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43
138. 나만 그런 게 아니다. >
병원에 도착하니 동생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내 모습이 보이는지 손을 흔든다.
“오빠!!”
“쉿!”
나는 얼른 동생에게 다가가 입을 막았다.
“오빠가 변장했는데 헛수고로 만들 셈이야?”
“읍, 흡, 그게 변장이야?”
“원래 연예인이 메이크업 지우고 안경에 모자 쓰면 그게 변장이야. 생얼이 가짜 얼굴이지. 못 알아봐. 엄마는?”
“병실에 있어. 따라와.”
“동생아, 이게 뭔 일이다냐?”
“그러게 말이야. 몇천 원 아끼려다 몇십만 원 깨지잖아. 하여간에 엄마는···.”
나도 동생이 쫑알거리는 말에 동의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엄마가 한순간에 바뀔 리가 없으니까.
“여기야.”
동생의 따라간 병실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가 침대에 앉아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 이 사람은?’
병실에 있는 사람을 보고 내가 움찔하는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석태 형이 아는 척을 한다.
“왔어?”
“네. 형, 엄마, 이게 무슨 난리야?”
엄마가 무사한 모습이 보이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그 덕에 나오는 말도 그만큼 가벼웠다.
‘내 삶에서 엄마의 비중이 정말 크긴 크구나.’
내 말에 엄마가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러게 아들, 엄마도 이제 젊지 않은가 봐.”
“헐, 엄마, 그 나이에 그런 소리 하면 남들이 욕해.”
“남들이 뭐라건 엄마와 무슨 상관이니? 1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거로 입원은 커녕 넘어지지도 않았을 거야.”
“그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같이 살면서도 모르겠네.”
“아들 덕에 엄마가 게을러져서 그런가 봐. 그건 그렇고 아들 인사해. 이쪽은 저번에 사진 봤지? 이름이 김명은이래. 오늘 엄마 입원을 도와줬어.”
여기에 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그럴 거로 생각했다. 아니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김명은이라. 바로 이 사람이 내 동생이랑 썸을 타고 있는 남자란 말인가?
“안녕하세요. 김명은입니다. 저번에 한 번 스치듯 만났었죠?”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예성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하면서 김명은이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손을 풀려고 하는데 김명은이 손을 놓지 않는다.
“이거 좀 놓아주시면 좋겠는데요.”
“아! 이거 실례! 미안합니다.”
김명은은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동생에게 사고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들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정말 동생을 좋아하는 게 맞는 건가? 내 손을 꽉 잡고 놓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동생을 거쳐서 나를 어떻게······. 아니지. 이 사람 동생의 남자친구였잖아.
“괜찮습니다.”
악수하고 난 뒤에도 김명은은 나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엄마, 허리 디스크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냐, 그냥 살짝 넘어진 거야.”
“그럼 아들에게 전화할 것이지? 왜 안 했어? 크게 다쳤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으면 얼마나 속상할지 생각 안 해봤어?”
“아들, 돈 버느라 바쁜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연락해? 여기 빈둥대는 딸이 있는데 왜 아들에게 연락해?”
“엄마, 딸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거든. 빈둥빈둥댄다고 하면 속상해. 오빠야말로 여자 연예인이랑 꽁냥꽁냥 놀고 있었지.”
“동생아, 네가 몰라서 그런데 꽁냥거리는 커녕 혈투(?)를 벌이고 왔다.”
“안 믿기는데?”
“나도 갈 때까지만 해도 로맨스광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휴 말도 마. 코믹광고였어.”
“그래?”
“응, 오빠 화장실 좀 다녀오마. 올 때 하도 큰일일까 긴장해서 그런지 오줌 마려워.”
“그냥 가면 되지, 꼭 그렇게 티를 내야 해?”
“오빠 맘이다. 그런데 여기 화장실은 어디야?”
“문 열고 나가서 왼쪽이야.”
“알았어.”
내가 병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김명은이 따라 나왔다.
“당신은 왜?”
“저도 화장실을 갈까 해서요.”
아! 불안하게 왜 따라 오는 거야? 아직 게이의 느낌이 가시질 않았는데.
화장실에 서서 볼일을 보는데 김명은이 말을 걸어온다.
“신예성 씨, 혹시 장자지몽을 아세요?”
“네? 갑자기 무슨?”
뜬금없이 장자지몽이라니.
“네. 압니다. 장자가 꿈속의 나비가 되어 지내다 꿈에서 깨니 나비가 꿈인지, 지금의 자신이 꿈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사실 말을 할까 말까 굉장히 망설였습니다만, 역시 제가 미친놈처럼 보이더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도 미래에서 온 것 같습니다.”
“뭐? 임마?”
헛 슈발, 너무 놀라서 조건 반사적으로 말해버렸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그만.”
“괜찮습니다. 황당한 이야기겠지만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왜?”
“신예성 씨가 관계된 이야기니까요.”
“저랑요?”
“네.”
“헐, 황당하지만 들어보죠. 제 동생의 옆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지 않으니까요.”
“저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신예성 씨를 TV에서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걸음을 옮기며 어쩌면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꿈을 꾼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제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죠?”
