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15
화
“소, 솔직히 말을 해 주십시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저 티니페란 몬스터를 만나게 되는 겁니까?”
오, 용감한 샤마렐. 엄청 좋은 질문인데?
“으음. 어차피 알게 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 이야기를 해 주겠다. 일단 여러분이 어디에 배치가 되는지에 따라서 그게 조금 다르다. 본부 쪽으로 배치가 되면 별다른 위험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선의 전투 부대에 배치되면 하루에 한 번 이상 티니페를 보게 될 것이다. 그것도 여러분에게 달려드는 놈으로 말이다.”
죽으란 소리지?
“걱정하지 마라. 그래서 이곳 몬스터 전선에서는 헌터 지원 임무를 맡은 여러분에게도 에테르 무기와 방어구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니 한 방에 몬스터의 밥이 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건 뭐 확실하네. 우린 헌터 지원 임무가 아니라 헌터 전투 지원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일꾼이 아니라 전투 요원이란 소리지.
“이건 계약 위반입니다. 우린 전투를 하겠다고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샤마렐, 아무리 그렇게 항의를 해 봐야 소용이 없을 걸?
“계약서엔 몬스터 전선이 위험한 곳이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전투 요원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헌터들을 지원하기 위한 임무에 배치될 것입니다. 몬스터의 사체에서 코어를 획득하거나 혹은 사체를 가공하고 도축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어떤 구조물을 세우거나 의복을 세탁하고 요리를 하는 등의 임무를 맡을 수도 있고, 의료 지원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중에 몬스터 티니페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그것이 계약 위반은 아닙니다. 도리어 그런 상황에서 여러분의 목숨을 구해주기 위해서 우리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여러분을 훈련시켰습니다.”
“저, 전투 인원이 아닌 우리가 사냥에 성공하면 그 몬스터에 대한 권리는 우리에게 있습니까?”
이럴 때는 좀 어벙하더라도 이런 질문 하나 던져 주는 거지. 그래야 확답을 얻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이야. 그나저나 저 놈이 갑자기 우리에게 말을 높이고 있는 건 저쪽 입구에 새로 등장한 사람들 때문인가? 우릴 인수할 사람들이겠지?
“모든 몬스터에 대한 권리는 몬스터 전선 지휘 사령부에서 가집니다. 다만 여러분이 사냥에 성공한 경우 그에 합당한 텔론을 지불할 것입니다.”
그래봐야 툴틱에만 존재하는 숫자상의 가치일 뿐이다.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 이곳 몬스터 전선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툴틱이면 나중에 이곳을 떠날 때에는 어떤 비율로 정산을 해 줄지 모를 일이고, 아니 그 전에 떠날 수가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이젠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기 이분들이 여러분을 지상으로 데리고 가실 분들입니다. 호명하는 순서로 나와서 줄을 서십시오.”
역시 저 사람들 때문에 저 조교라는 놈이 말투를 바꾼 거였어. 뭐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지. 그런데 뭐 하는 거지? 뭔 서류를 저렇게 뒤적여?
우리를 데리고 가기 위해 나타난 사람들의 수는 십여 명, 그리고 함께 훈련을 받은 우리들의 전체 인원은 천 명 정도가 된다. 그러니 수십 명의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데 그것도 일일이 사람의 이름을 불러서 뽑고 있으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확히 열 네 명인 사람들은 번갈아서 한 사람씩을 호명해서 자신의 앞쪽에 세 줄로 세우고 있었다.
“스벤슨!”
“네에.”
남은 사람이 200명도 되지 않을 즈음, 드디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를 호명한 사람 앞쪽에 만들어진 줄 끝에 가서 섰다.
그런데 나를 따라다니며 불평만 늘어놓던 샤마렐은 끝까지 호명이 되지 않다가 결국 열 몇 명이 남은 후에 알아서 한 명씩 자리를 잡으라는 소리에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줄을 섰다. 뭐 다른 이들과 조금 몸싸움을 하긴 했지만 결국 덩치가 큰 샤마렐이 결국 나와 같은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샤마렐 같은 사람이 어째서 끝까지 호명이 되지 않은 건지 이상하다. 내가 보기에 여기서 사람을 뽑는 기준은 아무리 봐도 전투력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처음 앞쪽에 호명이 된 사람들은 훈련 기간 동안에 뛰어난 성적을 보인 사람들이었으니 그게 맞을 거다. 그런데 샤마렐이 끝까지 남았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자, 이제 나를 따라 이동합니다. 따라 오십시오.”
인솔자가 분명한 사내가 70명이 조금 넘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한 마디를 하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부랴부랴 그 뒤를 따른다. 이제 모두들 인솔자를 따라서 움직이는 중이라서 잘못해서 인솔자를 놓치게 되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도 출발 순서가 있는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출발을 하니 정말 멍청하게 있지만 않으면 자기 소속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이쪽으로 갑니다.”
조명등의 간격이 드문드문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곳과는 달리 조금 어두운 터널은 가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중간에 두 갈래, 혹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이 많았다. 거기다가 군데군데 격벽이 있어서 위급 상황에는 격벽을 내려서 침입을 방비할 수단도 마련이 되어 있었다. 그래봐야 등급이 높은 몬스터 앞에서는 종이짝 같이 찢어질 것이지만 뭐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걸으면서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이제 몬스터 전선의 동부전선 지휘부의 휘하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니 가장 높은 명령권자는 동부전선 지휘관입니다. 그 아래로 다시 다섯 개의 집단군이 있는데 그 중에 여러분은 방패 집단군에 속합니다. 그래서 역시 방패 집단군의 군장님이 여러분의 명령권자입니다.”
이건 딱 봐도 군대 체젠데?
“그 방패 집단군에 속한 2중군, 그리고 그 2중군에 속한 1소군, 1소군의 다섯 별군 중에서 세 번째 별군인 3별군에 여러분이 속하게 됩니다. 방패 집단군 2중군 1소군 3별군이 여러분의 정확한 소속이란 뜻입니다. 물론 여러분은 전투병이 아니기 때문에 군인으로 대우받지는 못하지만 일단 소속은 알아 두라는 의미입니다.”
그거 듣고 있자니 기분이 별론데? 군인으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이 뭔가 굉장히 불리한 상황인 것 같단 말이지. 하긴 어딜 가거나 헌터에 비해서 대우 못 받는 것이 일개미들이긴 하지.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헌터와 일개미의 관계보다도 더 차별이 심할 것 같고 개 같은 대우를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 터널은 이곳 전체 지휘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뚫어 놓은 곳입니다. 하지만 나와 여러분이 근무해야 하는 곳은 이런 보호 시설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여러분의 일터까지는 약 3일 정도 행군을 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터널 입구에 여러분을 위한 장비 일체를 준비해 뒀습니다. 그러니 위로 올라가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십시오. 그래야 죽을 확률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물론 후방지역이라 몬스터가 많이 나타나진 않지만 여러분도 아는 것처럼 몬스터를 퇴치한다고 해서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언제 다시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번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방지역에서도 종종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때론 상급 몬스터도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니 지상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언제나 긴장해야 할 것입니다.”
워워워, 말하는 너까지 그렇게 떨면 어쩌라는 거냐? 저것도 초짜 아냐? 아니면 일부러 저렇게 연기를 해서 우릴 긴장시키려는 건가? 어느 쪽이건 효과는 확실한 것 같다. 다들 바짝 얼었으니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