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41
242
241.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
펠레와 유일하게 호각을 겨룰 수 있는 축구계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
165센티의 작은 체구를 지닌 이 남자의 이름은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 정도다.
이미 어린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여 아르헨티나를 청소년월드컵에서 우승시키고,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하지만 그조차도 부상은 피해갈 수 없었다.
1983년 당시, 아틀래틱 빌바오에서 ‘도살자’라고 불리던 ‘안도니 고이코에체아’에게 살인태클을 당해 발목이 아예 박살나버렸다.
마라도나가 마약의 늪에 빠졌던 것은 그때부터였다.
절정의 기량을 찍고, 저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참 다사다난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6개월간의 휴식기 이후 재기에 성공하며, 이탈리아 명문팀 SSC나폴리에서 두 번째 축구 인생을 시작하였다.
동시에 아르헨티나를 월드컵에서 우승시키고, 나폴리를 UEFA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시키는 영예를 누렸다.
물론 상습적인 탈세 때문에 수도 없이 많은 트러블을 일으켰지만, 축구실력만큼은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갖은 트러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선수들의 우상인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호영도 그중 하나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껄껄. 그게 사실이라면 좋겠군.”
“그럼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하는 말이지. 하지만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색다르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은 친근한 동네 아저씨나 다를 것 없었지만, 그 앞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호영은 그의 악수를 받았다.
마라도나가 이어 말했다.
“그럼 멋진 경기 기대하겠네. 그리고 나중에 맥주라도 한 잔 하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아직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당신과의 음주라면 경찰도 봐주겠죠.”
“껄껄! 아무렴!”
짧았던 만남을 뒤로 하고, 호영은 다시 몸 풀기에 나섰다.
헌데 마라도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예전에 보았던 그의 플레이가 눈에 생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60-6퍼포먼스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가 60미터를 달리면서, 잉글랜드 선수 6명을 차례대로 제치며 골을 넣은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그가 축구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마라도나의 재능에 그러한 조건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인 듯했다.
‘60미터 질주라.’
매우 난해한 조건이었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UEFA 유로파리그 우승하기.’
그도 그럴 게, 마라도나는 중하위권 수준이었던 나폴리를 데리고 UEFA 컵(현재 유로파 리그의 전신)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사나이다.
물론 유로파리그가 챔피언스 리그의 마이너 격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상과 난이도가 떨어지지만,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챔피언스 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팀에 들어가야 된다는 건데.’
차기 행선지로 생각하고 있는 첼시나 맨유, 바이에른 뮌헨은 모두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게 되는 팀이다.
유로파리그에 나가려면 리버풀이나 맨체스터 시티 같은 중상위권 팀을 선택해야 했다.
‘흠. 신중하게 생각하자.’
마라도나의 재능이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짐작이지만, 어쩌면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의 재능보다 더욱 뛰어날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이유 하나 때문에 팀을 옮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확실히 끌리는 팀이기는 하지만, 여러 팀의 조건을 일일이 따져봐야 했다.
‘일단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 내가 필요로 하는 팀이 어느 팀인지.’
삐익-
[네,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좌측의 아르헨티나, 우측이 대한민국입니다.]아르헨티나는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쓰리톱에 아게로-메시-밀리토를 내세우며 골 결정력이 두드러지는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중원도 만만치 않았다.
화려한 발재간과 출중한 킬 패스로 역습을 진두지휘하는 하비에르 파스토레.
청소를 담당하는 페르난도 가고.
월등한 체력과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호나스 구티에레스까지.
거기에 수비는 로드리게스-데미첼리스-오타멘디-부르디소 라인을 통해 노련한 수비 진영을 구축하였다.
사실 공격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2군이었지만, 다들 소속 클럽의 주전을 맡고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상대가 2군이라고 해서 절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평범한 유럽 국가의 1군보다도 강력한 스쿼드입니다.] [그렇습니다. 더욱이 대한민국 역시 2군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냈기 때문에 확실히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군요. 1·2라운드에서 막대한 활동량을 보여주었던 1군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강남일, 안정한, 이윤재가 나와 그 자리를 메웠습니다.]사실 승패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 2군을 내세운 것인데, 다만 호영과 메시에게는 뜻깊은 경기였다.
[득점왕이나 최우수 선수상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겠죠. 특히나 리오넬 메시로서는 무조건 타고 싶을 겁니다.]그 말대로, 현재 리오넬 메시는 발롱도르에 대한 염원이 대단했다.
아무리 못해도 한 번쯤은 탔어야 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날두에게 내어주다가, 이제는 우호영에게 내어주게 생겼으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메시는 이번 대회에 이를 갈고 나섰다.
우호영이 챔피언스 리그와 라 리가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만약 메시가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시킨다면 발롱도르는 충분히 그의 것이 될 수 있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열띤 공격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메시! 더 올라가! 측면에서 흘려줄게!”
“이쪽으로 패스!”
팀원들의 도움도 컸다.
