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60
361
360. 유로 2012(4)
[이탈리아가 고군분투합니다. 막대한 피지컬과 엄청난 투지로 스페인을 상대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여요.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스페인이 유리해지거든요? 어차피 우호영을 막을 순 없어요. 최대한 막고,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 것밖에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 아마 열쇠는 팀의 살림꾼과 동시에 공수조율을 맡고 있는 데 로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탈리아와 수차례 붙어보았던 우호영 선수이지만, 아직까지 데 로시와는 붙어본 경험이 없죠.]중원 사령관이자 다니엘레 데 로시(Daniele De Rossi).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꼽는다면, 누구 할 것 없이 가투소와 마스체라노 그리고 데 로시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오늘 경기 초반부터 가투소와 말다툼을 벌였다.
“안 된다고, 이 얼간아!”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해봤다고, 밀란에서. 우호영과 맞붙어봤다고!”
뛰어난 축구지능, 피지컬, 흐름을 읽는 능력으로 공수조율에 매우 능숙한 면모를 보이는 데 로시.
그에 반해 경이로운 피지컬과 테크니컬로 중원을 털어버리는 가투소.
둘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같았지만, 플레이스타일은 알게 모르게 달랐다.
하지만 툭하면 치고 박으면서 장난을 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한 그들이었다.
다만, 둘 다 성격이 불같아서 한 번 장난을 치면 심하게 친다는 특징이 있었다.
예를 들어 포크를 들고 등을 마구 찍어 내리거나, 상대방 침대 밑에서 꼼짝하지 않고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놀라게 만든다거나, 남이 본다면 우스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게 경기에도 반영되곤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둘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었다.
“가투소, 이건 너 답지 않아. 고작 저런 꼬맹이한테 겁먹어서 몸을 아끼고 있다고? 가서 힘껏 부딪치라고!”
“안 된다고, 이 멍청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우리 사전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넌 맨몸으로 바위를 부실 수 있냐? 아니, 저건 바위가 아니라 만리장성이다 X발.”
“이런 겁쟁이 같은 녀석. 의지도 자신감도 다 죽었잖아? 충고하나 하는데, 빨리 은퇴하는 편이 낫겠다. 트라파토니 영감이 왜 널 신뢰하지 못하는지 알겠어. 네 서브멤버가 몬톨리보만 아니었다면 넌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을 거야.”
“머저리 같은 놈. 마음대로 생각해라. 너도 직접 겪어봐야 알 테니까. 아아, 이래서 사람을 학습의 동물이라고 부르나보네.”
가투소와 데 로시는 서로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공간을 봐주며 집중력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번 대회는 다른 것도 아닌 유로 2012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준결승.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개인적인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여기!”
그 중심에 서있던 마르키시오가 우측으로 신호를 보냈다.
후방에서 천천히 빌드 업을 쌓고 있던 파브레가스와 사비가 직접 드리블을 치면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좌측 측면의 이니에스타가 중원으로 내려갑니다. 이탈리아의 숨 막히는 중원을 빌드 업만으로 흩뜨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거죠.] [빌드 업 리딩 능력은 데 로시의 장기이니까요. 더욱이 마르키시오와 피를로까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스페인으로서도 쉽지 않을 겁니다.]동시에 우측 측면에서는 다비드 실바가 보다 넓게 공간을 벌렸다.
정반대편의 이니에스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아무래도 비대칭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이탈리아의 대형을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만약 균열이 일어나면, 우호영이 그 틈을 비집고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겠죠. 지난 대결을 보자면, 이탈리아가 유독 뒷공간에 많이 취약하지 않았습니까?]이탈리아의 수비핵심은 포백수비와 3선 사이의 대형.
이번 대회에서 고작 3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은 것도 정교한 라인조율 덕분이었다.
그런데 C조 예선에서 스페인에게 뒷공간을 탈탈 털려버리고 말았고, 결국 2실점과 함께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멍청이가 아니었다.
같은 수법에 당하지 않기 위해 대응전략을 갖추고, 거기에 더해 역으로 스페인을 당황시키게 할 만한 무기를 준비해왔다.
그것은 중원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순식간에 라인을 아래로 당기면서 4-3-1-2의 대형을 갖춘 이탈리아.
애당초 뒷공간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스페인의 라인침투를 예방하였다.
[그야말로 예술이네요. 축구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대형변화였습니다.]지단,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그 이후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등장하면서 여러 가지 전술이 개발되다가, 이제는 우호영의 존재로 인해 급진적으로 발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변화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최전방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군요. 마리오 발로텔리와 안토니오 카사노가 내려오면서 데 로시의 곁을 지켜줍니다.] [결국 전원 수비에 가담하면서 제로톱의 형태를 갖추는군요. 3줄 수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스페인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자, 이탈리아가 문자 그대로 버스를 세우면서 극도로 수비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명 돌아이 조합.
투톱으로 나선 발로텔리와 카사노까지 라인을 대폭 낮추면서 4-3-3-0 포메이션을 구축한 것이었다.
그 모든 중심에는 데 로시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수비와 공격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출발이 좋군.’
스페인이 한 발 물러나 후방에서 볼을 돌리고 있는 상황.
데 로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시야를 넓혔다.
‘우리가 못할 게 뭐 있어.’
