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블루스(The Blues)
첼시의 단테 몬디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자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얼굴에 달고 있는 몬디 감독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몬디 감독님. FA컵 32강에 진출한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일찍 웨스트햄을 만나게 된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십니까? 쉬운 상대도 많이 있었는데요.”
“하하! 첼시는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팀입니다. 저희와 같은 진정한 강팀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직 이기는 것만을 생각할 뿐이지요. 그리고 웨스트햄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우리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팀으로 성장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부담을 느끼는 상대가 아님에도, 베스트 멤버로 선수 명단을 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느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몬디 감독의 얼굴이 붉어졌다.
“확실한 수준 차이를 보여 주기 위함입니다! 지난 16라운드 경기에서도 우리가 마지막에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승점 3점을 가져갈 수 있었죠. 하지만 오늘! 이곳 런던 스타디움에서 블루스와 해머스의 차이를 똑똑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맹수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온 힘을 다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여러 가지 핑계를 대기 전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프로의 자세입니다.”
단테 몬디 감독은 원래부터 감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승률만큼 오만했다.
고집이 강한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언제나 이슈가 되는 것도 그의 능력이었다.
“지금 블루스의 수뇌부에서 한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이적료와 주급을 조건으로 존 리처드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한이 블루스로 오게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블루스의 전력은 막강합니다. 비록 시티즌에 뒤쳐지고는 있지만, 아직 리그는 절반이 남았고, 우리가 딸 수 있는 승점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굳이 한을 영입하지 않아도 블루스는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입니다!”
“한의 영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첼시의 나발리 구단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한을 원한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몬디 감독의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구단주의 위치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었다.
“필요 없소! 우리의 미드필더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도 오르지 못한 나라의 미드필더는 첼시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 국가대표를 은퇴한 선수는 더더욱!”
몬디 감독은 몇 가지의 질문에 더 대답하고는 인터뷰를 마쳤다.
그의 붉어진 얼굴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라커룸에서도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서 클럽의 수뇌부들에게 똑똑히 보여 줘! 아시아 출신 미드필더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절대 한에게 골을 허용해서는 안 돼! 알았나!?”
“예!”
“한의 영입에 대해서는 다들 들었을 것이다. 지금 블루스의 수뇌부는 이번 겨울, 영입에 실패해도 여름까지 계속 한을 데려오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브루노!?”
“예.”
“한이 블루스에 오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저는 첼시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오늘 반드시 웨스트햄을 완벽하게 박살 내고, 제 가치를 증명하겠습니다.”
“한이 하프 라인 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 맨시티전에서 어마어마한 골을 넣은 것도 다 봤겠지? 빠른 시간에 골을 넣고, 확실하게 잠가 버린다!”
“예!”
라커룸 안에서 몬디 감독과 첼시 선수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 * *
런던 스타디움은 이미 관중이 꽉 들어차 있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시간은 조금 남아 있었는데, 전광판의 화면에 VIP 구역이 비치고 있었다.
화면에는 실버 형제와 드미트리, 로만이 함께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첼시의 수뇌부들이 보이자, 홈팬들이 야유를 쏟아내었다.
한치우를 노리고 있는 그들이 실버 형제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오! 이런 미스터 나발리. 블루스의 감독은 한을 원하지 않는군요? 하하! 역시 몬디 감독은 주관이 뚜렷한 사람입니다!”
방 안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몬디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휴 실버가 웃으며 드미트리에게 안 됐다는 식으로 말을 건넨 것이었다.
“한이 서런던으로 오는 것이 확정되는 날, 단테는 가장 먼저 서런던을 떠나게 될 것이오.”
드미트리는 러시아 남자 특유의 차가운 눈빛으로 받아쳤다.
옆에 있던 로만이 허리를 편하게 하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
“몬디 감독이 나가면, 그 자리를 릴 그랜트 감독이 채워 주면 어떻겠습니까?”
