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42
243
242. 중동의 부호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두바이 크리크(Dubai Creek).
두바이의 젖줄과도 같은 이 강은, 주로 디너 크루즈에서 테이블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늘.
널찍한 강 한 가운데에 크루즈만한 크기의 초호화 기가요트(Giga yacht)가, 유유자적 두바이 사이드를 따라 강을 거닐고 있었다.
요트가격만 한화로 약 6천 억.
자산 가치로 따졌을 때 EPL의 토트넘이나 리버풀 정도 되는 구단 하나가 강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격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초호화 요트에 타고 있는 사람이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의 가족이었다.
풀 네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통칭 만수르.
40살도 채 되지 않은 세계적인 사업가이자 아랍에미리트의 부총리인 그는, 2년 전 맨체스터 시티를 2억 1000만 파운드(한화 약 3700억 원)에 인수하여 축구계를 뒤흔든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공식 스폰서인 ‘바클레이스(Barclays)’ 은행의 최대주주이니 말해봐야 입 아팠다.
축구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났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의 친형은 아랍 에미리트의 대통령이고, 그는 국제석유투자회사의 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그리고 가문의 재산은 대략 1000조.
개인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은 30조 가량이지만, 그것만 해도 현재 EPL에서 제일가는 큰 손으로 꼽히는 수준이었다.
그런 만수르와 함께 요트에 타고 있는 사람은 그의 둘째 부인과 그들의 자식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가끔씩은 이렇게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그 이유는 그가 즐겨보는 월드컵 때문이었다.
축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축구를 매우 좋아하기도 하는 그였다.
특히 오늘은 그가 손꼽아 기다려왔을 만큼 중요한 경기가 예정돼있었기에, 가족도 다 내팽개치고 TV에 집중하고 있었다.
네 살배기인 아들 모하메드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갑자기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득점을 터트린 순간이었다.
“그렇지.”
그러자 문 밖에서 대기 중이던 플로어 매니저가 품격 있게 들어와 커피를 따라준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밖으로 나갔다.
“믿을 수 없군.”
몹시 흥분한 만수르는 커피를 한 번에 들이켜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 모하메드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대한민국이 골을 넣으면 좋아요?”
“무슨 말이냐, 모하메드.”
만수르는 강렬하게 타오르는 눈빛을 거두며 말했다.
“아빠는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우호영을 응원하는 것이란다.”
경이로운 퍼포먼스.
아르헨티나 선수 여섯 명을 차례대로 제치고 단독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호영의 모습은, 만수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머리털이 삐죽삐죽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만수르는 2년 전부터 호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일 무렵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호영은 리오넬 메시를 능가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적어도 만수르가 보기엔 그러했다.
하지만 오늘 다시 보아하니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메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군.’
애석한 현실이다.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도 우호영의 퍼포먼스에 가려 보이지 않는 메시의 현실이 말이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호영의 멀티골을 앞세워 경기가 2대2 무승부로 끝나자, 만수르는 곧장 비서를 시켜 우호영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게 바로 루치의 핸드폰 번호였다.
“아빠, 뭐하세요?”
“일해야 한다.”
“놀면 안 돼요?”
“아빤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까 나가서 엄마랑 누나랑 놀아.”
아들을 곧장 비서에 맡겨 보낸 만수르는 루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당황한 기색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일지라도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놀라는 게 당연했다.
한 나라의 부총리가 아니던가.
그것도 수십조의 자산을 주무르는 사람이 말이다.
더구나 만수르는 구단에 자금을 내어주고 누구를 영입하라고 지시를 하지, 직접 선수들에게 연락하여 영입을 시도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본격적인 영입작업은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과 기술이사가 도맡아서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만수르가 직접 루치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호영 선수를 반드시 영입하겠습니다.”
반드시 하겠다는 것.
협상에 있어서 불리한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만수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우호영을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루치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이어 루치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그러십니까.
덤덤한 어조.
하지만 그 속에는 미세한 떨림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일단 이렇게 직접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소개를 못했는데, 저 또한 정식으로 인사하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대화가 진행되자, 이미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놓은 만수르는 평소 성격답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호영을 언제쯤 볼 수 있겠습니까? 월드컵이 끝나는 즉시 보고 싶은데, 말을 잘 전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만 다른 구단들과의 일정 조율도 해야 하니 그 점에 대해서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바이아웃 금액은 정해져있다.
남은 건 각 구단의 제안이다.
호영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만수르는 그 부분에 있어서 매우 자신 있었다.
한 번 마음을 먹었다하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까.
그는 보다 더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번 여름휴가는 우호영과 함께 보내고 싶군요.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항공편을 준비해놓을 테니, 언제든지 말만 주시면 1시간 이내로 데리러 가죠.”
-일단 선수와 말해보도록 하겠······.
“그가 원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준비해놓죠.”
-······!
“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마십시오. 말만 하면, 내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제안 감사드립니다. 선수와 잘 말해보도록 하죠.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AC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만수르였다.
‘그들에게는 한계가 있어.’
