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한미 대전 (5)
“아, 아직 안 돼!”
“예?”
“뭐가요?”
VIP룸 안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존이 한치우가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보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에 함께 있던 토마스와 퓨어가 그런 존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아니. 미안해.”
이제는 퓨어에게까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존이었지만, 그렇다고 한치우의 이상한 능력까지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한은 삼십 분 넘게 숨죽이고 있었을까요? 전반전 칠 분, 선제골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평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에요. 저기 안에 있는 스물두 명의 선수 가운데 오직 한 혼자 따로 떨어진 느낌까지 들죠. 저런 모습은 처음이에요. 아! 예. 제가 축구를 다시 본 이후로 처음입니다…….”
“음…… 알렉스의 태클에 충격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예!?”
토마스의 입에서 그냥 나온 말에 퓨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 아니. 좀 끝까지 들어요. 만일 부상이 있었다면, 지금 한이 저기 그라운드 위에 있겠어요? 제가 말하는 충격이라는 것은 타박 같은 거예요. 뭐, 테이블 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치면 한동안 통증이 오는 것처럼.”
“아! 죄, 죄송해요.”
“뭐, 그래도 그런 충격이 삼십 분 넘게 이어지지는 않죠. 그렇다고 해도 경기를 뛰는 축구 선수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말아요. 집중하는 쪽이 다르니까요. 제가 보기에는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려는 것 같은데요?”
“방심이요?”
“저기 보세요. 리누스와 다리오의 수비가 약간 헐거워졌어요. 다리오는 오버래핑 이후에도 하프 라인 위에서 오래 머물고 있죠. 리누스 역시 평소와 달리 중거리 슛을 때릴 정도로 공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음…….”
퓨어가 토마스의 말에 생각을 집중하며 다시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렸다.
존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축구에는 관심도 없던 아가씨가 이제는 누구보다 집중하고 있구나. 특히! 치우의 경기만큼은 누구보다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어. 뭐, 머리가 좋은 아가씨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퓨어? 어때요? 그동안 분석했던 치우의 통계와는 많이 다르죠?”
“예.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보통 상대가 동점 골에 성공한 다음, 한은 평균 14분 이내에 다시 추가 골에 성공하거나 도움을 올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동점 골에 성공하고 20분이 지나고 있는데, 특별한 움직임이 없죠. 전반전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을 생각한다고 해도 10분여. 다, 다행히 저 모습이 바, 방심을 유도한다는 가정이라면, 평소 한의 움직임을 생각했을 때,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추가 골이 나올 거예요.”
“!”
토마스는 페어의 말에 눈이 커졌고, 존은 웃음을 참으려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목소리가 떨린다. 치우를 걱정하는 마음이겠지. 그러면서도 분석은 쉬지 않으면서 확신까지 한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냉정하지 못하지만, 보기는 좋구나!’
“그런데 존?”
존의 생각을 뚫고 토마스가 그를 불렀다.
“왜? 편하게 얘기해. 그러자고 우리끼리만 여기 들어온 거 아니었어?”
“하하! 다른 직원들은 관중석이 더 재미있다고 선택한 거였어요.”
“그래?”
토마스는 존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자, 속으로 웃었다.
셋을 빼고 관중석으로 티켓을 결정한 직원들이 회사 대표를 불편하다고 여겨 VIP 라운지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직원 이야기가 아니라, 아까 AA 직원들과 루치아노의 비서를 봤어요.”
“아! 아! 알고 있어. 여기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이 열리고 있으니까.”
“누구일까요?”
“흠…….”
‘앙헬, 그리고 루치아노. 결국, 해머스에 왔구나!’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두 슈퍼 에이전트가 런던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둘이 직접 온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들이 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해머스에는 에이전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지. 당장 데이비드만 하더라도 제인이 일을 봐주고 있으니까. 필립 역시 ATM으로 이적하며 그때야 AA 소속의 선수가 되었고. 누굴까? 찰스? 조나단? 릴, 마이크, 데릭, 로빈, 폴, 리치, 레이도 될 수 있다. 누구를 데려가도 이상하지 않아.’
“우리가 좀 더 영입하는 건 어떨까요? 솔직히 오고 싶어 하는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고.”
“토마스. 우리가 해머스와 돈독한 관계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하지만 우리는 클럽이 아니지. 예전에 루치아노의 욕심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 한두 명은 데려올 수 있겠지. 하지만 거기에 속하지 못한 선수들은 분명히 섭섭한 마음이 들게 될 거야.”
“예.”
