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88
화
나는 이 기괴한 세상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부유선을 타고 이동을 하는 동안에 점차 몬스터의 모습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째선지 몬스터가 없었다.
“이상해 남편, 아까 거기는 괴물들 많이 있었는데 이쪽으로 오니까 하나도 안 보여. 그냥 동물들이야. 우웅. 이상하다 그지.”
포포니도 나와 같은 것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넓은 초지에서 부유선을 세우고 내렸다. 만약 이곳에 있는 생명들이 온전한 생명이었다면 정말 보기 좋은 초원지대라고 했을 것이고, 갖가지 동물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아름답다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풀을 뜯는 동물들은 풀을 뜯지 않고 흡입을 하고 있다. 입을 대고 빨아들이면 기체가 되어 흡수가 되는 모습이다. 그것은 사냥을 하는 육식 동물도 마찬가지다. 먹이를 잡고 뜯어 먹는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기체로 변한, 아니 에너지로 변한 상태로 흡입을 한다. 그런 부조화가 자세히 살피는 내 눈에 조금씩 들어나기 시작한다.
“완전히 모방하진 못했나? 아니면 이쪽이 더 효율적이라 이런 방법을 쓰도록 진화를 한 것일까?”
나는 에테르 기반 생명체의 에너지 섭취 모습을 보며 잠깐 고민을 했다. 하지만 포포니의 고함 때문에 생각을 길게 할 수가 없었다.
“저기 봐! 남편 괴물들이 오고 있어!”
포포니가 초원 한 쪽을 가리키며 내 소매를 흔드는데 잘 보니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등급으로 봐도 빨간색 등급에서부터 보라색 등급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이 있다.
“남편, 괴수가 와!”
“나도 느꼈어. 마눌, 일단 부유선을 타고 은폐를 하자.”
“웅웅.”
우린 곧바로 부유선을 타고 날아 오른 뒤에 은폐 마법도구를 사용해 기척을 감췄다.
그러자 다가오던 몬스터들이 우뚝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석상처럼 서 있다.
“뭘까? 남편.”
“글쎄, 모르겠네. 저것들 보통 몬스터와는 상태가 조금 다른 것 같지?”
“응. 이상해.”
포포니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미동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두두두두두. 우두두두. 두두둑.
그런데 부유선을 중심에 두고 몬스터들이 따라서 움직인다. 마치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보고 쫓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릴 알고 있어. 남편 그렇지?”
“잠깐만 은폐를 풀어 보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긴장하고 있어. 마눌.”
나는 일단 포포니에게 만일에 대처할 준비를 하라고 이르고 부유선의 은폐를 풀었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일제히 달려서 부유선 아래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우웃. 은폐, 다시 해 남편.”
“알았어. 알았어.”
포포니가 놀란만큼 나도 놀랐다. 곧바로 은폐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몬스터들은 석상처럼 굳어 버린다. 그러면서 부유선이 움직이면 그걸 따라서 움직인다.
“뭔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걸 따라서 움직이는 거야. 그리고 뭔가 은폐가 풀려서 자신들과 다른 기반의 생명체를 발견하면 한꺼번에 덤비는 거야. 이러니 제4 데블 플레인에서 헌터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했겠지. 이런 상황인데 마치 도시를 건설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던 거였어. 그리고 이런 곳이니까 까흐제 그 작자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지 못하고 던전 같은 곳에서 수련을 했겠지.”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 사냥 못 할 것 같은데?”
“그거야 나중에 가까이 오는 녀석 몇 마리 데드존에 담아서 가면 되는 거지 뭐.”
“아니 남편 그거 말고 여기다가 성간-게이트 세워야 하잖아. 그러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해?”
“일단 실험을 해 봐야지. 저것들이 코어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알아야지. 뭐, 그래도 은폐 기능은 확실히 효과가 있으니까 은폐를 한 상태에선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러니까 그 안에 성간-게이트를 세우는 거야. 그리고 영구적으로 은폐가 작동하게 만들어 놓으면 별 문제 없지 않겠어? 여긴 헌터도 없고, 모성 사람들도 없는 곳이니까 말이지.”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조심해야 해. 알았지 남편. 뭔가 커다란 눈이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음. 그래서 조금 무서워.”
뭔가 느낀 모양인지 포포니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 행성의 뭔가가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아닌 생명체의 등장을 몬스터에게 알려서 그곳으로 집결해서 처리하도록 하는 그런 뭔가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면서 이곳에는 몬스터란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미 점령이 끝난 곳이라서 몬스터의 비율을 줄이고 일반 생명체 종류를 늘려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아예 몬스터를 없앴다가 다른 생명체가 등장하면 다시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이야 들여다보지 못하니 알 길이 없다.
부유선을 내리고 은폐 범위 안에서 적당히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공간을 만들어서 성간-게이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코어에 대한 실험을 해 봤는데 몬스터들은 코어를 향해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코어 앞에서는 통제가 되지 않는지 서로 싸우는 모습도 보였다. 먹이를 다투는 짐승들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많이 이상한 것 같다. 여긴 가끔 와서 실험을 해 봐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아.”
“실험?”
“응. 이곳은 에테르 생명체들에겐 거의 점령이 끝난 곳이니까 이런 곳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거든.”
“웅. 그럼 그렇게 하자 남편. 그리고 나중에 여기 있는 괴물들을 다 쫓아내는 거야. 응? 그렇게 하자 남편.”
“그래도 행성 하나에서만 쫓아내자고 하니 다행이네. 우리 마눌. 괜히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모두 없애자고 하면 감당이 안 되는데 말이야.”
“그런 거야? 하지만 우리 남편은 마음먹으면 할 수도 있을 거야. 그치 응?”
포포니 나도 그렇다고 대답을 해 주고 싶지만, 내 다른 반쪽이 지금도 페어리를 신의 봉인에서 풀어 준다는 약속 때문에 죽어라 고생을 하고 있거든? 나도 그 약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 그 쪽 영혼에 페어리 둘이 모두 함께 하고 있어서 내가 지금 조금 자유롭게 사는 거라고. 그런데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멸종시키겠단 약속을 하라고? 미안하지만 그건 나도 어려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고.
“포포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약속은 좀 무리가 아닐까?”
“정말? 정말이야? 남편 하기 싫고 귀찮으니까 그러는 거지 응? 맞지.”
“아니야. 그런 거. 저 하늘의 우주는 그 끝이 없다고. 거기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가 어디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그걸 소멸시키겠다고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어? 대신에 우리 제4 데블 플레인하고 제8 데블 플레인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몰아내는 것을 연구해 보자. 응? 그것도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포포니.”
“우웅. 그런 거구나. 알았어. 남편. 남편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
행성 한 둘을 완전히 말아 먹는 일을 시키면서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는 우리 마눌의 이 담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나저나 까흐제 이 양반 대련하는 대전사들에게 시켜서 곤죽을 만들어 놓으라고 해야지. 그리곤 대련을 딱 끊어 버리는 거야. 나야 뭐 대련 기회를 한 번 만들어 주면 그만이니까. 하필 제4 데블 플레인에 처음으로 듀풀렉 포인터를 놓다니 말이지. 아마 다음엔 제8 데블 플레인에 가져다 놓을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랬다간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지. 그래야 정신을 차리고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