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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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5)
“슈팅 각도를 그렇게 쉽게 내주면 어떡해? 감독님이 조심하라고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수, 순간적으로 너무 빨라서···.”
“정신을 안 차리니까 당하는 거 아냐? 그럴 거면 훈련은 왜 했어.”
호영의 중거리 슛이 선제골로 이어지자, 그레미우 선수들은 발등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분주해졌다.
특히 팀의 주장인 알렉산더 베커(Alexandre Becker)가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미국계 브라질리언인 그는 올해 열다섯 나이로, 포지션은 측면수비수였다.
“라인 높여서 압박 해. 에두아르도! 너는 2선까지 내려와서 공 받아!”
알렉산더가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손목을 까딱거렸다.
선수들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경기장을 좁게 쓰면서 상대에게 공격찬스를 내어주지 말라는 신호.
‘측면을 열어주더라도 슈팅각도는 최대한 좁혀야 돼. 녀석은 중거리 슛 선수니까.’
우호영.
리그는 이제 겨우 시작됐지만, 현재 그에 대한 정보가 꽤 많이 수집된 상태였다.
폭발적인 돌파력을 장기로 삼으며 중거리 슈팅이 뛰어난 선수.
축구경력이 짧은 만큼 기본기가 엉터리일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반대.
게다가 최근에는 2선까지 내려오며 중원의 공수를 직접 조율하는 만능 플레이어.
호영을 바라보는 코치들이 평가가 그러했다.
그에 대해 알렉산더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방금 전 그의 중거리 슈팅은 매우 위협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팀 동료들이 호영에게 슈팅 각도를 내어준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경기에 집중을 안 하니까 그렇지.’
알렉산더의 시선이 전방으로 향했다.
호영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던졌다.
‘아주 제대로 신났구만.’
우호영, 뭐가 그리 좋은지 덩실덩실 어깨를 들썩이며 이상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데뷔골이자 시즌 1호 골을 달성했으니 그럴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꼴 뵈기가 싫었다.
‘더 이상의 실점은 무조건 막는다. 녀석이 중거리 슛을 쏘면 우리는 공간을 잡으면 돼.’
이후, 그레미우는 알렉산더를 중심으로 타이트한 늪 축구를 구사했다.
상대 선수들의 신경을 살살 긁으며 온전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도록 힘껏 방해했다.
두 명씩, 세 명씩.
우호영이나 오스카가 공만 잡으면 득달같이 달라붙어서 공간을 좁혔다.
문자 그대로 답답한 축구.
관중들에게는 재미없게 보일지언정, 그레미우로서는 최선의 판단이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대량실점을 하게 될 뿐이야. 감독님 말대로 후반전까지 최소실점으로 끌고 가야 돼.’
역습으로 한 번의 기회만 성공시키면 무승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원래 그런 경기다.
한쪽이 유효슈팅을 100번 때려봐야,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있어봐야, 골을 못 넣으면 그것들은 무의미한 수치일 뿐이다.
반면 유효슈팅이 하나라도 골만 넣으면 장땡이다.
그것이 실리축구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가능성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하던 그때, 호영이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을 보였다.
“···!”
호영이 2선으로 살짝 내려가더니, 공격수 에두아르도의 공을 기습적인 태클로 뺏어냈다.
그러고는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좌측측면으로 돌파했다.
“붙어!”
그와 동시에 지역을 고수하고 있던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달라붙었다.
알렉산더도 마찬가지.
“어딜!”
호영에게 접근해 측면 공간을 사수했다.
“집중해!”
소리를 꽥꽥 지르며 거칠게 호영을 압박했다.
그것은 곧 2대1 몸싸움으로 번졌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삐익!
지저분한 견제는 화를 부르는 법.
주심이 달려와 그레미우에게 반칙을 선언했다.
“너 4번, 주의해.”
“네.”
다행히 주심은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냈다.
‘오히려 이득이야.’
만약 그대로 호영의 돌파를 허용했더라면 실점위기를 맞이했을 터였다.
