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덫
이제 앞으로 보이는 것은 이미 달리기 시작한 아슈르와 데릭이 팔을 들며 공을 달라고 외치고 있는 뒤로 커다랗게 보이는 골문이었다.
타다다-
그리고 아사모아가 포기하지 않고, 나를 쫓아오는 발소리가 잔디를 울려대고 있었다.
내가 공을 주지 않고, 골대를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자, 아슈르와 데릭이 좌우로 공간을 찾아 흩어졌다.
골대 앞에서 홍해가 갈라지듯이 녀석들을 막고 있는 센터백들도 알아서 양옆으로 움직여 주었다.
‘가나산 여우를 믿는 것이겠지.’
“놔둬!”
내 뒤에서 아사모아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드디어 녀석의 말문을 트이게 한 것이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놔두라고 외치는 이유는, 그레엄이 로빈을 놔두고 왼쪽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사모아는 아슈르만큼 빠른 녀석이다.
완벽하게 돌파에 성공했다고 방심하면, 반드시 뒤에서 길게 몸을 미끄러지며 걸어오는 태클에 공을 빼앗기게 된다.
녀석이 그레엄에게 외치는 이유도 잘못하다가는 같은 팀 선수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나를 포기하지는 못해!’
내 예상대로 그레엄은 아사모아의 외침을 무시하고 내 왼쪽으로 바짝 붙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도 아사모아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거리가 좁혀졌다.
현재 내 몸 상태라면 아사모아가 거리를 좁히기 전에 충분히 슛이나 아슈르에게 패스를 시도할 수 있었지만, 그레엄이 내게 달려오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았기에 둘이 내게 달라붙는 순간을 긴장을 유지하며 기다렸다.
촤아아아-
드디어 등 뒤에서 아사모아가 슬라이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때를 맞춰, 그레엄의 발끝이 내 오른발 앞에서 구르는 공을 건드리려고 뻗어 왔다.
“위험해!”
우리 편인지, 상대 편인지 모를 외침이 내 귀에 꽂힌다.
나는 침착하게 오른발을 뻗어 공을 발바닥으로 잡아당겼다.
그레엄의 발이 공이 있던 자리를 밟는 순간,
몸을 오른쪽 뒤로 반 바퀴를 돌리며 공이 돌아가는 방향을 왼쪽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발을 왼발로 바꾸어 왼쪽으로 돌아 나오는 공을 더 잡아당기며, 그레엄의 어깨 라인을 따라 몸을 더 틀었다.
촤아아악-
아사모아의 태클도 내가 원래 서 있던 방향으로 향하며 둘의 사이에서 나는 마르세유 턴으로 빠져나왔다.
결국 그레엄이 달려오던 방향에 내가, 내가 서 있던 곳에는 둘이 당황한 눈빛을 서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마주 보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아슈르와 데릭이 센터백들을 끌고 나가 준 덕분에, 빈 곳이나 다름없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내 앞으로 놀란 표정을 그대로 보여 주며 튀어나오는 골키퍼의 모습이 보였다.
투웅!
나는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의 바깥쪽을 감으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골대를 향해 발을 밀었다.
촤륵!
골키퍼가 넘어지기도 전에 공은 빠르게 휘어지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 그물에 감겼다.
“아악!”
옆쪽에서 들리는 아사모아의 비명에 왠지 모를 쾌감이 올라왔다.
‘그래.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라고. 속에 담아 두기만 해서는 썩어 문드러지기 마련이니까.’
나는 아사모아를 향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아이언들을 향해 골대 뒤로 뛰어갔다.
묠니르! 묠니르! 망치들의 머리! 묠니르! 묠니르!
아사모아의 비명이 내 귀를 즐겁게 해 줄 수는 있어도, 레스터까지 원정 응원을 와 준 아이언들이 내게 보내 주는 환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아이언들의 앞에서 유니폼을 활짝 잡아당기며 로빈이 한 것처럼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한일전? 국가대표? 붉은악마?
내가 바라는 것은 태극기가 그려진 그곳에는 이제 없었다.
20살의 신체를 다시 얻은 만큼, 이제는 별이 그려진 곳으로 나를 올려놔야 한다.
