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407
화
“이제 어쩔 건가?”
“뭐가요?”
스피릿의 오두막 앞에서 세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스피릿의 표정이 심각하다.
“화이트 코어가 모든 행성에 다 퍼졌네. 이걸 어쩔 거냐고. 파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파워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친다.
“화이트 코어가 시간이 지나 그 행성의 기운을 스스로 받아들여서 성장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행성 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인가?”
스피릿의 역정이 조금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데도 파워는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게 무슨 문제죠? 그런 일이 벌어지고 또 그 행성에서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어요. 그걸 슬기롭게 헤쳐 나가면 그 행성의 인류가 살아남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멸종을 하겠죠. 적자생존, 약육강식 아닌가요? 그건 어쩔 수 없는 법칙이에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지. 의도적으로 세상에 화이트 코어가 퍼지는 것을 막지 않고 방조한 것이 아닌가. 우리들이 개발한 플레인 게이트가 결국 문제를 일으킨 거란 말이네. 만약 자연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길 기다린다면 수 억 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거야. 그런데 고작 몇 천 년 만에 일이 이지경이 되었단 말이지.”
“괜찮아요. 어차피 화이트 코어가 행성 코어로 성장하는데도 몇 천 년이 필요해요.”
심각한 스피릿에 비해서 파워는 여전히 여유만만이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메틸이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건 아니에요. 파워.”
“무슨 말이죠? 메틸?”
“화이트 코어는 훨씬 빠른 시간에 성장하게 되었어요. 그게 스피릿이 보기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겨우 몇 백 년 사이에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거죠?”
이번에는 파워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파워도 당황할 때가 있군. 하긴 예상과 많이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군.”
“장난치지 말고 빨리 말해요. 스피릿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죠?”
파워가 소리를 지른다.
“그게 말이지. 지금 각 행성에 에테르 기반 생명체, 그러니까 에테르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지?”
“웃기는 이름이죠. 에테르몬이라니. 아무튼 그거야 세이커가 데블 플레인이나 에테르와 되어 버린 행성에서 몬스터들을 보내는 거잖아요. 그것도 행성의 요구에 따라서 보내는 거죠. 그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에테르 코어를 얻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예요. 파워.”
메틸이 그 부분을 짚고 나선다.
“뭐가 문제죠?”
여전히 파워는 이해를 못하는 모양이다.
“잘 생각해봐요. 에테르몬들이 행성에 들어와서 죽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그거야 죽으면서 에테르 코어를 내 놓는 거죠. 그래서 세이커가 일정한 수준의 에테르몬을 적당하게 배분해서 보내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게 거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에테르몬이 죽고 나서 그들이 승화하면서 나오는 에테르가 있다는 것이 문제죠. 그건 대기중에 퍼지게 되고, 결국 그 행성에 있는 화이트 코어에게 흡수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화이트 코어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럼 결국 그 행성들에 에테르몬들의 등장이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 되는 거지. 우리가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말이지.”
“이런 빌어먹을 세이커!!”
파워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런 파워를 보며 스피릿과 메틸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지. 아니야. 그건 세이커 잘못이 아니야. 세이커는 화이트 코어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몰랐단 말이지. 그런데 그걸 알고 있던 우리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거지. 물론 지금도 세이커는 우리가 알게 된 이 사실을 모르지. 그런 주제에 어떻게 된 건지 벌써부터 각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혹시라도 에테르몬들이 나타날 경우에 인류에게 도움이 될 안배를 하고 있지. 생각하면 참 웃긴 녀석이야.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예지력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그래서 스피릿 어떻게 하자는 거야? 설마 나한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파워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메틸과 스피릿을 본다. 꽤나 사나운 얼굴이다. 더구나 말투까지 확연히 바뀌었다. 매우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아. 그건 아니네. 물론 아니지.”
“그래요. 지금은 다만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자는 이야기였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제부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를 놓고 이야기를 해 봐야죠.”
파워의 폭주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지 스피릿과 메틸이 파워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떻게 하긴, 당연히 세이커가 하는 행동을 멈추게 해야지요.”
다시 파워에 어투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스피릿과 메틸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그 행성들은 에테르 코어 부족으로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텐데?”
“그렇다고 미래를 뻔히 알면서 그냥 두자는 건가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세이커처럼 각 행성에 미래를 위한 안배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말이지.”
“뭐라고요?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자는 건가요? 도대체 왜 그런 한심한 짓을 하려는 거죠?”
파워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우리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그것을 제대로 이루진 못하고 있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진정하고 계속 들어봐요. 지금 우리는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행정청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지만 사실 그들 중에서 우리를 뛰어넘을 이들이 나올 거라고 자신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생각을 해 봤어요. 우리가 가진 것을 여러 행성에 씨앗 삼아서 뿌려두면 그들 중에서 혹시라도 우리 뒤를 이을 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세이커도 자신의 안배를 통해서 후계자를 키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인류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 어떤가 파워?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뭐 듣고 보니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군요. 그런데 그걸 언제 다 한다는 거죠? 할 일이 너무 많지 않나요?”
