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1
21화. 겨울이 왔는데도……
2026년 9월 20일 일요일.
런던의 북쪽 이슬링턴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구너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오늘 알지?”
“그래. 한번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흥! 어제 못 볼 것을 봐 버려서 어차피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올 것 같았는데, 잘됐지!”
“쳇! 바비들은 일요일인데 좀 쉬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주변에는 런던 경찰이 깔렸다.
어제의 충돌 사건으로 경찰들의 긴장 상태는 최고조였다.
“잘 지켜봐! 어제의 일이 반복되어서는 우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수상한 기운이 감지되면 주저하지 말고! 알았나?”
“예!”
오늘은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아스날과 선덜랜드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보통 같았으면 구너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웃는 얼굴로 경기장으로 향했을 것이고, 경찰들 역시 지금과 같은 긴장을 이틀 연속으로 유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경기는 다음 날의 경기까지 영향을 끼쳤다.
아스날은 리그 약팀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은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이상하게 조용했다. 아니, 오랜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하며 런던으로 원정 응원을 온 선덜랜드 팬들의 함성이 크게 들릴 정도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거의 채운 구너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팔짱을 낀 채로 인상을 구기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스날이 주로 쓰는 포메이션은 4-3-3.
저 가운데 미드필더진이 알베르토, 테오, 게리로 이루어진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자리이다.
하지만 쓰리톱에서 아슈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슈르는 오늘 교체 명단에 포함된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테오! 공간을 주지 마!”
‘젠장! 왜 이리 조용해? 우리를 응원하러 온 게 맞기는 한 거야!?’
알베르토는 주위 동료에게 소리치며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침묵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 구너들의 시선에 얼굴이 따가웠다.
“장! 언제든지 오버래핑하라고! 뒤로 물러나게 만들어!”
요한 슈미트 감독의 말이 잘 들릴 정도였다.
‘설마, 집단 보이콧인가?’
슈미트 감독은 뒤로 돌아보는 것이 무서워졌다.
왠지 죽일 듯한 얼굴로 누구든 자신을 보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알베르토! 좋아! 잘 조율하고 있어! 모두 알베르토를 잘 봐!”
그래도 레지스타의 표본이라 불리는 알베르토 파비노였다.
재수 없게 굴기는 해도 경기에서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선수였다.
슈미트 감독은 초조한 마음을 숨기고 계속 선수들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우리도 이길 수 있어!”
짝짝짝짝!
“더 뛰어! 멍청한 거너스가 잔뜩 기죽어 있다고!”
선덜랜드의 원정 서포터들은 홈팬들이 응원을 벌이지 않자 더욱 크게 외치며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아스날의 중원은 탄탄했고, 포백은 노련했다.
다행인 점은, 아스날의 쓰리톱이 매끄러운 공격을 보여 주지 못하며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전방으로 침투한 알베르토의 기습적인 슛이 골대 위를 살짝 비켜나가며 아쉬운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후반전에는 선수들이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이 되었는지, 라커룸에서 슈미트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었는지 몰라도, 아스날의 공격진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선덜랜드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덜랜드의 수비진은 육탄 방어를 해서라도 아스날의 쓰리톱이 제대로 슛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안으로 들어가 주지 않았다.
우우우우우-
원정팬들의 야유가 가득 울렸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주인이 바뀐 모습이었다.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나와!”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초조해진 알베르토가 전방으로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리며 직접 골문을 위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알베르토의 사인에 쓰리톱이 수비를 밖으로 유인해 주고, 게리와 패스를 주고받은 후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들어가는 테오에게 공을 연결하려는데,
당황한 선덜랜드의 수비가 그만 테오의 발을 걸어 버렸다.
주심의 휘슬이 불어지고, VAR까지 확인한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한다.
키커로 나선 알베르토가 골에 성공하며 홈팬들에게 뛰어가며 세레모니를 펼쳤다.
짝짝짝짝짝-
울면서 감동하는 팬들의 모습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환호를 자제하며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은 그가 상상한 팬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경기는 1 : 0으로 아스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울리는 소리는, 선덜랜드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쳐 주는 박수 소리밖에 없었다.
* * *
“파비노 선수. 오늘 경기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도 경기를 잘 풀어나가며 페널티 킥까지 성공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하십니까?”
