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0
30화
30.
예쁜 여자 친구와 예쁜 연애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직은 세상 물정 하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연애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알지 못했다.
당장 결혼을 할 것도 아니었고 연애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가 어떤 집안의 아가씨인지는 알지 못했다.
조금 귀티나 보이는 옷이기는 했지만 요즘 대학생들치고 명품 하나 안 가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진호는 오늘도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려 하고 있었다.
물론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는 좋아졌던 기분이 긴장으로 굳어버렸다.
번화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그래서 사람은 많지 않은 커피숍에서 오진호는 한 귀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무척이나 기품이 넘치는 중년 여인이었다.
평범한 자신의 어머니와는 너무나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딸과 만나고 있는 친구라고 했지요?”
“예. 세영이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여자 친구의 어머니였다.
만나지 얼마 되지 않아 설마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직접 자신에게 연락을 해서는 보자고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영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알고 있나요?”
“예. 똑똑하고 예쁜…….”
“칭찬으로 들을게요. 사실 이런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세영이 재벌가 막내딸이에요.”
왠지 부잣집 딸내미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대기업의 재벌가 딸이라는 말에 오진호는 놀랐다.
자신과는 너무나도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나는 여자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부잣집 딸이 왜 평범한 자신을 만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딸아이에게는 약혼자가 있어요. 나이가. 아. 동갑이겠네요.”
아중 그룹의 최지원 여사는 자신이 지금 뭘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도 두 명의 아들들이 있었다.
며느리가 될 여자에게도 해 보지 않은 짓을 대학생인 딸의 남자친구에게 이러고 있는 것이 황당하다면 황당했다.
하지만 행여라도 사고라도 치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결과가 눈앞에 나타날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막아야만 했다.
“야…… 약혼자요?”
“그래요. 다른 재벌가의 친구예요. 세영의 소꿉친구이기도 하고요. 대학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할 사이기도 하구요.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지요?”
세영에게는 임자가 있으니 포기해 달라는 의미였다.
오진호는 구닥다리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을 자신이 겪는 것에 할 말을 잃고서는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세영의 어머니를 보았다.
“그럼 이만 가 보도록 할게요. 세영이 좋아한다면 세영이를 위해 한 번만 생각해 줘요.”
사회 경험이 없는 오진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최지원 여사가 커피숍을 나가고 오진호는 한참을 멍하니 자리에 앉아서는 식어버린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아! 돈 봉투는 없네.”
드라마에서 보면 이럴 때는 돈 봉투를 주고 그만 만나라고 하던데 실제로는 돈 봉투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오진호였다.
그렇게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오진호는 차마 세영의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랑이 아직 깊어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올려다볼 수 없는 높은 나무여서인지 오진호는 담담하게 세영과의 이별을 생각했다.
띠링!
오진호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진호 씨. 볼일 다 봤어?-
세영이었다.
아마도 세영은 모르는 일일 터였다.
재벌가라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세영과의 연애를 감시당하고 있을 터였다.
“너도 참 불쌍한 애구나.”
세영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진호였다.
오진호는 자신이 감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너를 감당할 수 없잖아.”
오진호는 세영의 메시지에 답장을 해주며 세영이 어떻게 하면 마음의 상처를 덜 받으며 헤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것이 세영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풋사랑의 아픔이어서일까 메시지를 보내며 오진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은 곧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
* * *
“X랄을 하네.”
커피숍의 구석에서 쓰디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있던 현준은 눈물까지 흘리며 가슴 아픈 사랑의 이별을 곱씹고 있는 오진호에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자신도 과거에 겪었던 일이었다.
그때는 최지원 여사로부터 좀 더 강압적인 통보를 받았었지만 어찌 되었든 세영과 헤어지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이라도 질질 짜고 있는 자신의 전생일 때의 나에게 달려가서는 정신 차리라며 두 번 다시 세영은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세영과 엮여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으니 결혼식장에 나타나 오진호를 붙잡아 납치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이제는 오진호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오진호의 미래가 너무나도 뻔하게 보이는 것에 현준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오진호가 커피숍 밖으로 나가자 현준은 에스프레소 잔을 다 비우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길어야 한 달 내로 오진호와 세영은 헤어질 것이었다.
“본래라면 헤어져도 같은 학교라서 계속 마주치는데. 이제는 학교가 달라서 마주치지 않으니 미래가 다르게 흘러가려나? 그러고 보니 그 때문에 군대 갔지?”
현준은 다소 희미해지는 전생의 과거였지만 오진호가 군대로 도망을 간다는 것을 떠올렸다.
현준도 이번 학기를 끝으로 입대를 할 예정이었다.
“설마…….”
설마 군대에서 만나게 되지는 않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현준이었다.
“하! 진짜 이게 뭔 짓인지.”
세영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면 신경도 쓰지 않고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터였다.
하필이면 전생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있다 보니 환영은커녕 오진호가 안쓰러운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 커피숍의 주차장으로 갈 때 현준은 오진호를 볼 수 있었다.
“이 새끼가!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죄송하기만 하면 끝이야? 어? 사과만 하면 사람 쳐도 되는 거구만!”
현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적이 있었나?”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저런 기억은 없었다.
현준은 아중 그룹의 김무연 회장이 시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김무연 회장이라고 해도 무모한 인간은 아니었다.
