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77
화
뮤이넬라라는 이름의 도시를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반중력 자동차는 멈췄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나무와 풀이 넉넉한 곳이라고는 농담으로도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여긴 내가 원한 곳과는 거리가 먼데?”
내가 유메로를 돌아보며 말하는데 유메로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보고 있다.
“뮤이라에서 나무와 풀이 넉넉한 곳을 찾는다면 아예 오지로 가는 방법 밖에 없는데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요? 그래도 뮤이넬라 근처에서 이곳처럼 손님이 원하시는 조건에 맞는 곳도 드뭅니다요. 사람도, 간섭도, 검색도 없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면 여기가 제일이죠. 사실 뮤이넬라와 가깝다는 것도 좋은 입지 조건인데 손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나무와 풀이 없는 것처럼 사람도 없고 간섭도 없고 검문검색도 없다면 나쁘지 않지. 그런데 이곳 불법인 곳은 아닌가?”
“워워워, 절대 아닙니다요. 엄연히 주인이 있고 또 합법적인 건물들이지요. 자, 제가 소개할 건물은 바로 저겁니다요.”
유메로는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켰다. 마치 유령촌 같은 분위기의 건물들 중에서 그나마 깨끗하고 또 온전한 건물이었다.
“여긴 사람이 전혀 없는 것 같군.”
“그걸 원하셔서 이쪽으로 모신 거죠.”
유메로가 내 말을 바로 받아친다. 아마도 내가 가격을 깎으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좋아. 그럼 저기 있는 저 건물로 하고, 주변에 건물 몇 개는 쓸어 버리고 거기에 창고를 짓고 싶은데 가능한가?”
“그거야 뭐 하루나 이틀이면 뚝딱 해결이 되지요. 비용만 충분하다면 뭘 못하겠습니까요.”
“여길 관리할 사람도 있어야겠지. 우리 대신에 심부름을 해 줄 얼굴이 필요한데 말이지.”
“그렇습니까요? 그런데 어떤 물건을 들이시려는지?”
“합법적인 물건들만 들여 올 거야. 대신에 그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아, 돈은 넘치는데 물건들을 아무도 모르게 가지고 가고 싶다는 말씀이군요? 이 뮤이라 행성 어디에서 그 물건들이 쓰일지는 몰라도 뭐 저야 상관할 문제는 아니지요. 돈 많은 재벌들이 간혹 엄청난 공사를 남모르게 하고 싶어 한다는 소리는 간혹 들었지요. 어떤 경우엔 행성 하나를 통으로 사서 자기 집을 짓는다고도 하던데 그게 정말입니까?”
유메로는 내가 언젠가 들었던 유언비어 같은 소문을 들먹이며 묻는다.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행성 하나에 내 집을 짓는다면 그건 좀 멍청한 짓이지. 집을 지은 후에 그곳에 사는 이들을 관리하면서 사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어울려서 살아야 사는 것 같단 말이지.”
“우와 정말 뭐 하시는 분인지 궁금하네요. 그런 스케일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데 말이죠.”
“아무튼 꽤나 많은 물건들을 사서 들여오는 일까지 해 줄 얼굴이 필요해. 정직하면 더 좋겠지만 입이 무거운 것이 더 중요하다. 입을 무겁게 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물론 충당을 해 줄 거야.”
“그거 멋진데요? 그럼 절 고용하시죠?”
“유메로 당신을?”
나는 유메로가 나서서 내게 고용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은 놀라웠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이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이다. 딱 봐도 유메로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는데 갑자기 내게 고용이 되고 싶다고 하니 너무 의외였다.
“아, 그러니까 뭐 심부를 대신 해 주는 거 아닙니까. 거기다가 여긴 이 근처를 사신다고 했지만 얼굴이 필요하다고 하셨으니까 이곳도 그 얼굴이 되는 사람에게 넘기실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가만히 있어도 건물과 땅이 생기는 건데 제가 할 수 있으면 해야죠. 일단 보수로 건물과 땅을 받는 셈이니까 떼일 염려는 없는 거 아닙니까. 거기다가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들어올지 모르지만 거기서 챙길 수익도 적잖을 것 같은데 그걸 다른 놈들에게 빼앗기긴 또 억울하죠.”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다. 뭐 적당하게 마법도 사용해서 내 편으로 만들 생각이 있었으니까 누가 되건 별로 상관은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제가 거느린 놈들이 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곳을 관리하는 일은 제게 딱이죠. 네.”
