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4
574화 결말(9)
그 전투는 e스포츠의 역사에 길이 남았다.
최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류의 저력.
그리고 괴물이라는 종족으로 펼칠 수 있는 꿈의 플레이.
포문은 폭격충이 열었다.
-폭격충! 끝내 폭격충까지 등장하고야 말았습니다!
-폭격충을 썼다간 필패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인데요, 카이저의 만리장성을 돌파하기 위해 러너도 칼을 뽑았어요!
폭격충은 쐐기충이 변태되어 진화하는 유닛의 형태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공대지 공격을 하는데, 사거리가 길고 강력한 대신 비행속도가 느렸다.
폭격충이 앞장서서 심시티를 부쉈다.
심시티에 구멍이 나자 박영호가 슬슬 시동을 걸었다.
-펑! 펑! 펑!
앞에서부터 흑안개를 도배하며 기동포탑의 포격에 대비하는 박영호.
-펑! 펑! 펑! 펑!
그 흑안개가 만리장성 심시티까지 뒤덮더니,
-갑니다!
-최후의 전투!!
괴물 대군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펑펑펑펑펑펑!!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불기둥을 뿜었다.
흑안개에 의해 원거리 공격으로부터 보호되지만, 확산 데미지에 의해 괴물들이 피떡이 되었다.
하지만 괴물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다.
게다다,
-하늘군주까지 함께 비행합니다!
-안에 괴물들을 잔뜩 머금고 있을 겁니다!
-폭격충이 심시티를 부수고서 대공포도 부수고 있거든요! 그 빈틈으로 들어갑니다!
지상과 공중에서 박영호의 컨트롤이 폭발했다.
하늘군주에서 바퀴들과 함께 괴물주술사도 인류 기갑 병력의 한복판에 드롭되었다.
드롭되자마자 정확히 클릭, 스킬 실행!
-펑!
흑안개가 펼쳐지고 그 안에 바퀴가 기동포탑에 달라붙었다.
-펑! 펑! 펑!
하늘군주에서 드롭한 괴물주술사들이 일제히 흑안개를 펼쳤다.
흑안개가 화면을 뒤덮는 장관!!
“우와아아아아!!”
“미쳤어! 둘 다 완전히 미쳤다고!”
“러너 저 괴물 새끼!”
경기장이 비명으로 가득했다.
사람 손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플레이의 향연이었다.
가만히 방어하는 입장이지만, 이신의 손도 그 못지않게 바빴다.
-팟! 팟! 팟!
전술위성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기동포탑들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었다.
어디 그뿐인가?
대공포까지 일일이 지정해서 하늘군주들을 일점사해주기까지 했다.
기계보병들이 우회하여서 폭격충들을 사냥했고, 고속전차들이 끊임없이 지뢰를 매설했다.
이신도 박영호도 역사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APM 수치를 돌파하였다.
손이 속사포처럼 컨트롤을 미친 듯이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오 마이 갓!! 둘 다 미쳤습니다!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닙니다!
-흑안개로 맵을 뒤덮었는데, 그 흑안개 속으로 들어가서 계속 지뢰를 매설하는 카이저도 지독해요!
-그냥 금메달 2개 만들어서 둘 다 줘버려요!
흑안개가 이신의 철통 방어선을 뚫고 앞마당까지 뒤덮여 있었다.
양념을 다 쳐놨고, 이제 바퀴가 한 줌이라도 들어가서 다 먹기만 해도 되는 상황!
하지만 지독스럽게도, 이신의 고속전차가 그 안에 들어가서 지뢰를 끈질기게 매설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살아남아 있었던 소수의 스텔스 전투기가 슬그머니 나타나 폭격충들을 사냥했다.
-막아냈어요!! 저 공세를 막아내나요, 카이저!
-정말 질긴 목숨입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끝까지 놓지 않았어요!
-다시 생산된 기동포탑이 배치되고, 고속전차들이 지뢰를 깝니다! 부서진 대공포도 다시 수리하고, 하하하! 철통 방어선을 또 복구하는 카이저.