“하하! 로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야! 묠니르와 아이언 실드를 지도한 사람이니 블루스로 오기에 충분하지.”
휴의 말에 기분이 언짢았던 드미트리가 금세 기분이 좋아지며 밝게 웃었다.
이번에는 실버 형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속은 식어 버린 눈빛과 달리 뜨겁게 끓고 있었다.
“이건 뭐, 웨스트햄을 통째로 집어삼키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하지만 웨스트햄을 뽑아다가 풀럼에 새로 박으려면, 먼저 실버 인베스트먼트를 통째로 삼킬 정도가 되셔야 할 겁니다. 미스터 넴초프!”
론 실버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로, 로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로만은 론의 말이 절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아무리 드미트리의 지갑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버 인베스트먼트를 삼킬만한 능력은 일 푼도 없었다.
론이 한 말의 의미를 아는 드미트리 나발리의 얼굴이 얼음처럼 얼어 버렸다.
“미스터 나발리. 저희 형제를 자극하지 마세요. 러시아의 석유 개발에 영국의 파운드가 얼마나 들어갈 것 같습니까? 뭐, 파운드가 아쉽지 않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빼 드리겠습니다.”
휴 역시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져 버렸다.
로만은 장난이라도 그랜트 감독의 얘기를 꺼내서는 안 됐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 버렸고, 로만은 편하게 뒤로 기댄 자세를 꼿꼿하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보는 휴 실버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휴. 진정해.”
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스터 나발리. 동생의 실언을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괜찮소. 우리도 실수한 것 같으니 말이오. 로만!”
“아! 예. 미스터 실버. 아까 제가 한 말은 잊어 주시길 바랍니다.”
“예. 저도 죄송합니다. 하하! 이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싸우는 분위기가 돼 버렸네요.”
로만도 휴에게 정중히 사과했고, 휴도 눈빛을 풀며 원래의 웃음 짓는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제가 사과의 의미로 위스키를 따라 드리죠. 러시아 남자들은 스트레이트를 즐기시겠지만, 가끔은 시원하게 얼음을 채워 드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요.”
론이 일어난 김에 바로 걸어가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 위스키를 적당히 따랐다.
“감사하오. 아! 송을 영입한 것은 별로 좋은 장사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훈련장에서 송이 보여 준 모습이 기대 이하라는 내용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드미트리가 온더록스 잔을 받으며 아슈르의 얘기를 꺼냈다.
어찌 되었든 지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하하하! 예. 우리는 지난여름부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자주 보았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한이었지요. 런던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한을 영입한 것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떠들어댔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희가 실패했습니까?”
“흠, 흠!”
드미트리도 휴가 이번에 한 말에는 제대로 받아치기 어려웠다.
“맞습니다! 저희는 멋지게 보여 줬습니다! 한의 별명이 무엇입니까? 묠니르! 신화의 상징인 묠니르입니다! 해머스는 한을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웨스트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이고요.”
드미트리는 온더록스 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안에 있는 위스키를 한 번에 털어 넣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때, 밖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렸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입니다.”
휴가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전광판의 화면에서는 버블송의 가사가 나오고 있었는데, 가사의 옆으로는 버블송을 따라 부르는 한치우의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한치우는 1라운드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부터 언제나 런던 스타디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팬들과 함께 버블송을 따라 불렀다.
그리고 이것은 런던 스타디움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한은 해머스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미스터 나발리. 그의 심장에는 이미 강철이 박혔지요. 한은 누구보다 해머스를 사랑하고, 우리 역시 한을 사랑합니다.”
쪼르르-
론이 비워진 드미트리의 잔에 다시 위스키를 채워 주었다.
“블루송 역시 듣기 좋은 노래입니다. 한이 스템퍼드 브리지에서 블루송을 부르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미트리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하며 다시 위스키를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아마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위스키 한 병이 다 비워질 것 같았다.