뜨내기를 어둑한 골목에서 기다리다가 위협하거나 혹은 처리하고 부스러기를 챙기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부하까지 있는 놈이란다. 끌어 쓸 놈들이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여길 가지려면 누구와 거래를 해야 하지?”
“그냥 공탁에 걸려 있는 곳이니까 대금만 가지고 관청에 가면 가질 수 있지요.”
“내가 관청을 안 좋아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이리로 온 것은 어차피 누군가 대리인이 필요할 거라는 예상도 했다는 말이군?”
“딱 들어보면 아는 거 아닙니까. 검문검색 싫다는데 건물을 산다고 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죠.”
“내가 이미 지정한 대리인이 있을 가능성은?”
“그럼 그 사람이 일을 하지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을 하진 않죠. 저도 제 부하에게 시킬 일은 부하에게 시킵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아주 특별하게 구역 순찰하다 얻어 걸린 대박인 거고요.”
“일단 믿어 보지. 뭐 이런 건물 하나하고 땅을 사는데 들어가는 비용 따위야 내겐 별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거야. 유메로 난 텔론이 아주 많아. 네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많지. 그래서 만약 내 기분이 나빠지면 나는 용병이건 해적이건 조직이건 어디건 돈을 뿌릴 각오가 되어 있어. 왜냐면 날 속이는 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니까 말이야. 그럼 내가 못 참게 되는 거지. 알겠어 유메로?”
내가 약간의 기세를 끌어 올려서 유메로에게 또박또박 한마디씩 할 때마도 유메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리고 땀이 뺨을 따라 흐르는 것을 보고 나는 기세를 죽였다.
“무, 물론이지요. 저도 제게 이익이 보장되는데 쓸데없는 짓을 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습니다.”
“맞아. 유메로 네가 있는 곳과 내가 있는 곳은 지금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네가 내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그러니 지금은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을 하는 거야. 그게 서로에게 이익이니까 말이지. 난 누구를 착취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유메로 너도 지내보면 만족하게 될 거야. 자, 그럼 여길 사는데 필요한 텔론이 얼마나 드는지부터 이야기를 들어볼까? 참고로 건물을 사고 보수를 하고 창고를 짓고 하는 비용을 최대로 계산해서 이야기를 해. 나중에 모자란다거나 하는 소리를 하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난 넉넉하게 줄 거고, 그럼 너는 그걸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거야. 그리고 남는 건 네가 가지는 거지. 어때? 좋지?”
“물론이죠. 네. 알겠습니다. 일단 이곳 주변을 통째로 구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텔론으로 50억 텔론 정도가 듭니다. 거기에 건물 보수, 아니 완전히 밀어내고 새로 올리는데 250억 텔론 정도 들어갈것 같습니다.”
“그거면 모두 해결이 되나? 나와 내 아내가 잠시 머물 곳도 필요한데? 그리고 공사는 며칠이나 걸릴 것 같은가?”
“외부 공사는 이틀, 내부공사까지 닷새 주시면 됩니다.”
“관공서 문제까지 해결하는데 닷새, 좋아. 그렇게 하고 코어 처분해서 자금 확보 할 수 있지?”
“무 물론입니다. 요즘은 코어를 투자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있어서 가격도 꽤나 상승했습니다. 어쩐지 데블 플레인에서 코어가 적게 나온다고 하고, 또 어떤 이야기론 당분간 코어가 안 나올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건 뭐 식민 행성의 양아치 조폭두목까지 데블 플레인이 불안하단 사실을 알고 있을 정돈데 정작 데블 플레인에 있는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단 거잖아. 이런 분위기가 만연하단 소리는 여론을 몰아서 언젠가 데블 플레인에서 어떤 사건이 생겨도 그럴 것 같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려는 조작일 가능성이 높지. 딱 봐도 우리 쪽엔 별 문제가 없는데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안다면 그림이 나오는 거지. 젠장 할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