파스토레와 구티에레스의 전진 패스가 중앙으로 몰렸고, 윙 포워드로 배치된 디에고 밀리토와 아게로가 좌우로 넓게 퍼지면서 한국의 수비진을 페널티 박스 밖으로 유인해냈다.
메시의 득점을 위한 상황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었다.
덕분에 메시는 불과 20분 만에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 조심해야겠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공을 받으면 그 순간부터 두 배 이상으로 집중을 해야 돼요. 빨리 반응하기 위해서는 몸이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리오넬 메시, 구티에레스가 찍어 찬 공을 향해 쇄도하는데요!]박스 안쪽으로 찌르는 로빙 패스.
메시는 빠르게 침투하여 공을 받았다.
이어 환상적인 볼 트래핑과 드리블로 김민수와 기동진을 차례대로 따돌리면서 골대 안쪽으로 공을 밀어 찼다.
그리고 이윤재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철렁!
메시의 선제골.
전반 20분 만에 터져 나온 실점에 대한민국은 침통함으로 물들었다.
[리오넬 메시가 이번 월드컵 4득점을 기록하며 우호영과 득점순위 2위에 공동으로 오릅니다.] [우리 선수들,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의 몸놀림이 너무 좋았네요.]수비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했다.
다만 메시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기동진과 김민수는 탄식을 흘렸다.
“후···.”
“미친···.”
이제 겨우 전반 20분이건만 벌써부터 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피지컬로 막으려고 하면 생쥐처럼 빠져나가고, 태클을 걸어서 파울을 유도하려고 하면 보란 듯이 피한다.
오늘 처음 만난 메시는 문자 그대로 괴물이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막아.’
너무나도 큰 실력차이에 투지마저 식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같은 팀에는 메시보다 더 한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전반 40분경이었다.
‘수비수들의 간격이 점점 흐트러지고 있어.’
호영은 시야를 넓게 퍼트렸다.
‘확실히 좁긴 좁아.’
모지스 마비다 스타디움(Moses Mabhida Stadium)은 가로 길이가 100미터로 국제경기장 기준에 딱 걸치는 수치일 정도로 작았다.
그만큼 선수들 간의 간격이 매우 촘촘했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력이나, 그들이 구축하고 있는 조직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만, 그 틈을 실수 없이 한 번에 파고들기 위해서는 공을 들여야 했다.
돌파하기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호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갔다.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경기의 흐름을 느낄수록 보다 많은 여유가 생기면서 시야가 점차 넓어져갔다.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틈.
그것들을 하나의 통로로 이어주는 공간들이 눈에 속속히 보이기 시작했다.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허점이 속속히 보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여기!”
대한민국의 후방 빌드업 상황.
김민수와 기성룡이 패스를 주고받는 가운데, 호영의 외침이 필드에 가득 울려 퍼졌다.
하프라인에서 3선 사이를 오가던 호영은, 갑자기 뭐라도 발견한 것처럼 황급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하였다.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뭐지?’
호영을 마크하고 있던 하비에르 파스토레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장 집중력을 되찾으며 호영의 뒤를 따라나섰다.
‘직접 공을 받으러 내려가려는 거야.’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여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파스토레는 그 점에 유의하며 철저히 호영을 마크했다.
수비 시에는 우호영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라는 마라도나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호영은 천하의 마스체라노도 못 막는 녀석이야. 그림자처럼 따라 붙다가, 그 녀석이 공을 잡으면 유니폼을 확 잡아당겨.
파스토레는 보통 측면이나 중앙에서 뛰는 미드필더이다.
더구나 큰 키에 비해 체격이 작아서 수비력이 좋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마라도나가 그에게 대인마크를 지시한 이유는 오직 그것 때문이었다.
1초라도 시간을 벌라고.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기성룡의 패스가 이쪽으로 다가온 것은.
툭.
“···!”
수비를 등진 호영은, 공을 잡지 않고 파스토레의 다리 사이로 흘려보냈다.
일명 알까기.
넛메그(Nutmeg)라고 불리는 발기술로 파스토레를 교란시켰다.
하지만.
‘걸렸어.’
만전의 대비를 하고 있던 파스토레를 속여내지는 못했다.
호영이 넛메그를 시도하는 영상을 몇 번이나 봐왔던 그였기에,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뛰어난 반응속도로 몸을 좌측으로 돌렸다.
우호영의 유니폼을 잡아끌면서 충돌을 이끌어낼 작정이었다.
그런데.
‘뭐지?’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딪혔어야할 우호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설마.’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호영은 이미 반대편으로 돌아 공을 가지고 떠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째서···.’
파스토레가 몸을 돌린 방향은 좌측.
하지만 우호영의 선택은 우측이었다.
파스토레는 그의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이 대부분 우측 공간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호영이라면 당연히 좌측을 선택할 줄 알았다.
그것을 노렸던 것인데 그게 오히려 악수(惡手)가 되었다.
‘망할.’
정말 의문이었다.
어째서 아르헨티나의 선수들이 수비하기에 좋은 지점을 택해서 간 것인지.
