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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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피파 클럽 월드컵(1)
경기 직후 원정팀 라커룸.
호영은 선수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10연승을 자축했다.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축제의 현장이 따로 없었다.
이후에는 스콜라리 감독이 들어와 선수들에게 포옹을 건넸다.
그 첫 번째는 호영이었다.
“고생 많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영이 이렇게까지 팀을 이끈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5대4.
비록 동료선수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사실상 90% 이상이 호영의 지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가 강팀인 것은 여지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늘, 바르셀로나는 그것보다 강했다.
그리고 호영은 미친 듯이 강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지라 매번 이러한 경기력을 펼칠 수는 없겠지만, 단 한 경기라도 이러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스콜라리는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았다.
100분 가까이 펼쳐졌던 오늘 경기는 문자 그대로 기적이었으니까.
“감독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고맙다.”
스콜라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호영이 마치 작별을 고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밖에 없겠지.’
그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호영 없이, 시즌 하반기를 보내야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일단 바르셀로나와 승점을 11점까지 벌려놓긴 했다만.’
사실 무슨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리그 우승은 무리가 없었다.
호날두, 알론소, 이과인, 벤제마 등 여전히 훌륭한 선수들이 팀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같은 경기는 더 이상 볼 수 없겠지. 칼데론 회장은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 테고.’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었다.
속으로 투정부린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다.
앞으로 남은 보름.
호영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스콜라리가 콧수염을 쓸었다.
“다음은 피파 클럽 월드컵이로군.”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그리고 어서 접견실로 가보게. 기자회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접견실을요?”
“자네의 귀중한 손님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어. 바르셀로나 측에서 흔쾌히 내어준 모양이야.”
스태프를 따라 접견실에 도착한 호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얼굴이 붉어진 모니카와 그녀의 부모가 일어나 호영을 반긴 것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네. 루카스일세.”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디아나에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콧수염이 인상 깊은 평범한 브라질 아저씨였고, 어머니는 모니카의 큰 언니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젊고 예뻤다.
러시아계 미국인이라는 말만 들었지 이 정도로 미인일 줄은 몰랐다.
모니카가 분명 엄마를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호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품에 와락 안길 뿐이었다.
“모니카.”
“응.”
경기 내내 눈물을 참고 참아온 모니카였다.
하지만 호영을 보자마자 참아왔던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원래 눈물이 많은 소녀는 아니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울지 않는 굳센 소녀였다.
“하하. 그런데 왜 울고 있는 거야.”
“······ 흑.”
그간 너무나도 바빴던 탓에, 호영의 경기를 직접 보러오지 못하고 거의 중계방송으로만 봐온 모니카였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제대로 경기를 보지 못했다.
호영이 골을 넣었을 때의 통쾌함과 기쁨보다, 태클을 당해 넘어졌을 때의 고통과 슬픔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TV에서 보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호영을 향한 욕설과 각종 모욕들이 그치지 않았다.
거기에 끊이질 않는 위험천만한 순간들까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경기가 그렇게나 힘들었는데, 힘든 내색 하나 없는 호영의 모습이 더욱 안쓰러워보였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만 만나서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눈물이 그치지 않는 이유라면 그것이었다.
하지만 호영은 여전히 괜찮다는 표정이었다.
도리어 씨익 웃으며 모니카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마법처럼 피로가 사그라지는 순간이었다.
[ 경기력 대폭발··· 5골 공식 MOM, 각종 평점 사이트에서 최고 평점 기록]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천재 ‘리오넬 메시’ 4골 넣고도 엘 클라시코 10연패, 스페인 떠난다는 루머 확산]그날의 경기는 수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호영의 경기활약상을 담은 스페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외국인들의 반응을 모아 보여주는 영상도 함께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는 은퇴한 몇몇 축구선수들도 포함돼있었는데, 특히 감명을 받은 몇몇 이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네딘 지단: 우호영과 함께 공을 차던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그의 튜터 선생이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과연 내가 무엇을 키워낸 것일까?
-호나우두: 얼마 전 지단의 SNS를 보았다. 나 또한 그를 가르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난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우리를 뛰어넘을 거라는 사실을.
전 세계가 경악했다.
그것은 잉글랜드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축구 관련 토크쇼에서는 ‘우호영 특집’을 다루며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패널로는 맨유의 전직 기술코치와 맨 시티의 현직 축구선수 그리고 축구광이라고 알려진 가수가 함께 자리하였다.
먼저 입을 뗀 것은 프로그램의 사회자였다.
“연일 화제가 된 이번 엘 클라시코에서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해볼 수 있는데요. 필드커버력과 41미터짜리 프리킥 골, 그리고 바나나 투척 사건이 그것들이죠. 그럼 먼저, 쿠퍼 전직 기술코치의 의견부터 간략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쿠퍼?”
