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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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황제와 신동(1)
2007년 6월.
단신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포효하고 있는 우호영의 모습이 한국 일간스포츠 1면에 실렸다.
호영이 단독으로 1면을 장식한 건 작년, 월드컵 당시 지단의 인터뷰 이후 처음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우호영, 성인 카스티야 팀 승격, 2년 내로 1군으로 승격한다]세계 최고의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CF에서 성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게 된 우호영(15)이 “2년 내로 1군으로 승격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CF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리저브팀으로, 간단히 말해서 2군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잉글랜드 리그와 다르게, 스페인에는 2군 전용 리그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군은 다른 팀의 2군끼리만 붙는다. 잉글랜드 리그에는 2군 전용 리그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의 2군 카스티야는, 1·2군에 상관없이 2부 리그에 속한 팀과 맞붙게 된다. 레알 마드리드의 리저브팀이지만, 1군과 완전히 독립되어 하나의 팀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우호영이 경기를 치러야 할 상대는 스포르팅 히혼 1군, 말라가 1군, 누만시아 1군, 레알 소시에다드 1군 등, 1부 리그(La liga) 경험이 많은 명문클럽들이다.
다시 말해, 우호영은 사실상 어지간한 명문구단의 1군에 속해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살짝 과장해서 비교했을 때 우호영이 입단한 카스티야는, 설기형(29)의 소속팀으로 유명한 레딩FC(잉글랜드 2부 리그)의 한 단계 아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카스티야는 레알 마드리드의 영웅 라울을 비롯한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거쳐 간 무대로······.
-황태석 스포츠전문기자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는 고무줄 같은 팀이다.
기자의 말대로, 선수층이 두터울 때에는 레딩FC의 아래 수준이고, 그러지 못할 때에는 3부 리그만도 못한 수준이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리그에서 18위를 기록하면서 겨우 강등을 면하였다.
반면, 작년에 2부 리그로 승격한 바르셀로나B(2군)는 초특급유망주 보얀(Bojan)의 맹활약으로 리그 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2군 팀으로서는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올해는 레알 마드리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했다.
보얀에 맞먹는, 아니, 그보다 대단한 족적을 밟아온 우호영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자랑스럽다며 호영을 응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정적인 댓글도 있었다.
[1군 비유럽선수 자리가 3명인데 그중 한 자리를 아시아 꼬맹이한테 줄까?]└미쳤다고 줄까. 지금 레알 1군도 미어터지려고 하는데. 그 지옥에 우호영이 들어갈 수 있다고? 호빠들 너무 오버하네 ㅋㅋ
└하긴 180억 주고 산 초특급 유망주 이과인은 벌써부터 임대소식 들려오던데. 레알은 유소년 기르는 곳이 아니라 파는 곳이잖아.
└근데 페레즈 하는 짓 보면 우호영을 팔려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럴 거면 뭐하러 지단한테 튜터를 맡겨?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언론플레이하는 거지.
└스페인 타블로이드 보니까 다음엔 라울이 튜터를 맡는다는데?!
└마르카? 거기 찌라시 공장이라는 말이 있더라
어쩌면 못 믿는 게 당연했다.
스페인 시민권 취득이 어려운 아시아인이 레알 마드리드 1군에 등록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무한히 호영을 신뢰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원 수가 벌써 30만 명을 돌파한 호우호우형 팬카페의 회원들이었다.
며칠 뒤.
호영은 서울시 의정부로부터 국제택배를 받았다.
발신자는 팬카페 카페지기 ‘파워형’으로, 호영의 우승과 승격을 축하하여 수많은 팬들의 선물을 모아서 보내준 택배였다.
가방이며 의류며 실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시작해서, 호영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나 편지 등 정성이 가득한 선물들로 가득했다.
국제우편은 한국에서만 온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우편의 발신지역은 브라질 상파울루 빅토리아 헤시피.
발신자는 모니카였다.
-호영아 안녕!
너는 잘 있니? 나는 잘 있어. 12월 전국대회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 거기서 입상하면 내년에 스페인이나 러시아로 유학을 보내준대. 오늘은 마리아한테 파로파(Farofa) 만드는 법을 배웠다? 너한테도 꼭 해주고 싶어. 아참, 인터넷 기사에서 네 얼굴을 봤어. 하지만 너는 나를 못 보니까 오늘도 편지에 사진을 넣어놓을게. 다치지 말고 몸 건강해야 돼!
-소년을 그리워하는 소녀가
리듬체조 유망주답게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모니카의 편지였다.
편지를 읽은 호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는 편지봉투 속에 담겨있는 사진을 꺼냈다.
이번엔 일곱 장이었다.
“하하.”
수줍게 웃으며 브이를 내밀고 있는 모니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모니카는 가끔씩 자신의 사진을 같이 동봉해주었다.
‘두 달도 안 된 것 같은데 그새 또 달라졌네.’
일별한지 어언 1년 반.
여린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풋풋함은 여전했지만, 모니카는 어느새 숙녀가 돼있었다.
호영은 자신의 앨범에 모니카의 사진을 끼어놓았다.
이미 수십여 장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은 거듭 흘렀다.
6월 중순에는 대부분의 1군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였다.
지단을 포함한 프랑스 선수들은 유로2008 예선준비를 위해 프랑스로, 브라질리언들은 코파 아메리카 참가를 위해 베네수엘라로 떠났다.
