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중원의 별
하북 무인들이 맡은 동북방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일전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서북에서도 일은 벌어졌다.
급하게 움직이는 자들, 각양각색 꼴을 하고 있었지만, 한 방향으로 줄기차게 내달리고 있다는 점만큼은 똑같았다.
무리 중에는 딱 보기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행색도 있었지만, 승도속(僧道俗) 차림 한 자도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
그들이 진짜 승인이나, 도인, 협객이 아니라는 것만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분명했다.
두 눈이 붉었고, 불길한 핏빛 안개를 어깨 위로 일으키면서 내달리는데, 어찌 못 알아보겠나.
야트막한 언덕을 줄지어 서서 타 넘어가는데, 흡사 들불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붉은 기운이 만장했다.
그렇게 질주하는 마교인들을, 언덕 높은 곳에서 한 사내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오연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붉은 기운을 일으키면서 무섭게 질주하는 자들이다.
그런 이들을 정면에서 마주하면서도, 사내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콧등을 한번 찌푸리더니, 냅다 벼락같은 소리를 터뜨렸다.
“여보시오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오!”
허리에 두 손을 척하니 올리고서 드높이 외쳤다. 딱히 저들 발목을 잡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눈길을 돌리게 하면 충분했다.
“무언가, 저치는?”
“알게 뭐야, 선두, 치워라!”
단호한 말이다. 그리고 즉각 움직였다. 붉은 가사를 휘감은 젊은 승려가 입을 굳게 다물고서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우우웅!
가슴 앞에 세운 두 손, 마치 불문제자가 합장이라도 하는 듯하다.
“흐어업!”
묵직한 일성과 함께 쌍장을 내친다. 사내, 백운당은 심드렁한 눈으로 구시렁거렸다.
“이런 젠장. 본래라면 아미타불 해야 하는 거 아냐?”
하고 있는 차림새 하며, 뻗어오는 일장 하며, 가만 보니, 홍모교 출신으로 내력을 이룬 자였다. 그런데 결국에는 마교인이라니.
백운당은 콧등을 한번 찌푸리기만 할 뿐이지, 코앞까지 들이닥친 마교인 일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파앙!
울리는 소리는 세차다. 그러나 허공을 때렸을 뿐이다. 발 구름과 동시에 쌍장을 내지른 마승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으헛! 화, 환영?”
백운당 신형이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연기로 화하여서 흩어졌다.
손을 쓴 마승은 얼굴을 구겼다. 그러다가 퍼뜩 뒤돌아보았다.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교인들이다.
그들이 일으키는 붉은 기운이 어찌나 선명하였는지,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하다.
무엇도 저들 질주를 멈추지 못할 듯했다. 땅이 무너지기라도 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마승은 돌연 몸을 떨었다. 자기 뜻이 아니었다.
“어, 어헉!”
발밑이 급작스럽게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사내의 환영이 사라진 게 어떤 신호탄인 것이 분명했다.
땅이 흔들린다. 무리는 몰려오고 있다. 여기서 서투르게 멈추거나, 돌아선다면 더욱 참사가 벌어질 게 분명했다.
마승은 당장 공력을 모아 외쳤다.
“서두르시오! 어서! 어서!”
다급하게 손을 마구 흔들었다.
백운당의 등장을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한 마교인들이다. 그들은 마승의 외침에 흠칫 눈살을 찌푸렸다.
무엇 때문에 저리 호들갑인가. 의문 품기가 무섭다. 땅에서 일어나는 들썩거림이 일순 격렬해지면서, 달려오는 그들도 신형이 휘청거렸다.
“어엇!”
“어어엇!”
올라선 일대가 급하게 요동친다. 급기야 땅이 갈라지더니 우르르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흐업! 하압!”
다들 정신없이 땅을 박차고 높이 솟구쳤다. 마공기력은 충만하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솟구치기가 무섭게 그들이 맞이한 것은 수십, 아니 수백에 이르는 화살 비였다.
“방전(放箭)!”
기다렸다는 듯이 외치는 소리가 울리고 당장 화살 비가 쏟아졌다.
촤학! 촤차차차착!
평소라면 이런 화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몸 가눌 길이 없는 허공에서라면 전혀 다른 위험이었다.
