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20
화
별동대는 서른 세 명이고, 그 중에서 굴리야는 디버프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 능력자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팀을 이룬 세 명의 정신 능력자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세바스찬을 만나기 전부터 굴리야와 함께 했던 사이라고 한다. 굴리야는 나에게 그들 넷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어도 될 때가 되면 듣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아직 나는 그녀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를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다는 말도 맞을 것이다. 만약 포포니였다면 나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포포니을 위해서 뭐든 했겠지만 굴리야와 그의 동료들이 나에게 포포니와 같은 사람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넷을 빼고 나면 세바스찬과 알프레, 그리고 27인의 검객들이 남는다. 사실 검객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지만 그들은 세바스찬과 알프레를 모델로 생각하고 성장을 해온 헌터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바스찬이 방어형 검사라면 알프레와 다른 검객들은 공격형이란 사실이다. 그 중에서 알프레가 공방을 함께 파고 있고, 나머진 공격 특화다. 그건 세바스찬이 앞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주는 사이에 빠른 시간에 몬스터를 해결하는 식으로 사냥을 하다 보니 그런 성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알프레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알프레가 간혹 세바스찬과 함께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알프레가 세바스찬의 제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물론 관계를 보고 있으면 세바스찬이란 어린아이를 알프레란 보모가 돌보는 것 같은 모양이지만 말이다.
이들 33인의 별동대는 내가 오두막에 설치해 준 듀풀렉 포인트를 이용해서 열다섯 시간마다 세포니 행성의 지하 동굴로 들어가 수련을 했다.
때문에 별동대가 처음으로 해야 했던 일은 그들이 사용할 수련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직접 새로운 통로를 파고 그 안쪽에 커다란 수련장을 만드는 것이 첫 일이 되었지만 누구도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세바스찬은 세포니 행성에서의 수련이 헌터로 수 십년을 수련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게 해 준다며 단원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
사실 포포니도 세바스찬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비록 세바스찬이 공격 보다는 방어에 특화 되어 있어서 싸움이 난다면 비슷하게 싸울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특성 차이 때문이지 실력 차이 탓은 아니다.
아직 세바스찬의 경지가 포포니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세바스찬의 장담이니 누구하나 그 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다 세바스찬은 그들 모두의 리더이며 스승과 같은 존재, 그러니 이알-게이트의 별동대가 되었다는 말에도 별로 반감을 보이진 않았다.
더 높은 경지로 이르는 길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알-게이트에 소속 되기로 했다는 세바스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나는 별동대 전체에 대해서는 어떤 요구를 할 수도 있지만 개개인은 부하나 수하로 여기지 않겠다는 당근을 던져 주었다.
그들은 세바스찬과 알프레의 사람이다. 그리고 세바스찬과 알프레가 내게 매여 있는 이상, 그들까지 내가 신경을 쓰며 관리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별동대는 세바스찬과 알프레에게 맡겨두고 포포니와 텀덤, 그리고 나도 다시 수련에 빠졌다. 사실 이번 던전에서의 경험은 실력 부족이란 말에 변명을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수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세바스찬이 의외의 제안을 했다.
“그거 말이야. 다른 데블 플레인에도 열 수 있을까?”
“그거야 거길 갈 수만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나는 세바스찬의 질문에 그렇게 답을 했다.
“이런 말이 있어. 데블 플레인은 모두가 조금씩 다른 에테르를 지니고 있는데 그 에테르들을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가에 따라서 그랜드 마스터도 능력이 차이가 생긴다고 말이야.”
“그게 무슨?”
나는 세바스찬의 말에 뭔가 짐작이 갔지만 확인 하듯이 되물었다.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들은 모두 성격이 모나고 거칠지. 그런데도 각각 제 개성을 지니고 있어. 그런 에테르를 몸 안에서 하나로 모으면 전혀 새로운 힘이 생긴다는 거야. 그래서 데블 플레인의 그랜드 마스터들은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다른 데블 게이트를 뻔질나게 들락거리곤 하지.”
“그게 정말입니까?”