-러너도 지지 않죠! 괴물 군단이 또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아, 하늘군주에 일제히 탑승합니다. 아까 그 짓을 또 할 생각입니다! 손가락이 무사하나요, 러너?
관중들도 네티즌들도 한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박영호가 또다시 습격을 펼쳤다.
-펑! 펑!
지상에서도 괴물주술사가 흑안개를 치며 길을 열고,
-펑! 펑! 펑!
공중에서도 하늘군주에서 드롭된 괴물주술사가 포격에 맞아 죽기 전에 흑안개를 펼쳤다.
흑안개의 해일이 이신 쪽으로 밀려드는 듯한 광경이었다.
바퀴들이 지뢰밭에서 산화하고, 공성벌레가 뒤를 이어 뛰어든다.
-퍼엉! 콰르릉!
기동포탑들이 하나둘 부서져나갔다.
그 와중에 이신은 기동포탑들의 포격모드를 해제하고 뒤로 물러서는 판단을 내렸다.
그 자리를 고속전차가 대신하여서 지뢰를 미친 듯이 매설했다.
삽시간에 지뢰밭이 되는 광경도 장관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하늘군주가 바퀴를 잔뜩 머금고 나타나더니, 박영호의 정밀 드롭이 펼쳐 쳤다.
지뢰밭 중심지에 바퀴를 하나씩 떨어뜨려서, 지뢰군과 함께 상대방 병력을 함께 폭사시키는 초정밀 드롭이었다.
고속전차들과 지뢰밭을 전부 뚫고 왔을 때, 본진과 앞마당에 나뉘어 계단식으로 배치된 기동포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카이저의 방어선은 안 끝났습니다!
-마지막 마지노선! 러너, 가야죠!
-예, 갑니다!
초고난이도 플레이의 향연에 미친 박영호였지만, 최후까지 달렸다.
이신의 진영을 지구 끝까지 밀어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의 두 손은 이제 무아지경 속에서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어어?! 1시! 3시!!
중계진도 흥분해서 이성을 잃은 지 오래.
다급한 외침에, 대혈전에 매료되어 있었던 옵서버도 비로소 1시와 3시 상황을 비추었다.
“으아아아!!!”
“카이저―!!”
관중들이 질렸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뢰를 다 소진한 고속전차들이 1시와 3시 확장 기지를 습격해 일벌레를 학살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괴물 군단을 대전투에 꼬라박아 자원을 소진한 박영호의 힘을 더 빼놓는 섬광 같은 플레이!
그 대전투 속에서도 승리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러면 러너도 지금 공격이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막히면 힘이 빠져서 카이저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주게 돼요!
-두 선수 다 금메달을 정조준! 달립니다!
박영호의 마지막 괴물 군단이 다시 달렸다.
-퍼퍼퍼퍼펑!!!
기동포탑이 뿜어대는 불기둥!
공성벌레와 바퀴 떼가 피떡이 된 동료의 시신을 밟고 전진!
동시에 하늘군주들도 병력을 머금고 이신의 본진을 공습했다.
1시, 3시를 털어버린 이신의 고속전차는 이제 박영호의 마지막 자원 줄인 6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플레이가 하나도 없었다.
졌지만 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플레이도 없었다.
오로지 승리!
둘 다 승리를 향한 집착밖에 없었다.
사방에서 폭음이 울려 퍼지고, 폭발음과 비명이 난무했다.
부서진 기계의 잔해와 괴물의 유혈이 맵을 장식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끝내 GG를 선언했다.
-믿겨지지 않습니다. 제가 잘 본 게 맞나요?
-예, GG를 쳤습니다. GG를 친 선수의 아이디는…….
경기의 열기에 빠져들었던 중계진은 감격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별의 슬픔 때문에.
그리고 새 시대에 대한 설렘 때문에.
누군가가 종식시켜주길 바랐고, 그러나 또한 영원히 계속되길 바랐다.
그랬다.
-Kaiser: GG
GG를 선언한 닉네임은 영원불멸할 줄 알았던, 실제로 방금 까지는 그랬던 카이저였다.
