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157.
아직 쌀쌀한 추위가 느껴지고 있었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맑은 날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대학교에 입학을 했던 이들이 졸업을 하고 있었다.
대학교의 입구 앞에는 꽃을 파는 상인들이 가득했고 졸업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사람들도 꽃을 구입하며 졸업식 장소로 종종걸음을 옮겼다.
대기업의 회장으로서 한가하지는 않았지만 서대영 회장은 오늘의 일정을 전부 취소하거나 미뤘다.
자신의 막내아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날이었으니 빠질 수는 없었다.
커다란 꽃다발의 꽃들이 구겨지거나 떨어질까 조심히 들고 있는 조수석에 탄 비서는 뒷자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서대영 회장과 그의 아내인 이연수 여사가 다정스럽게 앉아 있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였다.
서대영 회장이 탄 차의 뒤로 첫째 아들인 서영수의 일가와 둘째인 서정대 가족을 태운 차량이 따르고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회식을 할 예정이었기에 서울 외곽의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예약해 놓은 뒤였다.
대한민국의 여느 부모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한국대를 졸업하는 것에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는 얼굴 가득 뿌듯함을 내보이고 있었다.
전 세계에 한국대보다 더 좋은 대학이 무수하게 많다지만 대한민국에서 한국대에 대한 위상은 또 다른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럼 가지.”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가 내리자 서영수와 서정대도 자신들의 부인과 자식들을 데리고서는 서대영 회장의 뒤를 따랐다.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네.”
“그러게. 뭐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학사모를 쓰고 있는 졸업예정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취업을 이미 한 사람도 있었고 아직 준비 중인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졸업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졸업예정자들 사이에 현준도 서 있었다.
현준으로서는 두 번째 졸업이었다.
물론 첫 번째는 전생에서의 대학 졸업이었고 한국대도 아니었지만 대학 졸업식이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도 없으며 더 거친 세상 속으로 뛰어들 시작임을 알기에 졸업식에 굳이 참석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생의 부모인 서대영 회장과 이연수 여사로서는 절대 현준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었다.
위에 둘이나 형들이 있었고 대학 졸업식도 두 번이나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며 기대를 하고 있는데 참석 안 한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현준은 동기들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중 그룹의 복수를 위해 미리 친해져서는 훗날의 복수에 이용해 먹을까 싶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별 의미도 없어 보였다.
한국대의 졸업생이라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못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터였다.
그 전까지는 재경직 공무원으로 임명되어도 일에 치여 사는 힘없는 월급쟁이에 불과할 터였다.
동기 중에 아중 그룹에 들어간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핵심 정보에 접근을 하려면 마찬가지로 10년은 지나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방탕하면서도 나름 착실한 이미지를 쌓기에는 꽤나 좋았다.
현준은 졸업과 함께 이지 플랜 코리아의 인턴 과정도 끝낼 예정이었다.
그렇게 후배들로부터도 축하를 받고 있을 때 현준의 눈에 이번에 같이 졸업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여학생이 보였다.
“졸업 축하해.”
“어? 어! 내가 먼저 졸업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같이 하게 되었네.”
공민지였다.
본래는 졸업을 하지도 않았다.
입학만 하고 한 학기 정도만 다니다가 한국대 출신 여대생으로 유흥업소로 빠져 이용을 당해야 할 공민지였다.
그런 삶이 현준과 엮이면서 여배우가 되고 졸업까지 하게 된 것이다.
현준이 군대도 다녀왔기에 예정대로라면 먼저 졸업을 했어야 했지만 공민지도 연예계 활동도 하면서 휴학을 하기도 했기에 이제야 졸업을 하는 것이었다.
“지영이는?”
“미국의 로스쿨 과정 중인 모양이야.”
“그래.”
자신들보다 먼저 졸업을 한 민지영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시 공부를 하고 있느라 미국에 가 있었다.
공민지는 빤히 현준을 바라보았다.
아직 앙금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현준을 완전히 믿을 수도 없었지만 현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네.”
“뭘?”
“그냥. 고마워서.”
“고마우면 이제 연기 좀 제대로 해. 이번에 꽂아 준 영화 배역 망하면 가만 안 있을 줄 알아.”
“야! 너만 내 연기력 가지고 뭐라고 하더라!”
누나인 자신에게 툴툴거리는 싸가지가 없는 동생에 울컥하는 공민지였다.
“그런 연기력으로 어디 할리우드 가겠냐?”
“할리우드 같은 소리 하네!”
터무니없는 것을 말하는 현준에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밥이나 한 끼 먹자. 사 줄게.”
“아이구! 됐네요. 그러다가 또 파파라치들한테 사진 찍혀서 열애설 나고 싶지 않으니까.”
공민지가 서대영 회장의 숨겨진 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현준과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함께 났다.
물론 서대영 회장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현준과의 열애설도 극구 부인을 했다.
그렇게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의혹이 불거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단둘이 밥이라도 먹는 모습이 언론을 타기라도 한다면 꽤나 골치 아파질 터였다.
지금도 공민지의 졸업 사진을 찍으려고 연예부 기자들이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왔네. 가 봐.”
공민지의 말에 현준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대영 회장과 두 형이 보였다.