* * *
〈안녕하십니까! 잉글랜드 FA컵 32강전 웨스트햄과 첼시의 경기 중계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프리미어 리그 16라운드에서 웨스트햄이 후반전 마지막에 한치우 선수의 중거리 슛이 터지며 첼시를 상대로 승점 1점을 몹시 어렵게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아직 32강전인데 양 팀, 서로 강한 상대를 만난 것 같은데요?〉
〈예. 32강에 올라온 팀 가운데, 아직 하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클럽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두 팀의 순위표만 봐도 4강에서 만나야 할 팀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첼시는 한치우 선수의 영입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까 화면에서도 나왔지만, 첼시의 구단주와 웨스트햄의 구단주가 함께 있었죠. 첼시는 계속 한치우 선수의 영입을 원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한치우 선수의 이적을 바라는 한국의 축구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첼시는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클럽이죠. 저도 개인적으로는 한치우 선수가 더 좋은 조건에 이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번에 해설 위원님께서는 한치우 선수의 이적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고, 한치우 선수도 인터뷰에서 웨스트햄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캐스터님께서도 많이 아쉬우셨나 봅니다. 하지만 경기 전 인터뷰에서 몬디 감독이 한치우의 영입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발리 구단주와 같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첼시의 전력이 나쁘지는 않기 때문에 몬디 감독의 말에도 신빙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첼시는 리그 16라운드에서 한치우 선수를 잘 묶었습니다. 오늘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몬디 감독의 자신감은 설명이 충분합니다.〉
〈선수들 경기 입장을 마치고, 이제 진영을 결정하면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잘 들어! 지난 경기도 우리는 블루스를 상대로 힘겹게 1점을 겨우 가져올 수 있었어! 감독님께서도 아까 말씀하셨지만, 우리의 아이언 실드의 수비력은 이제 상대의 공격을 겁낼 필요가 없지! 하지만 우리가 파이브백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빠른 시간에 골대 안으로 공을 집어넣어야 해!”
나는 하프 서클 밑에서 동료에게 필요한 것을 얘기했다.
첼시는 맨시티와는 다른 느낌으로 힘든 상대이다.
“첼시의 더블 볼란치가 자리를 잡기 전에 빠르게 달린다! 공의 소유권을 뺏기는 순간, 우리는 첼시의 역습에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어!”
데이비드도 옆에서 외치고 있었다.
목소리에 힘이 느껴지는 게 긴장은 풀린 것 같았다.
첼시의 4-2-3-1은 맨시티가 나를 막기 위해 썼던 더블 볼란치 전술과는 질적으로 아주 달랐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프리미어 리그에서 많이 쓰이는 선 수비 후 역습의 패턴과는 차원이 달랐다.
보통 포백에서 더블 볼란치를 사용하면, 수비력이 올라가는 대신 기동력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아이언 실드처럼 쓰리백이나 파이브백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섞어 주는 경우가 많다. 대신 좌우 날개들은 죽을 각오로 뛰어다녀야 했지만.
나는 자리를 잡으며 첼시의 선수들을 살폈다.
지난 리그 경기에서 나를 악착같이 막았던 두 명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바바 아사모아, 그리고 오마르 곤잘레스.’
알렝과 필립이 한 팀에서 뛴다면 딱 저런 모양일 것이다.
가나 출신의 바바는 힘이 좋고,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가졌다. 끈질기고, 집요하며, 그리고 거칠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오마르는 빠르고, 시야가 넓어 상대 선수의 패스 타이밍을 정확히 읽을 줄 안다.
‘중요한 것은 첼시는 리버풀의 사면 압박까지 적절하게 사용했었다.’
나에게 리그 16라운드는 지옥 같았다.
바바와 오마르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한 명을 끌어들여 함께 움직였다.
네 명이 동시에 달라붙는 대신, 내가 돌파에 성공해서 빠져나가는 공간과 패스의 길목을 함께 차단해 버렸다.
바바는 나의 옆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었고, 오마르는 내가 슛을 하지 못하도록 견제했다.
