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서로 싸우는 건가
게이트를 파괴하고 정오 무렵 지하로 내려온 나는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지하를 빠져나왔다.
5월 초라서 7시가 넘은 지금에야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벌레인 세스와 병정개미 정도의 위치인 것 같은 마카이라를 처리하다가 지하에서 나왔다.
종로 어디쯤에서 지하로 들어갔는데 나와서 살펴보니 용산 어디쯤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지하철 노선을 따라온 게 아니라 벌레들이 새로 만든 길로 이동해서 그런지 조금 더 멀리까지 온 것 같다.
살아남은 벌레들이 있기는 했지만, 지상까지 따라 나오지는 않았다.
내게 두려움을 느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지상에 올라오는 걸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내 집으로 바삐 걸어갔다.
사람들이 이 황폐해진 땅에 잘 들어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괴물이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
집으로 와서 새로운 괴물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게이트를 찾고 파괴하는 일에 열을 올렸다.
나야 전할 말을 전했으니 내 나름대로 매일 과거 일광교의 영역이었던 곳을 돌아다니며 벌레들을 공격하며 분포된 위치를 파악했다.
내가 그러는 동안 권호창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좀비의 출몰지역을 역추적했고, 안성희가 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알게 된 건 아직 서울에서 게이트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안성희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서윤재나 은성민, 도민철 등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이용해서 사람을 키우고는 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포인트 받기가 어려워지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름 만에 서윤재가 나를 찾아왔다.
“진웅 씨. 도와주십시오.”
도와 달라고 왔지만 그렇게 다급한 모습은 아니다.
당연히 마음이 급해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레벨은 올라갈 것이고 게이트를 파괴할 만 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도와 달라고는 하지만 여유는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여유롭게 서윤재를 맞이했다.
벌레하고 싸우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옥상에서 쉬는 중이었다.
딱 여유롭게 보였다.
“어떤 걸 도와달라는 겁니까?”
“진웅 씨도 알다시피 사람을 키워서 게이트도 찾고 파괴도 하게 할 생각인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이미 찾은 게이트를 좀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레벨을 올리는 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듭니까?”
대충 알지만 모른 척 물었다.
아무래도 나와는 경우들이 다르기에 정확히 알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서윤재는 그걸 모르니 알고서 물어본다고 생각할 것이다.
“레벨 10으로 올리는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게이트가 파괴된다는 게 알려진 상황이니 저희 직원들이나 그룹 사람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라도 몇 개는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게, 명신 그룹만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렇겠지만 제가 제일 먼저 오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죠.”
맞는 말이다.
늦게 올수록 거래에서는 불리할 것이다.
“어떤 걸 원하십니까?”
“어디까지 생각하십니까?”
“진웅 씨 아이템 강화에 왜 그렇게 포인트가 많이 드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게이트는 숫자가 많아서 아이템 강화는 힘듭니다.”
포인트 모아서 직원들 레벨 올려야 해서 예전보다 더 부족 할 것이다.
당연히 나보다는 직원들이 우선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 서윤재가 나에게 줄게 별로 없다.
거래에 밑지고 들어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나는 포인트도 포인트지만 다른 걸 더 원한다.
“키우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됩니까?”
“그건 왜 물으시죠?”
“좀비만 잡아서는 레벨 올리기 힘듭니다. 벌레하고 싸우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숫자가 많아요.”
“그러다가 당하면 그동안 키운 게 아깝지 않습니까?”
“일단 최소 분대 정도로 인원을 구성해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깊이 내려가지 말아야 하고요. 세스라는 일개미 정도의 벌레가 워리어보다는 강하고 자이언트보다는 약합니다. 그런데 워리어나 자이언트보다는 훨씬 숫자가 많습니다. 이걸 안 잡고 좀비만 잡아서 레벨을 올리려면 올해 안에 힘들 겁니다.”
내 친절한 설명에 서윤재가 눈동자가 흔들렸다.
직원들의 레벨을 빨리 올리는 게 서윤재가 지금 가장 원하는 일이다.
“만약, 우리 직원들이 그 벌레들과 싸우게 되면 진웅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벌레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조건이라면 게이트 10개 파괴하면 아이템 강화 1회 어떻습니까?”
“음···.”
서윤재는 고민에 빠졌다.
서윤재가 바라는 일이기는 한데 직원들이 위험해지는 게 걱정일 뿐이다.
