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185.
딸랑!
입구 문의 종소리와 함께 편의점 직원 복장을 한 영호가 물건들 정리를 하다가 외쳤다.
“어서 오십시오!”
꽤나 밝고 쾌활한 목소리였다.
그가 교도소에도 들어갔다 왔던 조직 폭력배 범죄자라는 사실을 연상하기란 어려울 만큼 표정 또한 밝았다.
동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싹싹하고 착한 청년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호감을 보이는 여인도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손을 씻고 남들처럼 살아보겠다고 생각하는 영호였다.
그렇게 영호는 자신의 삶이 요즘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이내 영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영호 형님.”
“어? 어. 오…… 오랜만이다.”
그쪽 세계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관계를 끊기로 했다.
현준과 했던 약속이 아니더라도 그쪽 세계 사람들과 계속 연을 맺고 있다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가진 것 없고 지킬 것 없을 때는 영호도 막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킬 것도 많아졌고 지켜야 할 것도 생기고 있었기에 쉽지 않은 것이다.
딸랑!
“영호 씨.”
“어? 어! 혜연 씨. 왔어?”
자신의 편의점을 도와주는 여인이었다.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고백만 남겨 둔 그런 관계의 여인이었다.
혜연은 영호의 편의점에 들어오고서 웬 남자와 영호 사이의 알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누구?”
손님은 아닌 듯했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어! 내 후배야. 아는 후배.”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진호라고 합니다.”
고향에서 편의점을 한다고 했지 정확하게 어디에서 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영호의 편의점을 찾아온 오진호였다.
영호가 더 이상 아이언 스틱의 사람들과 만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알고 있어야 할 것은 말해 줘야 한다고 여겼다.
더욱이 자신과 세영의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기에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영호는 혜연에게 편의점을 맡기고서는 편의점 앞의 테이블에서 오진호와 마주 앉았다.
사실 오진호와는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대화를 나눠 본 것도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오진호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영호는 더욱 당황했다.
“무슨 일이지? 아니 어떻게 안 거지? 내가 여기 있다는걸.”
주변 사람들에게는 순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영호였지만 지금 영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살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목숨을 걸고 손에 넣은 평온이었다.
이런 평온을 깨트리는 자를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드릴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난 듣고 싶지 않아.”
“장 부장님이 돌아가셨습니다.”
“…….”
오진호의 입에서 나온 장 부장이 죽었다는 말에 영호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고영민이 죽었어. 이제 끝난 일이야.”
영호도 고영민이 남미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고영민이 범인일 것이라며 이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영호였다.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어.”
영호는 제발 자신을 가만히 놔두라고 말을 하고서는 일어서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인과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오진호는 영호의 말처럼 이제 다 끝났다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걱정이겠지.”
영호에게 몇 가지를 더 질문하고 싶었지만 영호가 완강하게 거부를 하는 것에 더는 물을 수 없었다.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아이언 스틱의 창고 물품 관리를 했었던 오진호였다.
본래라면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오진호가 세세하게 창고 내의 물품들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경매에 나온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를 아중 물산이 인수할 수 있도록 추진했던 오진호였다.
물류 창고 내의 물품 대부분은 아이언 스틱이 거래하던 고객들의 물건이었지만 몇몇 고객들이 불분명한 물품들이 있었다.
아이언 스틱 자체의 물품인 경우도 있었고 몇 가지 비밀 고객의 물건들도 있었다.
파산 선고 이후에도 이 몇 가지 물품들을 그대로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오진호는 그 부분을 확인했다.
하지만 찾아도 그 물품들이 보이지 않았다.
서류에는 있지만 실제 화물이 없는 것이다.
물류 창고 인수 후 몇몇 화물의 주인이라 주장을 한 이들이 아중 물산에 화물 반납 요청을 해왔다.
확인을 거쳐 반납을 진행한 것도 있지만 화물이 없어서 반납을 하지 못하는 화물도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의심쩍은 화물이었다.
‘일본 쪽 고객이었다. 화물이 없음을 확인하고 소송을 하지 않은 채로 물러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어.’
화물이 놓였던 위치는 분명 그것이었다.
‘마약 화물이 분명해.’
과거에도 한 번 확인을 하려고 했다가 장 부장이 그건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 오진호였다.
그렇게 오진호는 고영민의 죽음과 함께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찝찝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임고석의 아래에서 직속으로 심부름을 했던 영호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편의점, 그 물건을 처리하고 낸 것이라면.’
동네의 작은 편의점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작지도 않은 편의점이었다.
장사도 제법 되는 듯 보였으니 편의점을 여는 것에 꽤 많은 돈이 들어갔을 듯 보였다.
현준이 영호에게 편의점을 내어줬다는 사실은 오진호도 몰랐기에 화물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문제는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크지 않나?’
마약 자체야 그리 부피가 크진 않았지만 화물이 든 컨테이너가 통째로 사라졌으니 영호 혼자서 처리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 것이다.
그렇게 별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서울로 올라간 오진호였다.
