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
58화
58.
운명인 것처럼 떨어지려고 해도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인연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철호는 임고석과 영호와 함께 함께 술을 마셨다.
다행히도 임고석은 영호를 자신의 회사에서 쫓아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 줬다.
자신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을 했던 철호는 안도했다.
그러면서 영호뿐만 아니라 임고석에게도 고마움을 느꼈다.
좋은 사람이었다.
호탕하고 이해심 넓었으며 멋을 아는 남자였다.
“아버님이 로펌의 변호사이신 줄은 몰랐네.”
“아! 예. 아버지께서 다행히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영호의 사건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형사 건이 검찰에 올라가 있었고 폭행을 당한 세 사람이 민사로 고소를 할 터였다.
변호사 비용만 꽤나 많이 나갈 터였지만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 아버지가 무료로 해 준다고 했으니 다행이었다.
박병석의 변호사 비용만 해도 몇천만 원은 가볍게 나올 수 있었으니 영호의 입장에서도 다행인 일이었다.
다만 임고석은 철호의 아버지가 부장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조금 당황을 했다.
철호를 이용해 먹으려다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든 것이다.
물론 이미 박병석보다 더한 뒷 배경을 건드렸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필리핀의 김만춘의 죽음은 필리핀 내의 다른 조직과의 다툼에서 암살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전문적인 고문 흔적과 과감한 처리법으로 인해 전문 조직이 아닌 일반인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흔적 하나 없이 완벽하게 처리가 된 것이다.
그렇게 박병석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철호에게 짐을 지우는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웬만한 부탁 정도는 거리낌 없이 받아 줄 것이었다.
타락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종이에 물이 스며들어 가는 듯이 천천히 하지만 알아차리고 났을 때는 완전히 물에 젖어들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철호는 임고석이 쳐 놓은 개미지옥 속에 천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다만 이 개미지옥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임고석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 * *
“그 새끼들 아직도 포기 못 한 건가?”
아직 군인인 현준이었지만 철호의 일거수일투족들을 보고받고 있었다.
굳이 철호의 인생에 간섭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의 것을 계속 건드리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현준이었다.
현준은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면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대 스포츠 학과로 지원할 거라고 했나?”
“예. 민지영 매니저가 정시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뭐 대학이야 어딜 가든 상관없는 일이고.”
현준은 대충 민지영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민지영하고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야 말겠다는 철호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현준이었다.
물론 졸업이 1년 남은 민지영이 철호와 연애나 할 만큼 한가할 수는 없었다.
법학 대학원을 준비도 해야 했고 로펌 백두에도 계속 다니게 될 터였기에 정신없이 바쁠 것이었다.
그나마 철호에 대한 과외는 끝날 터였기에 조금 숨을 돌릴 터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철호를 보는 날이 줄어들 터였다.
“철호 경기가 언제 있지?”
“내년 3월에 잡혀 있습니다.”
“3월이라. 지금 춥잖아.”
“예.”
“해외 전지훈련 다시 보내.”
“예? 입시는?”
“그거 대리인이 해도 되잖아. 원서 접수만 하면 되는 건데. 입학 전에 돌아오면 되는 거고. 보내.”
“알겠습니다.”
현준은 다시 철호를 외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정신 못 차리게 돌리다 보면 이상한 일에 휩싸이지 않게 될 것이었다.
“공민지는? 경찰 놈들이 요즘도 얼쩡거리지 않아?”
“아직까지는 별다른 낌새는 없습니다. 지금 한창 드라마 촬영이다 보니.”
“하긴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이 워낙 하드하니.”
대한민국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 워낙 힘들다는 것은 현준도 알고 있었다.
밤샘 촬영에 쪽대본이 당일에 나오기도 하는 통에 배우들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드라마 촬영 끝나고 다른 일정은 어떻게 되지?”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난 뒤에 휴식기를 가질 것 같습니다.”
“계속 굴려.”
“예? 졸업을…….”
“일하면서 졸업할 수 있잖아. 투자한 것은 빼먹어야지. 지금 한창 인기 올라가고 있는 중인데 이대로 끝낼 거야?”
아중 그룹의 본부장일 때의 성향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준이었다.
복수가 목적이라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기왕이면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연기력 논란 있으니까 연기 교육 좀 더 시켜. 한국대 출신 여배우라고 연기력 신경 안 쓸 거야?”
“알겠습니다.”
현준은 군대 면회실에서 베스트 프랜드와 굿 프랜드의 업무보고를 받고서는 지시를 내렸다.
세부적인 부분은 회사 내에서 하겠지만 큰 틀 뿐만 아니라 철호와 공민지는 여전히 자신이 직접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업무보고를 끝낸 현준은 그만 가 보라고 한 뒤에 임고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뒷세계 일이라 쉽게 하기가 어려운데.’
현준이 전생에 아중 그룹에서 뒤처리 일도 조금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본사 본부장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일 처리를 해야만 했으니 뒷세계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그나저나 빌리언츠가 실버스틱과 연관이 되어 있다라. 아이언스틱이 실버스틱의 아래에 있는 놈들이니 결국 빌리언츠가 아이언스틱을 관리하는 놈들이고. 경찰은 실버스틱. 아니 그 위에 있는 골드스틱을 노리기 위해 공민지를 빌리언츠에 투입한 거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아니라지만 가장 큰돈이 움직이는 클럽이 빌리언츠였다.
회원제로 운영이 되며 아무나 입장을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빌리언츠를 무너트리면 되겠네.”
현준은 아이언스틱인지 실버스틱인지 타격을 주려면 빌리언츠를 뒤흔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리언츠의 옆에 빌리언츠보다 더 큰 클럽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전에도 한 번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았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 * *
민지영과의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던 철호의 원망을 무시하고 또다시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 버린 현준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휴가를 나왔다.
