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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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세계의 벽은 너무 높다(2)
[예.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좌측의 아르헨티나, 그리고 우측에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자리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4강이라뇨.] [그렇습니다. 양 팀 모두 오늘의 승리를 위해 만반의 대비를 했다는 게 눈에 띄네요. 아르헨티나는 중원지배적인 성격이 강한 4-2-3-1을 들고 왔고요.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대형을 짜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대한민국이 들고나온 4-3-3은 일반적인 4-3-3과는 많이 달랐다.
보통은 최전방 중앙 스트라이커가 1선에 배치되고, 나머지 두 명의 공격수가 윙포워드로 양측 날개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박성호 감독이 준비해온 것은, 공격라인을 전체적으로 아래로 내린 대형이었다.
즉, 전원수비가담 후 역습을 펼치겠다는 맞춤식 전술.
호영은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었지만 사실상 1.5-2선에 배치되었다.
즉, 포지션은 공격수이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공·수에 모두 가담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다름없는 셈.
다른 말로 원맨팀의 전형적인 전술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호영의 발이 분주하게 돌아다닌 것도 그 때문이었다.
책임감.
커버하러 다닐 곳이 너무 많았다.
‘좌우측면은 버린다고 해도 허리 싸움만은 쉽게 내주면 안 돼. 일단 후방압박부터 가하자.’
상대 더블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2명)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전방으로의 볼 배급을 방해해야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너무 강해.’
아르헨티나의 더블 볼란치는 상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먼저 좌측을 맡고 있는 페르난도 가고(Fernando Gago).
장발머리에 눈이 초롱초롱한 그는 호영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작년 레알 마드리드가 350억을 써가면서 영입한 선수였는데, 지금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이적설의 주인공이 된 상태였다.
발데베바스 훈련장에서 몇 번 인사를 나눈 적은 있지만, 상대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볼 배급이 빠르고 정확해.’
과연 05/06년 2년 연속으로 올해의 남미 선수상을 수상한 인재다운 솜씨.
레알 마드리드에서야 로테이션 멤버였지만, 다른 클럽에 가면 얼마든지 주전을 꿰차고도 남는 선수였다.
‘피지컬이 약해서 압박은 약하지만 탈압박에는 능해. 혼자서는 무리야.’
호영의 곁에는 이근오와 이청룡이 함께하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가고(Gago)에게도 파트너가 있었다.
바로, 더블 볼란치의 우측을 맡고 있는 마스체라노(Mascherano).
턱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난 그는, EPL 팀인 리버풀의 3선을 도맡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이미 기량을 어느 정도 만개한 선수답게 재능 또한 엄청났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보유재능
-상대를 지워버리는 전담마크(U)
-환상적인 슬라이딩태클(S+)
-탁월한 수비 위치 선정(S-)
-칼날처럼 매서운 판단력(A+3)
-강철 같은 육체(A+3)
-날카로운 예측력(A+3)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경기에서 승리하기)
(조건2: 돌파 2회 성공하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역시······.’
마스체라노.
그는 훗날 한국에서 ‘마지우개’라고 불리게 되는데, 마크만 맡으면 상대 선수의 존재를 지워버린다고 해서 붙게 되는 별명이다.
오늘 경기에서 호영의 마크를 맡은 것도 바로 그였다.
‘그런데 T급 재능이 없어? 아직 그럴 수준은 아니라는 건가?’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탁.
바로 지금.
‘온다.’
간만에 호영이 패스를 받자, 눈 깜짝하기도 전에 마스체라노가 바로 옆으로 달라붙었다.
그렇게 시작된 볼 경합.
호영이 드리블과 발재간 능력을 앞세워 공을 사수해봤지만, 마스체라노의 마킹을 당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0.5초?
“···!”
민첩함에서 앞서는 호영이 공을 뒤로 빼내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마스체라노가 어깨를 집어넣으면서 허벅지를 뻗더니, 호영의 공을 커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체구는 작은데 몸싸움이 대단히 거칠었다.
커트된 공은 좌측의 가고(Gago)가 순식간에 주워갔다.
‘젠장.’
