 것입니다.”
의사가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한스 박사님.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미 뇌와 관련된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강한 자극을 주는 일도 없고요. 심전도 검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전극이 머리 양쪽에 부착되는 것뿐이지요. 오늘은 전극을 통해 전기를 머리 안으로 보낸 후, 신체의 변화를 살피게 될 것입니다. 아까 담당 의사의 설명도 있었지만,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침착하게 계셔야 합니다.”
휴가 대표로 한스 박사에게 물었고, 한스 박사는 쉽게 설명해 주었다.
스으으 –
한 시간 후, 병실의 문이 열리며 아까 의사를 포함한 세 명의 의사와 간호사 두 명이 의료 장비를 가지고 들어왔다.
제일 뒤에는 직접 데리고 왔는지, 존과 함께 퓨어도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 잠시 물러나 주세요. 한 시간 정도 전기의 양을 조절하며 지켜볼 생각입니다. 한스 박사님께서는 이쪽에서 봐 주시죠.”
사람들은 아예 침대 옆쪽의 소파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에 유소영이 모두 앉을 것을 권했기 때문이었다.
한스 박사만이 침대 끝에 서서 의사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맥박하고, 혈압 체크부터.”
간호사들이 기본적인 검사를 하며 파일에 기록했다.
“이상 없어요.”
“좋아. 천천히 한다. 천천히. 전극을 붙이고, 좋아! 전원 연결했어?”
“예!”
한치우의 관자놀이 위쪽으로 전극이 부착되고,
“전원 올려.”
팟!
“헉!”
“어!?”
“한!”
장비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의사들과 한스 박사의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