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5
3. 음악선생 하연정
음악선생 하연정은 오늘 자신이 참 여러번 놀란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자다가 꿈을 꿨는데 그 꿈을 깨고 나서 적어보니 이 가사다. 이거지?”
예성은 억울했다.
“선생님, 제가 언제 잤다 그랬어요? 책을 보다 피곤해 엎드려서 눈을 감고 작곡한 노래를 떠올리다 보니 예전에 영화 장면이 떠올라 그 내용을 적어보니 이 가사가 나왔다고 했잖아요.”
“그게 그거지.”
“전혀 아니거든요.”
“일단 들어보자. 그런데 음을 맞출 수 있겠어? 음따로 가사 따로 노는 거 아니야?”
“오면서 흥얼거려 보니, 얼추 맞게 되던데요?”
연정은 예성의 말에 머리가 아파왔다. 이거 정말 음악 안하기로 한 놈이 맞는 걸까? 노래도 어느 정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자주 음악실에서 놀고 갔으니.
가수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를 자신에게 묻는다면 연정은 자신 있게 만들어진다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기본은 타고 난 상태에서 말이다.
그리고 자기가 본 예성은 기본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가수 한다고 설쳤지 않겠나?
그런데 오늘 연정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너 정말 골 때리는 애구나.”
“네? 제가 왜요?”
예성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연정은 다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오늘따라 음악실에 왔을까?
시간을 되돌리면 운동장 벤치로 가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한 번 흐른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은 이 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보고서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하~아, 됐다. 일단 한 번 들어볼까?”
“넵. 선생님, 시작할게요.”
기타를 잡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디리리링.
코드를 집어나가자, 아까 떠올린 노래가사가 마치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려 주듯 코드의 진행에 따라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 ♬우린 언제나 함께였지너와 함께 거닐던 거리
매일 너와 그 길을 거닐어
······.
언제나 함께 지만 함께할 수는 없어.
나에게는 한걸음이 부족해. 그 한걸음이 너무도 길어.
······.
말로 못하는 이 거리. 너와의 거리.
언제나 함께 지만 함께할 수는 없어.
부족한건 한 걸음인데, 걸을 수 없어.
♬나에게는 한걸음이 부족해. 그 한걸음이 너무도 길어. 우우, 워어어~엌!]
앗! 삑사리다. 예성은 쪽팔림에 얼굴이 붉어졌다. 슬며시 눈을 뜨고 보니 선생님이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성은 얼른 사과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삑사리라니, 삑사리라니, 노래가 조금 심심한 것 같아서 뭔가 좀 있어보여야 할 것 같아서 그만, 원래는 이런 게 아니었어요. 우우우워워어! 이건데?”
예성의 발광에 연정은 표정을 지우고는 말했다.
“됐다. 쯧, 네 나이에는 몹쓸(?) 애드리브에 목숨 거는 거지. 너희가 교실에서 내지르는 ‘포깁미 걸어어어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귀에 상처를 입고 있는지 아니? 용서를 빌 만한 여자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몹쓸 노래를 배워서는……”
“선생님, 가버린 그녀는 남자의 혼이에요. 어찌 그런 말씀을?”
“여자에게는 짜증이지. 그건 됐고? 예성아”
“네. 선생님”
“노래 잘 들었다. 그리고 잘 만들었네. 정말 멜로디에 맞춰 잘 만들었어. 일단 노래를 관통하는 짝사랑도 좋고, 보통 실수하는 게 앞과 뒤가 주제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잘 썼어.”
연정의 말에 예성의 눈빛이 번뜩였다.
“선생님, 작사 값도 받을 수 있을까요?”
“하아, 너는 또 돈이야? 없다. 이것도 저작권이지. 그리고 가사는 또 달라. 커트당할 수도 있어.”
“왜요? 좋다면서요?”
“그래? 좋지. 하지만 이건 비즈니스야. 노래와 어울리지만 너는 멜로디를 만들었을 뿐이야. 노래와 멜로디는 달라.”
“달라요?”