“하하하! 예. 솔직히 구너들이 이 정도까지 화가 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이 절실합니다. 솔직히 제가 골을 넣으면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반전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고 계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그동안 지은 죄가 있으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한마디만 하자면, 아스날은 오늘의 승리를 시작으로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저 알베르토 파비노가 있을 것입니다!”
알베르토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신 있게 인터뷰를 마쳤다.
이어진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슈미트 감독에게 쏟아지는 질문이 많았다.
“슈미트 감독님. 그동안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아슈르 송 선수를 오늘 교체 명단으로 돌린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요즘 번지고 있는 선수들 간의 불화 때문인가요?”
“선수들의 컨디션을 그때그때 관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주전 선수가 선발로 나오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당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겼습니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자와 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부디 어리석은 펜을 들어 쓸데없는 비교를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알베르토의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도, 슈미트 감독의 이겼다는 인터뷰도 구너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어려웠다.
“하! 정말 요즘같이 끔찍한 하루하루가 또 있을까? 진짜 살맛이 안 나!”
“젠장! 어떻게 검은 고양이(선덜랜드의 애칭) 따위에게 페널티 킥으로 겨우 이길 수 있지? 오! 신이시여. 이 현실을 진정 받아들여야 합니까!?”
“그, 그래도 일단 이겼으니까 좀 지켜보고 응원은 해도 되지 않을까?”
“헛소리! 오늘 경기 안 봤어!? 내 돈을 처먹고 있는 저 선수들에게서 조금의 투지라도 느껴졌어? 그래, 물론 승패는 중요하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선수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야! 난 오늘 그들에게서 조금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어!”
“어제 빌어먹을 해머스는 티브이로 보고 있는 나도 느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보여 주었지.”
“스퍼스도 마찬가지야. 젠장! 우리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아스날은 자만에 찌들었어. 실력이 뒷받침되는 오만은 용서할 수 있어도 지금의 미련한 모습은 용서할 수 없어.”
“맞아! 정신을 차릴 때까지 강하게 나가야 해! 내 돈이 아까워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결국 아스날 서포터즈 연합 구너의 이름으로 아스날 홈페이지에 글이 게시되었다.
「……아스날은 몰락한 제국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렵게 찾은 런던 주인의 자리에 삼 년 동안 앉아 있으면서 부패와 향락에 취해 고난의 역사를 잊었다. 클럽의 주주들은 충성스럽고 용맹한 커맨더를 버렸으며 감독과 선수들은 투지를 잃었다.
……
아스날이 런던의 맹주다운 경기력을 회복하고, 진정한 거너스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응원을 보이콧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 * *
웨스트햄 선수들은 일요일 러쉬 그린 훈련장과 재활센터에서 간단한 회복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선수들에게 휴일을 선물했다.
토요일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체력이 방전된 선수들을 위한 배려였다.
이런 휴식을 통해 선수들은 다시금 체력을 충전하고, 이기지 못했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야! 릴! 너까지 이럴 것 없어! 한스 박사님. 이 녀석 무리해도 되는 거예요?”
데이비드가 레그 프레스를 밀어 올리는 릴을 보며 한스 박사에게 물었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좀 쉬라고 하면 쉬어! 자네들 때문에 내 휴일까지 없어지고 있는 것은 모르나!?”
“에이, 따로 할 일도 없으시면서. 저 러닝머신 좀 뛸게요?”
“어휴, 참. 마음대로 하게!”
데이비드는 하체 운동을 새로 시작하며 부쩍 한스 박사와 친해졌다.
릴 역시 지난 경기 이후 깨닫는 것이 있었는지, 근육의 강도를 더 높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한스 박사가 말리지 않는 것은 해도 괜찮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지 불만이 있다면, 쉬는 날로 지정해 주었는데도 굳이 나와서 훈련을 한다고 자기를 귀찮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원흉은 따로 있었다.
“후! 후! 후!”
벌써 두 시간 가까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는 남자. 한치우였다.
“한! 마라톤이라도 나갈 생각이야!? 에이! 말을 말아야지! 절대 무리하지 말고 지금의 무게를 초과하는 어떤 것이든 들어 올릴 생각도 하지 마! 나는 이만 들어가겠네.”
