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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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최우선 목표와 최종 목표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경기가 모두 끝나자, 베른트 슈스터는 경기장 동쪽에 위치한 기자회견실로 이동하였다.
인터뷰를 위함이었는데, 가는 도중에도 경기 내용이 계속해서 떠올라 흥분이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환상적인 게임이었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완벽한’ 게임이었다.
‘보고 싶은 것 중 절반은 봤어.’
원하는 플레이 중 50%는 확인한 경기였다.
작년 스네이더에게 복합적인 역할을 맡겼던 경기와는 달리, 우호영은 자신이 주문한 것들을 절반 넘게 소화해냈다.
디테일한 부분을 좀 다듬고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하다 보면, 빅 매치에서 써먹을 만한 깜짝 전술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선수의 장점을 활용하여 자신의 전술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나였으니까.
‘만디야 감독의 말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아.’
슈스터는 우호영을 지도했던 카스티야의 만디야 감독과 사적으로도 가끔 만나는 사이였는데,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우호영 말인가요? 마치 양파처럼 껍질을 벗겨내도 새로운 모습이 끝없이 나오는 선수죠. 어쩔 땐 하루, 어쩔 땐 일주일, 어쩔 땐 한 달, 불규칙적으로 진화를 거듭합니다. 신비 그 자체죠. 우호영보다 잘하는 선수는 아직 많이 있지만, 장담컨대 그만큼 신비로운 선수는 현세대에 또 없을 겁니다. 한 번 다뤄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그때 슈스터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하하. 세상에 그런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그는 이제야 와서 깨달았다.
‘바로 여기 있었잖아.’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이제야 만디야의 말뜻을 정확히 알 것 같았다.
‘신기하단 말이지. 분명 프리시즌 때 데리고 다녔던 우호영과는 또 다른 모습이야.’
새롭고 짜릿했다.
‘물론 우호영이 다른 선수들의 후광을 입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그것도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입어야 그 정도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후반 막바지에 기록한 어시스트는 오히려 이과인에게 후광을 비쳐준 꼴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소름이 돋는 장면이었다.
곧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슈스터는 기분 좋게 자리에 착석했다.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처럼 바글바글하게 몰려 앉은 기자들의 질문요청이 쇄도했다.
슈스터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인터뷰를 짧게 끝내기로 했다.
시즌 초반에는 많은 것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것이 유리했으니까.
그래도 서너 개의 질문은 받기로 했다.
“챔피언스 리그 1라운드에서 이기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죠. 특히나 홈경기라면 그 중요성은 두말해야 입 아픕니다. FC 바테 보리소프와의 이번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형식적인 질문이었지만 반드시 듣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기도 했다.
이에 슈스터는 느낀 그대로를 털어놓았다.
“세계 최강의 클럽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길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러자 이번엔, 분위기를 살짝 흐리는 질문이 들어왔다.
“지난 시즌에는 윙어들이 득점에 적극적으로 기여했었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윙어들의 역할이 조력자로 바뀌었습니다. 호비뉴의 부재 때문인가요?”
“순서가 잘못되었군요. 호비뉴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할 수 있었으니 호비뉴를 보낸 겁니다. 그리고 어째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군요. 여기는 베르나베우입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마드리디스타가 아니죠.”
“훗날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붙게 될 거라는 두려움은 없습니까? 맨체스터 시티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데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될 거였으면 챔피언스 리그에 오르지 못하는 팀이 없겠죠. 그리고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게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설령 그런 날이 온다고 할지언정···.”
베른트 슈스터는 여기서 한 번 말을 끊었다.
그리고 금발의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클럽입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그것을 증명하였죠.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였고, 세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었습니다. 골문에는 세계 최고의 스페인산 골키퍼가, 그 위에는 유럽 각국의 최고 수비수들이, 중원에는 프랑스산 세계 최고의 사령관이, 그 위에는 네덜란드산 특급 골잡이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카시야스, 칸나바로, 카를로스, 지단, 반 니스텔루이를 말씀하시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문지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30대를 훌쩍 넘겼습니다. 어떤 이는 곧 40대를 바라보고 있죠. 그게 현실적인 문제가 되진 않겠습니까?”
“무슨 걱정입니까? 우리는 세계 최강의 유망주까지 가지고 있는걸요. 미래가 보장된 것이지요.”
“그 최강의 유망주라는 선수는 어느 나라 출신입니까?”
“한국인입니다.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하하하. 한국의 군대로부터 세계 최강의 유망주를 지켜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우호영 선수는 현지법에 따라 3년 뒤에야 레알 마드리드와 정식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우호영과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잉글랜드의 팀들에게서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가 마드리드를 떠날 이유는 없습니다.”
슈스터는 그렇게 확신했다.
구단 수뇌부에서 멍청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날의 경기는 연일 화제를 낳았다.
경기 내용부터 감독 및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까지, 모든 것이 주옥같았다.
