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76
화
“아니긴 뭐가 아냐? 딱 보니 알겠구만. 그래도 그건 사위 생각이 틀렸어. 사위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라도 우리 대지 일족이 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거야. 흠흠. 딱 봐도 그렇잖아? 저기 자네 장인만 하더라도 어디 나가서 맞고 다닐 일이 없는 대장부지. 아무렴. 거기에 우리 마을에 있는 대전사가 몇이나 되는지 아나? 그것 뿐이야? 우리 대지 일족은 이 땅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지. 거기다가 우리 집안은 그 중에서도 최고네. 우리 집안에서 대지 일족의 첫째 딸과 둘째 딸이 나고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나지. 그리고 다섯째 딸과 일곱째 아들도 우리 집안에서 나온다네. 뭐 아직은 셋 밖에 없지만 때가 되면 채워질 숫자지.”
음? 그러니까 장모님 앞으로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더 낳으실 생각이시란 말입니까? 근데 그게 마음대도 됩니까?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아, 아니다. 어쨌거나 우리 집안은 그렇게 엄청난 집안이야. 그러니 사위의 일에 도움이 되면 되지 해가 될 일은 없다는 거야.”
“우웅. 그건 그럴 거야. 남편. 우리 아저씨들 엄청나게 강하거든? 그러니가 그 쿠나메랑 사무스는 마을에서 꺼내서 어른들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든 해결을 할 수 있을 거야. 응. 맞아. 그런 되겠다.”
“아, 아까 이야길 하다 말았군. 그랜드 마스터라는 그러니까 대전사 정도 되는 놈들 둘이 우리 포포니와 자네를 노리다가 잡혔다고 그랬지? 그래. 그 놈들은 나중에 꺼내서 우리에게 넘겨. 감히 겁도 없이 대지 일족의 첫째 딸을 노린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어.” 흐미. 안 된다고 할 분위기가 아닌 걸? 저 봐, 장모님 몸 주위로 퍼지는 에테르, 소름이 다 돋는다. 뭔지 몰라도 무섭다.
“자, 그 이야긴 그만하고. 이젠 하나하나 의견을 들어 보자. 포포니의 배우자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먼저 포폰?”
장모님은 포폰 처남에게 먼저 묻는다.
“응? 난 찬성. 찬성할 거야. 그러라고 누나가 그랬어.”
허어, 저래도 되나? 그봐, 사나운 눈초리가 포포리 처제에게 쏟아지잖아.
“뭐? 난 그냥 형부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으니까 가족이 되는 것이 좋겠다고 했을 뿐이야. 뭐. 그래서 나도 찬성.”
“커엄. 그 뭐 나도 시험을 해 봤는데 영 맹탕은 아닌 것 같고, 앞으로 좀 더 가르치면 재미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찬성으로 할까? 음. 그래 찬성이야.”
처제에 이어서 장인까지 찬성표를 던진다.
“호호홋, 나야 당연히 찬성이지. 그 듀풀렉 게이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위는 가치가 있어. 그러니 나도 찬성이야. 이래서 이제 사위는 우리 대지 일족의 일원이 되었어. 그것도 옴파롱 울룰루 가문의 일원이 된 거지.”
대지 일족이란 건 알겠는데 옴파롱 울룰루는 포포니 가문의 다른 이름인가?
“옴파롱은 대지의 배꼽, 울룰루는 그 배꼽의 이름. 그래서 우리 가문이 대지 일족의 가장 귀한 가문임을 나타내는 이름이야. 대지의 배꼽 울룰루의 아이들이 바로 우리 가문의 사람들이지. 나중에 자세히 설명을 해 줄께. 이제는 남편도 우리 가문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더구나 남편 덕분에 나도 다시 옴파롱 울룰루의 아이가 되었고.”
뭔 말인지 몰라도 나쁘진 않은 말인 것 같다.
어쨌거나 이 행성에 살고 있는 많은 대지 일족 중에서 최고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자자, 그럼 이제 식사 준비나 해 볼까?”
장모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벌떡 일어나자 포포니가 장모를 따라 붙는다.
“포포리하고 포폰은 여기서 이야기나 하고 있어라. 오늘은 포포니가 나를 도울 테니까.”
장모가 그렇게 허락을 하자 잠깐 움찔하던 둘이 모두 얼굴이 활짝 핀다. 아마도 식사 준비를 할 때에 이 둘에게도 뭔가 일을 맡기는 모양이다.
그렇게 장모가 포포니를 데리고 안쪽으로 모습을 감추자 냉큼 내 곁으로 다가온 처제가 나를 요리조리 쳐다본다.
“아이, 아까워라. 언니보다 내가 먼저 봤으면 내가 형부한테 시집을 가는 건데 말이야. 흥흥.”
“우헤헤. 누나 큰누나한테 일러준다? 히히히.”
딱!
“아악!”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너 앞으로 괴로울 줄 알아? 언니는 얼마 있으면 가지만 나는 아직 오래 너하고 같이 있을 거거든?”
“히잉.”
우와 장인어른 있는데도 가차 없이 꿀밤이 날아다니는구나.
“근에 처가에 오면서 뭐 들고 온 거 없어? 선물 같은 거 말이야.”
처제가 눈빛을 반짝거리며 묻는다.
“응? 이, 있지. 포포니 가방하고 내 가방에 들어 있는데?”