더구나 프리킥 지점은 별로 위협적인 구역도 아니었다.
약 36미터.
좌측 터치라인에 근접한 지점이었다.
‘직접 슈팅은 절대 못해.’
베컴이나 주닝요, 혹은 프리킥의 신 지쿠가 와야 넣을만한 각도였다.
그렇기에 알렉산더는 안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박스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였다.
준수한 예측력 덕택에 공중볼 처리에 능했다.
‘세트플레이는 자신 있지.’
자신만만하다는 모습으로, 포스트 반대쪽에 자리를 잡고있는 호영을 전담 마크했다.
공이 날아오기도 전에 어깨로 몸싸움을 걸면서 신경전을 펼쳤다.
자리선정이 곧 공중볼 경합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
알렉산더의 미간이 좁혀들었다.
호영의 피지컬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꽤 단단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뒤바뀌었다.
‘미친···!’
자신보다 살짝 작은 우호영에게 몸싸움에 밀려 자리를 내어준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정확히 1초 뒤 크로스가 날아왔다.
뻐엉!
프리킥 키커로 나선 오스카가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힘껏 감아 찼다.
“이런···!”
알렉산더는 자리를 내어주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헤딩이라도 방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시에 뛰어올랐다.
그러나 호영은 단순히 피지컬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
헤딩실력 역시 수준 이상.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호영이 비스듬히 고개를 꺾자, 공이 바닥을 찍으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오오오!”
두 번째 득점!
상파울루FC의 선수들이 환호성을 터트리며 호영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완패한 알렉산더는 끝내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허탈했다.
발 밑 기술까지 좋으면서 피지컬 능력에 헤딩실력까지 갖췄다고?
“아아아아아!”
속으로 투덜댔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우호영의 2호 골은 1호 골만큼이나 의미가 있었다.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기록하는 헤딩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를로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발굴하고 다듬은 원석이라지만, 저만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두터운 피부 위로 돋아나온 닭살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헤딩실력은 언제 저렇게 늘어난 거야’
물론 호영의 헤딩능력이 준수하다는 것은 훈련하면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호영을 골대 앞에 세워둔 것이었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바로 효과를 볼 줄은 몰랐다.
‘그 키에 헤딩골이라······.’
키가 작다고 헤딩을 못하라는 법은 없다.
자칭 1000골을 기록했다는 브라질의 호마리우(Romario)는 작은 키로도 헤딩 골을 잘만 넣었다.
하지만 그건 호마리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는 호마리우 말이다.
“허허. 녀석에게도 그만한 재능이 있는 건가.”
피식.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지 콧바람을 뀌었다.
‘내가 호마리우랑 아시아의 꼬맹이를 비교하다니.’
카를로스는 허허 웃으며 관중석에 앉아있는 빅토르 단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포상 준비하셔야겠군요.”
그 말에 빅토르가 싱긋 웃었다.
전반전은 2대0 상파울루FC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그 시각.
잔칫집 분위기의 홈팀과는 달리, 원정팀 라커룸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성공적인 개막전을 위해, 궂은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니 의욕이 꺾일 수밖에.
그레미우의 선수들은 경기에 관해 입도 뻥끗 하지 못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카르발류(Carvalho) 감독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미쳐버리겠군.”
카르발류는 호영의 미친 활약상을 떠올리니 자꾸만 혈압이 올랐다.
그의 플레이영상을 보긴 했지만 U15리그에서도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몸싸움이나 헤딩실력까지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총체적난국.
오스카를 막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우호영까지 날뛰니 정말 답이 없었다.
실제로 유소년 경기는 선수 한 명에 경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카르발류 역시 베테랑이었기에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10여 년 전 아드리아누(Adriano)를 상대했을 때 여섯 골을 내어준 악몽이 있었다.
당장 호영이 보여준 임팩트는 바로 그 아래 단계였다.
‘그게 말이 되냐고. 동양인이잖아?’
동양인이 브라질 리그를 호령한 전례는 없었다.
‘망할.’
대책을 강구해야했다.