존은 슈퍼 에이전트와 에이전시의 욕심이 축구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개업하고 에이전시 회사의 대표가 되었지만, 건전한 고객 관리만큼은 그가 지키고자 하는 신성한 목표이기도 했다.
“아! 저, 저기!”
그리고 그때, 계속 한치우의 모습에 집중하던 퓨어가 깜짝 놀라 외치고 있었다.
* * *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치는 것을 감수하고 마지막에 적안을 사용하지 않고, PK를 유도하는 게 맞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마디 하는 것도 버거워서 찰스와 맥스에게 조언조차 해 줄 수 없는 내 상태가 씁쓸했다.
부작용이 거셀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회복이 어려울 것은 예상 밖이었다.
벤치 쪽에서 릴과 데릭이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몸을 풀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아 후반전에 뛸 모양이었다.
‘나일까? 내가 나가는 것인가? 어쩌면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 쉬고 싶다.’
“하아! 하 – 하 – 하 -”
아까보다 호흡은 많이 돌아왔다.
덕분에 간단한 연결을 이어 가는 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날카롭게 낮게 깔리는 킬패스나,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 인스텝 킥은 무리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리오가 나를 내버려 두는 경우가 생겼지만, 골대를 향해 질주조차 시도할 수 없었다.
‘여기가 지금 내 한계인가?’
두 무릎에 손을 짚고 힘이 빠진 다리에 무게를 더했을 때였다.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묠니 – 르!!! 묠니 – 르!!! 망치들의 머리 – !!!!!
“응……?”
내 머리 위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은.
“묠니르…….”
휴 실버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는 내 별명.
신의 무기. 천둥을 일으키는 토르의 망치.
“!”
그 천둥이 내 머리 위로 계속 떨어져 내렸다.
온몸에서 닭살이 일어나며 털이란 털은 곤두섰고, 등골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묠니르였다.
이제까지 내가 얻었던 별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이기도 했다.
멋지지 않은가!
심장? 지휘자? 커맨더?
누구보다 악착같이 뛰었기에 대한민국의 심장이 되었고,
공수 연결이 투박한 게 싫어 리오네의 지휘자가 되었고,
동양인이라는 소리에 반발하며 거너스의 커맨더가 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팀을 위한 별명들이었다.
하지만 묠니르는 아니었다.
물론, 해머스의 묠니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묠니르 그 자체로 나를 불렀다.
오직 나를 위해서!
“개새끼야! 아주 배가 불렀구나? 흐흐흐!”
생각해 보면, 아주 겉멋만 바짝 들어 있었다.
스무 살의 신체로 돌아갔다고?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고?
그래서 이 꼴이야?
‘씨팔! 진통제를 달고 살며, 무릎에 가득 찬 물을 빼며, 그동안 뛴 경기가 수백 경기다! 몸살이 나도 해열제를 삼키며 대포 그림이 그려진 붉은 유니폼을 입었었고! 쥐가 나도 바늘로 종아리를 찌르며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붉은 유니폼을 벗지 않았었다! 크크크! 고작 몸이 무거워진 거로, 이 지랄을 하고 있어!? 하하! 병신아! 이게 뛰지도 못할 정도냐? 국가대표도 은퇴한 새끼가?’
왜 이렇게 웃기면서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흐흐흐!”
그런데 내게 욕을 실컷 해서 그런가?
소름이 가라앉으며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다.
‘저 스코어가 문제야.’
이쪽도, 저쪽도 아닌 균형이 맞춰진 숫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삼십 분 넘게 기회를 줬는데도 골에 성공하지 못한 것을 원망해라!’
그래서 희희낙락거리는 리누스와 아리도 얄밉지가 않았다.
“윽!”
움직이지 않으려는 몸에 힘을 잔뜩 주자,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댔다.
파바바바바 –
찌르르한 통증에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억지를 쓰며 빠르게 달렸는데, 이상하게 점점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다.
“하 – ! 맥스! 중앙으로 간다. 후우 – 찰스! 나와 자리를 바꾸자!”
“예!”
“아! 예!”
중앙으로 빠르게 달리며 맥스와 찰스에게 외쳤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전반전은 잠시 후면 끝날 예정이었으니까.
* * *
“아리! 리누스! 경기 끝났어!? 우리가 이겼어? 어!?”
“아, 미안!”
“미안하다.”
미구엘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아리와 리누스는 얼른 표정을 바꾸고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이 새끼들 착각하고 있어! 아이언 실드는 전혀 깨지지 않았다!’
느낄 수 있었다.
만일, 아이언 실드에 금이라도 갔다면, 벌써 득점에 성공해야 했으니까.
“다리오! 언제까지 올라와 있을 거야!”