우당탕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포폰이 달려가더니 가방 둘을 들고 온다. 하나는 내가 현관을 들어서면서 입구 쪽에 뒀던 거고, 하나는 포포니가 들고 있던 건데 나도 어디 있는지 몰랐던 거다. 그걸 포폰이 순식간에 찾아 들고와서 탁자 위에 올려 놓는다.
언제 저 가방들을 눈여겨 봐 뒀던 걸까? 밖에서 들어와서 곧바로 의자에 앉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 대단한 눈썰미를 지니고 있는 처남이다.
“이건 포포니 가방이라서 내가 먼저 여는 건 곤란하고, 이건 내가 가지고 온 거니까 상관없겠지? 장인어른 여기서 몇 개 꺼내도 될까요? 아니면 장모님 오시면 꺼낼까요?”
“커엄. 마누라 줄 건 따로 놓고, 아이들 줄 거는 지금 줘도 상관은 없을 것 같군. 그래 뭐가 있나?”
나는 장인의 반 허락을 받고는 곧바로 허브 기지의 창고에서 가방 네 개를 꺼냈다. 이것은 따로 출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듀풀렉을 이용해서 창고 공간을 연결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에서 필요한 것을 소환하는 방법이라 따로 입구를 열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탁자 위에 갑자기 네 개의 물건이 생기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이다.
“엇?” “어맛? 이게?”
“우와, 이게 어디서 나왔지? 매형, 이거 그 가방에서 나온 건가요?”
처음으로 포폰 처남이 내게 말을 건 것 같은데 이곳에 와서 처음 들어보는 존대다.
“응? 그건 아니고. 이것들은 따로 다른 곳에 뒀다가 꺼낸 거야. 음.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창고에서 꺼내온 거라고 할까?”
“우와, 그렇구나. 엄청 신기해요. 신기신기.”
그래. 허공에서 물건이 나타나니 신기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란다.
“자, 이걸 봐라. 이건 포폰 처남이 들면 되겠네. 튼튼하게 만들었고 남자가 들기에 적당한 색깔과 모양이니까 말이야. 자, 그럼 여기에 처남이 넣고 싶은 물건을 넣어 봐야 하니까 일단 이 가방을 들고 여기 이걸 받아.”
나는 먼저 포폰 처남을 공략하기로 하고 처남에게 공간확장 가방을 하나 건네곤 내 가방에서 처남에게 줄 선물로 가지고 온 신발과 옷, 그리고 몬스터 물품인 칼과 방패를 꺼내서 건네 줬다.
“우와. 이거 이거 굉장한 칼이야. 대단해. 웅 하지만 방패는 안 쓰는데? 그래도 엄청나게 좋은 방패다.”
“쓰지 않을 거면 선물로 해도 좋고, 나중에 좋은 것과 바꾸어도 되겠지. 아니면 장식으로 둬도 되고.”
“우와. 고마워요. 그런데 이거 여기 넣어요?”
“그래. 일단 넣어 보면 안다. 방금 봤잖아. 이 가방에서 나온 건데 가방 보다 더 크지? 그 가방도 같은 거야. 겉으로 보기는 작아도 그 안에는 엄청 넓은 공간이 있지. 그래서 아마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물건도 거기 다 들어갈 거야.”
“우아아아. 대단, 대단해. 우와 신기신기.”
포폰은 그걸로 끝. 가방에 내가 준 물건들을 넣어 보느라 정신이 없다.
“물건을 꺼낼 때에는 손을 넣고 정신을 집중해 보면 머리에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 떠오를 거야. 그 중에 꺼내고 싶은 것을 손으로 잡고 꺼낸다는 상상을 하면 물건을 꺼낼 수 있어. 아니면 가방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며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다 쏟아지지.”
“우헤헤. 신기하다. 신기해.”
포폰은 내 설명을 듣는지 마는지 여전히 가방과 칼에 정신이 빼앗긴 상태다.
“그럼. 이거, 이거는 내 꺼?”
포포리가 여성용 가방 둘 중에 하나를 냉큼 들어 올린다.
저건 장모님 드리려고 가지고 온 건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분들을 위한 색과 모양이라서 포포리에겐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저기….”
“커엄. 맞다. 그건 포포리 네가 가지고 이건 네 엄마 줘야겠다.”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그걸 가지고 싶긴 한데, 엄마가 마음에 쏙 들어 하실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이걸 내가 가지기로 했잖아.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말이야.”
장모님 취향이 그런 거였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어린아이 취향인 것 같은데?
나는 이건 아니다 싶은데 장인과 포포리 처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가방 하나를 장모님 몫으로 빼 놓는다.
“커엄. 그럼 이건 내가 쓰면 되겠군. 아주 마음에 드는군. 이것도 같은 건가? 가방 넷이 모두 저 녀석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말이네.”
“네. 장인어른. 맞습니다. 하지만 장인어른 가방은 새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나는 장인의 덩치에 비해서 너무 앙증맞게 보이는 가방 때문에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왜 포포니는 장인이 저렇게 크시단 이야길 하지 않은 걸까? 텀덤보다 크다는 말만 했어도 내가 가방 하나는 특대형으로 만들어 왔을 것이 아닌가 말이야.
“응? 아니 괜찮아. 이게 이렇게 작아도 이 방 크기가 들어간다면서? 그럼 되는 거지. 작으니까 이렇게 매고 다닐 수도 있겠군. 아주 좋아.”
저기 장인어른 그 가방은 등에 지게 만든 거지. 그렇게 허리에 둘러 매라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만. 뭐 그래도 그게 참 잘 어울리니 다행이긴 합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