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5
575화 에필로그
SC스타즈는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MVP는 단체전 경기에서 무패를 달성한 이신.
박영호에게 패하여 왕좌에서 내려온 이신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활약이었다.
이로서 이신은 단체전에서마저 금메달을 손에 넣어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업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올도어SCC 또한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명가로 등극한 것.
하지만 팀의 주축을 이루었던 차이와 장양이 곧 더 큰 해외 무대로 떠날 예정이라 내년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차이는 개인전에서도 3·4위전에서 승리하여 동메달을 차지했는데, 그 덕에 해외 강팀들에게서 러브콜을 잔뜩 받았다.
이신이 있는 중국도 고려했지만, 차이는 결국 미국으로 진출했다.
대신 장양이 SC스타즈로 이적하여서 중국 팬들을 설레게 했는데, 장양은 이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은 모양이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손에 넣은 박영호는 새로운 제왕의 포스를 자랑하였다.
그랑프리 후에 열린 슈퍼리그에서 또 한 번 이신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
그로 인해, 여전히 강한 이신이지만 역시나 쇠퇴기가 시작되었다고 팬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듬해에 열린 슈퍼리그에서는 이신이 박영호를 4강에서 꺾고 결승까지 올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일을 계기로 이신 대 박영호라는 라이벌 구도가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준우승은 장양이라 중국 팬들도 기뻐하였다.
미국에서는 차이가 영원한 북미의 에이스 마이클 조셉을 꺾고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장양도 차이도 맹활약을 하며 세대교체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1년 후에 다시 열린 월드 SC 그랑프리는 또다시 박영호에 의해 평정되었다.
차이와 장양이 도전했으나 박영호는 세대교체를 1년 뒤로 미뤄버리며 다시 한 번 최강자로 2년 연속 군림했다.
그 2년간이 박영호의 선수 생활 최고의 전성기였다.
참고로 이신은 4강전에서 박영호에게 패배했으나, 3·4위전에서 장양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또 손에 넣은 메달.
금메달은 탈환하지 못하였으나, 월드 SC 그랑프리의 온갖 기록을 갈아치워 e스포츠의 신화가 되었다.
금메달이 지겨워 일부러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최고의 자리에서는 물러났으나 이신은 여전히 박영호와 함께 SC스타즈의 원투 펀치로 활약했다.
또 1년이 지나자 박영호의 기량도 서서히 하향세를 탔다.
그 탓에 세계 패권은 박영호, 차이, 장양의 삼파전으로 복잡해졌다.
사실 그 자리에 이신까지 끼어서 4파전 구도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신은 은퇴했다.
SC스타즈가 재계약을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더는 뜻이 없기에 거절했다.
이제 최고는 아니나 여전히 톱클래스의 기량을 유지하던 이신이었기에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이신은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버렸다.
따로 연예인으로 활동할 계획도 없었으므로, 이제 더 이상 팬들은 이신의 이름을 들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게임의 신’ 이신, 수능 만점!] [만학도 이신 “별로 안 어려워”] [은퇴한 e스포츠 전설 이신, 늦깎이 나이에 수능 만점 ‘대박’] [수능 만점 이신, 교수 부친 재직 중인 한국대로]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원래 공부도 잘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하니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서 수능 만점을 받을 줄은 몰랐다.
가히 은퇴한 프로게이머들 중 가장 충격적인 행보였다.
-이젠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정말 신이셨다.
-공부의 신!
-다 가지셨다ㅠㅠ
-오빠 대박! 넘넘 멋져요!
사실 악마군주 가미진을 이기고 소원으로 받은 구슬 덕에 거둔 성취였다.
-시험 보는 날 이 구슬을 삼키면 시험에서 묻는 지식이 전부 머릿속에 들어올 것이다. 효력은 사흘간 지속된다.
구슬을 삼키고 시험을 보니, 정말로 시험에서 묻는 지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연히 수능은 만점.
그러나 굳이 이 비밀을 밝힐 필요는 없었으므로 이신은 뻔뻔하게 공부의 신으로 등극했다.
빨리 수능 보고 입학하기 위해 구슬의 힘을 빌렸을 뿐, 정말 시간 들여 준비했어도 이만한 성취를 얻을 수 있었을 거라는 자신감이었다.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이신은 카이저 게이밍의 구단주로서의 일도 병행했다.
아버지와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되면서 서로 감개무량함을 느낄 수도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은퇴 소식도 들려왔다.
바로 주디와 존 남매.
주디는 이신이 은퇴하자 프로 생활에 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존은 성적이 오랫동안 부진하자 새로운 진로를 택했다.
바로 이신과 같은 프로게임단 구단주!
이신이 인수한 카이저 게이밍이 약팀에서 강팀으로 성장한 것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레벨린 가문의 지원을 받아 캐나다에 명문 구단을 만들 야심을 보였는데, 오히려 선수 생활을 할 때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 * *
선수 겸 코치 겸 구단주!
이 희한한 직책을 가진 사람이 카이저 게이밍에 있었다.
바로 e스포츠의 전설 이신.
그는 대학 졸업과 함께 카이저 게이밍에 코치로 들어왔다.
