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2
7.슈스케, K팝을 누르기 위해 악마의 편집자를 불러내다.
7.슈스케, K팝을 누르기 위해 악마의 편집자를 불러내다.
예성은 계약을 마치고 산뜻한 기분을 느끼며 GJ엔터테인먼트를 나섰다.
“아들, 공돈이 생겼는데 뭘 할 거야?”
“어허, 엄니, 공돈이라니요? 엄연한 노동의 댓가인 것을.”
“노동의 댓가는 무슨, 소리 빽빽 지르다 얻어 걸렸으니 당연히 공돈이지.”
“네 이년, 네가 창작의 고통을 아느냐? 정주 형님이 말씀하시길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울었다고 하셨지. 나는 이 한곡을 탄생시키기 위해······.”
예성이 열을 올려 말하는데 옆에 있던 연정이 초를 쳤다.
“예성아, 나 네 곡만들 때 옆에 있었다.”
예성은 맥이 탁 풀렸다.
‘아주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아! 선생님.”
“왜?
예성은 선생님에게 대들려고 했지만,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고 하지 않는가? 누가 뭐래도 오늘일의 일등공신은 음악선생님이다.
“아니에요. 그냥 불러봤어요. 그런데 선생님.”
“왜?”
“오늘 고마웠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예성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허, 요것 보게. 야, 신 예성, 이러면 곤란하지, 곤란해”
하연정은 짝다리를 짚으면서 짜게 식은 눈빛으로 예성을 바라봤다. 예성이 보기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왜,왜 그러세요? 고맙다고 하는데?”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하지 않겠어?”
“네, 지켜요? 뭘요?”
“히야, 신예성, 너 꽤 한다. 이제 받을 것 다 받았다 이거지?”
“무슨 이야기에요?”
“너 분명히 만원 넘으면 어쩐다고 했어? 이 선생님이 네 곡을 위해 이기호 본부장에게 몸(?) 로비까지 했는데?”
“잠깐! 선생님 미성년자가 둘이나 되거든요?”
“요새 미성년자가 어디 미성년자냐? 아무튼 밥 사라.”
“어휴, 그냥 밥 먹자 이야기 하시면 될 걸. 왜 그러세요? 알았어요. 제가 오늘 근사하게 모실게요. 고기, 꼬기님을 영접하도록 하죠. 고기 괜찮죠?”
“완전 괜찮지. 근데 선생님 많이 먹는다. 선생님 성악가 출신이야. 알지, 성악가는 뱃심으로 노래하는 거. 놀라지 말라.”
“괘······.괜찮을걸요. 그지 엄마?“
예성의 말에 이여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돈 백만원이 있으면서 왜 자기를 찾는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자기가 누군지.
“왜 엄마를 찾니? 너 서······.설마? 그건 안 돼.”
“엄마,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야. 방금 전까지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던 엄마는 어디긴 거야?”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지.”
“돈 낸다. 엄마 그 대신 알지?”
예성은 말을 하며 눈을 찡긋찡긋 거렸다.
“알긴 뭘 알아? 남자 자식이 왜 자꾸 눈웃음을 치고 그래? 엄마 꼬시고 싶니?”
“아! 엄마!!”
“왜? 여기 더 이상 네 엄마는 없어. 성린 식당 사장님만 있을 뿐이지.”
“엄마, 잘 생각해봐. 선생님이야. 그것도 우리학교 선생님이야. 거기다 남편이 엔터테인먼트 본부장님이야. 엄마, 가게 음식이 맛있어서 선생님들 회식을 엄마 식당에서 할지도 몰라. 거기다 혹시 알아? 본부장님이 연예인을 데리고 와서 밥이라도 한 끼 먹어봐. 엄마 그냥 대박치는 거야. 내가 돈 아까워서 그러겠어? 다 엄마를 위한거야. 엄마에 대한 나의 사랑을 오해하면 내가 섭섭해.”
예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말하자, 엄마와 예린의 눈은 게슴츠레 해졌다.
“엄마, 오빠는 아무래도 가수보다는 국회의원 쪽으로 미래를 잡는 게 났겠어.”
“엄마도 동감이다.”
“국회의원은 그냥 되나요? 가수를 해서 인지도 쌓고 동네 구청장 하다가 공천 받아야죠.”
“역시, 선생님!”
예린이 이야기를 듣고 엄지를 척 세웠다.