“우리에게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지금 성장이 멈춘 이 상황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고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 세이커도 요즘은 좀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우니 그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때까지 우리도 소일거리를 찾자는 뜻이지.”
“어떻게 생각해요? 파워?”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러고 보면 우리 셋과 세이커가 안배를 남긴 행성들은 참으로 다양한 능력자들이 나올 것 같군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해요.”
파워는 말을 하는 도중에 점점 흥분해서 이야기를 마친 순간 벌떡 일어나 뛰어나갈 태세였다.
“자자, 그럼 우리 자세한 의논을 해 보세.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할지 말이야. 씨앗이란 것이 그렇지 않나. 모두 성장하면 얼마나 크게 될지는 씨앗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 어떨까? 지역 코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게 할까?”
“제약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죠. 우린 그냥 정말 평범한 씨앗을 뿌려야 해요. 우리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주 평범한 씨앗 말이죠.”
“하지만 그럼 나는 좀 곤란해요. 아시는 것처럼 저는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요즘 새로 연구한 것이면 문제 없지 않나요? 전기가 아닌 다른 에너지 그 중에서도 생체 에너지를 이용한 성장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메틸도 요즘은 이전의 기술적인 것들을 압축해서 생체 에너지 사용 쪽으로 돌아선 걸로 아는데요?”
“나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닌가?”
“조금 다르죠. 제 경우에는 기본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노선을 바꾼 거니까요. 아니, 그래도 받아들이죠. 생체 에너지를 이용한 기술도 꽤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인류의 몸을 개조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최고죠. 세이커의 방식보다 즉효성의 면에서는 더 뛰어나니까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해요. 뭐 씨앗이라고 했지만 알아서들 자신의 것을 인연이 있는 이들이 취할 수 있게 하면 되겠죠.”
“그리고 우린 좀 더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해요. 우린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거예요. 그래야 그 중에서 뛰어난 이들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그건 세이커랑 다르네? 세이커의 안배는 한사람에게만 힘을 주는 거였는데?”
“그래도 그 힘을 가르쳐서 다른 사람을 키울 수 있으니까 차이는 없는 거 아닌가요?”
“억지를 쓰자면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세이커의 안배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이 맞긴 하지. 뭐 그래도 우린 우리식이 있고 세이커는 세이커 방식이 있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자고. 우리가 그와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좋아요. 그렇게 해요.”
“나도 찬성이에요.”
파워와 메틸은 그렇게 스피릿과 일종의 놀이와 규칙을 정하곤 제각각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떴다.
“한동안 심심하진 않겠어. 여러 행성에서 한꺼번에 에테르몬이 나타날 것도 아니니까 어느 정도 행성들의 흥망성쇠를 살피며 즐길 수가 있겠구먼. 좋군, 좋아.”
스피릿은 탁자에 혼자 남아서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인간의 경지를 아득하게 초월한 이들 셋이 세이커의 안배에 끼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이전에 벌여 뒀던 사소한 일들이 이후에 큰 문제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전 문명이 멸망한 빈 행성에 에테르 코어를 심고 성장 시켜서 몬스터들, 그러니까 이제는 에테르몬이라 부르게 된 것들을 생산하는 실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화이트 코어가 성장을 하며 그 성장의 정도에 따라서 부족코어나 지역 코어, 대륙 코어, 행성 코어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정도에서 실험을 끝마쳤다. 대신에 그때까지의 실험 결과를 가지고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부족 코어와 지역 코어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코어를 복제해서 행성에 뿌려 두고 에테르 코어 생산을 위한 곳으로 만들었었다. 그것을 모성의 여러 회사들에게 알려서 이용하게 했고, 그 결과가 몬스터 전선이란 것으로 나타났었다.
물론 스피릿 등은 회사에서 그곳에 사람들을 파견하고 그들을 감금해서 에테르 코어를 생산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하찮은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따지지 않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세이커가 그 상황에 개입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분리 독립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어쨌거나 그것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이 뿌려 두었던 화이트 코어들이 부족 코어와 지역 코어의 중간 단계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복제에 의해서 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아니 그곳 몬스터 전선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에서 생산된 화이트 코어들 중 일부분이 그런 코어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문제라고 할까?
어쨌거나 그곳에서 나온 코어들은 지금도 우주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오래지 않아서 세이커나 스피릿, 포스, 메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바른 시기에 에테르몬들이 창궐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우주 곳곳으로 보내고 있는 탐사선 중에는 그런 화이트 코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인 탐사선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곧 우주 곳곳으로 에테르 기반 생명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나 같은 것이다.
언젠가 스피릿 등이 자신들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알게 될 때까지 몬스터 전선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코어들은 엄청난 위험을 안고 우주 곳곳으로 퍼져 갈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스피릿 등이 뛰어난 존재라고 해도 모두 수거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고, 에테르 기반 생명체들에겐 축복이고 다른 생명체들에겐 재앙이 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