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63
164화
박시현에게 메시지를 받은 워런 존 스는 대주교, 라만의 배신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라만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다.
마침내 계획 당일, 라만은 예정대로 계획을 실행했고, T1벙커는 폭발로 뒤덮이고 말았다.
2지부와 내부의 배신으로 인해, 그렇게 한때 도시 전역을 공포에 물들게 만들었던 구원교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워런 존스는 아직 죽지 않았다.
대역을 세우고, T1벙커에 연결된 지하 통로를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 온 탓이다.
워런 존스는 짙은 후드를 뒤집어쓴 채, 도시로 나왔다. 산 자의 땅이 아닌 죽은 자의 땅. 하지만 그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로써 워런 존스는 죽었다.’
구원교를 포기한다는 건, 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포칼립스 세상 이전부터 공을 들여왔고, 그에게 큰 힘이 돼줬던 세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구원교를 유지한다면 박시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그가 라만의 배신을, 주교와 신도들의 죽음을 방관했던 이유였다.
‘간만에 심장이 뛰는군.’
처음 구원교를 세웠을 때처럼 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는 도로 위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피해 조심조심 도시를 이동하며 좀비 들을 지배했다.
시나리오 4의 지역에는 강력한 좀비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좀비들을 지배할 수 있는 군주의 자 질을 가진 좀비 로드(Zombie Lord)는 그가 유일무이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좀비들이 그의 세력에 합류했다. 자연스럽게 울려 퍼지는 좀비들의 하울링(HoW1ing) 은 다른 좀비들을 불러들였고, 그의 세력은 한층 더 불어났다.
수백, 수천…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일만에 달하는 좀비들을 거느리게 됐음에도,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쉘터 아포칼립스를 상대하기에는 말이다.
‘더 강력한 좀비가 필요해.’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쉘터 아포칼립스를 뚫을 수 없다. 그는 더 강력한 좀비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시나리오 4의 끝자락,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에서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타일런트 이상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녀석은, 특이하게도 머리에 세 개의 얼굴이 달려 있었다. 수많은 좀비들을 봐왔던 그조차 처음 보는 종류였다.
폐기물 처리장 안에서 방사능에 피 폭돼,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새로운 돌연변이가 탄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단순히 신체 능력이 뛰어난 정도라 면, 그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체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대형 플라즈마 건 같은 강력한 무기를 받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러나 ‘녀석’의 능력은 바로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키는 능력.
기계를 사용하는 쉘터 아포칼립스에 있어서, 완벽한 상극이라 말할 수 있었다.
‘녀석’의 흉측한 얼굴들은 바라보고 있다.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순종적인 태도. 그는 ‘녀석’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네 이름은 이제부터… 기계 학살 자(Ma사1ine BUtcher)다.”
기계 학살자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쉘터 아포칼립스는 자신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복수 가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작은 헬기. 아마 무인 드론으로 추정되는. 그것을 본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딜 갔나 했더니…”
나는 무인 드론이 찍어온 영상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어딜 갔나 했더니, 워런 존스는 시나리오 4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좀비들을 끌어모 으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이것만이라면 별문제 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다만티움 무인 전차들이 배치된 지금, 시나리오 4의 좀비들이 아무리 많이 몰려온다 하더라도 우리 쉘터의 장벽을 돌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만에 하나 돌파한다 하더라도 녀석 들을 상대할 전투형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차고 넘쳤고.
하지만 기계 학살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녀석의 능력은 EMP 필드다. 녀석의 근방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는 그 능력을 상실해 버린다.
그것은 우리 장벽에 설치된 센트리 건들도, 아다만티움 무인 전차도, 골 리앗과 같은 안드로이드 로봇들도, 설령 레전더리 급 기체인 타이탄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녀석의 능력 범위(최대 1.4km)에 닿는 순간 전원이 꺼져버린다.
완벽히 메카닉과 상극인 녀석.
본래 녀석은 정상적으로 출현하는 좀비가 아닌, 특정 이벤트 모드에서 만 출현하는 좀비다. 일명 OFA(One For All)라는 단일 직업 이벤트 모드다.
나를 포함한 15명의 메카닉은 오로지 육체 능력과 개인 화기만으로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 온갖 똥꼬 쇼를 해야 했었지. 그 난이도가 낮지 않아서, 나도 여러 번 죽곤 했었다.
어쨌거나… 단일 직업 이벤트 모드에 출현하는 녀석이 어째서 이곳까 지친히 모습을 드러내셔서 워런 존 스의 손아귀에 들어가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세상이 OFA 모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쉘터는 잘 큰 블레이더, 거너, 싸이 코키네시스, 힐러를 보유하고 있다.
녀석만 죽이면 전자기기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으니, 녀석이 이끄는 좀비 군단을 수월하게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승리의 포인트는 녀석을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
기계 학살자는 ‘EMP 필드’ 특성도 까다롭지만, 그보다 신체 능력도 타일런트를 뛰어넘는다. 열화판 타일런트가 아닌 진짜배기 타일런트 말이다.
괜히 OFA 모드에서 워런 존스 대신 시나리오 4의 보스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워런 존스가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워런 존스의 ‘좀비 강화’ 특성에 의해 강화까지 됐을 테 니, 녀석은 평소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그래, 워런 존스와 함께 하는 녀석은 지금의 내게도 노답이다. 마음 같아서는 상대하는 것을 피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해결 방법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방법이 있긴 하다. 도박이긴 하지만 그 방법은 분명 유효하겠지.
