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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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선생님과 초등학생(1)
보상에 이어 포상까지?
그것도 그거였지만 호영은 노신사의 얼굴을 기억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길 잠깐.
“!”
호영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아, 훈련장 복도 액자에서 봤던 사람! 빅토르 단장님이셨구나!’
그제야 기억을 되살린 호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단장’이란 위치 때문인지 빅토르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호영은 망설임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단장님.”
“오, 호영이구나. 나 같은 노인네를 다 알아봐주고, 영광인데?”
“저야말로요. 하하!”
호영이 느끼기에, 빅토르는 격식을 차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여기서 모룸비에 가본 사람이 있나?”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상파울루FC의 공식 홈 경기장 ‘이스타지우 두 모룸비’에 가서 경기를 직관한 사람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스르륵.
호영을 제외한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상파울루에서 자라났다면, 상파울루FC나 산투스FC 혹은 SC코린치안스의 팬일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호영은 한 번도 경기를 직관한 적이 없었다.
호영이라고 안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그건 왜 묻지?’
호영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빅토르의 손에 들린 수십 장의 개막전 티켓이었다.
“다들 내일 모룸비에서 보자고.”
그것이 단장의 소소한 포상이었다.
작년 U13을 우승으로 이끈 카를로스 감독의 노고에 대한, 그리고 오늘 개막전에서 승리한 U15의 선수들을 위한 포상 말이다.
그것도 패밀리 이용권!
“어어······.”
“가, 감사합니다!”
뜻밖의 선물에 모두가 얼떨떨해하던 그때였다.
“우(Woo)?”
호영을 부른 이는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카를로스 감독이었다.
그가 말했다.
“인터뷰요청이 있다. 얼른 나가봐.”
“저요?”
“그래. 데뷔전에서 해트트릭 한 너 말이야.”
카를로스는 뭐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이었다.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인터뷰 존.
카를로스의 말마따나, SBT방송국의 리포터가 호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SBT는 상파울루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공영지역방송국으로, 오늘은 개막전인 만큼 인터뷰를 나온 것이었다.
‘가만 보니 브라질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네.’
또한 한국 일간스포츠의 황태석 기자 이후로 처음하는 단독인터뷰였다.
그 탓에 살짝 떨리기도 했는데, 리포터의 친절한 태도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셨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는 86년 당시 히바우두 선수가 데뷔전에서 달성한 해트트릭에 이어, 정확히 18년 만에 나온 상파울루 주(州)의 대기록인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끝내주네요.”
“하하하.”
가벼운 축하인사 이후 리포터가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선제골을 달성하신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좁은 틈 사이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쏘셨는데, 혹시 의도하신 거였는지요?”
“네. 순간적인 스피드와 중거리 슈팅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각도가 살짝 열리자마자 과감하게 슛을 때렸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호영의 활약을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이윽고 리포터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선제골을 넣었을 때 카를로스 감독한테 달려가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골은 제가 넣었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건 감독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호영이 제법 유창한 포르투갈어로 대답하자, 리포터가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음. 그럼 골은 개인의 노력으로 넣었다는 건가요?”
뭔가 애매한 질문.
호영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아뇨. 지난 한 달 동안 팀원들과 함께 합을 맞췄기에 넣을 수 있었던 골이에요.”
“그렇군요.”
리포터는 다른 대답을 바라는 얼굴이었지만 끝내 그 소리는 듣지 못했다.
따라서 호영은 ‘자만한 동양의 유망주’이 아닌 ‘겸손한 유망주’로 방송을 타게 될 것이다.
다음날, 5월 2일 일요일.
점심시간이 되자, 빅토리아 헤시피에 위치한 엘리트체육인 양성시설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빠져나왔다.
바로 오늘, 브라질 성인프로팀 전국리그가 개막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브라질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스포츠답게, 체육영재들은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개막전을 관람하러 갔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은 시설에 남아 도시락을 깔뿐이었다.
“으음······.”
모니카도 그중 하나였다.
마음만 먹으면 티켓을 구해서 갈 수 있지만, 5-6만원이나 하는 개막전 티켓을 구입할 여유는 없었다.
‘가고 싶다.’
그런데 그런 모니카를 놀려대는 소년들이 있었다.
“헤헤. 넌 못 가지?”
“거지래요~ 거지래요~.”
같은 시설에서 운동하는 체육영재들이었는데, 모니카에게 악의를 품고 그러는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땐 보통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법이니까.
“메~롱! 우리는 엄마아빠랑 축구 보러 간다!”
“부럽지? 부럽지?”
그렇게 놀려대던 아이들이 시설을 떠나고 나서야 좀 잠잠해졌다.
“멍청이들.”
모니카도 부모님과 함께 놀러가고 싶었다.
당장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니카는 성숙한 소녀였으니까.
‘참자. 그깟 축구경기······. 안 보면 그만인데.’
해서 시설 밖 길거리에서 도시락을 사려는 순간이었다.
“야!”
“응?”
동병상련.
호영이 붉은색 티켓을 들고 서있었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호영은 모니카를 데리고 상파울루FC의 홈구장 모룸비(Morumbi)로 향했다.
그동안 포르투갈어도 가르쳐주고 옆에서 많은 힘이 돼주었기에 작게나마 하는 보답이었다.
최마리아는 교회 때문에 불참했지만, 다행히 모니카는 그 보답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만 하다가 간만에 밖에 나오니까 좋다.”
“정말 그러네.”
타이밍이 좋았다.