“네. 동생이 이야기하더군요.”
“그 교통사고 때문에 제가 미래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 교통사고 때문이요? 교통사고 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물론 그냥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혹시 지진이 났던 날밤을 기억해요?”
“네. 물론이죠. 저는 자고 있었지만, 다음날이 되어 사람들이 큰 지진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제가 교통사고가 난 날이 바로 그날입니다. 저는 그날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영상을 보면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기절한 듯 잠에 빠져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미래에서 온 거랑 무슨 상관인지?”
“저는 그 사고로 두 달 동안 혼수상태로 있었습니다. 그 두 달 동안 저는 아주 긴 꿈을 꾸었습니다.”
어라, 이건······.
“그래서요?”
“마치 제 미래의 삶을 보는 것처럼 긴 시간을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에는 신예성 씨의 가족들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저와 아주 가까운 사이로 말입니다.”
“저희가 가깝던가요?”
“가까워지게 될 겁니다. 저는 예린이와 결혼하기 위해서 과거로 온 것 같으니까요.”
“헐, 제 동생과 결혼하기 위해서라니. 정말 소박하다고 해야 할까요?”
내 말에 김명은은 화가 나는지 목소리가 커졌다.
“소박이요? 아닙니다. 그건 한이죠. 한. 꿈에서 예린이가 젊은 나이에 죽고 저 혼자서 살다가······.”
어라? 이건 또 뭐지? 나랑 내용이 다르잖아?
“잠깐 예린이가 일찍 죽어요?”
“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예성 씨의 어머니와 예린이는 모두 일찍 죽었습니다.”
“헐, 멀쩡히 건강하신 사람들이 일찍 죽는다고 하니 이야기의 신빙성이 점점 없어지네요.”
짜증을 내는 말과는 달리 점점 신빙성이 커진다. 어머니의 죽음은 내가 꿈에서 보았으니. 하지만 예린이도 일찍 죽는다고?
“그런가요? 더 신빙성 없는 이야기를 하자면, 예성 씨는 늙을 때까지 가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제가요?”
“네. 예성 씨가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지금과는 다르게 가수로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 개꿈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보기로 했던 겁니다. 전에 저랑 부딪힌 적이 있지요?”
“네.”
“그때 전 예성 씨 어머니 식당을 보러 갔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억 속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장사하고 계시더군요. 확인하고 나오던 차에 예린이를 보게 되었던 거고요.”
“헐, 무의식중에 기억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 날 그 식당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사실 나에게 이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엄마가 왜 죽는지 아느냐인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엄마와 예린이가 일찍 죽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아십니까?”
내 말에 김명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믿어지지 않는 이런 이야기를 꺼냈던 겁니다. 늦어지면 막을 수 없으니까요.”
늦어지면 막을 수 없다고?
“혹시 병으로 죽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믿기가 힘드네요. 어머니는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건강하시거든요.”
내가 말하자. 김명은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니가 아닙니다. 예린입니다.”
“예린이요?”
“네.”
“헐, 저 건강한 동생이 무슨 문제라도?”
건강하다 못해 팅팅 불어 있는 동생이다.
“저도 아직은 괜찮은지 아닌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서둘러서 나쁠 게 없다고 보니까 말하는 겁니다. 동생분은 신장이 좋지가 않습니다.”
“신장이요? 콩팥을 말하는 겁니까?”
“네. 예린이가 콩팥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아는 것은 20대 후반입니다. 그 나이에는 이미 늦어서 이식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콩팥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내 꿈에 왜 그 장면이 없었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그 당시에 홀로 나와 살고 있었다. 거기다 아마 엄마가 알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다지 도움되는 아들이 아니었으니. 가수를 꿈꾸는 나에게 콩팥을 내놓으라고 하기도 그랬을지도 모르고.
“혹시 그게 잘못된 건가요?”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문제가 되고 말았죠. 어머니가 힘든 일을 하지 않으셔야 하는데 계속 식당일을 하시다가 몸에 무리가 가서 돌아가시게 됩니다.”
‘슈발, 내가 동생에게 머리가 쥐어뜯기는 게 당연했구나.’
엄마가 무리할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나였다. 내가 빌빌거리고 있으니 내 몫까지 일하느라 그렇게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그럼 동생은 어떻게 되었죠?”
“하~아, 예린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책의 늪 빠져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자기가 죽었어야 했다고, 괜히 어머니의 콩팥을 받아서 어머니를 죽이고 말았다고 자책을 하며 몸을 학대했습니다. 그러다 몸에 무리가 가서 죽고 말았죠.”
“그래요? 그런데 당신은 뭘 했습니까? 동생 남편이었다면서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그때 일이 바빴었나 봅니다. 어쩌면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명은이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믿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안 믿어도 됩니다. 그저 예린이의 몸 상태를 체크만 해주세요. 제가 예린이에게 건강검진 하자는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아요? 저도 모른 척하고 있다가 나중에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 말을 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이미 늦었다고 하면 제가 돌아온 이유가 없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김명은은 자신이 정말 회귀했다고 믿는 걸까? 솔직히 회귀한 만큼의 철딱서니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오랜 시간을 살고 돌아 왔을 텐데. 이런 모습은 좀 아니지 않을까?