억! 으악!
튕겨내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화살에 신경 쓰는 틈에 솟구친 몸이 무너져 내리는 땅속으로 푹 꺼져버리고 말았다.
컥! 커억!
어떤 이는 화살을 무시하려다가 눈이나 벌린 입으로 화살이 파고들어서 절명하기도 했다.
화살부터가 보통 화살이 아니었다. 쏘아 올리는 화살 사이에는 대단한 강전이 섞여 있어서, 다른 화살에 신경 쓰다가 강전에 관통당했다.
삽시간에 무너지는 땅속으로 맥없이 떨어지는 마교인의 시신이 쌓여갔다. 그래도 아직 한참이 남아서 무너진 자리를 간신히 넘어섰다.
“으, 으익! 어떤 놈이 감히 이딴 수작질을!”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지는 않았지만, 섬서, 감숙 등지에서 거친 활약을 하였던 마교인이 죄 모여서 달려오는 참이었다.
물경 일천에 가까운 수였는데, 그 절반 이상이 지금 언덕 아래에 생매장당하였다니. 아니, 다시 살피니, 이제껏 야트막한 언덕이라고 여기면서 올랐던 길이 전혀 아니었다.
가파른 절벽이고 사이에 어설프게 흙으로 덮어놓아서 일대를 평탄한 길로 보이게 만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였던 거냐!”
“그야, 오르막에서부터지.”
버럭 하는 소리를 냉큼 받는 자가 있었다. 넘어온 마교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모습을 제대로 드러낸 백운당이었다.
백운당은 여유 있는 모습을 한 채, 활과 화살을 들고 서 있었다.
“내가 무공은 좀 부족해도. 활은 좀 쏘는 편이라.”
그는 빙긋 웃으면서 손가락 마디마다 쥐고 있는 화살을 한 번 들어 보였다. 강철의 새카만 촉이 번들거렸다.
강전을 쏘아낸 자가 저자였던가.
그리고 뒤로는 활을 든 여럿이 줄지어 섰다. 하나같이 긴장한 얼굴, 그러나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흑선당을 비롯한 산서 땅 무인들, 그리고 등용문을 비롯한 하남의 여러 소림파 고수들 또한 같이 있었다.
동북 방면과 달리, 백운당은 가능한 방도를 다 동원하여서 하남 소림파 무인들을 청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 중에는 등용문 하남쌍웅(河南雙雄), 중 벽력권(霹靂拳) 고상해가 있었다.
문심룡의 의형제로, 그 또한 절정의 소림권사가 아닌가.
문심룡이 등용문을 이끌고 동북방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백운당이 서두른 덕분이다.
고상해는 두 주먹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하찮은 마도 놈들이 감히!”
그들은 눈에 불을 켜고서, 아래에 낭패한 꼴로 있는 마교 무리를 노려보았다.
서로 살기가 짙어가고, 긴장과 분노가 뒤엉킨다.
이때에 백운당은 히죽 웃었다.
“자자, 마교분들은 아직 그리 열 내지 마시구려.”
남은 마교인, 반수를 줄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수백에 이르렀고, 오히려 분노한 탓에 붉은 기운이 한없이 새빨갛게 솟구치는 판이었다.
그래도 백운당은 언뜻 여유를 내비쳤다.
붉은 그림자가 높이 서 있는 그들에게까지 이르는데. 백운당이 크게 외쳤다.
“어차피 주공(主攻)은 우리가 아니라오!”
“뭐얏?”
또 무슨 수작질을.
마교인들은 발 빠르게 자세를 잡으면서 사방을 경계했다. 눈앞에 있는 저 무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니.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일이 벌어졌다.
퍼퍽!
둔탁한 소리가 발밑에서 울렸다. 흙 속에 새하얀 손이 솟구쳐서 마교인의 발목을 덥석 움켜잡았다.
“허엇?”
“땅속에서?”
수십 쌍에 이르는 야윈 손이 그대로 마교인을 땅속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흙을 흩뿌리면서 벌떡 일어났다.
햇볕에 드러난 그들은 하나같이 납빛으로 물든 얼굴을 하고 있었고, 표정은 조금도 없었다.
