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4주 차 픽스 존 (1)
월요일 아침.
서예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 호:(빠밤! 나팔 이모티콘)] [서예인:?] [서예인:(부스스 고양이 이모티콘)] [서예인:무엇] [김 호:(빠밤! 나팔 이모티콘)] [김 호:뭐긴 뭐야] [김 호:아침이지!] [서예인:(털썩 고양이 이모티콘)] [김 호:털썩 말고 벌떡 합시다] [김 호:밥 먹어야지] [서예인:(뒹굴 고양이 이모티콘) [김 호:준비하고 나와]메시지만 보면 무시하고 다시 잠들 것 같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알았다.
‘시키면 또 곧잘 하거든.’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먼 발치에서 느릿하게 걸어오는 회색 형체가 보였다.
나는 서예인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 준 뒤, 함께 학생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 메뉴는 잼 토스트.
손바닥 크기의 자그마한 토스트에 딸기, 포도, 무화과 등 다양한 과일잼을 발라 먹는다.
그러던 와중, 본의 아니게 뒷자리 학생들의 대화가 넘어왔다.
– 얼마나 모았는데?
– 40만, 영혼까지 끌어왔지.
– 솔직히 난 모르겠다. 상대가 검술 동아리에 백마법이라.
– 한 권 정도는 어떻게 안 되겠냐?
서예인도 그 대화를 엿들었는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무슨 얘기?’ 하고 눈빛으로 물었다.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아마 경매겠지.”
“언제?”
“이번 주말.”
“……놀러 가기 약속.”
회색빛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히 놀러 가야지. 경매도 보다가 네가 쓸 만한 거 나오면 사자.”
“돈 많아.”
두툼한 블랙 카드를 꺼내 드는 서예인.
그러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정미 말투를 따라했다.
“아가씨, 거기서는 카드 못 씁니다. 포인트로만 결제 가능하세요.”
“포인트도 많아.”
서예인이 누적된 포인트를 보여 주었다.
약 11만 가량으로, 8만인 나보다 훨씬 많다.
포인트 누적은 엇비슷하지만, 리플레이 판매 수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학기만 해도 내 평판은 바닥을 쳤으니까.
물론 11만도 많다고는 볼 수 없다.
“방금 들었잖아. 저 선배님은 40만 모으셨대.”
“……부자.”
“아마 11만으로는 살짝 부족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유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서예인.
쿨하게 포기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아쉬워 보인다.
나는 거기다 대고 넌지시 한마디 건넸다.
“어떻게, 좀 빌려 드려?”
“포인트 많아?”
“그럼, 엄청 많지.”
“얼마?”
“100만 넘게.”
물론 공략집 경매가 끝난 뒤의 이야기겠지만 말이야.
서예인의 동공이 조금 확장되었다.
“엄청 부자……!”
* * *
대인전 수업.
이수독은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 발언을 던졌다.
“대회다.”
학생들은 이수독 앞이라 감히 입은 못 열고, 연신 당황스러운 눈빛만 주고받았다.
– ……?
– 야,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냐?
– 대회라고? 갑자기?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독은 제 페이스대로 할 말을 계속했다.
“개최는 한 달 뒤. 전 학년이 실력을 겨루게 된다.”
– ……!
– ……!
상대로 2, 3학년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는 뜻.
심지어 폭탄 발언은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또한 외부 손님들도 초청했으니, 관람객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자 학생들은 ‘대회’와 ‘전 학년’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보다도 더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외부 손님들이란 과거에 용살학원을 다녔던 졸업생들은 물론, 재학생들의 형제나 친척, 또는 학부모가 될 수도 있다.
대각선 자리 남학생의 얼굴은 헬쑥하게 질려 있었는데, 표정을 대강 해석하자면,
– 엄마 앞에서 3학년 선배한테 두들겨 맞는다고?
다른 학생들 역시 ‘엄마’가 다른 무언가로 대체됐을 뿐, 이 상황이 탐탁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러던 가운데 앞자리 우등생이 손을 들었다.
“그…… 질문 있습니다.”
“말해 봐라.”
“저희 실력에 선배님들이랑 붙으면 불리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다. 본 대회에서는 최소한의 형평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곧 칠판에 규칙들이 떠올랐다.