요새 페스타 주니야(Festa Juniya)라는 민속축제가 한창이라 시내에는 볼거리도 많고 먹을 거리도 많았다.
“기대 돼. 직접 보러 가는 건 처음이거든!”
“우리 팀이지만 나도 와보기는 처음이네.”
흥이 절로 났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상대가 세기의 라이벌인 산투스FC라서 더더욱 기대되었다.
들뜬 마음에 황급히 경기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어? 모니카다!”
경기장 입구에서 모니카를 부른 것은 평소 모니카를 못 살게 굴던 시설의 체육영재들이었다.
“거지 왔다 거지~.”
어김없이 모니카를 놀려대는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호영은 깡그리 무시했다.
그러고는 모니카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빨리 와. 좀 있으면 시작하겠다.”
“아, 응!”
그 말에 모니카가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통로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가. 우리 자리 거기 아냐.”
호영이 빅토르 단장에게 받았던 티켓을 꺼내 보여주었다.
단순한 일반석 티켓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이드라인이나 VIP석도 아니었다.
“그럼?”
빅토르 단장의 포상은 결코 소소한 것이 아닌, 무려 스카이라운지(Sky lounge) 티켓이었다.
구단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는 코치·스태프·선수 등 구단 관계자들만 구입할 수 있는 티켓 말이다.
“와······.”
“놀라는 건 가서 놀라고, 올라가자 얼른.”
“응!”
모니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모룸비 스타디움의 스카이라운지는 총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VVIP를 위한 동쪽라인과 구단 관계자를 위한 서쪽라인.
호영이 들어간 서쪽라인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수용 가능 인원만 총 300명.
일반관계자는 2층까지 이용할 수 있었고, 3층은 자격이 있는 고위관계자들을 위한 전용공간이었다.
“와 사람 엄청 많네. 모니카. 2층으로 올라가자.”
“응!”
개막전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중이 많았다.
그리고 경기 시작까지 약 20여분 남은 시점.
모니카가 간식거리를 챙겨오는 사이, 호영은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감독님은 3층에 계시나.’
찾아가 인사라도 드리려했는데 카를로스나 빅토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3층에 있는 모양이었다.
해서 그냥 2층 테라스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
그때, 호영의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2층을 거쳐 3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정장차림의 사내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감독님이랑 단장님···.’
카를로스 감독과 빅토르 단장.
하지만 호영을 놀라게 만든 것은 그 둘이 아니라, 날카로우면서도 인자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중년의 사내였다.
호영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첼로티 감독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퍼거슨 감독이 있다면, 이탈리아 1부 리그 세리에A에는 이 남자가 있다.
바로, 카를로 안첼로티(Carlo Ancelotti).
이탈리아의 축구선수 출신 감독인 그에게는 항상 이러한 단어가 따라붙는다.
명장(名將).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강점을 보이는 명장이었다.
그는 현재 세리에A의 강호 AC밀란의 감독직을 역임하고 있는데, 바로 어제 AS로마와의 경기에서 승리하여 리그우승을 확정지은 바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아주 여유롭게 브라질 상파울루로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분 좋게도 자신을 알아봐주는 소년이 있었다.
요즘 세상에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나마는, 브라질리언도 아닌 어린 동양인 소년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고 녀석 참 똘망똘망하게 생겼구나.”
안첼로티는 험상궂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푸근한 미소로 호영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비록 짧았지만, 꽤나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이윽고 3층으로 올라간 안첼로티는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테라스에 앉아서 상파울루FC의 개막경기를 관람했다.
상파울루를 방문한 목적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브라질의 황태자 히카르도 카카(Ricardo Kaka).
카카는 경기가 시작된 이래로 산투스FC의 수비수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다시 봐도 대단하군요.”
감독이 영입할 선수의 활약상을 보러 현장에 방문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안첼로티의 방문 또한 마찬가지.
밸런스 중시의 공격적인 AC밀란의 전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카카가 필요했다.
사실 양 팀 간의 협상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카카와의 개인협상만 끝나면 이적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안첼로티는 한 가지 부탁하고자 했다.
“카카 선수가 밀라노로 올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6월에 남미·아시아 투어가 있을 예정이라서요.”
“그런 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오늘 개막전 이후로는 컨디션만 유지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테니까요.”
빅토르 단장과의 얘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자, 안첼로티는 매우 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카카를 보고 있으면 새삼 브라질리언들의 대단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오죽하면, 전 세계 국가대표가 브라질리언들로 가득 찰까봐 피파에서 귀화제재조항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요.”
“하하! 바로 여기 카를로스 감독의 작품 아니겠습니까!”
스윽.
안첼로티가 브라질산 커피를 마시며 카를로스를 쳐다보았다.
“주기마다 유망주를 양성하신다 하던데, 이번엔 누구입니까? 다른 유망한 선수가 있으면 귀띔 좀 해주시죠.”
“허허. 유망한 선수라면······ 아까 직접 인사까지 나누지 않으셨습니까.”
“그 동양인 소년 말이오?”
안첼로티가 눈매를 좁히자, 카를로스가 어렴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머지않아 또 보게 되실 겁니다. TV에서 말이죠.”
확신에 찬 음성이었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아무튼 6월까지는 카카에게 개인시간이 있다는 말이군요.”
카를로스.
유소년양성의 대가(大家)인 그는 신세대와 현세대의 만남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쉬운 말로, 튜터링(tutoring).
거창한 말로 하자면, 간판 에이스 승계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