아직 협회에 선수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선수로서도 활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들과 팀 코칭스태프들의 바람일 뿐, 이신은 다시 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서열전으로도 충분하니까.’
요즘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 등이 실력이 부쩍 늘어서 서서히 이신에게 위협이 되고 있었다.
마계 서열 1위를 유지하는 일도 이제 예전처럼 쉽지가 않아서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마계에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으니, 현실 세계에서는 그저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e스포츠 일도 할 수 있는 코치 역할을 맡은 것이다. 말하자면 소일거리였다.
물론 다른 코치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어 있었다.
이신은 재능 있는 몇몇 선수를 맡아서 전담 교육하는 역할을 맡았다.
즉, 지금도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차이·장양 같은 엘리트로 키울 생각인 것.
확실히 이신은 스승으로서도 재능이 있었다.
이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하나같이 일류가 되어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리고 해외 강팀에 이적하며 팀에 막대한 이적료를 가져다주었다.
그로인해 구단주의 재산을 불려주었지만, 이신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쓸 만하다 싶어지면 외국에 가버리는군.’
돈 같은 건 어차피 넘쳐나서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좀 성장한 제자들이 팀의 에이스로서 계속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컸다 하면 해외 진출을 하는 바람에 자꾸만 팀은 전력 공백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외 강팀만큼의 높은 연봉을 줄 정도로 풍족한 편은 아니어서, 순순히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게 해외 진출한 제자들은 세계 빅 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한국이 e스포츠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올 정도!
성공비결을 물으면 제자들 하나같이 비슷하게 이야기를 했다.
“스승님을 만나고서 겸손을 배웠습니다.”
“전 제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재능이 없으면 노력이라도 하라고 혼났어요. 그때 정신 차렸죠.”
“요즘도 종종 온라인에서 스승님을 만나면 제가 져요. 진짜 재능이라는 건 저런 거구나. 내 재능은 쓰레기구나 하고 깨닫게 되죠.”
“왜 의무병으로 공격 받는 보병을 일점사해 치료 안 하냐고 혼났었어요. 정신이 멍해졌죠. 그게 인간에게 가능한 건가요?”
“스승님 정도의 재능이 없는 이상 죽도록 노력하는 게 답입니다. 근데 스승님은 노력도 죽도록 하세요. 왜 현역 복귀 안 하실까요?”
해외에서 이신의 이름을 빛내는 제자들!
하지만 덕분에 카이저 게이밍은 오늘도 전력상에 문제가 생겼다.
-카이저 게이밍 대 JKT! 이제 7세트 에이스 결정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 누구를 내보낼지 카이저 게이밍의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프로리그 후반기.
6세트까지 3-3의 스코어를 주고받은 가운데,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이 남았다.
에이스 결정전은 선수들 중 아무나 출전시킬 수가 있는데, 상대팀에서 나올 선수는 뻔했다.
철벽 괴물.
회춘의 아이콘.
바로 박영호였다.
부진을 겪다가 공군 프로팀에 입대하여서 군복무 겸 선수생활을 한 박영호는 제대와 동시에 친정팀인 JKT에 복귀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다시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2세트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박영호는 에이스 결정전도 나올 예정임이 분명했다.
“누구를 내보낼까요?”
한태곤 감독이 물었다.
이신에게 감독으로 기용된 이래로 카이저 게이밍을 강팀으로 키워내 명장 소리를 듣는 한태곤 감독.
현재는 구단주가 아닌 코치로서 있는 이신이지만, 그는 여전히 이신을 구단주로서 존중했다.
사실 구단주가 아니더라도 같은 e스포츠 인으로서 이신은 존중해야 마땅했다.
“태영이는 오늘 부진했고, 진호는 박영호를 절대 못 이기는데요. 그래도 둘 중 하나를 내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태곤 감독의 말에 이신은 수심이 깊어졌다.
“됐습니다. 차라리 내가 나가고 말지.”
이신의 투덜거림에 한태곤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그래도 선택은 해야죠.”
“기껏 키워놓은 에이스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야 사모님께서 외국에 내다파셨죠.”
그 말에 이신은 신음이 절로 나왔다.
그의 아내 주디는 카이저 게이밍의 단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단장으로서 팀의 대소사를 꽤나 잘 관리했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신이 키운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이었다.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팀에 남겨놓지만, 하나도 기특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큰물에서 놀고 싶어 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묘하게 적극적으로 팔아치우는 것 같단 말이야.’
특히나 동생 존이 거액을 쏟아 붓다시피하며 키우고 있는 캐나다 팀에 말이다.
큰 투자를 했지만 매번 팀 성적은 큰 성과가 없어 고민 중이던 존.
그러나 최근에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팀을 성장시켰다.
그 업적의 뒤에는 이신이 키운 선수를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누나 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저, 구단주님?”
“예?”
한태곤 감독이 부르자 이신이 퍼뜩 상념에서 벗어났다.
“누구를 내보낼까요? 에이스 결정전.”
선택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한태곤 감독은 이런 경우 이신의 직감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말했잖습니까.”
“예?”
“차라리 내가 나간다고.”
“…예?!”
정말로 이신은 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다시 전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