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173.
무척이나 침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은희에 오진호는 걱정이 되어서는 늦은 밤에 그녀와 만났다.
저번 직장 상사의 일도 있었기에 혹시라도 그 일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 안 되면 세영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카페로 은희를 만나러 간 오진호는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카페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은희야.”
“어! 오빠!”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조금 힘들어서. 오빠도 힘들 텐데 미안해서 어쩌지?”
“미안하긴 뭘.”
“본사에서는 일할 만해?”
“그냥 하는 거지 뭐.”
회사 일이 힘든 것인지 피곤해 보이는 은희였다.
“밥은 먹었어?”
“오빠 나 술 좀 사 주면 안 돼?”
“술?”
“응! 아! 조금 그런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해서.”
얼마나 힘들면 자신에게 술을 사 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은희와 단둘이 술을 마시기에는 조금 마음이 걸리는 오진호였다.
“하긴 힘들 텐데. 내가 너무 했나?”
“아니야. 아니면 밥 안 먹었으면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이 근처에 아는 곳 있긴 한데.”
“아니야. 너무 늦은 시간인데. 그냥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갈래.”
“그래. 요즘도 그 상사가 귀찮게 해?”
오진호의 말에 은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건 아닌데. 속 터놓고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전에는 오빠가 있어서 마음에 위안이 되었는데.”
“직장 생활이 처음이라 그런 거야. 은희는 열심히 잘하니까 걱정할 거 없어.”
“응? 고마워. 오빠. 그런데 그거 뭐야?”
은희는 오진호가 강구역에게서 받은 쇼핑백을 보고서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쇼핑백이기는 하지만 종합 격투기 선수들이 프린팅되어 있어서 꽤나 눈에 띄었다.
안에는 수건하고 응원 티셔츠도 들어 있었다.
“어? 아! 군대 때 아는 동생이 이번에 종합 격투기 데뷔전을 한다고 해서.”
“종합 격투기?”
“어. 걔가 데뷔전을 한다고 나한테 티켓을 두 장 줘서.”
“와! 나도 가고 싶다.”
“응?”
“오빠 같이 갈 사람 있어?”
“아니 그게.”
세영과 같이 오라고 강구역이 두 장을 주고 갔다.
하지만 아직 비밀 연애 중인 상태였으니 세영과 함께 가기는 어려울 터였다.
더욱이 전에 현준이 세영에게 초대장을 준 적도 있었기에 이번에도 초대장을 받을 수도 있을 터였다.
물론 그 초대장은 VIP 전용 초대장일 것이고 오진호가 받은 초대장은 일반석에서 조금 좋은 입장권이었다.
그렇게 같이 갈 사람은 없었다.
“같이 갈 사람 없으면 나 데리고 가면 안 돼? 나도 격투기 구경하고 싶은데.”
“아! 나도 조금 전에 받은 거여서 일정을 확인해 봐야 해.”
오진호의 말에 은희는 세영과 같이 갈 예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한편으로 오진호가 머뭇거리는 것으로 볼 때 같이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일정 확인해 보고 같이 갈 사람 없으면 연락해. 오빠.”
“그래.”
“와! 정말 재미있겠다.”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달리 한결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은희였다.
오진호는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그녀에게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내일도 출근해야지.”
“어! 어머! 시간이 이렇게 벌써 되었네. 오빠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까.”
“그러게.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알았어! 오빠.”
오진호는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갔다.
“아니야! 오빠! 내가 계산할게.”
“아니야. 내가 할게.”
오진호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었다.
은희는 자신이 선물한 지갑을 꺼내는 오진호를 보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내가 준 지갑 잘 쓰고 있네.”
“어? 아! 어! 괜찮더라.”
세영이 은희가 선물로 준 지갑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 오진호였다.
‘은희 만날 때는 이 지갑 써야겠네.’
은희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차마 버리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진호도 남자여서 그리 세심하게 기억을 하기란 어려웠다.
은희를 보내고 다음 날 오진호는 세영에게서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지갑을 선물로 받았다.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얼마 안 하던데.”
세영의 기준과 자신의 기준에 매우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월급보다 비쌀 것 같은 어디 유명 메이커인지도 모를 남성 지갑에 오진호는 고민을 해야 했다.
“그냥 써! 내 남자가 남의 여자가 준 지갑 쓰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아! 그래. 알았다.”
세영이 준 지갑을 받아 든 오진호는 어제 만났던 강구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도 격투기 대회 초대받았어?”
“뭐 초대장이 오긴 왔더라.”
“갈 거야?”
“왜?”
“구역이가 티켓 두 장을 줘서.”
“갔다 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아! 혹시 후배하고 같이 갈 건 아니지?”
세영의 질문에 오진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오진호에 세영은 오진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주 대놓고 바람을 피우려고 하네!”
“야! 바람은 무슨 바람이야!”
“그럼 그게 바람이지! 뭐가 바람이야! 그 티켓 내놔! 나하고 가!”
세영은 변장을 하고서라도 따라가겠다고 했다.
* * *
오진호가 세영에게 종합 격투기 티켓을 빼앗기고 있을 때 현준은 멋진 집무실을 구경하고 있었다.
“와! 이거 비싸 보이네.”
“필요하면 가져가.”
“에이! 뭘 가져가고 그래요. 이거 치우고 내가 선물로 가져온 난초 여기에 놔요.”
현준은 아중 건설 그룹의 회장실에 와 있었다.
자신이 선물로 사 온 난을 정수의 회장 집무실에 놓고서는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짓는 현준이었다.
“신수가 훤하네! 김정수 회장님!”
“이제 속이 후련하냐?”
