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08
화
“비축분 있으니 일단 5천장 보내죠. 그리고 한동안 집에서 스티커만 찍을 테니까 그건 염려하지 말고요. 참, 근데 이거 공출이라고 텔론도 안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평소보다 싸게 가지고 가지만 그 손해 분은 저희 이익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세이커님은 이전 그대로 받게 되실 겁니다.”
“음. 그건 마음에 드네요.”
“모성에서 내린 결정이죠. 사정이 급하니까 몇 걸음 물러난 겁니다.”
“네네. 일단 스티커 보낼 테니 그렇게 아세요. 급한 이야기 없으면 일부터 시작하죠. 참, 스티커 재료는 알아서 보내 줄 거죠?”
“물론입니다.”
커음. 솔직히 스티커 재료라고 받는 것 중에서 상당 부분은 내가 다른 용도로 유용하기 위한 재료들이다. 뭐 듀풀렉 만드는 재료도 슬쩍 끼워서 좀 더 나은 스티커를 만든다면서 공식 재료로 지정해서 헌터 연합에서 일괄 구매를 해서 전해주고 있다.
다 그런 거다. 내가 일단은 갑이잖아. 갑은 이래도 되는 거거든?
근데 그 제1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이란 미친 것들이 설마 게이트를 이용해서 다른 곳까지 진출을 하지는 않겠지?
어차피 제1 데블 플레인으로 통하는 게이트만 닫아 버리면 다시 그 행성과 연결될 일은 없으니까 문제없겠지?
그런데 왜 난 우리가 밀려서 게이트를 잃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거긴 제1 세대 데블 플레인이라 실력자들이 우리 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고 했는데 말이지.
소식은 계속해서 툴틱을 흥분시켰다.
어제는 게이트 건물 입구까지 밀렸다는 소리가 들렸다가, 다시 밀어내고 도시를 회복했다는 소리가 있기 무섭게, 원주민 대장이 우리 쪽 대장과 붙어서 우리 대장이 왕창 밀렸다는 이야기, 다시 붙어서 우리 대장이 밀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 뒤로는 스티커라는 희대의 발명품에 대한 찬사가 주르르륵 뜬다. 우리 대장이 그걸로 싸움의 승기를 잡았단다. 뭐 비슷한 실력자가 붙는데 갑자기 무기나 방어구가 월등하게 향상된 것을 들고 나오면 밀리는 것이 당연하지.
그래서 지금 제1 데블 플레인 사태를 막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스티커라는 것이다. 아주 칭찬 일색이다.
그런 것을 읽고 있자니 조금 우쭐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 더 개량된 스티커를 만들어 줄까 생각을 할 정도다.
뭐 그렇다고 금방 그런 걸 만들어서 내 놓으면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내 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거다.
이미 스티커 나온 것이 오래 전이니 새로운 파생 상품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정도의 명성이면 그래도 스티커 정도는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약간 있고, 안 된다고 해도 설마 도망도 못 가겠냐는 그런 유치한 최후의 보루라는 것에 대한 믿음도 있고 그런 거다.
그래서 결국 만들었다. 이름 하여 무인 지역 방어 스티커.
이건 일단은 무조건 몬스터에게만 적용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거다. 몬스터 특유의 생체 에너지를 접하게 되면 그 즉시 마법진이 발동해서 공격을 하게 되어 있다. 공격 행태는 에테르 랜서. 즉 에테르로 이루어진 창이다.
이게 정신 능력자들의 기본 기술이면서 아주 발전 가능성이 많아서 애용하는 기술인데 이 스티커에서 나오는 에테르 랜서의 파괴력 매우 강한 편이다. 더구나 마법진에 각인된 몬스터의 생체 에너지 강도에 따라서 3단계로 자동 조절이 된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코어의 소비를 줄여보자는 의도로 만든 거다.
그래봐야 초록색 몬스터까지나 상대가 가능한 물건이지만 그래도 노란색 등급의 코어로 잘만 하면 초록색 등급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게 만들었으니 굉장한 물건인 거다.
“이거 혹시 제1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 생체 에너지에 반응할 수 있게 만들진 못합니까?”