사실 영호가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다행히 영호는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 * *
오진호가 영호를 찾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호는 한 남자들의 방문을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밝게 인사를 하던 영호는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담배 하나 줘 봐.”
영호는 말없이 진열장에 있는 담배를 꺼내주었다.
남자는 그렇게 영호에게서 담배를 받아서는 편의점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 차리려면 얼마나 드나?”
“대출받았어.”
“아! 그래? 뭐 돈이야 그렇고. 우리 형님 돌아가셨다고 끝났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죽은 고영민의 동생이었다.
영호도 알고 있는 남자였기에 결국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물건 어디에 있어?”
고영민의 동생은 화물이 어디에 있냐고 영호에게 물었다.
“화물 있는 곳만 알려주면 우리도 그냥 갈게.”
고영민의 동생은 영호에게 미소를 지으며 화물의 위치만 말하면 그냥 놔두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다.
영호는 힐끔 편의점 밖을 바라보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을 보건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에게는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수 있지만 동양 3국의 사람들은 서로의 외모로 서로의 국적을 알아보기도 하는 법이었다.
고영민이 아닌 고영민의 동생 따위야 영호 혼자서도 충분히 박살을 낼 수 있었다.
과거에 길거리에서 따로 둘이 만났다면 고영민의 동생은 영호를 쳐다보지도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 영호는 과거처럼 함부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막다른 길까지 몰리게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을 영호이기도 했다.
당장 고영민의 동생은 영호가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담배를 떨리는 손으로 잡고 있었다.
고영민의 동생은 편의점 안에서 담뱃불을 붙여서는 피워 물었다.
“후우! 옛정을 생각해서 묻는 거야. 화물 어디에 있어?”
“화물은 아무도 손 못 댔다. 창고에 그대로 있을 거야.”
“없으니까 그러지.”
“그럼 뻔한 거 아니야.”
“…….”
고영민의 동생은 영호를 바라보았다.
딱히 영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아중 그룹에 입사한 놈 하나 있지?”
“…….”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무언의 긍정임을 확인한 고영민의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는 아중 물산이 인수했다.
아중 물산에 화물을 반납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아중 물산은 해당 화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누군가가 빼돌렸거나 아니면 아중 물산에서 있음에도 없다고 말을 한 것일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대기업인 아중 그룹이 마약에 손을 댈 가능성은 적었다.
그렇게 아이언 스틱의 조직원들 중에 빼돌린 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화물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이미 다 확인해 본 결과 아이언 스틱의 조직원들 중에 화물을 빼돌린 이는 없어 보였다.
아이언 스틱의 조직원 중의 하나가 아중 물산에 입사를 했고 아중 물산이 아이언 스틱의 물류 창고를 인수했다.
고영민이 죽기 전 아중 물산에 입사한 자를 찾아간 고영민의 부하들이 연락 두절 상태였다.
의심을 안 할 수 없는 꽤나 공교로운 상황이었다.
“걔 이름이 뭐였더라? 설마 한통속은 아니지?”
고영민 동생의 압박에 영호는 당장에라도 폭발을 할 듯 말 듯 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오진호.”
“그래. 오진호.”
고영민의 동생은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서는 영호에게 말을 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살아.”
영호에게 화물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고영민의 동생은 편의점 밖으로 나가서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서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혜연이 들어왔다.
“어우! 담배 냄새! 영호씨. 이 냄새 뭐예요?”
“어? 어! 소…… 손님이 피우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안에서 피웠네.”
“뭐요?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그…… 그러게 말이야!”
인상을 찌푸리는 혜연에 영호는 황급히 편의점의 문을 열고서는 담배 냄새가 빠지도록 부채질을 해대었다.
편의점을 하다 보면 가끔 기상천외한 진상들이 가득했기에 혜연도 욕은 할 뿐 이상함을 느끼진 않았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 괜찮으니까.”
“왜요?”
“아니. 괜히 미안해서 그러지.”
“미안할 게 뭐 있어요.”
영호는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혜연이 이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만에 하나 혜연을 건드린다면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고 이를 가는 영호였다.
그렇게 영호는 불안함에 혜연과 같이 출퇴근을 하며 혜연의 집에서 같이 숙식을 했다.
혜연도 영호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영호와 동거를 했다.
“절대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돼.”
“내가 애야! 별소리를 다 하네.”
“아무튼.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우니까 그러는 거지.”
“알았어! 알았어! 은근히 영호씨는 겁이 많은 것 같다니까.”
다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호에 혜연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 생각했다.
딱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으니 그렇게 영호와 혜연은 한동안 붙어 다녔다.
그럼에도 영호는 꽤나 오랫동안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결국 영호는 자신의 편의점을 정리해서는 해외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려는 것이다.
물론 편의점 명의가 자신의 것이었지만 실제 주인은 현준이었기에 현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자식까지 생긴 영호가 허락을 구하자 현준은 순순히 허락을 해 주었다.
영호에게 자식이 없었다면 조금 고민을 해 봤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