“헉, 헉! 예! 들어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내일도 오실 거죠?”
“내일은 쉬겠네! 내일은 가벼운 운동만 해!”
한스 박사가 주의 사항을 당부하며 돌아갔다.
한치우는 내부가 왁자지껄한 것이 싫지 않았다.
삑삑삑!
한치우는 버튼을 누르며 속도를 느리게 조정하고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후! 후! 이럴 때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덜컹-
“아! 나는 괜찮아. 하체 훈련을 새로 시작한다는 건 다 알고 계셔.”
“나도! 오히려 더 열심히 하라던데? 다음에 또 골을 놓치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분위기야.”
데이비드와 릴이 편히 앉으며 대답을 했다.
“연애라도 하지?”
“풋!”
“한! 농담이지? 너야말로 연애 안 해? 너는 잡지 표지에도 여러 번 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잖아?”
“연애할 시간 있으면, 리옹에 있는 동생을 보러 가겠다.”
“우우우!”
“우리가 지금 한가하게 연애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니지. 적어도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는.”
릴은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며 야유를 보냈고, 데이비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여기에 로빈과 데릭까지 있었다면, 분명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한! 더 할 거야? 걷는 거로 봐서는 곧 마무리할 생각인 거지?”
“후! 나도 더 했다가는 한스 박사님께 크게 혼이 날 것 같아서.”
둘이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으며 한치우에게 물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한치우가 러닝머신의 전원을 끄고 내려왔다.
그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이후 몸 관리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다시 다치는 것은 싫다! 그리고 잔디 위에 쓰러지는 것은 더 싫어!’
한치우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도 지난날의 수모를 잊지 않았다.
“저……?”
셋이 막 서로 물병을 던져 주며 깔깔대는데, 찰스가 피트니스 센터에 어색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어, 찰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릴이 제일 먼저 찰스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날 그의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이해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릴이었다.
자기 대신 경기에 나가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어린 유망주가 상처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쉬는 날인데 이렇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하하하! 우리가 쉬는 것으로 보여? 이거 훈련을 다시 해야겠네.”
“너는 농담 그만하고, 미들턴. 무슨 일이지? 오늘은 토요일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 휴식하라는 전달이 있었을 텐데.”
데이비드가 릴을 말리며 찰스에게 물었다.
“아, 예. 여기 계실 것 같아서요.”
찰스의 눈은 한치우를 향해 있었다.
“내게 볼 일이 있어?”
“예! 제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어요!”
“오! 자세 좋은데? 한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거야.”
“넌 좀 조용히 해.”
릴과 데이비드가 투닥거리는데도, 찰스는 긴장한 채 한치우와 시선을 마주했다.
“찰스?”
“예!”
“내가 코치로 보여?”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런 내용을 내게 묻는 거지? 우리 해머스의 코치들은 내가 봐도 훌륭해. 너는 사람을 잘못 찾아왔어. 네가 나를 찾아온 것은 코치님들을 무시하는 일이야.”
“아, 아니! 저는 절대 코치님들을 무시하지 않아요! 저는 그냥 한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거예요. 혹시 제가 놓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해서 여기 왔어요.”
“한. 그러지 말고,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얘기해 줘.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주장인 내가 책임질게.”
데이비드가 미소를 지으며 한치우에게 말했다.
“흠, 없어.”
“응?”
“뭐?”
“네?”
한치우의 말에 셋이 동시에 되물었다.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찰스. 너는 아직 어려. 미숙한 건 당연해. 하지만 너의 가능성은 무한하지. 여기서 내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너는 더 배워야 하고, 많은 훈련을 해야 해. 너는 완성 단계가 아니라 학습 단계라고. 이해했어?”
“하지만 저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더 많은 반복을 통한 학습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해. 너의 지구력은 쉴 새 없이 너를 뛰게 하지. 그것을 기반으로 엄청난 훈련량이 뒷받침된다면 너는 금방 저기 보이는 릴을 제치고, 웨스트햄의 오른쪽 날개가 될 수 있어.”
“한!”
“하하하하하하!”
“끝인가요? 전,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
“후!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너의 유연성을 더 키우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 봐.”
“유연성이요?”