물론, 아이언들과 함께.
* * *
〈지, 지금 한치우 선수 도대체 어떻게 한 것입니까!? 그동안 몇 번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 준 적은 있었지만, 오, 오늘은 좀 특별해 보입니다!〉
〈후! 정말 놀랍다는 말밖에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건 마치 현재 최고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는 스페인의 미구엘 에르난데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구 반대쪽에 있는 브라질에서 찾아야 하겠죠.〉
〈그러지 마시고 시청자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자세히 부탁하겠습니다! 아사모아 파티를 개인기로 돌파할 선수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예. 파티 선수의 수비는 훌륭했습니다. 한치우 선수가 처음 중심을 무너트리려고 플립플랩이라 불리는 개인기로 공의 방향 전환을 시도했죠. 하지만 아사모아 선수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공을 뺏을 수 있는 타이밍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치우는 바로 방향을 바꿔서, 예! 지금 리플레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죠! 바로 여깁니다! 아,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발을 바꾸었군요! 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한 상태에서 오른발로 팬텀 드리블을 시도했습니다! 지금 파티 선수의 무게 중심이 완벽하게 왼쪽으로 쏠려 있지 않습니까? 한치우는 처음부터 계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해설 위원님의 말씀은 지금 기술 두 개를 동시에 썼다는 것이지요?〉
〈예! 하지만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입니다! 마지막에는 그레엄 선수가 도움 수비를 오는 순간을 이용해 마르세유 턴으로 둘을 완벽하게 따돌렸으니까요! 도대체 한치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예?〉
〈아!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을 했군요. 제 말은 그러니까 지금 보여 주는 한치우의 모습은 월드컵 이전의 한치우와는 다릅니다! 프리미어 리그 중계 해설을 맡으며 저도 경기마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기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발전했습니다! 웨스트햄의 재활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김한식의 목소리 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리플레이 영상을 확인해 봤음에도 한치우의 지금 플레이는 무릎이 아팠던 선수가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상적인 몸 상태라도 하기 어려운 기술을 연달아 보여 준 것이었다.
김한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치우는 세레모니를 마치고 하프 라인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아웃 라인에서 교체를 기다리는 선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삐빅!
“선수 교체! 들어오세요!”
심판진의 신호에 따라 다넬과 짝을 이뤘던 포워드 로이 버튼이 나가고, 북아일랜드 출신의 장신 공격수 팀 에반스가 들어왔다.
“로빈! 수비에 집중해! 필! 조나단! 큰 여우가 들어온다! 로빈이 하는 말을 잘 들으면서 움직여!”
“흥! 데이비드가 없다고 나를 얕보는군!”
“로빈?”
“필립. 조나단 방심하지 말고, 내가 외치는 소리에 집중해! 공이 길게 날아올 거야.”
“으, 응!”
“예!”
로빈이 필립과 조나단의 뒤에 서며 눈에 힘을 주었다.
아직 여우들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파앙!
모두 예상한 대로 킥오프로 시작한 공이 그레엄의 발을 맞으며 웨스트햄의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툭-
교체로 들어온 팀의 머리가 로빈의 머리보다 높게 솟으며 날아오는 공을 머리로 먼저 떨어트렸다.
발이 빠른 다넬이 떨어지는 공을 잡는 순간, 필립과 조나단이 한꺼번에 감싸며 슛을 찰 수 있는 타이밍을 뺏는 데 성공했다.
“좋아! 계속 붙어!”
필립이 팀의 등에 달라붙은 채로 소리를 질렀다.
다넬은 할 수 없이 공을 뒤로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새 다넬의 뒤로 붙어 있는 한치우였다.
“마이크! 릴! 중앙을 커버해!”
한치우는 양 날개를 향해 외치며 그레엄을 수비했다.
지금 여기서 분위기가 레스터로 넘어가면 경기의 결과도 바뀔 수 있었다.
아직 경기 시간은 많이 남았고, 레스터는 언제라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근성이 강한 팀이었다.
그레엄은 한치우가 달라붙는 것과 상관없이 다시 공의 밑을 차올리며 문전으로 띄웠다.