공을 빼앗기는 건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할지언정 겪게 되는 일이다.
호영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빼앗겨봤기에 이런 일에 일희일비할 생각은 없었다.
그게 축구니까.
하지만 이 느낌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엄청 잘해.’
요행이 아닌, 경험과 실력.
자신의 볼 키핑 능력이, 마스체라노의 맨 마킹 능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세계무대에서 날아다니는 선수는 확실히 수준이 달랐다.
카메룬의 알렉스 송보다도 한 수 위.
아니, 마크 능력만큼은 2수, 3수 위였다.
그도 그럴 게 알렉스 송은 아스날의 ‘미래’였지만, 마스체라노는 리버풀의 ‘현재’로 평가받고 있다.
1부 리그의 주축이라는 뜻.
즉, 현재 호영이 상대하고 있는 이 선수는, 현 잉글랜드 1부 리그(EPL)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봐도 무방했다.
호영은 생전 처음 겪는 태클 능력에 진심으로 경악스러웠다.
그의 태클은 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몸싸움을 유도하여 상대방의 집중력을 흩트리고, 주심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모든 방법을 영리하게 사용하여 공을 빼앗는다.
그것이, 마스체라노와 붙어본 호영의 소감이었다.
‘이런······.’
절망스러웠다.
그를 뚫어내지 못한다면 경기 내내 허수아비 신세를 면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길 잠시.
호영은 다시 걸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멈춰 서있을 수는 없었다.
좌절보다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했다.
‘뚫는다.’
오늘의 1차 목표.
마스체라노.
어차피 1부 리그로 승격하면 몇 번이고 부딪쳐야 할 산이다.
다시 말해 여기는 시험무대.
호영은 걸음을 멈췄다.
덩달아 마스체라노도 제자리에 섰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 눈이 마주쳤다.
뚫는 자와 막으려는 자.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둘의 대결이 다시금 펼쳐진 것은 그로부터 5분 뒤인 전반 15분이었다.
[공을 잡은 가고(Gago), 전방의 리켈메에게 패스합니다. 리켈메가 천천히 공을 돌리는군요. 기성룡이 봐줘야 해요.] [아르헨티나는 계속 이런 패턴으로 가는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우리 한국팀 공격진의 수비가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우호영 선수를 기점으로 말이죠. 다만 활동량이 너무 많아 후반전이 걱정되는군요.] [아, 말씀하신 순간! 리켈메가 전방의 메시를 바라봅니다.]“바로 붙어! 패스를 하게 내버려두지 마!”
기동진이 버럭 소리를 질러댔지만 헛수고.
리켈메를 중심으로 한 창조적인 공격전개가 한국 수비진을 탈탈 털고 있었다.
리켈메를 전담마크하고 있는 기성룡이 고군분투해봤지만, 리켈메가 원하는 플레이를 모두 허용해주고 말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타악!
[리오넬 메시, 공을 잡자마자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돌파를 시도합니다. 메시, 권창수를 가볍게 제칩니다. 메시, 이번엔 김민수를 벗겨냅니다. 메시, 어디까지 가나요! 막아야 합니다. 메시!]권창수와 김민수가 간격을 좁혀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지만, 그런 어쭙잖은 수비는 메시에게 통하지 않았다.
메시는 좁은 공간에서도 간결한 드리블을 통해 둘을 완전히 벗겨냈다.
화려한 개인기 같은 건 일체 없었다.
그저, 쉬워 보이는 드리블 하나로 수비수들을 모두 젖혀내고 있었다.
최후의 수비수 김환근이 육탄방어로 막아보려 했지만, 메시는 보기 좋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그의 영역을 벗어났다.
문전 앞.
각도가 좋지 않았지만 메시는 그대로 몰고 갔다.
마무리는 발끝에서 뿜어져 나온 땅볼 슈팅이었다.
[정성용! 막아야 합니다! 정성용!!]대앵!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린 슈팅은 정확했지만, 정성룡의 손끝에 살짝 걸치면서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정성룡의 동공이 탁 풀려버렸다.