특히 이날 경기를 두고 각 언론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데, 마르카 타블로이드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La Saeta Rubia’는 우호영의 지난 행보를 자세하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골든 보이 수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Marca] [글: La Saeta Rubia] [······ 올해 12월 말에 선정될 ‘2008 골든 보이 어워드(Golden boy Award)’의 25인 후보가 공개되었다.이탈리아 언론 ‘투토스포르트’가 주관하는 이 상은, 유럽의 각국 기자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유망주에게 주어진다.
사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데르손(Anderson)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아게로(Sergio Aguero)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만약 브라질이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3위라도 거두었다면, 안데르손이 수상할 확률이 높았겠지만 동메달은 우호영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작년 수상자인 세르히오 아게로는, 피파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도 올라와 있기 때문에 사실상 2년 연속 골든 보이 수상은 힘들어 보인다.
그 외에도 앙헬 디 마리아, 파블로 피아티, 프란코 디 산토 등 쟁쟁한 아르헨티나산 유망주들이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우호영이 꾸준한 모습만 보인다면 골든 보이 수상이 확실시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유망주들의 최고영예 ‘골든 보이’.
사실 역사가 5년밖에 되지 않아 발롱도르처럼 권위가 매우 높은 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마르카,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유럽의 명망 높은 언론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공신력만큼은 인정받는 상이었다.
만약 호영이 수상하게 된다면, 반 더 바르트-루니-메시-파브레가스-아게로의 계보를 잇게 되는 것이다.
마르카의 기사를 쭉 훑어보던 호영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짜릿했다.
상도 상이지만, 무엇보다 메시의 특수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었다.
‘메시의 잠재력, 반드시 가져온다.’
모든 것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학교가 개학하면서 덩달아 바빠졌다는 것.
카스티야에서는 경기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있었지만, 1군은 참가하는 대회가 많았기 때문에 일정이 상당히 빡빡했다.
특히 9월에는 3일꼴로 한 번씩 경기가 잡혀있었기에 훈련이 없는 날이 없었다.
오전에 학교를 가야 하는 호영으로서는 팀원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학교 측의 배려로 최대한 수업을 빼긴 했지만, 교육부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수업시간을 준수해야 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이 학교를 다녀야 할 마지막 학년이라는 것이었다.
중학교 4학년.
학교 내 최고 선배가 된 호영은, 학교생활이 이렇게나 편하고 다이내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버가 아니라 정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카스티야에 있을 때만 해도 호영은 학교 내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이었는데, 올 시즌 1군에 데뷔하고 난 뒤로는 그 인기가 말도 안 되게 높아졌다.
거기에 라 리가에 데뷔하여 2골을 터트린 다음날에는 아주 그냥 난리가 났고, 챔피언스 리그에 데뷔한 그 다음날은 복도가 미어터질 기세였다.
호영에게 사인을 받으러 오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
특히 그날은 1학년 신입생들이 호영을 보러오겠다고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 찾아오기 일쑤였다.
스포츠카만 안 탔지 꽃보다 남자 촬영장이 따로 없었다.
물론 기분은 좋았지만, 인간적으로 귀찮은 마음이 살짝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호영은 싫은 기색하지 않고 살갑게 맞아주었다.
그들은 하나하나의 소중한 팬이었으니까.
그거 말고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간혹 호영을 시기, 질투하는 급우들은 있었지만, 미쳤다고 호영에게 시비를 건다거나 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학교생활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건 없었고, 호영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다음날.
발데베바스를 찾은 호영은 오늘도 역시 훈련에 열중하였다.
다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적정량의 웨이트와 팀 훈련만 참가하고, 그 외의 개인훈련은 자제했다.
그렇게 하라는 구단 측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훈련만큼이나 휴식이 중요하다고 그랬지.’
대부분 프로선수의 운동루틴은 최적의 지구력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성장기인 호영은 신체성장을 위한 스케줄에 따라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한창 A급 재능이 S급으로 성장하는 상황이라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너무 훈련만 하다가 경기출전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되었다.
이제는 1부 리거였기에 컨디션조절에 주력해야 했다.
주 15~25시간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무대야. 재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실전감각이랑 실력도 쌓아야 돼. 다재다능함도 그렇고.’
지난 경기 이후로 다재다능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얻을 수 있는 재능은 차고 넘쳤지만, 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재다능함이 성장하면서 그 아쉬움을 좀 덜어낼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새긴 다음 목표.
‘카를로스의 스핀킥.’
그게 바로 현재 호영의 최우선 목표였다.
세계 어디를 통틀어도 없는 유니크한 재능이 아닌가.
어지간한 다리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슈팅이지만, 카를로스의 킥 감각을 얻게 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 ‘폭발적인 킥력’을 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었다.
남은 조건은 단 하나!
‘동시에 출전해서 프리킥 골만 넣으면 돼.’
기회는 언젠가 찾아오게 돼있다.
또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게 기회이기에 미리 준비해야 했다.
‘힘내자.’
호날두에 버금가는 지독한 연습벌레가 된다면, 그리고 메시 이상의 재능을 갖추게 된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전무후무한 축구선수.
그것이 최종 목표이자 열심히 훈련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기에, 호영은 오늘도 훈련에 열중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