RULE:[픽스 존(C)][10슬롯]
“픽스 존은 다 알고 있을 테니 넘어가지. 혹시 설명이 필요한 놈은 지금 손을 들어라.”
“…….”
다행히도 손을 들 정도로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없었다.
픽스 존은 모든 스킬/특성/장비의 랭크가 고정되는 규칙.
이번에는 1학년에 맞춰 C로 고정한 모양이다.
“이제 슬롯에 대해 설명하겠다. 각 슬롯에는 너희가 보유한 스킬이나 특성, 또는 장비를 등록할 수 있다. 대회에서는 슬롯에 등록된 것만 사용할 수 있지.”
그리고 무엇을 등록할지는 전적으로 본인 자유다, 하고 덧붙이는 이수독이었다.
기본적으로 [코어]는 깔고 가야 하니 남은 슬롯은 9개.
그것을 스킬 3개, 특성 3개, 장비 3개로 균형 잡힌 조합을 짤 수도 있을 테고.
극단적으로 스킬만 9개 가져가는 것도 가능은 하다.
곧바로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이수독이 혹여 질문이 있나 좌중을 찬찬히 훑었다.
그러나 거진 알아들은 눈치였기에 설명을 마저 했다.
“또한 위 규칙들은 이번 주를 포함하여, 대회 전 모든 대인전과 공략전에 적용된다. 연습할 시간은 충분하고도 넘칠 것이다.”
“…….”
“바로 금주 대인전으로 들어가지.”
칠판에 규칙과 환경이 떠올랐다.
MAP:[무작위]
RULE:[데스매치][픽스 존(C)][10슬롯][10분 제한]
“여태까지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를 것이다. 직접 한번 겪어 보도록.”
이수독은 거기까지 말하고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교실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지는 가운데, 나는 방금 도착한 알림을 확인했다.
[서브 퀘스트:4주 차 대인전](진행 중….)▷목표:대인전 3회 완료 (-/3회)
▷기한:~일요일 자정
▷보상:달성도에 따라 차등 지급
보상히 정확히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고인물의 촉이 반응하고 있었다.
‘슬슬 슬롯이 늘어날 때도 됐지?’
복사는 스킬 4슬롯, 특성 4슬롯이 최대.
그중 하나를 이번 서브 퀘스트로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물론 그걸 받으려면 3연승을 해서 최대 달성도를 찍어야겠지.
해서 나는 고현우와 서예인에게 말했다.
“바로 끝내 버릴까?”
“본인은 좋소. 슬롯이란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오.”
서예인도 드물게 의욕을 보이고 있었는데, 빨리 끝내 버리고 주말에 놀 생각으로 가득한 듯했다.
“해치운다.”
* * *
나는 두 사람과 아레나로 이동했다.
단말기에 학생증을 찍자 평소와는 조금 다른 알림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스킬/특성/장비를 등록해 주십시오.] [최대 10개까지 등록 가능합니다.]▷스킬:(없음)
▷특성:(없음)
▷장비:(없음)
나는 먼저 상태창을 불러내 보았다.
[스킬]▷칠윈드(C+)
▷윈드포스(B+)
▷윈드 배리어(B+)
▷윈드 아머(C+)
▷나선폭발(B+)
▷인페르노 피스트(B)
▷현음옥마지(B)
▷유령무영
▷증폭(B)
▷부여(B)
▷고행
▷공멸안(C)
▷시간 분담(C)
▷복사-스킬[3/3]
1. 도둑걸음(B+)
2. 허밍버드(C)
3. 아이스 월(B)
[특성]▷코어(B+)
▷군주(A)
▷서풍의 가호
▷왜곡
▷원소 저항(S)
▷만독불침
▷레트로커버리(S)
▷복사-특성[3/3]
1. 현왕의 왕관
2. 시간 저항(S)
3. 고통 지연
[장비]▷뿌리깊은 묘목(A+)
▷먹구름 푹신푹신 팔찌(A+)
▷구름밟이(A)
당연히 0순위는 [코어]였다.
안 가져가면 마나 자체를 못 쓰니까.
1순위부터 내가 선택해야 하는데, 사실 이것도 선택할 영역은 아니었다.