결국 경기 종료 직전, 오마르가 잠깐 틈을 보인 사이로 나의 중거리 슛이 터지며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 한 골은 웨스트햄이 기록한 단 한 번의 유효 슛이었다.
그리고 저 녀석.
‘브르노 졸라.’
첼시에서 주장 완장과 함께 등 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 * *
“흥! 꼴 보기 싫은 녀석!”
브르노 졸라는 하프 라인 반대편에 서 있는 한치우가 싫었다.
한치우가 자신을 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브르노는 눈에 힘을 주며 한치우를 노려보았다.
‘절대 나의 자리를 네깟 놈에게 뺏길 수는 없어.’
브르노는 며칠 전, 자신의 에이전트가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 이탈리아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브르노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결국 자신이 먼저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북런던의 누구와는 달리 지금 첼시는 자신을 중심으로 잘 돌아가고 있었고, 후반기에서 승점을 착실히 쌓기만 한다면, 맨시티를 끌어내리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몬디 감독이 열을 내는 것이 고마웠다.
이탈리아인의 자부심을 러시아 재벌이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브르노 역시 몬디 감독과 오늘 경기에서 철저하게 웨스트햄을 박살 낸다는 생각은 동일했다.
‘멍청한 파비노! 커맨더의 그림자를 지우지도 못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다니!’
이탈리아 대표팀의 동료인 알베르토 역시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대한민국 출신의 미드필더에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들이 줄줄이 런던을 떠나게 생겼다.
브르노는 자리를 잡는 한치우를 더 노려보다가 뒤에 대고 외쳤다.
웨스트햄의 공격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바바! 오마르! 내가 먼저 압박할 테니까, 뒤에서 준비하고 있어. 어차피 웨스트햄의 킥오프라면 저 녀석은 분명히 뒤로 돌리거나, 옆으로 연결한 후에 틈을 노릴 테니까. 뒤에서는 해머스의 투톱을 잘 막아! 저기 독일 녀석은 바로 전 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니 신경 쓰고!”
“알았어!”
“우리 주장께서 열이 받은 모양이네! 자, 자! 빨리 공을 뺏고, 골을 넣고, 잠근다! 감독님은 참 쉽게 말씀하신단 말이야. 우리가 죽게 뛰는 것은 알고 계시려나?”
“오마르! 좀 조용히 해!”
“시작한다! 준비해!”
삐익!
브르노의 귀에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웨스트햄의 독일 출신 포워드가 공을 뒤로 밀어낸 후,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하프 서클에서 대기하던 어린 포워드도 자신을 빠르게 지나치며 뒤로 넘어갔다.
브르노는 뒤를 보지 않고, 공이 한치우에게 가는 것만 보며 외쳤다.
“뒤에 사람 잡고! 한이 넘어오지 못하게 라인 올려!”
브르노가 다리에 힘을 주어 속도를 냈다.
한치우가 막 공을 잡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첼시의 원톱은 한치우가 뒤로 연결할 때, 가장 많은 패스를 받은 데이비드를 견제하기 위해 달리고 있었다.
브르노의 오른쪽 시야에 웨스트햄의 왼쪽 날개가 하프 라인을 따라 벌리는 것이 보였다.
‘패스는 더 뒤로 향하겠군!’
퍼엉-!
하지만 브르노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뭐, 뭐야!?”
이제 가까이에서 보이는 한치우가 공을 그대로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었다.
너무 놀란 브르노의 고개가 홱 뒤로 돌아갔다.
공은 회전이 잔뜩 걸렸는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며 이미 센터백과 풀백의 사이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날아가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웨스트햄의 7번이었다.
릴 설리번은 브르노가 몸을 돌렸을 때, 이미 공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풀백과 센터백이 달려들었을 때, 이미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공을 낮게 깔아 찼다.
브르노가 페널티 에어리어에 도착하기도 전에 공은 이미 골네트를 흔들고 있었고,
우아아아아아아아아-!!!
홈팬들의 함성이 브르노의 귀를 먹먹하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