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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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챔피언스 리그, 출격(2)
금발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독일의 스타플레이어.
베른트 슈스터.
현역시절에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AT마드리드까지 오가면서 진정한 저니맨 생활을 한 그는, 여섯 개의 팀을 거쳐서 결국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지도자경력만 올해로 13년 차였다.
그만큼 수많은 선수들을 지도해오면서 다양한 전술을 세워왔는데,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똥찬 전술을 세운다고 해도,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는 선수들이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실력은 물론, 팀워크와 조직력, 전술이해도까지 기초되어야 한다.
특히 전술의 핵심역할을 맡게 되는 선수들에게는 전술이해도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실력이 좋으면 항상 전술이해도가 부족했고, 머리가 좋으면 실력이 아쉬운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단이나 라울처럼 둘 다 받쳐주는 선수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 비로소 찾아냈다.
우호영.
슈스터가 생각하기에 그는 이상(理想)에 가까운 선수였다.
지금껏 수많은 선수들을 봐왔지만, 우호영처럼 다재다능한 선수는 오랜만이었다.
첼시의 미하엘 발락(Michael Ballack).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Steven Gerrard).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Francesco Totti).
AC밀란의 클라렌스 셰도르프(Clarence Seedorf).
대략 이 정도가 슈스터가 인정하는 만능형 선수들이었다.
팀 내에서는, 중앙 미드필더에서부터 윙어·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두루 소화 가능한 베슬리 스네이더(Wesley Sneijder)가 있었지만, 우호영처럼 공격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 재능은 없었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우호영이었다.
그의 다재다능함을 살려 최대한 많은 전술을 확보할 요량이었다.
이는, 최고의 팀들과 토너먼트를 치러야 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오늘 경기가 매우 중요했다.
승기를 거의 잡은 상황이었기에, 막대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야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렇기에 후반전에는 실험적인 전술을 펼칠 생각이었다.
남은 하프타임은 약 6분.
슈스터가 한껏 격양된 어조로 설명에 나섰다.
“원 톱은 훈련 때 한 차례 해봤지?”
“네. 라인을 부수는 침투형 스트라이커로 25분간 플레이했었죠. 뒤에서 로벤과 구티, 지단이 지원해줬고요.”
“오늘도 비슷한 임무를 맡게 될 거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야. 상대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골문을 등지면서 플레이를 만들어. 라인을 내려서 상대 수비수들을 유인하고, 말루다와 사비올라에게 침투할 공간을 열어주는 거야. 반대로 상대가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반 더 바르트와 원투 패스 플레이로 다시 라인을 부숴. 중원의 지단이 빌드 업을 시작하면 골문을 바라보면서, 박스 안의 머릿수를 늘리도록 공격을 조율해야 돼.”
“상대보다 한 발 늦게, 때로는 한 발 빠르게 변칙적인 플레이를 하라는 거네요.”
그렇다.
우호영이 배치될 원 톱은 단순히 득점만을 목표로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바로, 컴플리트 포워드(Complete Forward).
모든 것을 잘하는 만능형 스트라이커가 되라는 뜻이었다.
실력이나 재능이 있어도 어지간한 축구 지능으로는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물론 오늘은 첫 실전에 나서는 단계이니 부담가질 필요 없어. 나는 너라는 카드를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뿐이다. 너의 그 다재다능한 능력은 전략적으로 매우 귀중한 가치이기 때문이지. 너를 한 위치에 옭아매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은 없을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나?”
“칭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했다면 다행이군.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이제 남은 시간은 4분.
슈스터는 우호영에게 원하는 플레이를 주문하며 하프타임을 사용하였다.
설령 이 전술이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독으로서 큰 기쁨이었다.
후반전.
하프타임이 끝나자, 양 팀 선수들이 터널 밖으로 나왔다.
[교체된 선수들이 보이는군요. 레알 마드리드는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을 빼고, 그 자리에 우호영과 반 더 바르트 선수를 투입했습니다.] [이로써 챔피언스 리그의 새 역사가 쓰여집니다. 15년 57일의 나이로, 우호영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에 최연소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최연소라는 말이 없으면 괜히 허전하기까지 한데요.]교체 출전된 선수들의 모습에 관중석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었다.
