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8
화
“응? 분위기가 왜 이래?”
“글쎄? 이상하지 남편?”
“그러네?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지?”
“웅!”
나는 오랜만에 고향에, 아니 내 고향은 모성이니까 제3 데블 플레인이 고향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그곳이 고향처럼 느껴지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아무튼 오랜만에 제3 데블 플레인과 교역행성, 그리고 식민 행성들에 내가 심어 놓은 하수인들을 만나서 몇 가지 일들을 조정하고 다시 제7 데블 플레인으로 돌아왔는데 이곳 워터의 쉼터 분위기가 아주 이상하다.
그 동안 이곳 워터의 쉼터와 연결된 다른 쉼터는 아이의 쉼터를 포함해서 서른다섯 곳에 이른다. 워터의 쉼터까지 서른여섯 곳의 쉼터가 듀풀렉 게이트로 연결이 되었고 그 중심은 이곳 워터의 쉼터 밑에 있는 게이트 광장이다. 그래서 다른 쉼터들에 비해서 워터의 쉼터라고 부르는 이곳엔 언제나 섬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지금 쉼터에는 이전보다 확실히 수가 적은 섬사람들만 오고 갈 뿐이다.
우리는 일단 워터나 다른 쉼터의 대표들이 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딱히 쉼터 어느 곳이 명당이랄 곳은 없는데 그래도 여러 쉼터의 우두머리들이 모여서 그들의 일을 의논하는 장소가 있다. 거기에 있는 물웅덩이가 또 다른 곳의 웅덩이에 비해서 조금 크기도 하고 그 웅덩이와 통하는 수중 통로가 쉼터의 중요한 시설들과 가장 빠르게 연결이 된다는 점에선 나름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뭐야? 여기 왜 사람들이 없어?”
“글쎄? 무슨 일이지?”
“이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야? 다들 모르는 사람들 밖에 없잖아.”
“그래도 아무나 붙들고 물어봐. 남편.”
“대화가 통하는 놈들이 어떤 놈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알았어. 내가 할게. 그냥 한 사람 붙들어서 우리와 대화가 가능한 사람에게 데려다 달라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하면 될 걸 남편은 꼭 한 사람씩 붙들고서 말이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만 확인을 하더라? 이상해.”
아! 그런 방법이? 어디 구멍 없나? 숨고 싶은데?
“역시 남편은 가끔 이상해.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니까 간단한 건 잊어버리는 거 같아. 응응.”
보아하니 포포니는 흥이 난 모양이다. 아무래도 뭔가 나보다 나은 걸 해 냈다는 것이 뿌듯한 모양이다. 뭐 나야 그런 포포니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라도 좌절감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마눌의 기분이 좋아진다면야 뭐잠깐 바보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허! 그것 참.
섬사람들이 악마 사냥을 나갔단다. 그것도 연결된 쉼터에서 실력 있는 섬사람들 삼분의 이 이상이 한꺼번에 출동을 했다는데 그러고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란다.
아니 정확하겐 연결된 모든 쉼터의 섬사람들이 나선다고 해도 승리를 예견할 수 없는 사냥감을 잡으러 갔다고 한다.
대충 보아하니 아마도 지역 코어 정도 되는 놈을 잡기 위해서 나간 모양이다.
그래서 도대체 그런 걸 왜 사냥하려고 하느냐 물었다. 그랬더니 그 답이 웃기다. 거기 근원이라고 부르는 곳들 중에 하나란다.
근원, 뭔가 그럴 듯한 생각이 들어서 차근차근 물어서 얻은 대답이 조금 의외다.
이곳 데7 데블 플레인에도 섬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쉼터 같은 인공적인 섬이 아니라 정말로 섬이 있는 거다. 지금의 쉼터는 그 섬을 모방해서 만들어 낸 것이란 소리다.
그런 섬들이 이들 섬사람들의 원래 고향인 셈인 거다. 곳곳에 웅덩이가 있고 그 웅덩이로 이어지는 수중 통로가 있으며 그 통로로 연결된 수많은 공동들을 지니고 있는 그들의 집.
오래 전에 기억도 할 수 없이 까마득한 때부터 악마들에게 빼앗겨서 되찾지 못하고 있는 섬사람들의 마음의 고향.
그곳을 되찾기 위해서 엄청난 숫자의 섬사람들이 나섰다는 건데, 내 생각에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사실 지역 코어를 품은 몬스터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역 코어가 되기 위해서 준비중인 놈들이 괴순데 그것들을 잡기 위해서도 그랜드 마스터 수십 명이 나서야 했다. 그러고도 성공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만으로 괴수를 사냥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그보다 상급이라면? 그게 사냥이 가능하긴 할까?