‘한은? 아직도인가? 다리오가 전혀 긴장하지 않을 정도로? 어?’
미구엘이 하프 라인 위에 올라와 있는 다리오에게 한마디를 하고 뒤를 보는데, 상대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툭 –
“!”
그리고 해머스의 골키퍼가 골킥을 짧게 연결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길어! 내려가!”
미구엘은 불안한 예감에 크게 외쳤지만, 헨리크와 아리가 아래에서 공을 잡는 페어를 감싸려고 달려갔고, 헨리크가 데이비드를, 리누스가 마이크를 향해 압박을 시도하고 있었다.
‘서, 설마!?’
퉁 –
페어는 포위되기 전에 공을 길게 반대쪽으로 넘겼고,
파바바바바 –
미구엘이 어떻게든 타이밍을 뺏어 보기 위해 달렸지만,
뻐어 – 엉!!!
발등으로 떨어지는 공을 잡지도 않고 걷어차 버리는 로빈의 킥이 더 빨랐다.
공을 막아보려고 몸을 띄웠지만, 이미 공은 미구엘의 머리 위를 한참이나 지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미구엘의 시야에 원래 있던 곳의 반대쪽 아웃라인에서 몸을 띄우는 한치우의 모습이 보였다.
‘캐논, 카운터!’
* * *
“반! 네가 해! 티토! 20번! 줄리아누! 내려!”
알렉스의 고함이 바르셀로나 진영을 크게 울렸다.
파바바바 –
센터백의 지시대로 선수들이 움직였고, 날아오는 공을 향해 줄리아누가 아닌 피지컬이 좋은 반이 올라가며 한치우의 뒤로 붙었다.
턱!
‘숨이 멎는 느낌이겠지?’
반은 뛰어가는 속도를 유지하며 강하게 한치우의 어깨를 밀었다.
“!”
하지만 한치우는 밀리지도 않았고, 여전히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시선도 유지하고 있었다.
팍!
“윽!”
오히려 한치우가 몸을 띄우며 팔꿈치로 반의 왼쪽 허리를 찍어 버렸다.
주심의 시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각도에서 말이다.
투 – 웅 –
반의 허리가 접히며 한치우에게서 떨어져 나왔고, 한치우는 쉽게 몸을 띄워 머리로 공을 건드렸다.
“매 – 액!”
파바바바바 –
그리고 한치우는 이제야 허리를 펴는 반을 지나치며 맥스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한치우의 머리에 맞은 공이 맥스와 티토의 앞으로 굴러갔기 때문이었다.
‘내가 더 빨라!’
그것만은 확실했다.
맥스의 탄력 넘치는 검은 근육이 꿈틀거리며 주인을 함께 뛰는 녀석보다 앞으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차기 좋게 굴러오는 공을 보며 모든 힘을 오른발에 집중했다.
“으아아아!”
뻐어어엉 – !!!
맥스가 괴성을 지르며 오른발 바깥으로 힘껏 밀어낸 공은 이제까지 수없이 연결했던 패스의 빠르기를 초월한 속도로 날아갔다.
스아아아아아아 –
잔디가 공의 속도에 좌우로 갈라지며 반원의 궤적을 그려 냈고,
투 – 웅 –
거침없이 달려간 한치우가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발끝으로 공을 올렸다.
조금만 늦었다면, 공을 골라인 바깥으로 넘어갈 뻔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공의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한치우의 발끝에 맞은 공이 위로 튀어 오르며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를 계속 보여 주고 있었다.
툭 – 퉁 –
한치우는 우는 아이를 달래듯이 다시 발을 들어 부드럽게 당기는 동작으로 공을 떨어트렸고,
“와 봐!”
알렉스가 한치우를 도발하려는 듯, 팔을 휘저으며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에서 튀어나왔다.
투- 웅 –
“!”
알렉스의 눈이 커졌다.
한 번 더 치고 들어올 줄 알았는데, 한치우는 공이 잔디 위로 떨어지자마자 다시 발끝으로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착!
알렉스는 순간 뻗었던 팔을 몸에 붙여 버렸고, 공은 바로 그 지점을 통과하며 뒤로 날아갔다.
“후 – 우!”
‘개새끼! 어디서 얕은수를!’
PK와 카드를 동시에 유도하려는 한치우의 얕은수에 넘어가지 않은 알렉스가 안심하는 순간이었다.
“안 돼!”
퉁!
촤라라라 –
세르지오의 외침과 듣기도 싫은 끔찍한 소리가 알렉스의 귀에 꽂혔고,
“나이스! 알렉스.”
한치우가 알렉스의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피가 떨어질 것만 같은 눈을 하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