“그래. 축구는 격렬한 스포츠야. 아무리 준비 운동과 회복 운동을 열심히 해도 사람의 신체를 금방 굳게 만들지. 네가 지금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조금이라도 몸이 굳어 가기 전에 몸의 유연성을 꾸준히 키운다면, 네 지구력에도 탄력이 붙을 거고, 네가 원하는 드리블의 완성도 더 빨라질 거야.”
“아! 감사합니다!”
찰스는 그제야 만족했다는 얼굴로 밝게 인사했다.
“흠, 유연성, 유연성.”
옆에서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릴도 혼자 계속 중얼거리며 한치우의 말을 곱씹었다.
* * *
나는 찰스를 돌려보내고 씻은 다음 데이비드의 차를 얻어 타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더 바빠진 존에게 훈련을 쉬는 날까지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의 운전을 부탁할 수는 없었다.
“치우. 너를 찾는 전화가 왔었어.”
“누군데? 급한 일이래?”
“아슈르 송. 그가 에이전트를 통해 내게 연락이 왔어. 너와 통화하기를 원하더라고.”
‘아쉬…….’
나는 어제 회복 훈련이 끝나고 존과 함께 아스날의 경기를 티브이로 봤다. 그리고 벤치에 힘없이 앉아 있는 아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연결해 줘.”
존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스마트폰의 버튼을 눌렀다.
“존 리처드입니다. 예. 한이 돌아왔습니다. 예.”
존이 내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내일은 훈련이고 뭐고 스마트폰부터 새로 개통해야 할 것 같다. 존이 내 개인 비서는 아니니까. 내일 아시안게임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훈련장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스마트폰이 먼저다.
경기는 나중에 결과를 확인해도 될 테니.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댔다.
“아쉬?”
“한!”
귀에서 이명이 들릴 정도로 아쉬는 크게 소리쳤다.
“아쉬. 귀 아파.”
“아! 미안. 너무 반가워서.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무슨 일이야?”
나는 일부러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보고 싶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통화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동런던으로 온 이상, 당분간 전과 같은 사이로 지내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좋았고, 아스날에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한. 나 외로워. 요즘처럼 축구가 괴로운 적이 없었어. 그리고 감독님은 나를 선발에서 제외했지.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기분이야. 네가 있었을 때는 이런 적이 단 하루도 없었는데.”
“한치우를 그리워하는 건 좋은데, 커맨더를 그리워해서는 안 돼!”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 거너스의 분위기는 엉망이야! 모두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기존의 선수들이겠지.”
“거너스의 영광을 다시 찾아온 사람들은 바로 우리야! 새로 온 속옷 모델이 아니라고!”
“아쉬!”
“한! 나 솔직히 웨스트햄으로 가고 싶어! 나도 너와 함께 경기를 뛰고 싶다고!”
“우리는 언제나 팀을 바꿀 수 있어. 돈이든, 트로피든, 뭐든 간에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말이야. 하지만!”
아쉬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나는 그가 흥분을 좀 가라앉힐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들어 봐. 가장 먼저 클럽에 소속된 선수는 클럽을 위해 경기를 뛰어야 할 의무가 있어. 계약서에도 나와 있지. 네가 아무리 나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프로가 아니야. 동네 축구일 뿐이지.”
“그런 일이면, 우리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
“그럼 런던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것과 같을 거야. 파파라치들과 기자들이 우리가 만나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하겠어?”
“왜 이렇게 틀어져 버린 거지!? 축구만 생각해도 모자랐을 때가 있었는데! 축구가 싫어질 지경이야!”
나는 아쉬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해 봤다. 아쉬가 웨스트햄으로 오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선수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클럽에는 각자의 영역이 있고, 계약서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계약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만일 아쉬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해도, 웨스트햄으로 오는 것도 상당히 시끄러워질 텐데…….’
나에 이어서 아쉬까지 동런던으로 들어온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또 남의 걱정을 하고 있다니.
그래도 확실한 건, 아쉬는 누구와 함께 뛰느냐에 따라 프리미어 리그 레벨에서 충분히 먹힌다는 점이다.
“나도 네가 필요해.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니까.”
“한!”
“잘 들어. 만약 겨울이 왔는데도 팀이 예전 같지 않고 너의 마음이 지금과 같다면,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을 추진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