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7
7화. 인터시티 펌(InterCity Firm)
데이비드 벨은 웨스트햄의 주장 완장을 찬, 29살의 건장한 신체를 가진 센터백이다.
A매치에 많이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그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수비수로서 이번 월드컵에도 소집되어 멕시코부터 캐나다까지 대표팀과 함께했다.
월드컵 기간이 길어져 커맨더의 이적 소식은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소식을 접하며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선수들도 커맨더의 이적 소식에 놀라며 분위기가 묘해졌다.
4위로 마감한 월드컵이 끝나고, 팀에 합류한 데이비드는 커맨더가 동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랜트 감독이 미쳐 버린 건 아니겠지? 분명 커맨더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어.’
데이비드는 알고 있었다.
비록 월드컵 개막 한참 전, 전 시즌 마지막 경기 전반전에서 커맨더가 미친 활약을 보여 주었다지만, 후반전에는 그라운드 위에 나타나지 않았다.
‘젠장! 도대체 월드컵 동안 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리고 새로 팀에 합류한 한치우는 소속 선수들과 달리 역시 새로 온 팀 닥터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뿐, 선수들이 소화하는 팀 훈련에는 기초 훈련을 제외하고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저브 풋내기들과 함께 팀을 짠 것인가?’
데이비드는 반대편 그라운드에서 리저브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치우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동료를 향해 외쳤다.
“다음 주가 바로 리그 개막이다! 리저브라고 봐주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특히 한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 분명히 완전한 상태가 아니겠지만, 커맨더라고 생각하고 대응한다!”
데이비드는 하프 라인으로 올라가기 전에 선수들에게 커맨더를 주의하라고 단단히 일렀다.
삐익!
모리슨 영의 휘슬이 강하게 소리를 냈다.
“발 높게 들지 말고! 부상에 주의해! 전, 후반 각각 30분씩, 60분 경기로 진행할 것이고, 추가 시간은 없다! 진영 그대로 리저브의 선공이다!”
영 코치가 하프 라인에 정렬한 선수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주의사항을 이야기했다.
데이비드는 리저브팀의 형광색 팀 조끼를 입은 한치우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자 순간 화가 치밀었다.
특히, 순간 떠올린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받았던 수모는 꿈에서도 나온다.
“드리블하지 못하게 몸을 막아! 사람 잡고!”
데이비드가 악을 썼다.
커맨더의 드리블은 발을 뻗어서 뺏을 수 없다.
공간을 조금 벌려 그가 빠져나가는 속도에 맞추어 어깨를 집어넣어야 한다. 자신도 알고 있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그의 등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삑!
파울로 막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어! 의지는 좋은데, 조심해! 그래도 지금은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마!”
영 코치가 쓰러진 한치우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아직 커맨더가 낯설고, 그를 볼 때 화가 나는 건 수석 코치인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맡은 일은 해야 했고, 위에서 까라면 까야 했다.
“한. 아무래도 저 녀석들 진심인 것 같으니 조심해.”
그래도 영은 한치우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주급 7만 파운드를 연습 경기에서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진짜! 이제야 살 것 같다!’
아주 오랜만에 맡아 보는, 그라운드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풀냄새가 섞인 향기가 좋았고, 스터드에 퍽퍽하게 밟히는 잔디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너! 저기! 너! 내 뒤를 맡아! 너는 내 발끝과 상대 수비 라인만 보면서 움직인다!”
나는 프리킥 지점에 공을 밟은 채로 손가락을 들어 어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리저브라도 훈련은 잘되어 있었다. 역시 해머스의 선수를 육성하는 능력은 뛰어났다.
‘해머스의 캡틴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군.’
데이비드의 따가운 시선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훗-
‘내가 한 번, 아니 열 번도 넘게 부숴 버린 망치일 뿐이지.’
나는 최대한 웃어 보이며 다시 리저브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얼어 있지 마! 망치가 얼어 버리면 금이 갈 뿐이야!”
리저브 선수 중에는 어린 선수가 많다.
눈을 빛내며 묘하게 웃는 얼굴로 손가락을 뻗는 한치우의 카리스마에, 그들은 줄에 걸린 인형처럼 지시를 따라 움직였다.
“다시 줘!”
나는 처음에 찍었던 선수에게 공을 주자마자 외쳤다.
공은 다시 내 발로 돌아왔고, 곧장 뒤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돌렸다.
“다시!”
한 명은 왼쪽, 다른 한 명은 뒤쪽으로 놓고, 자신이 ㄱ자의 중심이 되었다.