죽을 것 같았다가도 불새처럼 부활했던 이신은 끝내 5세트에서 다전제 무패 신화를 마감했다.
-절대왕권의 황제가 마침내 왕좌에서 내려왔습니다!
-아직도 거짓말 같습니다. 끝날 줄을 몰랐던 카이저의 시대가 종식되었습니다. 왕좌교체 성공! 그 주인공은 러너입니다!
승리를 얻은 순간,
“으아아아아아!!!”
박영호는 괴성을 질렀다.
부스에서 뛰쳐나와 관중들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봤어?! 봤냐고!! 내가 이긴 거 봤냐고!!”
승리에 미쳐 날뛰는 박영호에게 관중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러너! 러너! 러너! 러너!”
열화 같은 함성 속에서 박영호는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다.
“크아아아! 내가 이겼다고―!!!”
장장 3년간 도전한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금메달.
너무나 강력한 적수를 만나 좌절해야 했던 박영호는 긴 도전 끝에 마침내 결실을 얻었다.
미쳐 날뛰다 못해 탈진해서 주저앉은 박영호는 SC스타즈 매니저와 코치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대형화면은 이번에는 이신을 조명했다.
너무나 많은 승리를 이루었고, 너무 오래 절대자로 있었던 남자가 옛날과 변함없는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
“흐흑, 카이저! 넌 나의 영웅이야!”
“카이저!! 카이저!”
관중들이 고함을 지르며 이신을 불렀다.
하지만 이신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가만히 홀로 상념에 잠겨 있었다.
‘졌나.’
스스로 묻는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패배는,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데 다 쏟지 못하고 당한 패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신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손가락에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처절하게 패배했으니까.
여력이 전혀 남아 있지 않는,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던 완벽한 패배였다.
이 순간, 이신은 모든 것이 하얀 재가 되어 버리는 듯한 탈진을 느꼈다.
이대로 누워 자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바깥에서 열심히 자신을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가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들을 보자 뜬금없이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감사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응원해준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표정의 이신의 얼굴에 한 줄기의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그 모습이 대형화면을 통해 모두에게 비춰졌다.
“흐흐흐흑!! 카이저―!”
“카이저!!”
“고마워! 멋진 경기 보여줘서 고마워!”
“넌 최고야! 내 인생 최고의 영웅이라고!”
관중들도 함께 울었다.
긴 시간 이신이 보여준 게임에 웃고 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에 대한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었다.
주디도 펑펑 울고 있었고, 다른 제자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박수를 쳤다.
“자, 이제 갑시다.”
어느새 부스 안으로 들어온 왕춘 감독이 이신을 다독였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줄기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 나니 다시 변함없는 시크 모습의 그가 되었다.
날뛰다가 탈진한 박영호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무대 위에서 박영호와 마주쳤다.
박영호는 이신을 끌어안고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강하게 해준, 힘겹기에 승리를 더욱 값지게 해준 라이벌에 대한 감사였다.
이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박영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날의 경기는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끝이 났다.
특히나 패배한 직후였음에도 이신이 기꺼이 응했던 인터뷰는 많은 이의 감동을 주었다.
-패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더 약했습니다.
-맵이 대체로 불리한 편이었다고 생각되지 않으신지요?
-그런 변호가 없어도 전 충분히 잘났습니다.
-모두 내려놓고 싶다는 태도를 보이셨는데, 마침내 왕좌를 물려주게 되었습니다. 혹시 은퇴를 생각하고 계신지요?
-팀과 남아 있는 계약 기간을 충실할 겁니다.
-인생에 있어 오랜 세월을 SC와 함께 해오셨는데요. 카이저에게 SC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이신은 조금 길게 대답했다.
-한정된 땅과 자원을 놓고 두 집단이 경쟁을 벌일 때,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남을 망치는 것입니다. 이는 때때로 현실에서도 일어나 비극을 만들곤 합니다.
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끝났을 때,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악수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붙자고. 그래서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절 미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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