비기는 건 둘째치더라도, 대량실점만은 피해야 했다.
카르발류가 말했다.
“수비 숫자를 대폭 늘리고, 포백라인은 대인방어로 전환한다.”
결국 그 방법을 내세우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 지역방어를 고수했다가는 같은 상황만 반복될 테니까.
공간을 막을 수 없다면, 선수를 잡아야했다.
“알렉산더.”
“네······.”
“네가 우호영을 잡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네 자리를 이탈해서라도 끝까지 쫓아. 나머지도 마찬가지. 오늘 너희 임무는 그거야. 우호영에게 공이 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 침투할 공간을 촘촘히 막아서 활로를 아예 차단해라.”
그러면서 우호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라고 지시했다.
감독으로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지시였다.
삐익!
이윽고 시작된 후반전.
그레미우가 새로운 수비전술을 들고 나왔다.
‘우호영. 내가 지구 끝까지 쫓아간다.’
털릴 대로 털린 알렉산더였지만, 주장답게 멘탈을 부여잡으며 경기에 나섰다.
대인방어를 하면 공간침투에 약하지만, 수비 숫자를 대폭 늘렸으니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언정, 전보다는 수비가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
경기 시작 3분 만에 알렉산더가 탄식을 흘렸다.
1선에 있어야할 우호영이 2선으로, 2선에 있어야할 오스카가 그 밑으로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레미우가 전술을 수정하자, 상파울루FC도 그에 맞춰 전술을 준비해온 것이었다.
“썅!”
문제는 비단 둘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발이 빠른 더글라스 코스타가 교체 출전되어 좌측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그 탓에 그레미우의 수비진은 우왕좌왕대기 일쑤였다.
상파울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스카가 호영의 플레이메이킹을 백업해주고, 호영이 공격활로를 열었다.
곳곳에서 보이지 않던 구멍이 속속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틈을 노리고 호영이 1선 침투를 시도했다.
알렉산더가 혼비백산하며 막아봤지만 결국 호영의 공간침투를 허용하고 말았다.
출렁!
허무하게도, 호영의 세 번째 골로 연결된 돌파였다.
“호우웃!”
호영이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사이, 알렉산더의 두 볼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 씨······. 뭐 이딴 게 다 있냐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전반전에 우호영을 막지 못했던 것인지.
이유라면 딱 하나였다.
재능의 차이.
“망할. 망할. 망할.”
80분 전으로 돌아가, 호영을 얕봤던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었다.
생전 축구가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축구가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경기를 끝내고 나온 호영은 전혀 딴판이었다.
축구가 이렇게 쉬웠나?
오죽했으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수월한 게임이었다.
데뷔전부터 무려 해트트릭을 달성하다니.
문자 그대로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즐겼고, 해냈다.
준비는 양 팀이 모두 했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준 건 상파울루FC였다.
승리 또한 그들의 것.
상파울루FC의 6대0 대승이었다.
보상은 즉시 주어졌다.
-폼 나는 발리킥(C+)
‘이걸로 21개.’
점점 늘어가는 재능.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쓸모가 없는 재능이라도, 언젠가는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강화와 승급이 있다면 분명 다른 것도 있을 테니까.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었다.
‘오스카의 재능도 조만간 가져오겠네.’
앞으로 리그전에서 2승만 더 거두면 오스카의 재능을 탐할 수 있을 것이다.
‘크으!’
경기는 끝났지만 열정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또 앞으로 어떤 재능을 얻게 될지, 어떤 축구를 경험하게 될지.
흥분된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바로 그때였다.
“음?”
라커룸으로 들어간 선수들이 저마다 의문을 보이고 있었다.
웬 노신사가 안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호영의 눈에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바하푼다 훈련장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구단 관계자인가?’
한참 궁금증이 부풀어갈 즈음 노인이 입술을 뗐다.
“6대0 대승이라. 껄껄. 우리 선수들에게 소소한 포상을 내려줘야겠는데.”
짓궂은 웃음이 인상적인 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