투웅-
팀이 다시 솟아오르며 역시 로빈의 머리 위에서 헤더를 시도했고, 다행히도 공은 골대 위를 벗어났지만, 이번의 헤딩슛은 헤르만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로빈.”
공이 아직 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전에 한치우는 로빈의 귀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래도 뱅크스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것 같아.”
“나도 알고 있어. 데이비드가 없는 틈을 철저히 노리겠다는 뜻이겠지.”
“그래. 스위퍼 시스템의 약점을 계속 파고들 거야. 저 키 큰 녀석을 이용해서. 그래서…….”
한치우는 재빨리 귓속말을 마치고 필립과 조나단의 앞에 섰다.
마이크와 릴이 좀 더 중앙으로 좁히며 서 있었는데, 폴과 리치가 라인을 좀 더 올리며 레스터의 날개를 막아 주는 모습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레스터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 할 때였다.
* * *
‘이제부터가 진짜다! 여기서 내가 무너진다면, 해머스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헤르만이 준 공을 받은 로빈은 각오를 단단히 했다.
한치우의 옆에는 굳은 표정의 아사모아가 지키며 서 있었고, 그레엄이 압박을 하러 오는 것이 보였다.
“리치!”
로빈은 오른쪽으로 공을 연결하며 필립과 조나단의 사이에서 위치를 끌어올렸다.
다시 공을 받아 주기 위해서였다.
“끝까지 해!”
그런데 리치가 공을 잡아 다시 주려는 순간, 올리비에가 빠르게 붙으며 리치를 압박했다.
리치는 공을 발로 밟아 뒤로 끌면서 어떻게든 갇히지 않으려고 움직였다.
로빈이 도와주려고 공간을 찾아 달렸지만, 올리비에가 악착같이 리치를 구석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퉁!
리치는 올리비에의 다리를 맞춰 공을 아웃시키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에의 다리에 맞은 공은 바깥으로 나갈 마음이 없는지 위로 솟아올랐다.
“윽!”
로빈이 급히 몸을 띄우려고 했지만, 어느새 달려온 팀이 큰 키를 솟구치며 먼저 공을 건드려 버렸다.
조나단을 뿌리친 다넬이 공을 재빨리 가져갔고, 공의 소유권은 다시 레스터의 것이 되었다.
“쏠리지 마! 크로스만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헤르만이 앞으로 나가버린 로빈을 대신해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위치를 잡아 주었다.
다넬이 조나단을 앞에 두고, 로빈이 붙기 전에 뒤로 물러난 올리비에를 향해 공을 밀었다.
퉁-
헤르만의 바람과는 반대로 공이 골대를 향해 날카롭게 휘어지며 날아오고 있었다.
어느새 골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한 팀이 먹이를 노리는 여우의 눈빛으로 공을 향해 몸을 띄웠고, 헤르만도 재빨리 앞으로 튀어 나가며 팔을 뻗었다.
“젠장!”
팀이 거칠게 잔디를 걷어찼다.
아무리 키가 커도 팔을 쓸 수 있는 골키퍼보다 높이 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 자! 침착해! 리치! 미안해!”
로빈이 평소와는 다르게 리치에게 먼저 사과하며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래! 다 잘하고 있어!”
헤르만이 한 번 더 얘기해 주며 일단 공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물러났다.
퍼엉!
그리고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걷어찼다.
자기 쪽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서 공을 멀리 보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데릭이 하프 라인에서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떨어지는 공을 먼저 머리에 맞췄다.
삑!
하지만 선심의 깃발이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다.
헤르만이 공을 찰 때 미처 밑으로 내려오지 못한 모양이었다.
“필립! 다넬을 전담으로 맡아! 조나단! 공이 오는 길목을 잘 차단하고! 로빈! 뒤에서 해, 뒤에서!”
이제는 그랜트 감독이 자리에서 나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로빈은 감독의 지시대로 뒤로 물러나며 수비로 내려앉아 버렸다.
필립도 다넬의 옆으로 바짝 붙었고, 조나단이 페널티 에어리어 앞으로 위치를 조정했다.
레스터는 계속 공을 문전으로 띄우며 팀의 머리에 맞기를 기대했다.