“선생님, 예성이 대신 오늘 제가 대접할게요. 절대 예성이가 말한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우리 성린 식당 수육이 아주 맛나요. 연회석 같은 건 없지만 연락만 주시면 예약이 가능해요. 그리고 이기호씨에게는 연예인 디씨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엄마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어머, 농담한 거야.”
“아니, 엄마 절대 농담으로 안 들렸거든.”
예린의 말에 예성과 연정도 침묵을 택했다.
“선생님, 일단 출발하시죠. 그런데 선생님 오늘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쉽게 계약이 성사된 것 같습니다.”
예성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었다. 음악선생님이 없었으면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왔을까?
하연정은 그런 예성을 웃으며 지켜봤다.
“별 말씀을요. 신예성씨, 잘 되면 모른척하기 없기다.”
“물론입니다. 선생님”
기분 좋은 날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가족들과 원하는 음악을 한 날, 난 오늘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이 되어 예성은 일어나자마자 울트라맨이 되어 있는 동생을 봐야만 했다. 숟가락을 양 눈에 하나씩 대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있었다.
“뭐하냐?”
“눈에서 붓기 빼는 중, 어제 너무 많이 먹었어.”
“숟가락으로 눈에서 붓기 뺀다고 되겠어? 얼굴이 터질 것 같은데?”
“오빠는?”
예린은 숟가락을 떼며 예성의 얼굴을 봤지만 예성의 얼굴은 평소 그대로였다. 예린은 그런 예성을 보며 입술을 앙 깨물었다.
“오빠와 나는 서로 잘못 태어났다고 봐. 서로가 도움이 안 돼. 오빠가 공부를 잘하고 내가 예쁘게 태어났어야 해.”
예성은 동생을 보며 픽 웃었다.
“부럽냐?”
“씨이, 안 부럽거든. 공부도 못하는 게.”
“밥이나 먹자.”
“흥!”
예성은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평소와 같은 길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어깨에 기타를 하나 짊어졌을 뿐인데 이런 느낌이라니.
저절로 입에서 노래가 흥얼거려 졌다.
“♬우린 언제나······.합, 안되지, 안 돼. 이 노래는 안 되지.”
예성은 주위를 보며 누가 듣지는 않았나 살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이 웃겼다. 고작 한 소절 했을 뿐인데, 누가 들었으면 어떤가?
예성은 떠오른 김에 혹시나 싶어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신처럼 엉겁결에 사고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생이 보면 내가 오빤줄 알아! 이러면서 성내겠지만 상관없다. 확실한 게 좋은 거다.
버스에 오르니 오늘도 여전히 콩나물시루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혹시나 저번과도 같은 일이 생길까 기대 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긴, 그런 일이 또 발생하면 하루 종일 버스만 타고 있을 텐데······.킥’
***
TBN방송국.
나은태CP는 국장실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속으로 참을 인을 심장 깊숙히 새겼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 화약고 상태는?”
“위험 수위 B입니다.”
“무슨 일 있었나?”
“사장실, 다녀왔습니다.”
“하~아! 왜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은 아니겠네.”
“파이팅!!”
비서가 활기찬 목소리로 우울한 나은태CP를 응원했다.
“그래. 파이팅.”
나은태CP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힘이 나지 않았다.
“국장님, 나은태CP입니다.”
“들여보내.”
신기웅 국장.
나은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는 나은태의 사수였다. 그리고 슈스케의 시작을 같이 했다. 그 당시 나은태는 피디였고 신기웅은 CP(치프 프로듀서) 였다. 그리고 슈스케를 흥행시키며 국장에 올랐다.
물론 그의 실력으로 오른 것은 아니었다.
부하의 공은 자신의 공이라는 철학을 가진 그는 유능한 나은태를 이용해 승승장구한 것이다. 거기다 사장의 인척이기도 해서 그의 행동에 제약을 거는 이는 없었다. 물론 나은태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신기웅은 자신의 자리가 올라가면 꼭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사십대가 넘은 지금도 나은 태는 신기웅의 그늘에 있다.
“부르셨습니까? 국장님”
쾅!
“야, 너 내가 부른지가 언젠데 이제 와?”
“30분 됐네요. 국장님”
“야! 많이 컸어. 나은태, 예전에는 부르면 제깍제깍 오더니 이제는 느긋하네. 느긋해.”