‘일단 이것부터. 언제나 기본적인 것이 가장 훌륭한 무기가 되어 주는 법이지.’
“지금 간격 그대로 유지하며 올라와! 수비 사이에 있어! 멍청하게 수비와 겹치지 말고!”
내가 오늘 보여 줘야 할 건, 동료에게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보여 주는 것이다.
공을 잡기도 전에 내 외침이 둘의 귓속을 파고들었고, 나는 공을 잡으며 왼쪽으로 찰 듯하다가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감싸며 수비 한 명을 가볍게 지나쳤다.
공간이 생기자, 다시 지체 없이 왼쪽에 자리 잡은 선수에게 패스.
다시 받고, 뒤로.
그 후, 곧장 다시 받았다.
기본적인 삼각 패스이지만, 중심에서 이끄는 사람이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바로 차단되어 버린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며 리저브 선수들을 이끌었다.
“한은 미끼야! 한의 주위를 봐!”
데이비드의 고함이 내 귀에 가까이 들려왔다.
‘역시 해머스의 캡틴이네.’
나의 움직임만 주시하고 있던 선수들도, 그제야 간단한 패스 플레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축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반대편에서 눈에서 불을 뿜어대고 있는 새로운 동료를 보며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아직도 나를 원수로 보는 것 같긴 했지만.
“봐!”
수비수들이 정신을 차리며 제대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 보였다.
‘늦었어.’
내 시야에는 데이비드가 만들어 놓은 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형광색 조끼가 보였다.
파앙-
오른발이 공의 중심을 정확히 때렸다.
‘이거, 느낌이 너무 좋은데!?’
패스를 주고받으면서도 느꼈지만, 단순히 ‘부상이 회복되어 스무 살의 신체로 돌아갔다’?
이렇게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뭐지? 모두 멈춰 있는데, 나만 움직이는 것 같은 이질감은……?’
공이 내 발끝을 떠나는 순간,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쑤아아아아아-
잔디 위를 낮게 날아가는 공이 수비 라인을 보며 움직이는 선수의 앞으로 떨어졌다.
“!”
“죄, 죄송합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는 괴물 같은 표정으로 달려드는 데이비드의 얼굴보다, 나의 스루패스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아까 느껴졌던 이질감은 깨끗이 사라져 버렸지만.
공은 그대로 아웃 라인을 벗어나고 말았다.
“괜찮아! 하지만 다음에도 못 받으면, 내 패스는 네 발을 향하지 않을 거야! 너는 아주 빠르고, 잘 훈련되어 있어. 알았지!?”
“예! 커맨더!”
그 어린 선수가 왜 그렇게 외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리저브 선수라 할지라도 커맨더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증오의 대상이었기에.
그 외침은 영이 휘슬을 부는 것도, 골키퍼의 골킥도, 공을 받으러 달려가는 데이비드의 몸도 멈추게 하였다.
“하하하! 좋은 자세야.”
나는 데이비드의 멍한 시선을 마주하며 어린 선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정신 차려, 데이비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 *
지미 페이트는 템스강 하류가 보이는 레스토랑 아이언 디쉬의 종업원이다.
최근에는 존 리처드와 릭 그랜트가 만나는 자리에 맥주와 라거를 건넸다는 이유로 저녁 내내 취재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아이언 디쉬는 일요일에는 영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미는 리얼 아이언(Real Iron) 멤버들과 러쉬 그린 훈련장을 찾았다.
리얼 아이언은 아이언 내에서 강성 그룹도 아니었고, 모임을 만든 역사는 짧았지만, 누구보다 해머스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리얼 아이언의 멤버들의 얼굴에도 불안함과 불만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미 인터시티 펌의 집회로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인터시티 펌은 최근 강력한 시위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일부러 공개 훈련 날짜에 맞춰 서포터즈가 연합한 집회를 기획했다.
지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해머스를 응원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인터시티 펌의 집회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았다.
한치우의 훈련 모습에 실망한 것도 있고, 이럴 때야말로 강하게 구단주에게 서포터즈의 생각을 보여 줘야 하는 것도 맞는 일인 것 같았다.
스탠드에서도 팬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사이, 휘슬이 울리며 연습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끄러웠던 스탠드는 조용해졌다.
“예! 커맨더!”
리저브의 어린 선수의 대답과 커맨더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미는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봐도 한치우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광색 조끼의 선수들은 리저브팀 선수들이었지만,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라운드 위를 커맨더가 공을 잡고 달리고 있었다.