나는 세바스찬에게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내가 그런 거짓말을 해서 뭐하게? 하지만 신기한 것이 있어. 그랜드 마스터들도 두 곳? 아니면 많아야 세 곳의 에테르만 겨우 수습을 했을 뿐, 그 이상은 하지 못했다는 거, 그게 신기한 거야.”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당연하지. 시간은 남아돌지만 그걸 할 수가 없는 거야. 그건 사실 그들이 에테르들을 융합시킬 수단이 없기 때문이야. 서로 다른 에테르를 부드럽게 섞어서 하나로 만들 방법이 없었던 거지.”
“지금 그 말씀은?”
“이곳, 세포니라고 했지? 여긴 다른 식민행성과 달라. 여긴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모성에서 스페어 행성이라고 해서 접근 금지를 시킨 행성이 아닌가 싶어.”
이건 또 무슨 소릴까?
이 행성의 토양에 대해서 분석을 맡겼을 때에도 그런 비슷한 결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걸 세바스찬의 입에서 다시 듣게 되다니?
“스페어 행성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그렇게 놀라?”
“이곳에서 나온 흙을 몬스터 물품이라고 해서 분석 의뢰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 그 때에 나온 결론이 그거였습니다. 세 곳의 스페어 행성과 비슷하다고, 더 자세한 것은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후로 소식이 없었죠.”
“더 재촉하거나 하지는 않았어? 연락이 안 왔다면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잊고 있었죠. 왜요?”
“그건 정말 잘 한 것 같네. 만약 거기에서 더 관심을 가졌다면 아마도 감시가 붙었을 거야. 아주 비밀스럽게 말이지.”
“설마 저와 포포니를 속일 수 있는 감시가 있다는 겁니까?”
“모성의 능력을 무시하면 안 되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 분석을 몬스터 물품으로 맡겼다는 것과 그 후로 그것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거지. 모성에선 스페어 행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헌터들을 몹시 경계하거든.”
“왜요?”
“에테르 때문이지. 이 세포니 행성의 에테르와 같은 거. 이런 에테르가 스페어 행성에 있는 거야. 그랜드 마스터를 넘어서는 길로 안내할 궁극의 에테르.”
“궁극의 에테르요?”
“그냥 붙인 이름이야. 지금까지 발견된 아홉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하나로 묶어 융합할 수 있는 에테르를 그렇게 부르기로 한 거지.”
“그걸 어떻게 확신을 합니까? 여기 에테르가 그런 에테르란 사실을 말입니다.”
“후훗, 확신 따윈 없어.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지. 이미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가 순한 양이 되어서 내 것이 되었어. 그럼 이제 다른 데블 플레인으로 건너가 확인을 해 보면 되는 거지. 아마 그게 성공하면 나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역시 이 인간은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은 막을 수가 없다.
“서둘러야 겠습니까? 아직 내 놓고 뭔가를 할 때가 아닙니다.”
“그래서 힘이 필요한 거지. 제수씨하고 나하고 말이야. 그나저나 저 텀덤은 완전히 행운이 겹쳤어.”
세바스찬이 갑자기 텀덤의 이야기를 꺼낸다. 설마?
“뭐? 몰랐어? 아니 저 놈이 그 해골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섰는데? 그 때에 난 죽을 뻔 했고 말이지.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세이커 너의 디버프가 제 역할을 한 것도 있지만 텀덤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유가 되지. 그리고 그렇게 능력이 좋아진 것도 근래의 일일 거야. 자그마치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와 제3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를 동시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요즘은 성장이 멈추었겠지. 알겠지만 체내의 에테르는 외부 자극이 없으면 굳어 버린다고. 그러니까 제1 데블 플레인의 에테르가 굳어 있으니 더는 융합이 되지 않는 거지.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텀덤을 위해서도 제1 데블 플레인으로 가는 길은 열어 놓아야 하는 거야.”
세바스찬의 말은 이해를 하지만 정작 나는 미칠 노릇이다. 그럼 결국 아홉 곳의 데블 플레인 모두에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해 둬야 한다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일단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이 대답 말고 또 무슨 말을 할까? 당장 결정을 내릴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