호영의 나이는 이제 곧 만 17세.
독일에 가나 이탈리아에 가나, 유소년 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주급의 한도는 결국 제한돼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의 경우, 이민성으로부터 워크퍼밋(Employment authorization)만 발급받으면 현지 노동법에 따라 프로계약을 할 수 있었다.
즉, 진정한 부가 뭔지 보여줄 차례였다.
그가 별을 따달라고 하면 따줄 것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면 하늘을 통째로 가져다 줄 작정이었다.
철두철미한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만수르에게 있어 호영은 그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 존재였다.
궁극적으로 그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이 엄청나다고 판단하였기에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호영의 몸값은 고작 2200만 유로(계약위약금)밖에 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영입을 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추가비용이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또 무엇보다도 만수르는 호영의 광적인 팬이었다.
그의 플레이를 자신의 구단에서 지켜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우호영에 의한, 우호영을 위한.
그리고 우호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구단을 건립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결코 포기란 없을 것이다.
남아공 모지스 마비다 스타디움.
“후우.”
전화를 끝마친 루치는 나지막이 한숨을 토해냈다.
비록 짧았던 통화였지만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물론 자신이 갑(甲)이었지만, 그렇게 큰 거물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영이 안다면 기절초풍할 게 분명했다.
조만간 맨체스터 시티에서 연락이 올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만수르 구단주가 직접 나서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안 오네.’
루치는 주관적으로 맨체스터 시티 행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에이전트로서, 선수가 돈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게 루치의 생각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챔피언스 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중상위권 팀이다.
그리고 그것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곳에는 호영의 축구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가 딱히 없었다.
호영은 다른 선수를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특징을 지닌 선수다.
헌데 잘하는 선수도 얼마 없는 맨체스터 시티에 가서 어떤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단 말인가.
현재로서는 딱히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선택은 호영이 하겠지만, 루치로서는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마침 라커룸에서 차범곤 해설위원과 함께 나오는 호영을 만날 수 있었다.
“고생했어요. 전후반 다 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은요, 뭐. 별일은 없죠?”
“예.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루치는 입을 굳게 닫았다.
안 그래도 요즘 월드컵 때문에 생각이 많은 호영에게 다른 고민까지 안겨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말해도 늦지 않았다.
“아참. 그리고 전에 부탁하신 티셔츠는 16강 경기 전에 받아볼 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월드컵이다 이적시장이다 해서 요즘 장난 아니게 바쁘죠?”
“허허. 우호영 선수만 할까요.”
“조금만 참아요. 월드컵 끝나고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겁니다.”
호영은 무심한 듯 말하며 루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 한 가득 짊어지고 있던 루치는 그제야 얼굴이 풀렸다.
“좋습니다. 축구할 땐 그렇게 머릿속을 비워야 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제가 다 기쁘네요. 이대로 8강까지 갑시다.”
“저보다 더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네요?”
“장담합니다. 멕시코쯤이야 한 주먹거리도 안 되죠.”
원래였다면 우루과이였어야 할 16강 상대가 멕시코로 뒤바뀌었다.
확실한 건 붙어봐야 알겠지만 이는 분명 행운이었다.
‘좋아. 일단 8강까지는 수월해.’
이번 월드컵, 정말이지 제대로 일 한 번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인 23일부터는 나머지 조별경기가 차례대로 진행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벌어졌는데, C조에서 미국이 알제리를 꺾으면서 조 1위로 진출했다는 것이었다.
B조를 2위로 진출한 대한민국에게는 희소식이었다.
행운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D조에서 독일이 가나를 꺾으면서 가나가 조 2위로 진출하였고, 그 결과 미국과 가나가 16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이 만일 8강으로 올라갔을 시 맞붙게 될 상대가 둘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대로 8강까지 간다!!!!]└미국과 가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너야말로 멕시코를 무시하는 것 같다? 누가 보면 우리 벌써 16강 진출한 줄 ㅋㅋ
└아니, 너야말로 우호영을 무시하는 거 같은데? 65미터 독주 못 봤냐? 진짜 소름 끼치더라. 우호영이 화나서 맘만 먹고 달리면 다 이길 듯
└근데 저렇게 해도 무릎이 괜찮으려나? 햄스트링 몇 번은 나갔어야 정상인데 아직까지 멀쩡하잖아. 인조인간도 아니고 무슨
└그래서 1년에 도핑 테스트만 몇 번씩이나 집중적으로 하는데 한 차례도 적발 안 됐잖아
└진짜 무형문화재로 등록시켜도 되겠네
└호형문화재 ㄷㄷ
대한민국이 4강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하는 사이, 나머지 경기들도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E조에서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F조는 파라과이와 슬로바키아가, G조에서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이, H조는 스위스와 스페인이 진출하면서 16강 대진표가 완성되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이에 수많은 도박사들은 스페인과 독일의 결승전을 예상하였다.
누가 보나 확실히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리고.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이변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1·2위에 나란히 뽑히다]그 첫 번째 경기인 멕시코와 대한민국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