공민지도 서대영 회장에게서 축하를 받아야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현준은 공민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서는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다가갔다.
현준과 공민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서대영 회장이나 이연수 여사도 보았다.
현준이 만든 기획사 소속의 여배우기도 한 공민지이고 대학교 동기이기도 했기에 두 사람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상할 것은 없었다.
서대영 회장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현준이 다가오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날씨도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오시지.”
“이 정도면 따뜻하지.”
“아들! 축하해.”
“고마워요. 엄마.”
다 큰 성인이었지만 부모의 눈에는 언제나 아이 같았다.
더욱이 막내였으니 이연수 여사는 비서에게 받은 커다란 꽃다발을 주며 미소를 지었다.
“축하한다.”
“어. 고마워. 형.”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서영수도 참석을 해서는 현준의 졸업을 축하했다.
가족 행사에까지 참석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터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축하드려요. 도련님.”
“예. 감사합니다. 형수님.”
형수들에게도 축하를 받으며 현준은 서대영 회장의 가족들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공민지는 그런 현준의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따로 서대영 회장이 공민지에게 졸업 축하 꽃다발과 선물을 보냈지만 공민지는 서대영 회장이 준 꽃다발과 선물들을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자신이 서대영 회장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대영 회장이 찾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서대영 회장의 행동이 간사해 보이는 것이다.
* * *
한국대를 졸업한 현준은 이지 플랜 코리아에서도 인턴 종료 통보를 받아 짐을 쌌다.
“과장님! 왜 현준 씨만 계약 종료가 된 거예요!”
다른 인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지만 현준만 계약이 종료되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들 짐작을 할 만한 것이 있었다.
“공장에서 사고 난 것 때문이죠. 어떻게 그렇게 다친 현준 씨를 버릴 수가 있어요!”
“하아!”
오브셀에서 난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현준이었다.
당연히 업무 중에 일어난 사고였기에 치료비는 이지 플랜 코리아에서 냈지만 정규직 직원도 아닌 인턴 직원이 사고가 난 것이었기에 회사에서도 꽤나 곤란해야 했다.
인턴을 보냈다며 경고 처분까지 받아야 했다.
그렇게 현준을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실제로는 현준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려고 했지만 현준도 거부를 했고 상부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현준 씨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대.”
“거부를 하게 만들었겠죠!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야! 나도 인사과에 따졌어! 그런데 안 되는 걸 어떻게!”
답답하기는 장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윤미래 대리는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에 분노했지만 그녀 또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의 방침에 치를 떨었지만 현준은 이일만 지사장과 지사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우리 회사 인턴 사원으로 서현준 씨가 근무하고 있었다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저도 서현준 씨가 열심히 일을 해 줬다는 것을 보고받았습니다. 이거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어찌나 성화인지. 그냥 우리 회사에 계속 다니시는 건 어떠시겠습니까?”
호성 그룹의 막내아들이었다.
처음에는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로 인턴을 체험하고 싶어서인지 정체를 숨기고 열심히 일을 한 현준이었다.
“저도 그러고 싶기는 합니다만 회장님께서 돌아오라고 해서요.”
“하하! 그렇겠네요. 그럼 돌아가시면 경영 수업을 받으시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성 그룹으로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말을 해 봐야 꼬치꼬치 계속 캐물을 빌미만 제공하게 될 것이니 대충 그렇다고 말하고 넘기려는 현준이었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하하하! 회장님께는 안부 좀 전해 주십시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준은 이일만 지사장과 악수를 하고서는 지사장실에서 나왔다.
왜 현준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아도 이일만 지사장의 선에서 처리될 것이었다.
“콜록!”
현준은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힘들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닌 이유는 아마도 현준이 이런 삶을 원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지긋지긋한 삶일 수도 있었지만 삶이 파괴되어 버렸던 현준이 원했을 삶이었다.
현준은 그렇게 동료들이 있는 부서로 돌아왔고 자신을 바라보자 울음이 터져 버린 윤미래 대리를 보고서는 당황해야 했다.
“윤 대리님.”
“현준 씨.”
“아니 왜 울고 그러세요. 그렇게 서운했어요?”
“미안해요.”
“뭘 미안해요. 정규직 전환 안 된 거요?”
현준의 말에 부서 직원들은 한숨을 내쉬며 현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본래 이런 분위기 아니지 않나?’
아쉬워하기는 하지만 내일이면 잊어버릴 것이 당연했다.
현준은 그래도 자신이 꽤나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을 하며 오히려 아쉬워하는 동료들을 달래줘야만 했다.
“에이! 제 능력이면 여기보다 더 좋은 곳 갈 수 있어요. 저 한국대 졸업생인데. 사성그룹 정도는 당연히 가야죠.”
“그래. 현준 씨 정도면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을 거야. 아쉬울 것이 뭐 있어. 능력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잘하기 마련이야. 안 그래?”
“맞아요! 맞아! 올해 공채 합격할 거야.”
현준의 잘난 척에 다들 아쉬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윤미래 대리도 현준의 위로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본 현준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저녁때 회식이나 하자고. 우리 현준 씨 송별회 해야지.”
아쉽고 화가 나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었으니 즐겁게라도 보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