“그래. 보통 멜로디가 만들어지면 편곡자가 편곡을 해. 여기에서 멜로디에 변화가 생기지. 네 노래에 드럼, 키보드 등등 많은 악기가 얹어지지. 거기에다 박자 인트로 등등 많은 것이 바뀐다. 멜로디는 노래의 뼈대야.”
“뼈대요?”
“그래. 너도 많이 들어봤을 거야. 어느 작곡가의 곡이 몇 번의 거절을 받다가 누구에게 들어가서 그 가수가 불러 1위한 이야기.”
“많이 들어봤어요.”
“보통 작곡가가 노래를 팔 때는 편곡이 되지 않은 곡이 많아. 그리고 그 곡에 가이드를 입히지. 가이드는 뭔지 알지?”
“네. 가사대신 부르는 거 말이죠?”
“그래. 그렇게 곡을 보내면 자기 가수와 맞는지 안 맞는지 편곡을 해서 써먹을 수 있느냐 생각해보고는 가부가 결정되지. 어차피 중요한 것은 부르는 가수의 몫이니까.”
“그거야 그렇죠. 어차피 가수가 부르는 노래니까.”
“그래. 그렇게 선택이 되면 가수의 활동방향에 맞추어 편곡이 이루어져. 섹시, 청순, 발라드 이런 종류 말이야. 알겠어?”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이 바뀌겠지. 그런데 말이야. 노래가 좋으면 가수의 활동방향이 바뀌기도 해. 어차피 가수도 인기가 있어야 하니까.”
“이 곡은 어떻게 될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계약을 맺게 되면 이건 네가 편곡이나 프로듀서를 하지 않는 한 네 손을 떠난 거지.”
“그렇군요.”
예성은 아쉽긴 하지만 감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곡으로 만들어질 테니까.
“그런데 영화가 뭐였기에 이런 짝사랑이니?”
“어, 그거 에요 빌딩학개론이라고 아세요?”
“아! 선생님도 봤어. 첫사랑이랑 헤어 졌다가 이혼했는데 시골에서 다시 만난이야기? 이건 짝사랑이라기보다는 첫사랑인가? 네 눈에는 짝사랑이다 이거지?”
“전 남자의 시선으로 본거니까요.”
“그래. 아깝다. 살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넌 어차피 이 방향으로 들어설게 아니니까. 그렇지?”
“그…그렇죠.”
“안타깝지 않니?”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죠. 제 손을 떠나는 곡이니, 잘 되기를 바라면서 보내줄 수밖에.”
“네가 가수가 되면 이곡 그대로의 느낌을 부를 수 있을 텐데 아깝지 않아?”
“저 가수 안한다니까요.”
예성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도 연정은 웃으며 이야기 했다. 이제 예성에 대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성아, 누가 너에게 돈을 주면서 계약 하자고 어쩔래?”
“그럴 리가 있겠어요?”
“만약에 그런다면 말이지.”
“모르죠. 할지도. 아니 하겠죠. 돈 준다는데”
“얼마를 받아야 할 거 같니? 백만 원, 천만 원, 억?”
“선생님 재미있으세요? 저에게는 심각한 일이에요. 그래도 억은 너무했죠. 볼 것도 없는 저한테 억이라니, 만일 한다면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겠죠. 선생님은 저를 속물로 보시겠지만 전 안정된 생활을 원할 뿐이에요.”
“그렇겠네. 넌 미래를 소중히 생각하니까.”
“네. 저는 나이 삼십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될까 걱정인 사람이니까요. 모르죠. 선생님이 만원이 아니라 억을 벌게 해주시면 또 모를까? 하지만 기대는 안하니까 부담은 느끼지 마세요. 선생님 전에 말씀하신대로 연예계는 인맥이잖아요? 인맥이 있으시면 저희 학교에 계실 리가 없잖아요? 헤헤헤 선생님 저 갑니다.”
예성은 연정을 놀리듯 말하고는 후다닥 도망갔다. 연정은 그런 예성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제자 있는 애들이 가르치는 게 재밌다고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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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부르심을 받잡고 이 돌쇠 일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요. 마님!”
