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명왕 (2)
명왕룡은 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인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것이냐. 군주라면 우리와 비슷한 격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작다고 해야 할지, 어리다고 해야 할지.”
명왕룡이 저렇게 의아해하는 이유는 내가 고작 C~B랭크 수준이면서 군주이기 때문.
관련 조건들을 만족하고 특성을 습득하려면 대개 A랭크 후반에서 S랭크는 돼야 하는데, 나는 환생 퀘스트 특전으로 처음부터 받고 시작했으니.
여러모로 이 세계에서는 이질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물론 환생 퀘스트니, 게임 속에 들어왔니 하는 걸 밝힐 생각은 없었다.
“사정상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냐. 재미없구나.”
“이번에는 제가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거라.”
나는 명왕룡과 회장을 눈에 담으며 물었다.
“어떻게 두 세력이 손을 잡게 된 겁니까?”
게임에서는 중립 성향이었던 유성룡이 혜성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가디언인 명왕룡이 대놓고 회장실에 드나들 정도.
신뢰가 엄청나게 두텁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나로서는 어쩌다 이렇게 가까워졌는지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
명왕룡이 회장과 눈빛을 교환했다.
마치 ‘말해도 되나?’ 하고 묻는 것처럼.
그러나 회장은 슬쩍 고개를 가로저은 뒤 말했다.
“미안하지만 자네와 같은 대답을 돌려줘야겠군. 지금은 말하기 어렵네.”
“알겠습니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말못할 비밀 한둘쯤은 있을 수 있고, 먼저 대답을 거부한 건 나니까.
게다가 명왕룡의 말할까 말까 하는 태도로 보아, 그렇게까지 중요한 비밀은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첫 문답에서는 양측 모두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고.
다음으로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자네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교장에게 전해 들었네.”
첫날 전달한 목함의 내용물은 작은 아이템 하나와 종이 쪼가리.
아마 그게 편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군주이면서도 용살학원에 입학했다고 들었네. 다른 학우들과 성장하고자 한다고.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그러자 회장은 더욱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묻고 싶군. 그렇게 성장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려는가?”
“세계 평화입니다.”
정확히는 EX급 환생 퀘스트의 내용대로 세계의 멸망을 저지하는 것.
거기에 EX급 영웅들을 육성한다는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회장의 눈빛이 깊어졌다.
“세계 평화라…….”
“뜻밖이라 생각하실 만도 합니다.”
“솔직히 뜻밖일세.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목표일 줄 알았건만, 숭고하군.”
명왕룡도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회장아, 이 꼬맹이 군주가 너보다 낫다. 네가 저 나이였을 땐—”
“커허험!”
회장이 불편한 헛기침으로 명왕룡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그렇다면 우리와도 목표가 일치한다고 봐야겠군. 세계 평화라 하니, 현재 정세는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남들 아는 만큼만 압니다.”
신병철을 통해 대강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전해들었다.
혈교의 무력 부대와 마탑이 충돌했니, S랭크 보스가 토벌되었니 하는 정도.
한 가지 의아한 점은 그 빈도가 지나치게 잦다는 것이었는데, 학생 수준의 정보력으로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회장 역시 내가 많은 것을 알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 이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보겠군. 아주 극소수만이 아는 기밀이니 말일세.”
함구하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알림 메시지를 하나 받았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직접 보는 게 더 확실하리라 판단했는지, 회장이 알림 메시지 하나를 띄워 올렸다.
[상위 랭크(EX)가 해금됩니다.]간략한 한 줄이었으나 내용은 그야말로 대격변이나 다름없었다.
“회장님만 받으신 겁니까.”
“그렇지는 않네. 이 친구도 받았고, 다른 드래곤들도 받았다 하고. S랭크 모두에게 돌아갔으리라는 추측이 유력하네.”
드래곤이든, 보스 몬스터든, 영웅이든, 악당이든, S랭크라면 누구할 것 없이 전부.
‘파급 효과가 엄청났겠군.’
알림이 오기 전까지는 S랭크가 최상위 등급.
S랭크들 사이에 조금씩 격차는 있을지언정 힘을 합하면 충분히 견제가 가능했고, 그로 인해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위 랭크가 등장하면서 그 균형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태에 놓였다.
‘이 동네에선 랭크가 깡패니까.’
가령 1학년 평균은 C랭크 어림으로, 우르르 달려들어 봤자 3학년 부장급이나 선생님들을 상대론 턱도 없다.
마찬가지로 EX랭크를 먼저 달성하는 누군가가 악한 마음을 품는다면, S랭크들로서는 그를 쉽사리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다들 달리는 중이겠네요.”
“정확하게 봤네.”
경쟁자들보다 빨리 EX랭크를 달성하는 것.
짓밟히지 않으려면 싫어도 달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또 궁금한 게 생겨서 물었다.
“지금 달성한 사람은 있습니까?”
“아직은 없네. 말했다시피 알림을 받은 게 얼마 전이라서 말이야.”
“정확한 시기는 언제입니까?”
“5개월 조금 덜 됐군.”
“…….”
공교로운 일이었다.