허틀러는 내가 만든 시제품을 보곤 당장 이렇게 묻는다.
하긴 지금 그게 제일 급한 일이겠지.
“그쪽 원주민은 모두 공통된 에너지 패턴을 지니고 있답니까? 사실 우리 헌터들이나 이곳 원주민들은 제각각 생체 에너지 패턴이 달라서 이런 거 못 만드는데요? 대인용으론 어렵죠. 그냥 무작위로 공격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게 하긴 어려워요.”
“음. 그건 문제네요. 그럼 안 되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네? 방법이 있어요?”
허틀러가 반색을 한다.
있긴 있다. 방법이 그런데 그게 솔직히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나는 조근조근 허틀러에게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적에게 일정 패턴의 에너지 파장을 뒤집어씌우면 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지역 방어 스티커가 상대를 골라서 공격을 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뭐 옛 말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겁니까.”
“상관없습니다. 이거 여러 개 깔아 놓고 놈들 왕창 유인해서 거기서 놈들에게 파장을 씌우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우리 편이 함께 당하면요?”
“전쟁이니까요. 거긴 사냥이 아니라 전쟁 중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허틀러의 눈빛이 사뭇 차갑다.
하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아픔이 깔려 있어 차라리 저리 말하는 허틀러가 안쓰럽다. 쯧.
제1 데블 플레인의 안정화.
툴틱에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완전히 웃기는 거다. 초기 개척을 시작할 때만도 못하게 된 상황인데 무슨 안정화란 말인가?
개척 초기에는 원주민들과 불화도 없어서 몬스터만 상대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게이트가 있는 도시 하나를 겨우 방어하는 수준에서 소소한 전투만 벌어지고 있다고 그걸 안정화라고 표현했다. 웃기는 놈들.
어쨌거나, 도시를 수복하고 그나마 전투가 소강상태가 된 것은 모두가 그 전투지원 스티커 때문이다.
응? 아, 지들이 그걸 멋대로 그렇게 부르면서 이름이 정해졌어. 난 무인 지역 방어 스티커라고 했는데 말이야.
하긴 그걸 거기서 쓰는 방법이 내 예상과 다르게 쓰고 있으니까 뭐 그리 불러도 상관은 없을 것 같아.
제1 데블 플레인에선 그걸 여기저기 설치해 놓고 그쪽 원주민 놈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무슨 수를 써서든 놈에게 그 스티커가 반응하는 파장을 내는 액체를 뿌리는 거야.
그러면 그걸로 놈은 죽음이란 거지.
그 액체는 생명체와 접촉을 해야 파장을 내는 거라서 이리저리 뿌리다가 상대의 몸에 맞으면 그걸로 사방에서 스티커가 공격을 해서 도와주니 그곳 사람들이 전투지원 스티커라 부른단다. 뭐 그러다가 자기 몸에 묻으면 그걸로 죽음이지만 그곳 헌터들은 몸에 방어구를 잔뜩 끼어 입고 다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헐벗고 다니는 그곳 원주민들에 비하면 불의의 사고를 당할 확률도 낮은 편이라지?
그것 참, 어쨌거나 만들기는 내가 만들었는데 활용도를 찾는 건 실전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 잘 한 것 같아서 내심 놀라고 있는 중이다.
아주 괜찮은 무기가 될 것 같다.
들고 다니면서 몇 개 뿌려놓고 몬스터에게 준비된 액체를 뿌린다. 그럼 몬스터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이걸 만약 화이트 코어가 들어가게 만들면 개인 화기로서 아주 좋은 무기가 될 것 같다. 포포니에게 몇 개 만들어 줄까? 아니다 이건 이알-게이트의 게리에게 만들어서 선물로 줘야겠다. 한 세 개 정도 주면 게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연사 석궁의 촉에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그 액체를 담은 앰플을 달면 끝 아닌가? 멋지겠군.
근데 화이트 코어는? 에구, 그냥 허틀러한테 뜯어야겠다. 게리 준다고 그런 물건 만든다면 설마 싫다고 하지는 않겠지?
우와, 이거 헌터 러쉬다. 그리고 러쉬 후의 헌터 대란.
뭔 소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