‘무조건 [복사]부터 집어야지.’
[슬롯] 규칙에서는 이만한 사기 스킬이 없다.자리는 한 칸만 차지하는 주제에, 등록되어 있는 스킬/특성 6개는 고스란히 쓸 수 있으니까.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 혼자만 15슬롯.’
여기다 서브 퀘스트로 슬롯 하나를 더 얻으면 나 혼자만 16슬롯이고.
세계 평화를 위해 불철주야 뛰다 보면 이런 불합리한 이득도 주어지는 법이다.
다음 우선 순위는 역시 장비겠지.
[뿌리깊은 묘목]과 [먹구름 팔찌]를 가져가기로 했다.각각 [문어발]과 [푹신푹신]이라는 막강한 스킬이 붙었으니까.
그다음은 다시 스킬로 돌아와서,
‘바람 스킬 좀 챙기자.’
내 주력 중의 주력 스킬인 [윈드포스]와 [나선폭발]을 등록했다.
나선폭발도 따지고 보면 마법 셋이 합쳐진 복합 스킬이지만, 슬롯은 하나밖에 안 잡아먹는다.
이만하면 필수라 할 만한 건 대부분 다 챙겼고.
‘지금부터는 소거법으로 간다.’
[증폭]은 어차피 픽스 존으로 랭크가 고정됐으니 의미가 없다.팀 게임을 할 일도 없으니 [부여]도 제외.
금지 스킬은 당연히 못 쓴다.
평소에 그렇게나 든든하던 [원소 저항]도 C랭크로 고정된 지금은 우선순위가 한참 떨어진다.
방어 마법들도 마찬가지.
어지간해서는 피하면 그만이고, C랭크 수준에서 범위 공격들이 난무할 리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남은 유틸리티 스킬/특성들인데,
‘[공멸안]이 좋겠구만.’
중독 페널티를 해결해야 하니 [만독불침]도.
현재 2, 3학년들에게 디버프를 건다면 안 통하거나 바로 풀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슬롯이 10개로 제한된 상황이라면?
디버프 해제 스킬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을 테고, 챙기더라도 한두 개가 고작일 터.
상대가 누가 됐든 신나게 괴롭힐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슬롯은 둘.
후보는 [유령무영]과 [왜곡], 그리고 [레트로커버리] 셋이었다.
모두 거의 무적에 가까운 회피 또는 회복을 제공하지만,
‘쿨타임 차이가 크지.’
[유령무영]은 5분만 기다리면 다시 쓸 수 있다.반면 [왜곡]은 쿨타임이 1일, [레트로커버리]는 3일이나 된다.
[고통 지연]과 조합이 사기적이기는 해도 3일이면 거의 못 쓴다고 봐야겠지.따라서 앞선 두 개로 가기로 했다.
종합하면 다음과 같았다.
[슬롯(10/10)]▷스킬:복사, 윈드포스(C), 나선폭발(C), 공멸안(C), 유령무영
▷특성:코어(C+), 만독불침, 왜곡
▷장비:뿌리깊은 묘목(C), 먹구름 푹신푹신 팔찌(C)
여기까지 하고, 나는 고현우와 서예인에게 물었다.
“잘들 고르고 계신가요?”
“생각보다는 고민거리가 적구려.”
고현우의 장비는 칼 한 자루로 끝.
거기에 강력한 유틸리티 기술인 [유령무영]을 챙기고, 나머지는 죄다 사문의 무공으로 채워 넣었단다.
반면 서예인은 상당히 고민이 많아 보였다.
특히 장비 부분에서.
시선이 마력총과 팔찌, 냄비, 신발을 오간다.
나는 넌지시 제안을 던졌다.
“신발이랑 냄비는 포기하는 게 어떨까요?”
“소중해.”
“갖다 버리라는 뜻이 아니잖아. 잠깐 넣어 두는 거지.”
불멸 냄비는 무려 S랭크에 옵션도 막강하지만, 픽스 존에서는 공평하게 C랭크.
평소의 그 방어력은 기대할 수 없을 거다.
내가 계속 타이르자 서예인은 장비 두 개를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남은 슬롯에 총사 스킬들을 등록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