‘씨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켰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잘 막았습니다! 기동진! 얼른 걷어내야죠!]뻐엉!
기동진이 걷어낸 공이 상공을 갈랐다.
도착지점은 하프라인.
호영과 마스체라노가 자리 경쟁을 하고 있는 부근이었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호영에게 자리를 슬쩍 내주었다.
키가 작은 그는, 어차피 경합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란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공중볼 경합에 붙지 않은 것이었다.
괜히 경합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면 그대로 호영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주위의 공간을 차지하면서 다음 수비 위치로 전환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뒤로 살짝 물러나 패스차단 경로까지 미리 물색했다.
바로 패스를 차단하고 역공을 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역시, 일류다운 모습.
“···!!”
그런데.
탁.
그걸 또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공중으로 뛰어오른 호영은 머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상체를 뒤로 젖혀 가슴으로 받아냈다.
‘두 번은 안 당해.’
이미 마스체라노에게 당했던 호영은, 이번에는 그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뛰어난 예측력과 판단력을 앞세워서.
타악!
가슴으로 공을 받아낸 호영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무릎으로 공을 쳐냈다.
직후 지면을 박차고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가슴 트래핑과 무릎 치고 달리기.
딜레이가 거의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탄력적인 근육과 바디 밸런스가 그것을 가능케 해주었다.
“안 돼!”
패스차단 경로를 물색하고 있던 마스체라노가 뒤늦게 붙어봤지만, 호영의 스피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망할, 망할, 망할!’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뚫리고 말았다.
축구신동.
그의 잔꾀에 넘어가고만 마스체라노는, 얼얼한 얼굴로 호영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방에 남겨진 센터백 가라이(Garay)와 니콜라스 파레하(Nicolas Pareja)를 믿어야 했다.
[우호영! 마스체라노가 살짝 주춤한 틈을 타 전방으로 치고 달립니다! 좋아요!]허리를 벗어났다.
이제는 상체 위로 올라가, 적의 목을 치면 끝이었다.
하지만 허리만큼이나 단단한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의 상체.
두 명의 중앙 수비수들로 이뤄진 수비라인이었다.
그중 먼저, 호영의 앞길을 가로막은 이는 까무잡잡한 피부가 돋보이는 중앙 수비수 ‘에세키엘 가라이(Ezequiel Garay)’였다.
호영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두터운 두 허벅지에 힘을 잔뜩 실은 채로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그의 하체가 보였다.
태클보다는 꿋꿋이 위치를 고수하며 대인방어를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주력은 느려.’
가라이의 주력 관련 재능은 고작 C급.
그의 재능목록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스페인 1부 리그에서 꽤 이름을 날리는 선수였기에 얕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는 스페인 1부 리그 팀인 라싱 산탄데르(Racing Santander)의 팀원으로, 현재 빅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올 시즌 1부 리그에 올라간다면 맞붙게 될 확률이 높은 선수였다.
지끈.
호영의 눈매가 확 좁혀들었다.
쩍 벌어진 가라이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로 공을 흘려보내면 딱 될 것 같은, 보기만 해도 탐나는 그런 공간이었다.
마치 식사를 앞둔 파리지옥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서 오라고.
이에 호영은 걸려 넘어가주는 척 연기하며 슈팅 자세를 잡았다.
순간 다리를 움찔하는 가라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뻔한 수법.
한 차례 유혹을 견뎌낸 호영이 슈팅자세를 접고 순간적으로 우측을 봤다.
타악!
[우호영의 롱 드리블! 가라이에게서 벗어나옵니다! 거의 다 왔어요!]약 2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여기서 더 지체해선 안 되었다.
호영은 달렸다.
전방에 남은 수비수는 24세의 수비능력이 뛰어난 ‘니콜라스 파레하’였다.
그리고 좌측에는 빈 공간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박주형이 보였다.
뒤늦게 쫓아온 가라이가 그를 마크하고 있었다.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패스냐, 아니면 돌파냐.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호영은 자신을 더 믿었으니까.
오로지 이긴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망설이지 않고 돌파를 시도할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타악!
좌측으로 드리블을 길게 치고 달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