물론 우호영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테크니컬이 얼마나 특출한지, 피지컬이 얼마나 괴랄한지는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만 대충 훑어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데 로시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럴듯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괴물이라면 우리 쪽엔 악마가 있지.’
발로텔리와 카사노.
공격수로 나선 그들이었지만, 그들을 기용한 진짜 목적은 우호영을 막는 것에 있었다.
“헤이!”
발로텔리와 카사노가 준비된 대형을 갖출 무렵, 흐름을 빠르게 읽은 데 로시가 신호를 보냈다.
이니에스타의 패스가 반대편의 다비드 실바에게 전달된 순간이었다.
타악!
[다비드 실바가 안전하게 공을 받아냅니다.] [지오르지오 키엘리니가 나서는데요!]키엘리니는 감독에게 지시받은 대로 실바의 돌파경로를 완전히 틀어막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대신 패스활로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비드 실바, 라 펠로피냐 턴으로 방향을 접습니다. 고개를 돌리는데요!]빠른 공격전개.
다비드 실바의 눈이 좌측 전방으로 돌아가기 무섭게, 전진 패스가 떨어졌다.
위치는 2선 중앙.
타악!
이미 뒷공간은 없었기에, 호영은 수비를 등진 채 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 비롯되었다.
“!”
공을 받기도 전에 바르잘리가 호영을 보내버릴 작정으로 발을 뻗은 것이었다.
교묘하게 축구화 발뒤꿈치를 밟으면서 호영의 움직임을 통제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호영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훽!
순간적으로 시야를 대폭 넓힌 호영이, 뒤쪽에서 은밀하게 들어오는 바르잘리의 발을 보자마자 발을 앞으로 내뺀 것이었다.
초인의 감각.
그와 동시에 등에 힘을 실어 바르잘리를 떨쳐냈다.
그렇게 공을 안전하게 받아내는가 싶었다.
하지만.
“어딜!”
진짜는 따로 있었다.
어느새 3선까지 내려온 데 로시가 어깨를 밀치며 파고 들어온 것이었다.
고약하고 억척스러운 얼굴이 그의 의지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퍼억!
85kg의 무게로 힘껏 박았건만, 호영은 거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튕겨나간 것은 외려 데 로시였다.
그것도 저 멀리 튕겨나가 나자빠지고 말았다.
“켁!”
찰나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켜야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공은 여전히 호영에게 있었고,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를 계속 재개시켰다.
그런데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옆, 옆을 봐야죠!!]그것도 한쪽이 아닌 양 사이드.
마리오 발로텔리와 안토니오 카사노가 좌우 측면에서 저돌적으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데 로시와 바르잘리의 희생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진짜 승부는 바로 지금.
그리고 그 둘은 과연 그들다운 방법을 선택했다.
‘어지간한 방법은 안 통해!’
앞서 바르잘리와 데 로시가 무기력하게 튕겨나간 것을 보았기에 몸싸움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카사노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매서운 손날이 호영의 목울대를 향해 뻗어간 것은 그 직후였다.
동시에 허리 밑으로는 발로텔리의 다리가 교묘하게 들어왔다.
호영의 무릎을 교묘하게 노리겠다는 의도.
프로선수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 둘에게는 양심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짓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팔이 날아오든 다리가 날아오든, 호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마치 리듬체조를 하는 선수처럼 기괴하게 몸을 구부리더니 둘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이 연속적으로 연출되었다.
그 끝은 화려한 피날레였다.
[우호영, 그대로 슈우우우우우웃!]몸을 반 바퀴 회전시킨 호영은 과감하게 슈팅을 날렸다.
터닝슛.
단순한 터닝슛이 아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바로 코앞에 있던 카사노의 얼굴에 정확히 꽂히는 것이 아닌가.
퍼억!
헌데 그 소리는 거기서 끊기는 게 아니라 곧이어 경쾌한 소리로 뒤바뀌었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올! 우호영! 터졌어요!]카사노의 얼굴에 맞은 공은 그 자리에서 즉시 굴절되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으로서는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슈팅경로인 셈.
그 모든 것을 모두 계산한 게 바로 호영이었다.
‘초인의 한계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야.’
어느새 초인의 한계에 다다른 초월적인 슈팅.
이제는 정말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리고 과연 그 보상은 확실했다.
[괴짜 판타지스타(T)를 미리 탐합니다. 안토니오 카사노의 경험과 감각을 일부 습득합니다. 경험과 감각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 12일이 소요됩니다.]‘안토니오 카사노의 코피 터트리기’라는 조건을 만족한 결과.
과연 선수의 성격답게 조건 역시 특이했다.
더욱이 그 말고도 정상적인 재능도 하나 탐할 수 있었다.
[중원사령관의 공수조율감각(T)을 미리 탐합니다. 다니엘레 데 로시의 경험과 감각을 일부 습득합니다. 경험과 감각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 12일이 소요됩니다.]데 로시의 타이틀.
볼 경합에서 승리한 뒤 득점에 성공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결승전 진출은 덤이었다.
무기력하게 선제골을 내어준 이탈리아는 의지를 상실하여, 연신 스페인에게 끌려 다니면서 승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유로 대회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도 이제는 코앞.
4일 뒤 다가올 스페인의 결승상대는 2010 남아공월드컵의 우승국 독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