그레엄의 체력은 회복되기 시작했고, 로빈의 체력은 반대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리베로였지만, 많은 움직임에 따른 체력 소모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공격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은 이제까지의 경험과 학습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데이비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로빈의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이제는 완벽하게 웨스트햄의 진영에서 공이 움직였다.
아사모아는 자신의 수비 범위 안에 한치우를 둔 상태로 뒤에서 빌드 업을 도와 그레엄에게 공을 연결했고, 그레엄은 계속 팀의 머리를 향해 공을 띄웠다.
다리가 무거워진 로빈은 오직 팀의 등에 바짝 붙어서 점프할 수 있는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뺏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필립이 다넬을 잘 묶어 주고 있었고, 한치우도 그레엄이 중거리 슛을 하지 못하도록 타이밍을 빼앗고 있었다.
‘후! 더, 더!’
허리가 끊어질 것같이 아팠지만, 아직 로빈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발목 힘을 키우는 훈련을 추가해야겠어.’
로빈은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확하고 빠른 롱킥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수가 더 생긴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예전부터 한은 발목의 힘을 키우라고 얘기했었지. 내가 성질을 죽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명상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시작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데이비드라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기에 더더욱 발목 강화 훈련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망설였는지 몰랐다.
‘모든 것은 오늘 이겨야 의미가 있는 거다! 집중해!’
로빈은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팀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다리에 힘을 주었다.
* * *
전광판의 시계가 후반전 35분을 향하고 있었다.
스코어는 아직 2 : 0이었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여우들에게 넘어가 있었다.
‘로빈 조금만 견뎌! 반드시 기회는 온다!’
지금 레스터는 모르고 있다.
저들의 눈에는 로빈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가 노리고 있는 때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아사모아는 이 정도 거리에서는 나를 잡지 않아.’
나는 밑으로 위치를 바꾼 다음부터는 아사모아의 경계 범위를 관찰하며 그레엄을 압박했다.
그리고 그레엄이 슛하는 타이밍만을 철저하게 빼앗고, 길게 공을 찰 때는 적당히 수비했다.
‘팀이 골을 넣어도 상관없어! 하루밖에 준비하지 못한 전술로 이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전부 로빈 덕분이니까. 그리고 지금 방심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야.’
나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계속 공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이 난 그레엄의 얼굴이었다.
녀석은 이제 금방 한 골을 만회하고, 다시 몰아붙여 동점을 만드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내 옆으로 공이 지나가며 그레엄이 달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그레엄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끌어올렸다.
역시 아사모아는 나를 따라 달리지 않았다.
‘불쌍한 녀석. 재능을 썩히고 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로빈!”
나는 생각을 멈추고, 그레엄이 공을 차기 직전에 빠르게 외쳤다.
퉁-
그레엄의 왼발에 맞은 공이 로빈과 팀이 서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로빈의 몸이 팀을 따라 위로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삑!
‘걸렸어!’
그레엄과 팀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필립이 다넬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간 순간부터 우리의 트랩은 이미 깔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 역시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어제 몇 번이고 연습한 패턴이었다.
여우들을 잡을 미끼였고, 덫이었다.
그동안 팀의 뒤에서 점프를 쉬지 않은 로빈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고, 선심은 확실하게 깃발을 올려 주었다.
스위퍼 시스템은 점점 치열해지는 중원 압박과 정교한 오프사이드 트랩이 발달하며 잊힌 전술이 되었지만, 스위퍼가 있다고 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덫을 놓은 사냥꾼들의 정성이 더 들어가야 할 뿐.
공격에 신이 난 여우들은 자신들이 함정에 빠진 것도 모른 채 오직 팀과 로빈의 위치만을 신경 썼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까 로빈에게 했던 말은 오프사이드 트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헤르만이 얼른 로빈의 발 앞으로 공을 찍었고, 주심의 눈치를 본 로빈이 재빨리 나에게 공을 밀어주었다.
파앙-
내가 굴러오는 공을 정확히 인스텝 킥으로 때렸을 때는, 뒤늦게 달려오는 아사모아의 일그러진 얼굴보다 그 뒤로 이미 달리기 시작한 흑표범의 등이 더 크게 보였다.
흑표범은 자기 꾀에 빠진 여우의 숨통을 끊어 놓기 좋은 맹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