‘일단 브리핑부터 해볼까.’
나는 쉘터의 부리더들과 팀 아포칼립스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껏 몇 번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기에 그들은 딱히 별말 않고 모였다.
“워런 존스가 좀비 웨이브를 모으 고 있습니다.”
퀸의 보고에 의하면 녀석이 이끌고 다니는 좀비들의 개체 수는 네 자리 수를 뛰어넘어 거의 다섯 자리에 근접한 상태였다.
“워런 존스 말인가? 그는 벙커와 함께 폭사 됐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쉘터 아포칼립스로 돌아온 버니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굳이 이들에게 워런 존스가 살아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때문에 그가 죽은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닙니다, 멀쩡히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워런 존스라 하더라도-”
“어차피 시나리오 4의 보스 정도 면, 우리 쉘터를 뚫지 못하지 않을까?”
알리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반적이라면 그렇지.”
워런 존스는 명실상부한 시나리오 4의 보스다. 그러나 우리 쉘터는 시나리오 1,2,3,4의 ‘거의’ 모든 세력을 흡수한 유일무이한 세력이다.
그가 아무리 좀비들을 많이 데려온 다 하더라도 장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녀석이 부리는 좀비 중에 기계 학살자라는 놈이 생겼습니다.”
“기계 학살자?”
드숀이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 그대로 기계를 먹통으로 만드는 놈입니다. 따라서 우리 쉘터는 녀석을 막는데 무인 전차나 안드로이드 로봇을 사용할 수 없다.”
“녀석의 범위 밖에서 공격하면 되잖아?”
“일반적인 대물 저격총으로는 녀석을 잡을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언급하다시피 녀석의 신체 능력은 괴랄하다.
여기서 말하는 신체 능력은 방어력 도 당연히 포함. 정면에서 대형 플라즈마 건 같은 것을 맞지 않는 한 녀석은 조금의 피해조차 입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알리샤의 대물 저격총이 강화된 디스트로이어의 머리도 손쉽게 꿰뚫어버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녀석에게 피해를 주는 건, 더 나아가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워런 존스도 녀석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아마 변종 좀비들을 방패막이로 쓰는 등의 조 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면 그냥 간단하게내 검으로 죽여 버리면 되잖아?”
드숀이 자신만만하게검을 쥐었다. 그의 검에서 플라즈마 광선이 솟구 친다.
일전에 낙원에서 얻었던 라인하르트 남작의 플라즈마 검은 아니고(애초에 레벨 제한 때문에 착용도 하지 못한다), 이번에 새롭게 내가 만들어준 플라즈마 검이었다.
의도하고만든 건 아니었지만, 나름 ‘포스원’이라는 고유 이름까지 붙인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드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분명 지금의 너는 강하지만, 옆 에는 워런 존스를 비롯해서 수많은 변종 좀비들이 있다.”
EMP 필드 때문에 파워 슈트조차 먹통이 돼버린다. 아무리 블레이더 인 드숀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파워 슈트도 걸치지 않고 그 많은 수의 좀비를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쯔쉬안이 보조를 해주긴 하겠지만, 그녀의 보호막도 어디까지나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얘기인데? 무언가 방법이 있으니까, 우리 부른 거 아니야?”
나타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구석을 바라봤다.
“성공만 한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 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에는 버니.”
마치 자신이 호명되리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방 한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버니의 몸이 심하게움찔거렸다.
“또, 또 나를 무슨 일로 이용하려 고….”
“아직 이야기 끝나지 않았습니다, 버니. 그리고 쯔쉬안이 필요합니다.”
쯔쉬안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밝아 졌다.
“무슨 일인데요, 시현?”
“두 분은 각각 좀비 지배와 정신 지배로, 기계 학살자의 제어권을 빼 앗아오는 게 목적입니다.”
버니가 부정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일전에도 말했지만, 본체- 워런 존스는 나와 차원이 다른 괴물일세. 녀석이 지배 하는 좀비를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은 내게 없어.”
“가능합니다. 저희가 나타나서 녀석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면 말입니다. 나타샤, 드숀, 그리고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확실히 성공만 한다면…”
“버니, 당신의 능력을 믿으십시오. 워런 존스가 대단하긴 하지만, 당신 은 디아블로 이상의 좀비도 조종할 정도로 대단해졌습니다.”
버니의 초능력 잠재력을 10이라 따졌을 때, 그는 거의 8~9상태에 도달한 상태다.
날마다 수많은 좀비들을 상대로 굴 려졌으니 안 오르는 게 이상하다. 지금의 그라면 워런 존스를 상대로 도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쯔쉬안도 있다. 그녀의 ‘정신 지배’는 좀비뿐만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정신마저 지배할 수 있는 상위 호환이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분명’ 기계 학살자를 조종할 수 있을 것.
녀석만 조종한다면, 제압한다면, 그 걸로 전쟁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쟁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어린아이 수준의 전투가 돼버릴 것이다.
“시현이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보죠.”
“저희가 아니면, 리더를 누가 믿겠습니까?”
“우리 죽는 거 아니지?”
“그럴 일 없습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나는 만일 둘 의 능력이 기계 학살자에게 통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란 건 존재하니 말이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