‘저, 저 커맨더가 이제는 해, 해머스라고!?’
지미는 금방까지 인터시티 펌의 집회에 참여하려던 마음이 사라지며 한치우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스탠드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조금씩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커, 커맨더가…… 해머스라니…….”
누군가 해서는 안 될 말을 중얼거렸지만, 그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습 경기는 계속되었다.
잔디 위에서 한치우는 적당히 힘을 빼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웨스트햄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데이비드의 무게중심이 너무 높아! 그래서 빠른 선수에 대한 대응이 느릴 수밖에.’
‘무어는…… 이런! 왼발이 정상이 아니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도 모르고 있어!’
한치우는 눈이 붉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뭔가 이상해. 어제 서우와 통화하느라 잠도 충분히 자지 못했어. 공을 오래 끌지 말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뜨거워지는 눈 때문에, 움직임을 더욱 간결하게 가져갔다.
아직도 눈이 왜 이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보이는 것이 전과 조금은 달라졌다는 정도였는데, 한치우는 수면 부족으로 생각하고 넘겨 버렸다.
일단은 나이지리아전 이후 처음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에 집중했다.
공개 훈련은 해가 템스강 서쪽으로 떨어지기 전에 끝이 났다.
릭 그랜트 감독은 찾아와 준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간단한 취재를 했다.
그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훈련 내용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ICF의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스탠드에 끝까지 남았던 팬들은 뭔가 멍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정리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치우와 한스 박사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미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울려 댔고, 정신을 차린 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런던 스타디움의 집회가 곧 시작됩니다!] [런던 스타디움의 집회가 곧 시작됩니다!]런던 스타디움에서 인터시티 펌이 주도하는 집회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연달아 오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어쩔 줄을 몰랐다.
“그, 그래도 나중에는 움직임이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았지?”
“초반에만 반짝했고, 압박을 받기 전에 공을 돌리는 게 정상은 아닌 것 같아…….”
“그, 그럼 이제 집회 장소로 가자…….”
함께 멍 때리던 지미가 집회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 집회를 막아야 해요. 아니! 적어도 구단주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알려야 해요! 저는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습니다! 일요일에 무조건 런던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관람할 거라고요!”
지미의 외침이 스탠드 안을 울렸다.
“그, 그래! 해머스를 외롭게 할 수는 없지! 가자! 적어도 보이콧은 막자고!”
“맞아! 나는 시즌 티켓도 이미 구매했어!”
다행히 지미의 외침은 효과가 있었다.
런던 스타디움의 주인은 바로 아이언이었다.
훈련장의 사람들은 지미를 중심으로 런던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 * *
인터시티 펌(이하 ICF)은 영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성 지지자 즉 훌리건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살인 사건, 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훌리건이 경기장을 지배하던 1980년대의 런던은 이들을 중심으로 갱을 조직할 만큼 그야말로 범죄 조직과 다를 바 없었다.
훌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대부분에 ICF 얘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슈퍼 훌리건이었다.
그들은 해가 지는 런던 스타디움 앞에 모였다.
그 중심에는 머리를 삭발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모여드는 아이언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언의 긍지와 자랑스러운 해머스를 지키기 위해 여기 우리의 스타디움에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뜻을 확실히 보여 주지 않는다면, 망할 거너스에서 쫓겨난 동양의 남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실버 형제의 오만과 배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휘익!
휘이익!
여기저기서 손가락을 입에 넣고 부는 부잉 소리가 가득 울렸다.
당연히 야유가 향하는 방향은 한치우와 실버 형제였다.
“나! 긍지 높은 인터시티 펌의 리더 칼튼 페넌트는 약속드립니다. 커맨더를 동양의 작은 나라로 보내지 않는다면! 리그 관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또한 실버 형제의 독단이 계속된다면, 그의 권한을 양도하는 탄핵을 위해 집회와 시위를 계속 이어 나갈 것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이번에는 함성이 가득 울렸다.
“아직도 중국은 고장 난 커맨더를 동양으로 데려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커맨더는 그가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바로 우리 아이언의 단단한 의지로써 말입니다!”
“커맨더는 동양으로 돌아가라!”
검은색 티를 맞춰 입은 ICF의 멤버들이 칼튼의 외침에 구호를 따라 외쳤다.
런던 스타디움으로 아이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ICF의 구호에 동조하며 집회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훈련장에서 도중에 나와 버린 사람들이 합류하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여러분! 러쉬 그린에서 커맨더가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소식입니다. 그의 직업이 원래 한국의 배우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휙! 휘이익! 휙!