GJ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이 기호, 회사에서는 모두의 상사지만 집에서는 그저 돌쇠일 따름인 불쌍을 자처하는 남자다. ‘집안의 평화는 남자가 져주는 것에서 시작이다’ 확고한 인식을 가진 이 남자는 오늘도 집안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문을 열자마자 돌쇠를 자처한다.
“왔어? 빨리 씻고 나와. 밥차려 놨어.”
연정의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돌쇠를 자처하는 이기호의 몸이 움찔했다.
“왜 이래? 무섭게? 밥차려 놨다니, 점심때 이야기라면 이래도 잘 봐주진 않을 거야. 난 공과 사가 확실한 남자니까.”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 기호는 연정을 봤다. 그리고 화면을 봤다. 다시 연정을 봤다.
“정말 얘가 당신 제자라고?”
“응, 우리학교 2학년이야.”
“그리고 부르는 노래를 오늘 만들었고?”
“그래. 점심시간에 음악실에 놀러 왔는지, 앉아서 기타 치다 뚝딱 만들더라. 내가 기가차서 말이 안 나오더라.”
“가사는?”
“이게 수업종이 쳐서 교실로 보냈더니 한 30분 지났나? 갑자기 노트를 들고 찾아왔더라고. 그리고는 노래에 가사를 적었는데 봐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보니 좋더라고. 그래서 부를 수 있냐? 그러니까 부를 수 있다. 이러는 거야. 방금적은 가사를 말이야. 자신 있게 말해서 불러 보라 시키니까 한 번에 이렇게······.”
“잘하네. 그럼 인문계니까 실용학원 쪽인가?”
남편의 말에 연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다녀, 다녀본 적도 없어. 가르친 사람이 없어. 기타도 독학이야. 어려운 코드는 잘 짚지도 못해. 한마디로 말하면 혼자 뚱땅거리다 만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안 놀랄 수가 있겠어?”
“노래도 잘하네. 음색도 굵고 묵직한 게 남자네. 남자야. 거기다 가사도 노래와 핀트가 어긋나지 않아. 아마추어가 만들면 티가 나게 되어 있는데 당신이 말하지 않았으면 나도 모를 뻔 했어. 이정도면 확실히 당신 부탁이 아니더라도 탐이 나. 얘, 오디션 보자고 해.”
“그건 안할걸?”
“아니 왜? 이 본부장님이 친히 오디션을 보라고 하는데 지까짓게 왜?”
“내 학생에게 말이 심해.”
“넵. 그런데 왜 안한다고 그러는데?”
“뭐랄까? 현실주의적이라고 할까?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오디션 보는데 무슨 목숨까지 걸어?”
“당신 안 봐서 그러는데 얘 완전 심각해. 분명히 저번 주까지는 ‘나는 가수, 나만이 가수, 나밖에 가수’ 이러면서 노래를 부르며 놀더니, 오늘 만났을 때는 완전 다른 거야. 완전 심각해져서는 스타 빼고는 밥 먹고 사는 게 힘든 게 가수래요 이러면서 자신은 절대 가수를 안 하겠다고 하더라. 이 노래도 그냥 자기 혼자 간직한다는 것을 내가 팔아준다고 해서 받아온 거야.”
이 기호는 그녀의 말에 가수 안한다는 것보다 다른 것에 놀랐다.
“아니, 걔가 당신이 팔아준다고 하니까 믿어? 당신이 내 얘길 했을 리는 없고?”
“호호, 저작권료 만원은 받게 해준다니까 그냥 넘기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대는 안 해요. 0원 나오면 선생님이 저에게 위로밥 사시는 거죠.’ 이러더라. 내가 당신에게 들은 작곡가의 현실에 대해서 낱낱이 말해줬거든.”
“충격 받았겠네. 흠! 곡은 내가 살게. 바로 쓸 데가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원하는 가수가 있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전혀 없어. 곡을 완전히 뜯어고쳐도 말 안할거야. 얘는 지금 자신의 곡이 얼마나 좋은지도 몰라. 그냥 ‘내가 곡을 만들었어. 혹시 나 천재’ 이러고 있어. 그러니 최대한 히트치게만 만들어줘. 그러면 얘가 좀 달라져서 자존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 혹시 정말 탐난다면 계약금 주면 넘어올 거야.”
“계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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