5개월 전이라면 내가 이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오고, 용살학원에 입학한 시기와 거의 같았으니까.
어느 쪽이 먼저일까.
내가 S랭크 영웅을 1,000명 육성하면서 EX급이 열렸는가,
혹은 EX급이 열리며 자격에 맞는 내가 초대받았는가.
지금으로서는 막연한 추측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따라서 이 의문은 일단 제쳐 두고.
나는 본래 주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확실히 5개월이라면 지나치게 짧기는 합니다.”
당장 나만 해도 C랭크 정체 구간에 걸린 스킬이 몇 되는데, S랭크를 넘어서는 건 얼마나 어렵겠는가.
회장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걸세. 그래도 몇몇 유력한 후보는 존재하지.”
S랭크들 중에서도 유독 강력하던 존재들.
유저들 사이에서 ‘탈 S급’이라 불리던 그들이라면 벌써 S급 끝자락에 닿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유성룡만 해도 그렇지.’
눈앞의 명왕룡을 비롯해, S급 드래곤을 셋이나 가디언으로 둘 정도.
게임으로서 플레이하던 때에도 은근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이외에도 우레군주, 혈교주, 시룡(屍龍), 거산룡(巨山龍)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내가 봤을 땐 까마귀 대현자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이번에는 명왕룡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성룡께서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다. 지금도 별들의 힘을 받고 계시지.”
“아직은 진전이 없으신가 봅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이 있는가?”
명왕룡이 여상하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 진전이 있든 없든,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게 최선일 터.
이미 그 방법으로 S랭크에 도달한 강자들이니 말이다.
다만 문제라면,
“다른 후보들도 비슷하겠군요.”
“바로 그걸세.”
회장이 얼굴을 굳히며 답했다.
경지에 오르기 위해 걸어온 방식은 제각각이고, 개중에는 결코 온건하지 못한 방식도 더러 존재했다.
혈교주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는가.
시룡의 발아래에 잠들어 있는 망자들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EX랭크가 해금된 이상, 같은 참사가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유의미하게 커졌다.
회장이 말했다.
“최근 혈교가 무서운 속도로 세를 불려가는 중일세. 시룡의 세력 또한 점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얼마 전에는 용살학원에도 발을 들였다더군.”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막아 냈습니다.”
“자네가 활약했다고 들었네. 그래도 앞으로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올 테니, 결코 주의를 늦추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하루 빨리 강해지게. 혜성그룹이 자네들에게 투자하겠네.”
그러면서 잠시 뜸을 들이는 회장.
이윽고 별로 안 내키는 투로 말한다.
“……또 2팀장에게 듣자 하니, 예인이와 지하층 비인가 공략을 하고 싶다고?”
“더 빨리 강해지려면 그게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복덩이와 함께라면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던전들도 거리낌 없이 공략할 수 있을 테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보상도 다양해진다.
그럼에도 회장은 불편한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군. 하나뿐인 손녀딸을 목숨이 걸린 전장에 보낸다는 게.”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벌어질 일 아닙니까. 지금부터 경험을 쌓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그렇겠지. 자네에게도 나름의 안목이 있으리라 보네. 키워 보니 어떻던가, 예인이가 가진 재능이.”
나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
“제가 봤던 그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입니다.”
“……그런가. 모쪼록 잘 부탁하겠네.”
회장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이어서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입을 여는데,
“그리고……. 아닐세. 이건 못 들은 걸로 하게.”
대번에 표정이 못마땅하게 변한다.
‘왠지 느낌이 그거 같은데.’
내 손녀딸은 어쩌고, 너 같은 놈팽이한테는 어쩌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넘어가기로 했다.
여기다가 욕심쟁이 운운했다간 영감님이 화병으로 쓰러질지도 몰라.
* * *
회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막 1층 버튼을 누르려는데, 명왕룡이 덩달아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내 옆에 섰다.
“같이 가지.”
드래곤도 엘리베이터를 타는구나.
마음만 먹으면 순간이동 마법으로 내려갈 수도 있을 텐데.
그러려니 하고 닫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내 문이 열리자, 서예인이 아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해서 내가 물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기다렸어.”
“앉아서 기다리라니까.”
“금방 온 댔어.”
그래서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군.
서예인은 늘상 그렇듯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이어서 시선이 옆으로 옮겨 가더니 명왕룡에게 말한다.
“대부.”
“조카야. 오랜만이구나.”
건조하게 인사를 되돌려 주는 명왕룡.
그리곤 내 시선에 담긴 의문을 눈치챈 듯 말한다.
“내가 얘 대부다.”
“그렇습니까.”
“선물도 준비했지.”
다음 순간 명왕룡 옆 공간이 열리더니 큼지막한 금속 주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다만타이트(S)]게임 속 세상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보는 S급 금속.
저런 걸 조카 오랜만에 본다고 턱턱 내주다니, 역시 드래곤답게 통이 크다.
반면 명왕룡은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은 투였다.
“뭐 만든다며? 재료 갖다 달래서 가져왔다.”
“……대부 최고.”
서예인이 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걸 보고 나는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S급 재료로 냄비 같은 걸 만들 리가.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