“네. 저는 그것을 ‘인간의 한계 이상을 보여준 경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의 필드커버력은 레알 마드리드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주었죠. 축구게임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일종의 ‘치트키’와 같은 것입니다.”
“적절해 보이는 표현이군요. 그렇다면 프리킥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사실 그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닙니다. 물리역학을 이용하는 것은 슈팅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정이죠. 하지만 그것을 경기에서 완벽하게 활용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아니, 오직 우호영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바나나 투척 사건에 대해서는······.”
“잠깐.”
말을 끊은 이는 다리를 쩍 벌린 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내였다.
“그것에 대해선 제가 말하죠.”
그는 느닷없이 카메라에 대고 삿대질을 하더니 갖은 인상을 찌푸리며 툭 내뱉었다.
“우라질 그 개자식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인종차별 X까라고 말이죠.”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영국의 유명 록백드 오아시스(Oasis)의 보컬리스트이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즈이자, 우호영의 광팬인 장년의 남성이었다.
성격이 매우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방송에서도 뒤로 내빼는 게 없었다.
“그런 것들은 내 손에 걸리면 얄짤 없습니다.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머리통에 구멍을 내줘야하죠.”
“하하. 마음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그럼 다음으로······.”
MC는 노엘을 진정시키며 다음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우호영 선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데, 당신이 생각하는 우호영은 어떤 선수입니까?”
“으음······.”
사뭇 긴장한 듯한 모습의 그는 바로, 2년 전 호영과 한솥밥을 먹었던 호비뉴였다.
그가 말했다.
“우호영은 잘하는 선수입니다. 사실 그 말밖에는···.”
“그럼 당신은 우호영 선수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나요?”
“글쎄요.”
호비뉴는 호영에 대해 딱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우호영과 자신을 비교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반감이 조금씩 생겨났다.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기자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얼마 전엔 라는 기사가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있었다.
더구나 올 시즌에 부진하고 있던 호비뉴였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대담하게 말했다.
“물론, 우호영이 세계 최고인 건 불변의 진리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기는 라 리가에서나 나올 법하죠.”
“라 리가의 수준이 낮다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이건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리그의 특색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에요. 나도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땐 시도 때도 없이 원더 플레이를 펼치며 언론의 찬사를 받았었죠. 그런데 잉글랜드에 와보니 플레이스타일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공만 잡으면 상대 선수들이 서너 명씩 달라붙는데 여기선 뭘 할 수 있겠어요. 여기가 괜히 테크니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제발 우호영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뜻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우호영 선수의 자질이 그 정도까지는 안 된다는 거군요?”
“아이 참. 그런 말이 아닙니다. 나는 공공의 적이 되기 싫어요. 전 세계에 우호영의 팬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다고요.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가 EPL에 온다면, 아무리 우호영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플레이를 EPL에서 펼치기란 힘들 거라는 뜻입니다. 실력의 여하를 떠나서요. 그리고 그건 이미 제가 경험했으니 장담할 수 있죠.”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호영 선수가 이 방송을 보게 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뭐, 괜찮아요. 하하!”
호비뉴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끝맺었다.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어차피 친한 사이도 아니고, 평생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 리그에 나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레알 마드리드와는 만나게 될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 설마 자존심이 상했다고 영국까지 찾아오기라도 하겠어?’
호비뉴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12월 말.
경악스러운 뉴스가 축구계를 강타했다.
[‘바르셀로나’ 5개월 만에 무리뉴 감독 경질 “바르셀로나에 어울리는 감독 찾을 것. 당분간 티토 빌라노바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2010년 발롱도르, 12월 3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릴 예정······ 각 부문별 상위 3명 발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호영, 리오넬 메시’] [‘레알 마드리드’ 멈추지 않는 연승행진, 피파 클럽 월드컵 위해 아랍 에미리트 아부다비로 출국······ 우승 시 5관왕 달성]마침내.
호영이 손꼽아 기다려온 피파클럽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참가팀은 ‘각 대륙별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팀’과 ‘개최국 리그의 우승팀’으로 다음과 같았다.
유럽의 레알 마드리드, 아프리카의 TP마젬베, 남미의 인테르나시오나우, 북중미의 CF파추카, 오세아니아의 PRK 헤카리 유나이티드, 아시아의 성남일화, 아랍 에미리트의 왈 아흐다FC.
이렇게 총 7팀.
레알 마드리드가 주의해야 할 팀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2군 선수들만 기용하고도 일사천리로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결승전 상대는 대한민국의 강호 성남일화.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번 경기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동족대학살’.
그것이, 호영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 전 치르게 될 마지막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