야유와 부잉이 순식간에 쏟아졌다.
“우리의 뜻은 해머스가 더욱 단단한 강철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양의 남자는 꺼져라!”
ICF의 외침에 점점 집회에 참여하는 아이언의 수가 훨씬 많았다.
조선소의 노동자들은 두려움을 몰랐고, 분위기는 과열되었다.
“멈춰요! 멈추세요!”
그때, 러쉬 그린 훈련장에서 연습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던 사람들이 런던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멈추라고 외쳤던 지미는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용기를 냈다.
‘보이콧은 막아야 해!’
“저는 아이언의 작은 그룹, 리얼 아이언의 멤버입니다! 역시 해머스를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아! 저번에 방송에 나왔던 그 청년이야!”
사람들이 지미의 얼굴을 알아봤다.
“실버 형제는 거짓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연습 경기에서 커맨더는 우리에게 악몽을 던져 주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뭐, 뭐야!? 뭔 개소리야!?”
“방송에 나왔다고, 너도 배우가 될 참이냐!? 아까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어! 보고 온 사람들도 있고!”
“맞아요! 커맨더는 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지 않았어요. 하지만 연습 경기에 투입되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연습 경기 전에 훈련장을 떠난 사람들이에요!”
“그래! 지미의 말이 맞아! 나도 함께 봤어!”
다른 리얼 아이언의 멤버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런던 스타디움의 집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제 버블송을 부르며 경기 관람을 거부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 줄 차례였지만, 훈련장에서 새로 넘어온 사람들이 자신들이 본 것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가서 알아봐.”
칼튼이 옆에 있는 멤버에게 말하자, 남자는 얼른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 상황을 알아 왔다.
“보스. 좋지 않습니다. 커맨더가 연습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월드컵과 하이라이트를 봤다면, 그의 다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가 정상이었다면……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칼튼은 깊어진 눈빛으로 지미와 금방 집회에 들어온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것은 희망이었다.
‘우습군! 언제부터 우리 아이언과 해머스가 동양의 남자에게 희망을 보게 되었단 말인가.’
칼튼의 생각은 깊어졌고, 멤버들은 다시 그의 주위로 모였다.
다른 아이언들은 새로 온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 너만 시즌 티켓을 샀어!? 여기서 시즌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우리가 강력하게 주장해야 그랜트 감독도 정신을 차릴 것이고, 실버 형제도 우리의 뜻에 따를 것이 아닌가!”
“헛소리! 커맨더!? 동양 배우의 연기력에 다들 속아 넘어갔어!”
믿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집회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방법이…….’
이 집회가 이대로 끝이 나면 곤란했다.
비록 ICF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훌리건이기는 했지만, 시대가 변하며 예전의 강력한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미라고 했나!?”
칼튼이 지미를 불렀다.
“예!”
“본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나?”
“물론이에요!”
지미는 반가운 마음에 칼튼에게 뛰어가 연습 경기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
“우리를 기만하지 마라! 그는 적극적이지 않은 움직임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
“아니에요! 우리는 직접 봤다고요!”
“흥! 들어 보니, 월드컵 동안 발이 잘 맞지 않은 주전을 상대로 잠깐의 기교로 눈을 속인 것 아닌가!?”
“어! 그게…….”
“그냥 네가 본 것은 경기를 관람하기 원하는 사람이 본 환상은 아니었나? 빌어먹을 거너스의 커맨더가 해머스로 들어온 것을, 너는 진심으로 용납할 수 있어? 웃기는군. 7만 파운드의 주급이다! 내가 실버 형제를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7만 파운드에는 우리가 소중히 번 돈이 들어갔다는 것이야! 그것도 경기를 뛸 수 없을지도 모르는 동양의 남자에게!”
칼튼의 외침에 지미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칼튼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내, 내가 속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관람할 권리가 있어요! 제가 본 것이 환상인지 아닌지는 경기장에서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칼튼은 지미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좋아! 일단 보이콧은 철회한다! 대신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에 커맨더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고, 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오늘보다 강력한 집회를 열 것이고, 우리 긍지 높은 아이언의 최강 그룹 ICF는 다시 예전의 슈퍼 훌리건으로 돌아갈 것이다!”
“!”
집회의 분위기는 칼튼의 선언에 싸늘해졌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잊고 있었다. ICF가 어떤 집단이었는지.
우왕! 우왕! 우왕!
그때, 멀리서 런던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집회의 해산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6- 2027 프리미어 리그가 8월 22일 토요일 오후에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