적어도 칼질을 해서 상처는 줄 수 있어야 뭐를 해도 할 것이 아닌가 말이지. 내가 보기에 지역 코어를 품은 몬스터는 그랜드 마스터의 칼질에도 별로 상처를 입을 것 같지 않다. 그 엄청난 생체 에테르를 뚫고 상처를 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거다. 상처를 줄 수 없는 몬스터에게 백만이 넘는 섬사람들이 달려든다고 성과가 있을까?
나는 포포니와 함께 한숨을 쉬면서 사냥을 나간 섬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섬사람들이 사냥을 나섰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돌아온 워터의 이야기로 절반 이상이 죽었단다. 뭐 물로 돌아갔다고 했으니 그 말이 그 말이다.
“다시 갈 거냐?”
– 근원을 찾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다시 힘을 모아서 갈 것이다.
“못해도 백 만은 죽었을 거다. 그건 알고 있냐?”
– 물에서 나서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많은 섬사람들, 그래 워터 니 말대로 그들만큼 또 태어난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커서 다시 그들처럼 뛰어난 전사가 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생각해보지 않은 거냐?”
– 시간은 많다. 우리는 다시 준비하고 다시 갈 것이다.
“내가 듀풀렉 게이트를 연결해 준 것이 잘못이다. 게이트가 없었으면 그 많은 수가 모이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 그렇게 몰려가서 죽는 일도 없었겠지. 그저 쉼터만 지키면서 살았을 거 아니냐.”
나는 정말 후회가 되었다. 이들에겐 듀풀렉 게이트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
– 우리가 물로 돌아가서 악마의 기운을 몰아낸다. 우리가 물로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다.
지랄인다. 그래 죽어서 물을 정화한다고? 에테르의 기운을 없앤다고? 그게 뭔 의미가 있어? 제 몸 던져서 그 짓거리 하고도 아주 당당하지?
“이제 어린 것들이 다 자랄 때까지, 그들이 힘을 키울 때까지는 움츠리고 있을 거냐?”
– 다른 쉼터를 찾아간다. 그들에게 물의 은총을 전한다. 그리고 그들도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면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서 나설 것이다.
“그래서 또 죽고?”
–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악마를 죽이고 또 내가 죽어서 물을 정화한다. 물로 돌아가서 언젠가 다시 우리로 태어날 것이다.
하아, 말이 안 통한다.
이렇게 되면 근원이란 곳을 정말 한 번 공략해 봐야 하나? 거기에 지역 코어가 있다면 그걸 상대로 지역 코어 공략에 대한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깝딴들 몇 십 명이랑, 에스폴, 디버프에 능한 헌터, 거기에 나까지 더하면 지역 코어도 어느 정도 약화 시킬 수가 있을 거고, 뭐 공격이야 여기 섬사람들이 있으니까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한데?
정말 한 번 해 볼까?
“근원이란 곳을 찾으면 어쩔 건데?”
– 모든 우리들이 그곳으로 모인다.
“거기가 그렇게 넓어? 모든 섬사람이 거기서 모여 살 수 있냐고.”
– 근원에서 근원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을 통해서 우리들은 아무리 먼 곳이라도 짧은 시간에 갈 수 있다.
뭐? 그거 듀풀렉 게이트 같은 건가?
“그런 것이 있어? 내가 너희에게 만들어 준 것 같은 그런 거?”
– 아니다. 그것과는 다르다. 그래도 빨리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다시 다른 근원을 되찾는다. 우리는 끝없이 싸우고 또 싸워서 모든 근원을 찾고 결국 물로 돌아갈 것이다.
뭔 소린지. 그러니까 근원이란 거 찾아봐야 니들은 죽어라 쌈박질을 하고 죽고 또 죽고 할 거란 소리냐? 뭔 이런 놈들이 다 있어? 그냥 보기엔 별로 그렇게 안 보이는데 이것들은 엄청 단순하고 무식하고 또 위험하게 느껴지는 놈들이다. 이게 전부 교육 탓일 거야. 어려서부터 그렇게 보고 배워서. 이 놈들이 키우는 알이라도 얼마쯤 훔칠까? 음? 뭐 그래도 모를 것 같은데? 어차피 그다지 부성애니 모성애니 하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알 좀 훔친다고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아니지, 그냥 물어 볼까? 수정된 알들 좀 줄 수 있냐고? 그러다가 화내면 뭐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남편 무슨 생각해? 지금 이상한 생각 하지?”
“아니야. 이상한 생각은 무슨! 아무 생각도 안 했어.”
“아닌 거 같은데? 우웅. 뭔가 꾸미고 있어. 남편이. 확실해.”
이상하게 감각이 발달한 포포니라니까. 묘한 곳에서 그 감각이 발동해서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