각자 본인들이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온 것만큼이나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그중, 골대 상단 뒤 서포터즈석에 자리한 두 사내의 시선이 우호영에게 꽂혀있었다.
개중 한 사내가 주먹을 꽉 쥐며 소리 질렀다.
“크! 역시 우호영이 나올 줄 알았다니까. 자, 어서 내놔.”
그가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사내가 10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젠장맞을. 체력조절 한다면서 왜 또 내보내는 건데? 이거 완전히 오버페이스 아니야?”
친구관계인 두 남자는, 금일 우호영의 출전여부에 대해 내기를 걸었던 것이었다.
내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어느 포지션인지 맞춰볼까?”
“그건 내 전문이지. 내가 슈스터 감독이었다면 무조건 공격형 미드필더에 넣었을 거야.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폼이 대단했잖아?”
“나는 반대. 반 니스텔루이와 라울이 빠졌으니 우호영이 1선으로 올라갈 확률이 높지. 아마 사비올라와 투톱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하하. 멍청한 놈. 축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투톱은 슈스터의 스타일이 아니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이번엔 20유로씩 걸던가. 어때?”
“좋지.”
자칭 축구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관중석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피치 위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킥오프였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은 깨달았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원 톱······?”
“미친. 이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느닷없이 웬 원 톱?”
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영이 서있는 위치가, 아무도 없는 1선 최전방이었기 때문이다.
“저 넓은 공간을 혼자 커버하면서 공격을 이끌 수 있으려나? 2선이랑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어.”
“흠···. 나도 불가능하지 싶은데. 나는 오늘 우호영 무득점에 20유로 건다.”
“에헤이, 그딴 게 어디 있어, 이 미친놈아. 그럼 나도 무득점에 20유로.”
경기는 그렇게, 팬들의 불신을 가득 안은 채로 시작되었다.
선축은 우측의 레알 마드리드가 가져갔다.
포메이션은 4-2-3-1.
중원에 위치한 디아라와 지네딘 지단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짧고 간결한 패스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단이 반 더 바르트를 봅니다. 전방으로 짧게 뻗어나가는 패스.] [동시에 보르소프의 중원을 담당하고 있는 32살의 알략샨드르 예르마코비치(Aleksandr Yermakovich) 선수가 반 더 바르트를 압박합니다.] [반 더 바르트, 여의치 않자 공을 뒤로 돌립니다.] [다시 지단, 볼을 소유하면서 상황을 지켜봅니다. 이번엔 좌측의 말루다에게 빠지는 패스.]전반전에 탈탈 털렸던 보르소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프타임 이후 정신력을 단단히 무장하고 와서는, 저돌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지단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데 주력하였다.
[챔피언스 리그를 향한 열망을 보여주는군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고군분투하며 지단의 빌드 업을 애초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 지금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이대로 있지만은 않을 텐데요.]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해설의 말마따나, 경기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것을 용납할 팀이 아니었다.
후반 초반에야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리소프 선수들의 체력이 빠지면서 지단의 빌드 업이 날카로워져 갔다.
한순간, 지단과 말루다의 눈이 마주쳤다.
그때부터 경기의 흐름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2006독일월드컵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프랑스 커넥션이 날카로운 연계플레이를 통해 흐름을 가져왔다.
좌우 측면에선 말루다와 사비올라가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해내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된 반 더 바르트의 자유로운 플레이메이킹을 도왔다.
보르소프의 수비진은 반 더 바르트의 전매특허인 중거리 슈팅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호영의 침투를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은 이제 시작이었다.
[반 더 바르트, 공을 잡으면서 시간을 끕니다. 말루다와 사비올라가 중앙으로 밀집하면서 좁은 간격을 유지합니다.] [동시에 양측 터치라인을 따라 오버래핑을 시도하고 있는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세르히오 라모스. 순식간에 공격 숫자를 여섯 명으로 늘리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전술은 점점 날카롭고 견고해졌다.
프리시즌 때부터 슈스터 감독이 구상했던 것으로, 꼭 한 번 실전에서 써먹고 싶었던 것인데 이제야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서 이제 마무리만 제대로 된다면, 이 전술에 실용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었다.