그에 따라 호영도 한국으로 귀국하여 약 10일간 국제대회에 참가하였다.
8개국 U-17 국제청소년축구 대회.
명망 높은 대회는 아니었지만 의미는 있었다.
최약체라 평가받던 대한민국을 이끌고 떳떳이 2위를 차지하였고, 4경기에서 7골을 몰아쳐 각종 개인상을 휩쓸었다.
30미터 중거리 슈팅도 기록하면서 차범곤의 재능에도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그러는 사이, 브라질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호나우두는 마드리드에 남아 방탕한 사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루치의 영업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했다.
6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30도 언저리의 푹푹 찌는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훈련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호영은 죽을 맛이었지만, 팬들이 보내준 쿨토시나 쿨타올 등 각종 요법을 쓰면서 버텨냈다.
9월 초까지 방학이었기에 시간은 더없이 많았다.
하지만 휴가는 없었고, 호영은 늘 발데베바스에 있었다.
더 이상 튜터링 선생은 없었지만, 구단 측에서 지원해준 개인코치의 도움으로 재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약점인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다만 성장기였기에 강도 높은 훈련은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선수소집이 있었다.
소집명단은 올해 프로팀(레알 마드리드C, 카스티야) 승격대상자들과, 카스티야에서 레알 마드리드C로 강등당한 선수들이었다.
모두 발데베바스 3군 훈련장에 모여 최종선발을 위한 훈련경기에 출전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우호영이었다.
군계일학.
불과 1년 반 만에 후베닐에서 치고 올라온 호영은 그날에만 2골을 몰아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호영을 처음 본 선수들은 놀라기에 바빴고, 유소년 실무진은 호영의 적응력에 대단히 만족하였다.
그렇게, 올 시즌 2부 리그에 돌풍이 몰아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튜터링.
호영은 영원한 축구황제, 우상 호나우두를 만날 날을 고대하며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7월 초, 길었지만 유난히도 짧게 느껴졌던 여름휴가가 끝났다.
각종 휴양지를 순회공연 하듯 다녀온 브라질의 호나우두(Ronaldo)는 마드리드로 돌아온 사실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한때, 제2의 고향이 될 줄 알았던 마드리드는 그에게 끔찍한 곳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각종 정치와 음해, 팬들의 협박까지.
주변에서 말려도 이제는 떠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이미 구단 측에 이적을 요청하여,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은 아직 1년 더 남아있었지만 거취를 옮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고자 떠났던 게 이번 바캉스였는데, 몇 달 전부터 계속 거슬리던 것이 하나 있었다.
‘우호영이라고 했던가.’
페레즈 회장, 지네딘 지단.
그리고 몇 달 전 부인을 통해 알게 된 지울리아노 루치라는 패셔니스타 에이전트까지.
호나우두는 그 셋에게서 우호영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었다.
특히 페레즈 회장은 올해 3월부터 이러한 부탁을 하나 해왔었다.
쉬엄쉬엄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선수 하나를 가르쳐보라는 것.
그게 바로 우호영이었다.
지단 또한 마찬가지로, 그것이 축구 인생의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튜터링을 권장하였다.
그리고 루치라는 에이전트는 출신지도 같고 성격이 워낙 잘 맞아서,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우호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 소년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호나우두는 그들의 생각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소년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가 느끼기에 호영은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같은 브라질리언이면 모르겠는데, 다른 나라의 유망주까지 챙길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지만, 지독한 게으름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축구황제 호나우두는 공차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더 이상 예전 같지가 않았다.
‘지금은 한가하게 애나 봐주고 있을 때가 아니야.’
호나우두는 짐도 풀지 않은 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핸드폰이 울린 것은 그 직후였다.
‘아침부터 누구야.’
[로니, 휴가는 잘 다녀왔는가. 모레 점검훈련에 소집됐다고 알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네.]구단과의 사이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온 페레즈 회장의 문자였다.
이제는 정말 향후 거취를 정할 때였다.
그에 관련하여 호나우두가 발데베바스에 찾아간 것은 이틀 뒤였다.
마침 복귀선수의 몸 상태 점검을 위한 레알 마드리드의 1차 소집이 있는 날이었다.
소집된 이들은 대부분 2군 선수들이었고, 1군 선수로는 국가대표 소집을 받지 못한 호나우두와, 얼마 전 부상에서 복귀한 로테이션 멤버들이 전부였다.
1군 핵심 멤버가 2군 경기에 출전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러라고 만든 게 2군이니까.
호나우두가 오늘 훈련경기에 출전할 예정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얼마 전 받은 메디컬 테스트에서 경기출전허가를 받았기에, 시즌이 시작되기에 앞서 몸 컨디션과 볼 감각을 충분히 끌어올려야 했다.
라 리가에서의 화려한 복귀가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날.
발데베바스에 도착한 호나우두는 그렇게 귀에 닳도록 들었던 소년과 만나게 되었다.
신인선수 우호영.
‘축구 잘할 얼굴은 아닌데.’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호나우두였다.
그도 그럴 게, 잘생긴 선수가 축구까지 잘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남선수로 유명한 베컴이나 산타 크루스, 카카 등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었다.
‘뭐, 좀 있으면 알게 되겠지.’
사실 우호영에 대해 들은 게 많다보니 그 소년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정말 그가 신동인지는 잠시 후에 알게 될 것이다.
둘은 오늘 같은 그라운드 위에서 뛰게 될 예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