사람 모습이 아니다. 그들 모습을 어찌 알아보지 못할까. 강호에서 저런 몰골을 할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산서 강시당! 강시당 시체 놈들이구나!”
울부짖는 소리에, 강시당 고수들은 무표정한 모습 그대로 뛰어들었다. 두 발을 모으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은 채 움직였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고 거칠었다.
특히 강시당 북악(北嶽)을 책임지는 십오목장시가 여기에 있었다. 그 수좌 시진량은 뻣뻣한 얼굴을 하고서 버럭 외쳤다.
“오행목(五行木)! 지토둔(地土屯)! 모조리 묻어버려라!”
“명!”
강시당 고수들은 땅속에서 나타나고, 숲에서 나타나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우왕좌왕하는 마인들을 일시에 포위하고, 진세를 발휘했다. 강시당 고루천강오행진(骷髏天罡五行陣)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오행을 따라서 천강의 기운을 낸다. 이때에 일어나는 격렬한 힘은 강시공이 아니면 버티어낼 수가 없으니.
일단 끌어들이기가 어려워 그렇지, 한번 끌어들이면 설사 천하 고수라고 하더라도 쉽게 벋어날 수가 없는 강시당 최고 비기라 할 수 있었다.
“으익! 이야압!”
붉은 마공기력이 솟구치고, 강시당이 발휘하는 고루천강의 청광뇌전(靑光雷電)이 뒤엉켰다.
그리고 산서와 하남 무인들이 뒷받침했다.
“이놈들아!”
고상해가 단숨에 몸을 날려서는 양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벽력권이라는 무명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퍼펑! 퍼퍼펑!
연이어 터지는 권경에 마인들은 크게 흔들렸다. 뒤로는 절벽, 가운데에는 강시당 절진, 그리고 몸 피할 곳에는 산서, 하남 무인들이 거침없이 몰아쳤다.
어느 곳이든, 마인들에게는 사지였다.
“어딜!”
어떻게든 진세를 벗어나려는 자들을 향해서 수십에 이르는 강전이 날아들었다.
용케 막기라도 하면 곧바로 무리 지어서 무자비하게 칼날을 휘둘렀다. 개개인 무력으로 따진다면 다른 곳보다는 부족하겠지만, 산서 무인은 집단전에 특히 능숙한 자들이었다.
무슨 대단한 합격진은 아니어도 치고 빠지면서 허점을 유도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
투박한 칼질이 어지럽다. 자칫 손발이 허우적거리면 그 틈에 강전이 파고들었다.
“받아라, 요놈들아!”
백운당은 한껏 외쳤다. 만면에는 웃음이 어렸고, 목소리는 경망스럽다. 그러나 백운당은 시위를 당길 때마다 전력을 다했다.
모든 공력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전이라도 소용이 없음을 잘 알았다. 벌써 열 순, 자그마치 반백에 이르는 강전을 전력으로 날린 참이었다.
가는 강사를 꼬아 만든 시위를 연신 당기는 탓에, 손가락은 이미 피투성이로 너덜너덜했다. 그래도 백운당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흐랏차차!”
강시당도 그에 못지않았다. 전력을 다한 고루천강공으로 아무 말도 없다지만, 그들도 성마 무리에게 한 번 호된 꼴을 당하지 않았던가.
마교라고 하면, 그 원한이 하늘에 닿았을 뿐만 아니라, 당주가 진즉 당부한 마당이었다.
어찌 힘을 아끼겠나.
“어으으어어어!”
벌어진 입으로 사람 소리가 아닌 괴성이 무시무시하게 울려 퍼졌다.
“흠, 동북과 서북은 그렇게 막아내고 있단 말이지.”
차분한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급하게 전해온 소식을 막 접한 참이었다.
남궁유, 그는 전서구를 다시 날려 보내고서 고개를 돌렸다.
“태상문주께서도, 벽력권 선배도 나서셨다고 합니다.”
“음, 그렇구려.”
남궁유가 한 도객에게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그러자 도객 또한 남궁유에게 사뭇 정중하게 대했다.
또 다른 하남쌍웅, 홍원도 조일동이다. 그는 허리 뒤에서 반월도를 거침없이 뽑아들었다. 동시에 뒤로 하남 소림파 도객들이 줄지어 칼을 뽑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