그것은 평평한 길을 내버려두고 구부러진 산로를 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파스토레가 보기엔 확실히 그러했다.
하지만 호영은 파죽지세로 밀고나갈 뿐이었다.
남들보다 한 수 앞서는 예측력과 판단력.
경기의 흐름을 읽는 다재다능함과 시야.
상대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축구센스까지.
호영의 돌파는 완벽했다.
그 결과 어느덧 20미터를 쾌속으로 돌파하여 구티에레스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역시 발이 느려서 수비가담력이 좋진 못했지만, 파스토레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마라도나에게 지시를 하나 받은 상태였다.
-오늘 메시가 골을 넣으면 우호영도 미쳐 날뛸 게 분명해. 그렇다면 파스토레가 우호영을 놓칠 확률이 99% 이상이지. 따라서 그 다음엔 네가 나서서 우호영의 유니폼을 강하게 잡아끌어야 해. 심판이 휘슬을 불 때까지 말이야.
그런 주문이 있었기에, 구티에레스는 의심의 여지없이 손을 뻗었다.
더도 말고 단 한 번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타악, 탁.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투 터치.
우호영이 구티에레스를 순식간에 제치자, 해설진의 목소리가 폭발하였다.
[우호영의 플립플랩!] [아아, 굉장한 탈압박이에요.]구티에레스가 손을 뻗은 순간, 호영은 근육의 탄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젖혔다.
그러면서 발은 빠르고 정확하게, 단 투 터치만으로 구티에레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였다.
이로써 30미터.
앞으로 아르헨티나의 진영에 남아있는 선수는 다섯 명.
“와아아아아아아!”
호영이 페널티 에어리어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관중들의 목소리가 높아져갔고, 그럴수록 호영의 눈과 발이 급격히 빨라졌다.
훽!
“하!”
빼어난 민첩성을 자랑하는 좌측 풀백 로드리게스가 코앞으로 나서봤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연이어 달려온 오타멘디까지 나서서 손을 뻗어봤지만 호영은 그 자리에 없었다.
바디 페이크와 방향 전환으로 자리를 벗어난 뒤였다.
그리고.
‘다 왔다.’
네 명을 연달아 젖히고 나니 어느새 페널티 박스 앞에 도달해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뒤쪽의 페르난도 가고! 조심해야합니다!]반대편에서 지역방어를 고수하고 있던 페르난도 가고가 코앞으로 다가와 발을 넣은 것이었다.
하지만 가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호영이었다.
긴박한 돌파상황이라면, 왼발을 습관적으로 집어넣는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태클각도에서 미리 벗어날 수 있었다.
[아아, 우호영! 그대로 돌파에 성공합니다!]가고까지 다섯 명 째.
신비로운 일이다.
틈을 교묘하게 노려 파고들었을 뿐인데, 마치 상대 선수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한 단계 성장한 느낌.
그리고 그 마지막 단계는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였다.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 골문 밖으로 뛰쳐나오는데요!]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호영은 기다렸다는 듯, 폭발적인 치고 달리기로 로메로를 유유히 따돌리면서, 빈 골대를 향해 공을 때려 박았다.
수비수들이 황급히 골문으로 달려가 발을 뻗어봤지만, 골망은 이미 격렬하게 흔들린 뒤였다.
이 모든 게 불과 1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확히는 65미터.
마라도나의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플레이였다.
아니, 그것보다 더욱 경이로웠다.
적어도 마라도나 본인이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이 나온 것도 모른 채 호영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맙소사.”
신선한 충격.
뛰어난 민첩성을 이용하는 메시의 팬텀 드리블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구축하고 있는 간격이 워낙 촘촘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드리블을 했다면 중간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이 2군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정도로 무르진 않았다.
하지만 호영은 최적의 공격활로를 찾아내고, 공간의 변화를 미리 예측한 덕분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발전.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능력에 있어서도 크나큰 발전을 이뤄낸 호영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호영의 눈앞에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꿰뚫어보는 예측력(S+2)↑] [예리한 판단력(S+2)↑] [독보적인 축구센스(SS+3)↑] [예술적인 창조성(S-)]재능의 성장과 더불어 창조성의 발현까지.
처음부터 S급이라는 건, 호영의 기본적인 정신능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였다.
호영은 실제로 그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이번 월드컵 무대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밑거름이 될 것 같았다.
이후의 경기는 아르헨티나가 수비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따분하게 흘러갔다.
그러다 후반 20분경.
호영이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역전골을 터트리고, 이후에 교체된 이과인이 동점골을 만들어내면서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B조 2위로 진출해, A조 1위인 멕시코와 16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각 관중석.
‘이 정도 활약이면 골든볼은 따 놓은 당상이야.’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루치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이었다.
지잉-.
다급하게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라면 그것뿐이지.’
상대가 누군지 대충 예상한 루치는 목을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
호영을 영입하기 위한 어느 구단의 회장이나 기술이사쯤이나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나, 만수르입니다.
발신인은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