‘남에게 말하면 정신병자나 다름없지.’
화를 내야 할까? 잘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왜 이러냐고? 하지만 나도 꿈을 꾼 관점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남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다. 거기다 얼마나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했을까? 생판 모르는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게 뻔한데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그럼 누구에게 할까요? 미친 사람 소리 듣기 딱 좋은 말이잖아요?”
“그런데 전 괜찮아요?”
“네. 스카이 워커를 듣고 아, 이런 곡을 쓸 정도면 내 말을 믿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습니까?”
아! 슈발, 스카이 워커라니. 할 말이 없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엄마가 입원한 마당에 엄마가 죽고 동생이 죽는다는 말을 들으니까요. 하지만 검사는 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정말 동생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제가 고마워해야겠죠.”
그래. 만일 정말 이 사람의 말대로 신장문제라면 오히려 안심된다. 내 신장을 줘도 되고, 엄마 신장을 줘도 된다. 이제 엄마가 무리할 일은 없으니까. 거기다 미래의 일이라니 아직 초기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발생하기 전일지도 모른다.
“저기 미래에서 오셨다는 것을 믿게 자신을 증명해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가령 로또라던가, 슈퍼볼이라던가, 아니면 경마라도 좋아요.”
“헐, 지난주의 로또 당첨번호도 기억 안 나는데 미래의 번호가 기억날까요? 애초에 기억도 제 주변의 일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김명은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말하고 보니 그랬다. 나도 매일 수업 시간에 필기하지만 시험 때 보면 이걸 배웠던가 싶다.
“김명은 씨, 아무튼 이 이야기는 당신과 나만 아는 거로 했으면 합니다. 설마 동생에게 미래에서 왔다니, 당신은 내 아내가 될 수밖에 없어. 이런 헛소리를 한 건 아니죠?”
“오늘 제가 미친 소리를 했지만, 미친놈은 아닙니다.”
“부디 그러길 빕니다.”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오니 동생이 나를 잡아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잉?”
“죽을래? 순순히 실토하면 유혈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거야.”
동생이 조그만 주먹을 내 앞에 들이밀며 말한다.
그런 동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만일 정말 동생이 아픈 거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미래의 시간을 살지는 않았지만, 엄마를 좋아하는 동생이 자신에게 콩팥을 주고 죽었다고 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꿈을 꾸었던 나도 이 모양인데 동생은 그걸 직접 겪었을 테니.
“동생아, 오빠가 건강검진을 받을까 하는데 너도 할래?”
“뜬금없이 건강검진은? 하여간에 돈 벌기 시작하더니 돈 아까운 줄 몰라.”
“어허, 오빠가 나중에 큰돈을 아끼려고 그러는 거지? 엄마 봐라. 몇천 원 아끼려다 몇십만 원 나가는 거 안 보여?”
“아들, 엄마가 실수는 했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상처받아. 안 그래도 몸이 늙었나 싶어서 서러운데.”
“그러게 누가 걸어 다니래? 택시를 타던가 해. 아니면 다시 면허를···. 아니 엄마, 면허는 포기하자. 엄마가 면허 따면 왠지 이 여사가 아니라 김 여사로 불릴지도 몰라.”
“아들, 엄마 운동신경 좋거든.”
“그건 엄마 허리 나은 다음에 이야기하고, 동생아, 너도 오빠가 돈을 내줄 테니, 너도 하자. 오늘 오빠가 큰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역시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 그러니 너도 받는다. 알았지?”
“나···. 나도? 그냥 돈으로 주면 행복할 것 같은데?”
“네 행복이 내 불행이기에 그렇게는 못 하겠다.”
“오빠!!”
“어허, 말을 끝까지 들어. 그래도 건강검진을 마치면 너에게 쌍 사임당을 하사하마.”
“쌍 사임당······? 신사임당을 잘못 말한 게 아니라면···. 두 장?”
“그래. 밥을 굶어야 할 테니.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콜! 정말 주기다. 나중에 딴말하기만 하면 가만 안둬.”
다시 조막만 한 주먹을 내 턱밑에 대고 흔드는 동생이다.
나는 그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말했다.
“믿어라. 이 오빠가 한 입으로 두말을 자주 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리는 사람이다.”
“갑자기 신용이 바닥 치는 소리는 참아줘.”
드르륵.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김명은이 들어와 작별인사를 건넨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예린아, 나가서 배웅하고 와.”
“응. 엄마.”
“가시내, 한 번쯤은 싫다고 튕겨야지.”
“흥, 남이야. 오빠 가요.”
“그래.”
김명은은 나가면서 다시 나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설마,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몰랐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니. 거기다 나보다 기억이 더 긴 것 같은데. 만약에 그의 말이 맞으면 좋아해야 하는 걸까 무서워해야 하는 걸까?’
만약 그의 말이 맞으면 지금의 내 상황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거기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게 된다. 이미 뒤틀린 상황이기에 어디까지 뒤틀릴지 모를 일이다.
‘모르겠다. 정말’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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