오진호와 휴가를 비슷하게 맞춰서 나오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따로 휴가를 나온 현준이었다.
자신의 본래의 목적인 아중 그룹에 대한 복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때였다.
“정수 형!”
“응? 너 벌써 전역했냐?”
현준은 휴가를 나와서는 아중 그룹의 둘째인 김정수를 찾았다.
김세영과는 서먹서먹한 사이였지만 현준은 아중 그룹의 두 형제와는 꽤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무연과 서대영이 친밀한 사이인 것처럼 두 그룹의 형제들 사이도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현준도 스스럼없이 아중 그룹을 찾아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김정수가 부사장으로 있는 아중 건설에 찾아온 현준에 정수는 전역했냐고 물었다.
“에이! 아직 전역 안 했어요. 몇 달 더 남았어요.”
“아! 그래? 그럼 어쩐 일이야?”
“아! 이거 실망이네. 이제 형 내가 귀찮은 거야?”
현준이 서운하다는 듯이 말을 하자 정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귀찮긴! 내가 널 언제 귀찮아했다고.”
“정말? 그럼 오늘 나 술 좀 사 줄 수 있나?”
“술?”
“아! 군인 월급이 워낙 짜야지. 형도 알지?”
“응? 아! 뭐 알지. 군인이 뭔 돈이 있냐.”
군인은 돈이 없었지만 재벌 3세는 돈이 많은 법이었다.
그렇게 휴가 나왔는데 동생한테 술 한 잔 사주는 것을 아까워할 수도 없었다.
현준은 그렇게 아중 그룹 재벌가의 돈을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였으면 눈치 보며 돈을 썼을 텐데 지금은 눈치 볼 일 따위는 없었다.
정수로서는 현준에게 사주는 술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에 속이 쓰라릴 만도 했지만 지금까지 현준에게 도움받은 일이 한두 건도 아니기도 했고 자신에게도 막대한 이득이 되었기에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다시 빌리언츠에서 술을 마시던 현준은 정수를 다시 충동질했다.
“야! 우리는 쌔빠지게 고생을 해서 돈을 버는데 여기는 앉아서 날로 먹네. 안 그래요. 정수형?”
“그러긴 하지. 세상에서 가장 쉽게 버는 것이 물장사라고 하잖냐.”
“그러니까. 물장사가 최고지. 어! 형.”
“왜?”
“우리 물장사 한번 할까?”
“물장사? 생수?”
재벌인 자신들이 술장사를 할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정수는 현준이 물장사를 하자는 말에 요즘 대기업도 많이 하는 생수 장사를 떠올렸다.
“에이! 생수는 무슨. 당연히 술장사지.”
“뭐 맥주라도 만들어 팔게?”
“끝까지 모른 척하네. 클럽.”
“야! 현준아!”
정수는 재벌이 가오가 있지 술장사나 하면 되겠냐고 말을 했다.
“아니 술값 아깝잖아. 그리고 우리가 직접 할 필요 있나? 바지사장 하나 끼면 되지. 그리고 일반 술집 말고 조금 고급스러운 술집 하나 만들어 보자는 거지. 형 회사에서 공사 좀 해 주고.”
“우리 회사에서?”
“어.”
“너희도 건설사 있잖아.”
호성 그룹에도 건설사가 있었으니 건물 하나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에이! 나 큰 형한테 맞아 죽어. 내가 정수형이니까 부탁하는 거지. 내가 투자 좀 할 테니까 형도 같이하자. 형이 도와준다고 하면 내가 좋은 정보 하나 알려 줄게. 그리고…….”
현준은 누가 들을새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현준의 모습에 정수는 의아한 듯이 자신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서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좀 와 봐. 형.”
“어. 뭔데?”
“이게 확실한 건 아닌데.”
“뭔데?”
“여기 자성이 형하고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
“뭐? 우리 큰 형?”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클럽이 왜?”
정수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황당해하며 현준을 바라보았다.
그런 정수에 이러니 아중 그룹의 후계자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현준이었다.
“이영준 상무.”
“이영준?”
“어. 그 양반이 여기 드나드나 봐.”
“그게 왜?”
“하! 진짜. 여기 대표 만나고 다닌다고.”
그냥 술 마시러 온 것이 아니라 빌리언츠의 대표하고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이영준 상무가 자신의 큰 형인 김자성의 오른팔이라는 것은 정수도 알고 있었다.
“그…… 그런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하! 내가 여길 몇 번이나 쳐 와서 매상 올려주고 있는데! 그리고 내가 이영준 그 양반을 모르나! 형은 정말 아중 그룹 욕심도 없어!”
“야! 현준아! 조용! 조용! 조용히 좀 해라!”
“하! 좋은 형이라고 내가 신경 써 주고 하는데 형은 왜 이리 사람만 좋아가지고! 멍청하게 자성이 형한테 이용만 당하냐고! 내가 답답해가지고 환장을 하겠네!”
“알았다! 알았어! 미안하다! 현준아! 조용히 좀 해라! 남들이 듣겠다!”
정수라고 해서 아중 그룹이 탐나지 않을 리 없었다.
다만 큰 형인 자성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경쟁이 되지 않을 뿐이었다.
그나마 현준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어서 아버지의 눈길을 받고 있었다.
“비자금 조성 아니야! 비자금! 아이고! 이 답답아! 계열사 지분 확보하려고 술집까지 해가는 거 보면 몰라! 형도 제대로 준비 안 하면 국물이나 있겠어! 자성이 형 성격 알잖아! 그러다가 진짜 알거지 돼서 쫓겨난다!”
현준의 말에 정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확실히 현준의 말처럼 될 것 같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