우호영.
그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
[반 더 바르트, 고개를 들어 우호영을 봅니다.] [최전방의 우호영, 상황을 살핍니다.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는가 싶더니 골문을 등지고 수비수들과 전면전을 벌이는군요.] [언제든지 침투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동시에 스스로 미끼가 되었습니다. 다른 공격수들의 원활한 침투를 도우려는 의도 같은데요. 음, 글쎄요. 일단 의도만큼은 일단 좋아요. 하지만 너무 시간을 끌면 안 될 텐데요.] [베른트 슈스터 감독의 성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전술이군요?] [그렇습니다. 다재다능하기로 알려진 스네이더에게도 전에 이러한 역할을 부여한 적이 있었죠, 아마 작년 있었던 비야돌리드와의 경기였었나요?] [맞습니다. 그리고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물론 스네이더가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긴 했습니다만, 슈스터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었죠.]그리고 오늘도 별 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호영이 제아무리 공격수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처음 써보는 전술에 녹아들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기에 투입된 지 이제 겨우 10분.
더욱이 1군 팀 훈련에 정식으로 합류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호영이 아닌가.
해설들이 보기에, 우호영의 원 톱(One top) 기용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당장만 하더라도 호영의 움직임이 산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호영, 오늘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됩니다. 반 더 바르트와 너무 떨어져 있는 탓인가요? 침투를 하든지 아니면 측면의 공간을 활용하게끔 공간을 잡아줘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미숙한 모습입니다. 아니면 이것도 하나의 작전일까요?] [글쎄요. 우호영이 지금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공격을 조율하고 있거든요? 사실 공격 숫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맡기는 게 나을 텐데 말이죠.]해설진은 그게 너무나도 의문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걸까?
만능형 공격수가 아니라 흐름에 타지 못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는 떠돌이를 보는 것 같았다.
혹시 챔피언스 리그가 첫 무대라서 긴장한 걸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작전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호영의 의도였으니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호영! 갑자기 경로를 바꿉니다. 좌측의 카를로스에게 내어주는 롱 패스!]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말루다와 카를로스가 위치를 주고받다가 우호영의 신호에 맞춰 위협적인 움직임을 벌였어요. 뭐랄까요. 맞지 않았던 톱니바퀴가 강제적으로 맞춰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우호영! 수비를 등집니다!]축구계에 이런 말이 있다.
천재성은 어릴 때 가장 빛나고, 창조성은 나이를 먹으면서 짙어진다고.
맞는 말이었다.
천재성, 그것이야말로 어린 호영의 가장 큰 무기였다.
아찔한 기운이 피치 위를 감돌기 시작했다.
전운(戰雲).
축구 감각이 상당히 발달한 중앙 수비수 세르게이 소스노프스키(Sergey Sosnovski)는 흐름을 눈치채자마자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그러면서 우호영의 등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으며 주의를 놓지 않았다.
널찍한 호영의 등을 타고 두 사람의 심리전을 오갔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과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돼. 이건 타이밍 싸움이야.’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소스노프스키의 패착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선수를 상대할 때는, 당연한 생각으로 맞서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탁, 휘익.
“···?”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은 호영은 곡예를 하듯 유연한 움직임으로, 제자리에서 180도를 회전했다.
몸에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끊기는 동작이 거의 없었다.
[우호영! 소스노프스키를 순식간에 젖혀냅니다!] [이어지는 말루다의 뒷공간 돌파. 우호영의 패스가 전달됩니다.] [곧이어 돌아오는 말루다의 리턴 패스가 우호영의 발끝으로 향합니다. 문전 앞 상황!]말루다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문 앞으로 달려간 호영은 정면을 보았다.
겁을 잔뜩 먹은 골키퍼가 뛰쳐나오고 있었다.
반면 호영은 침착했다.
왼발로 공을 툭 밀어차면서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공을 통과시켰다.
직후 골망이 흔들리자 경기장이 들썩였다.
해설진과 양 팀 감독들.
20유로짜리 무의미한 내기를 걸었던 두 명의 사내들을 포함한 6만여 명의 관중들까지.
모두를 경악시킨 우호영의 챔피언스 리그 데뷔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