“후련할 게 뭐요. 나 좋자고 한 것도 아니고 형 좋자고 한걸. 난 솔직히 형이 이렇게 할 줄은 예상 못 했다.”
현준의 말에 정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수를 충동질한 것은 현준이 맞았지만 그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은 결국 정수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었다.
상류층의 인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매우 높았다.
자신의 뒷배경이 얼마나 도움이 됐든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루었다고 믿었다.
물론 현준의 도움이 컸다는 것은 정수도 인정하고 있었다.
아중 그룹과 원수 관계나 마찬가지가 된 호성 그룹의 일원인 현준이었지만 현준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정수였다.
물론 현준도 마냥 호의만으로 한 것은 아닐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냐?”
“와! 이것 봐. 이제 나는 필요 없다 이거네. 단물 다 빠졌다 이거지.”
“누가 필요 없다고 했냐!”
현준은 정수의 집무실 고급 소파에 앉아서는 비싼 원목 테이블에 구둣발을 올렸다.
아중 건설 그룹의 회장인 정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과거에야 여자 좋아하고 한량 같던 정수였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재벌 회장님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약속한 대로 우리 종합 격투기 후원해 줘.”
“해 준다고 했잖아!”
“말로만 하지 말고. 여기 티켓!”
현준은 VIP 티켓을 정수에게 내밀었다.
“너 그냥 우리 회사 들어와라.”
“나 우리 큰형한테 맞아 죽으라고? 우리 큰형 성격 알면서 그래?”
“니네 형이 잘못한 거 아니냐!”
“자성이 형이 잘못한 거지! 원인 제공한 거 아니오! 그리고 형이 잘못된 정보 줬더구만! 적당히 몰아붙여야지. 아주 파산을 할 뻔했잖아.”
“안 그러면 안 속을 테니까!”
“그게 낚시질 아니오!”
현준은 정수의 거짓 정보에 서영수가 큰 타격을 입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동안은 큰형 눈에 안 띄게 조심해. 잘못하면 형 맞아 죽어.”
이제 다 큰 성인이 된 상황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같이 어울리다 보니 여전히 어린 아이 같은 기분이 드는 정수였다.
“큰형님은 뭐 하고 지내시냐?”
“몰라. 작은형한테 밀려서는 절치부심하고 있겠지. 뭐 그래도 뒤끝 없는 양반이니까.”
정수는 현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 후원금 넣어 줄게.”
“공민지 라디오 꽂아 줘.”
“그건……. 하아! 라디오 PD 광고 넣어 주면 되지?”
“헤헤! 생유.”
정수도 공민지가 현준의 배다른 누이인 것을 알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서대영 회장의 딸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되는 이들은 알고 있었다.
“아버지나 내가 움직이면 좀 그렇잖아.”
“시끄럽고. 다른 건?”
“내가 무슨 사채업자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건요. 우리 정수 형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능글맞은 현준의 말에 정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서는 현준에게 물었다.
“너 이대주하고 아직도 같이 다니냐?”
“빼먹을 게 없지 않나? 이제.”
현준의 말에 정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쩐지 현준이 이대주하고 어울린다 싶었다.
“거기 폭삭 망했잖아. 하! 제대로 작업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망할 줄은 어떻게 알았나? 아니 그게 망해져?”
현준의 말에 정수는 미래교의 속사정에 대해서까지는 아직 현준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하고 거리 둬.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뭐야? 뭐 알고 있어?”
현준은 정수가 뭔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알 필요 없다.”
“아! 뭔데? 나 그 인간한테 투자한 거 전부 날리게 생겼다고. 누구야? 누가 미리 작업 쳐서 꿀꺽한 거 맞지?”
“아버지께서 작업 친 거야. 그냥 그렇게만 알아둬.”
“회장님께서?”
“그래.”
“어후! 역시 연륜은 무시 못 하네.”
현준이 포기를 하는 것에 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업을 하다 보면 아니다 싶을 때는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법이었다.
“이지스 이제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
“뭐 그래야 할 것 같긴 하지. 형이나 나나 거기서 놀 군번은 아니니까.”
“너는 놀아도 돼.”
“안 그래도 오늘 한번 가 보려고. 같이 안 갈래?”
“됐다. 너나 많이 가라.”
정수도 체면 따질 것 없이 즐기고 싶긴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이지스 지분 너에게 다 넘길 테니까. 너도 적당히 하다가 처분해라.”
“액수 큰데. 괜찮겠어?”
“니 몫이라고 생각해.”
“그린 홀딩스는?”
아중 건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린 홀딩스였다.
문제는 그린 홀딩스를 현준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린 홀딩스만으로는 아중 건설의 경영권을 위협하진 못해. 현준이와의 관계에 문제만 안 생기면 계속 우호 지분으로 남겨 둘 수가 있다.’
정수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딱히 자신의 경영에 간섭을 하진 않았다.
더욱이 현준의 둘째 형인 서정대와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준 것이 현준이었다.
아중 생명을 넘겨줘야 했지만 아중 건설 그룹의 부족한 운용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정수로서도 손해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클럽 이지스와의 연관성을 끊어내는 것이 정수로서는 최우선적인 일이었다.
“그린 홀딩스는 계속 니가 관리해.”
“관리야 계속 내가 했던 거지만. 형 경영 지분 부족하면 얼마간 넘겨줄까?”
“지금 당장은 아니야.”
지금 정수에게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정수는 현준이 지분을 넘겨주겠다는 말에 아직은 현준을 믿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의외로 돈에는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현준이었다.
그렇게 미래 재단을 대신해 아중 건설 그룹에서 현준의 종합 격투기 대회 공식 후원을 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