“제가 놀다 온 것도 아니고 일하다 왔어요.”
“야! 일은 너만 하냐? 나도 CP했었어.”
신기웅의 말에 나은태도 할말은 있었지만 참았다. 참을 인이여 힘을 주소서!
‘그리고 CP일도 내가 다했죠.”
“바쁜데 어쩌라고요?”
“지금 대드냐? 이제 나이 찼다고 맞먹자는 거지? 맞먹으려면 잘 좀 하던가? 밑에 얘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쯧”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지명이다. 너 이번에 슈스케 메가폰 다시 잡아.”
“그게 무슨 귀신 신 나락 까먹는 소립니까? 제가 왜요?”
“왜는 왜야? 슈스케가 시원찮으니까 그렇지.”
“뭐가요? 시청률 잘만 나오구만.”
“뭐? 잘? 장난하자는 거야? 지난 시즌 2.5프로다. 2.5프로. 나와 네가 했을 때 20프로에 육박했던 프로가 2.5프로, 재작년에는 4프로 이게 잘 나온 거야?”
“그 때와는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때야 우리가 처음이고 신선했잖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너도 나도 다 뛰어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데 당연히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잖습니까?”
“야, 그래. 너 말 잘했다. 우리가 원조 아니냐? 그러면 원조의 모습을 보여야 할 거 아니냐? 지난해 K팝스타는 졸라 날고 우리는 지하로 땅 파고 들었어. 이게 말이 되냐? 식당에 가도 원조가 맛있잖아. 안 그래?”
“식당이야 당연히 원조지만 프로그램은 다르죠. 우리가 원조니까 불리한 겁니다. 우리의 안 좋은 점을 보완해서 나오니까요. 보면 알잖아요?”
“보면 알긴 뭘 알아? 우리는 보완 안했냐? 시즌이 7이다. 장난 하냐? 그럼 우리는 시즌 바뀔 때 놀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 필요한 건 원조의 힘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사장님이 널 지명한 거고.”
“제가 해서 뭔가 바뀌겠습니까? 오히려 퇴보하죠. 이미 일을 손에 놓은 지 4년입니다. 4년. 모니터 하는 방법도 가물가물해요. 그냥 동욱이 믿고 시키세요.”
“아냐. 동욱이는 안 돼. 벌써 시즌 2개 말아먹었잖아.”
“아니 자꾸 말아먹었다는데 TBM에서 요일시청률 1~2위 했으면 잘 됐잖아요? 왜 그래요? K팝스타와 비교하면 안 되죠. 거긴 지상파잖아요. 원인을 따지자면 케이블인 방송사를 탓해야죠.”
“너 지금 네 직장 작다고 디스 하는 거냐? 그렇게 하기 싫으면 네가 사장실로 가서 절대 못하겠다. 그러던가? 그러면 좋은 꼴 보겠다. 나은태가 은퇴하는 꼴을 보겠네? 재밌겠다.”
“아! 진짜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말라니까. 나이가 몇 갠데 그래요?”
“아무튼 알아서 해라. 사장실로 가든 네가 맡든, 동욱이가 걸리면 네가 정연출 하고 동욱이 조연출 시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동욱이 입봉하고 7년차에요.”
“그럼 어쩔 건데? 동욱이 이번에도 죽 쑤면 동욱이에게도 안 좋아. 그리고 K팝스타 9월에 편성됐다.”
“아! 시파, 어쩐지 광고가 완판이 안 된다고 동욱이가 궁시렁 대더라니.”
“PPL은 다 찼냐?”
“그건 다 됐어요. 몇 개 안되니까요.”
“그래? 그럼 나머지 준비도 알아서 잘 해봐. 그만 나가봐.”
나은태는 국장실을 나서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젠장, 완전 똥밟았네”
우웅. 위잉.우웅
휴대폰에 느껴지는 진동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이기호의 전화였다.
“왜?”
“왜는 무슨, 잘 지내나 싶어서 전화했다.”
“방금 전까진 잘 지냈는데 이제부터는 아닐 것 같다.”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다. 너는?”
“나야 늘 그렇지. 시간 나면 술이나 한잔하자.”
“말나온 김에 오늘하자. 내가 아주 꿀꿀하다.”
“그래. 마나님 허락 받으면 연락해.”
“너도.”
둘 다 기가 센 마나님을 모시는 돌쇠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