역시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하필 전생의 자신이었기에 현준은 느긋하게 깡패들에게 붙잡혀 있는 오진호에게 다가갔다.
“저기 왜 이러세요.”
“왜 이러긴 왜 이래! 사람을 쳤으면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냥 만만해 보이는 오진호에게 삥을 뜯으려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아중 그룹에서 구르고 구른 뒤의 오진호였다면 양아치 새끼들도 안 되는 놈들에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터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니들 뭐하냐?”
“응? 넌 또 뭐야?”
꽤나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현준이었다.
최지원 여사가 자신을 알아볼까 싶어서 커다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는 현준이었다.
키도 크고 몸도 좋은 현준이었으니 오진호에게서 삥을 뜯으려던 양아치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먼저 시비를 걸어주면 나쁠 것이 없었다.
“가난한 학생 삥을 뜯고 있어. 양아치 새끼들이.”
“하! 이 새끼 봐라! 어린놈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현준에게로 다가오는 양아치들에 현준은 적당히 두들겨 패 줄 생각이었다.
다만 현준에게 경호원들이 붙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어디서 있다 나왔는지 정장을 입기는 했지만 덩치 크고 인상 험악한 남자들이 현준의 뒤에 서 있었다.
“저희들이 처리하겠습니다. 대표님.”
“간만에 몸 좀 풀려고 했더니 방해를 하시네요.”
“양아치 새끼들한테 몸이나 풀리겠습니까?”
경호원들이 체육관 선배들이기도 했기에 싸움 실력 하나만큼은 일반인들이 당해 낼 수 없는 이들이었다.
“뭐…… 뭐야? 니들!”
“우리 대표님한테 뭐 볼일 있냐?”
“아…… 아니. 조…… 조폭이세요?”
“하! 이 양아치 새끼들이! 주둥이 조심 안 할래.”
진짜 조폭처럼 하얀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자 두꺼운 팔뚝에 문신이 드러났다.
양아치들에게도 팔 문신은 있었지만 분위기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그렇게 현준의 경호원들에 완전히 쫄아버린 양아치들은 눈치를 보다가 도망을 가려고 했다.
“야! 잠깐만! 이리 와 봐! 뭐 하나만 물어보자.”
“예?”
“아! 도망가지 말고 뭐 하나만 물어보자고!”
현준은 짜증을 내며 양아치 하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런 현준에 덩치 큰 경호원 하나가 양아치의 뒷목을 잡고서는 현준에게로 끌고 왔다.
“대표님께서 오라잖아! 새끼야! 귓구멍이 쳐 막혔나! 그냥 확! 그냥!”
“아…… 아이고! 형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목덜미를 잡히는 순간 자신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현준에게 끌려온 양아치에 현준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오진호를 힐끔 보고서는 양아치의 귀에 대고 물었다.
“너 누가 보냈냐?”
“예?”
“쉿! 조용히 말해. 누가 보냈냐고? 아중이야?”
“예?”
양아치는 현준이 누가 보냈냐는 말과 함께 아중이라는 영 모를 말을 하는 것에 완전히 오해를 해 버렸다.
‘하! 씨! 진짜 조폭이야?’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양아치였다.
“조사하면 다 나와. 누가 보냈어? 김 회장? 아! 회장님이 네놈 같은 양아치들 상대는 안 할 테고. 보자. 아! 최 실장이야? 아니면 이 부장? 누구야? 누가 보냈어?”
“아이고! 아닙니다! 형님! 저희 그런 쪽 절대 아닙니다! 형님! 저희 그냥 양아치 새끼들입니다! 진짜입니다! 형님!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현준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살려달라고 싹싹 비는 양아치를 보며 김무연 회장이 시킨 것은 아닌 정말 우연히 생긴 해프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아니야?”
“예! 정말 아닙니다! 형님! 믿어 주십시오!”
“하! 왜 사람 놀라게 해. 아우! 나 이거 심장 너무 놀라서 병원 한 번 가서 검사받아 봐야 할 것 같은데.”
현준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현준에 경호원들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현준이가 이렇게 쌩양아치였나?’
경호회사 대표인 현준이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봐 온 체육관 후배였다.
거기에 재벌가에서 곱게 자란 재벌 3세였으니 지금 현준의 모습은 꽤나 이질적이었다.
“혀…… 형님!”
“당해 보니까 개 같지? 어?”
“죄…… 죄송합니다.”
“내 눈앞에 한 번만 더 띄면 인천 앞바다가 니들 무덤 될 거니까 그렇게 알어. 자. 3초 줄 테니까 이제 내 눈앞에서 꺼진다. 삼.”
현준의 말에 양아치 둘은 화들짝 놀라서는 도망을 갔다.
중간에 길에서 넘어지는 꼴이 꽤나 웃겼지만 현준은 아직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오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
꽤나 기분이 묘했다.
“갑시다.”
“예. 대표님.”
현준의 말에 경호원들도 힐끔 오진호를 보고서는 몸을 돌렸다.
“대표님. 쟤 그 친구죠?”
“예.”
“정말 그냥 놔두실 겁니까?”
“그냥 놔둬요. 건들지 말고.”
사석에서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보니 오진호가 현준의 약혼녀인 세영과 만나고 있는 남자라는 것을 경호원들도 알고 있었다.
현준이 말만 하면 오진호를 잠시 어루만져 줄 생각을 하고 있는 경호원들이었으니 현준은 극구 경호원 형들을 말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