나야 아쉬울 건 없다.
“아시겠지만 저는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동네만 정리하는 것도 벅찹니다.”
내 말에 서윤재가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탁해와도 저와의 약속이 먼저입니다.”
“당연하죠. 선착순입니다.”
“안성희 씨가 위치를 알려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예, 조심히 가세요.”
서윤재나 나나 만족스러운 거래다.
나는 게이트를 파괴하면 등급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10개 정도면 전 부위를 다 올릴 만한 포인트가 생길 것이다.
벌레라는 새로운 종류의 괴물이 나타났다.
점점 더 강한 괴물이 나타날 것이고 그럴 때까지 아이템 강화든 등급 업이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내일이면 좀비가 나타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다.
내일부터 게이트를 파괴하기 시작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합류하고 그래서 내년이면 좀비들은 다 정리하게 됐으면 좋겠다.
사태의 시작이 좀비이니 좀비만 치워도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파아앙-!
압축공기를 분사하며 앞으로 확 쏘아지면서 손톱을 게이트에 찔러 넣었다.
슈가가가가각-!
붉은빛의 게이트가 내 손톱에 구멍이 났다.
동시에 막혔던 공기가 사방에 퍼졌다.
후아아악-!
이제는 밀려드는 압력에 익숙해서 휘청임도 적었다.
등급 포인트를 확인했다.
등급 포인트: 1710
게이트 10개를 파괴하는데 두 달 하고도 20일이 걸렸다.
실제 파괴하는 시간보다 탐색해서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건 안성희가 바빠서 생긴 일이다.
서윤재와 알고 지낸 지 더 오래됐지만 안성희가 더 가까운 그룹은 은성민의 대화 그룹이다.
그래서 안성희는 두 그룹 사이를 오가며 게이트를 찾아내야 했다.
물론 받아 낼 건 착실하게 받아 냈을 것이다.
뒷정리는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나는 북한산 집으로 향했다.
아이템 등급을 올리기 전에 강화하는 게 그나마 포인트가 덜 드는 일이라서 먼저 강화를 받을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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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비가 없어지는 건가요?”
나는 임효영의 작업실로 와서 감정받았다.
감정 후 잠깐 쉬는 동안 임효영은 게이트에 관해 물었다.
“아직은 이 근처에서만 안 보일 겁니다. 이 정도면 서울에만 해도 게이트가 수백 개는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없앨 수는 있는 거잖아요.”
“예.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가능할 겁니다.”
나는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이야기했지만, 임효영은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
“희망을 품기에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그런가요?”
“일광교도 사라졌고 게이트도 없어지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죠.”
“그런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기대를 말하는 것 같다.
“다들 또 무슨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해요. 그래도 희망은 품고 싶은 거죠.”
임효영의 말대로 잘못될 수도 있지만 잘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냉정하게 본다고 해서 희망을 놓는 건 아니다.
“희망을···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거면 됐어요.”
임효영은 내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부위를 강화 할거죠?”
“투구, 갑옷, 바지 어느 부위나 괜찮습니다.”
“갑옷을 강화하면 방어력이 오를 테지만 방어력은 다음에 올리고 투구 먼저 강화 하는 걸 추천해요.”
“투구요?”
“갑옷과 바지는 방어력을 늘리는 것 이외에 효과가 없지만 투구는 장갑의 손톱이나 부츠의 도약 같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어떤 건가요?”
“알다시피 나는 적혀진 내용 이외의 구체적인 효과는 몰라요. 나에게는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진다고만 나와 있어요. 전투직업이 아니라고 해도 시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어요.”
난 이미 레벨에 따라 감각이 좋아져서 시력도 좋아졌다.
그건 내 신체에 관한 이야기이고 임효영이 이야기한 시야는 갑옷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고글에 비추어지는 카메라들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닐까 기대했다.
조금이라도 멀리 보이고 선명해진다면 그야말로 좋은 일이다.
“말씀대로 투구를 강화하죠.”
“잘 생각했어요.”
임효영은 내 앞에 게임판을 꺼낸다.
이전처럼 바닥에 그려서 하는 게 아니라 양탄자 위에 게임판을 그렸다.
그래서 뛸 때 소리가 덜 난다.
소리가 덜 나니까 임효영도 훨씬 덜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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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다 되어 강화를 마친 임효영은 쉰다며 내려갔고 나는 산에 올랐다.
아이템을 강화한 후에 등급 포인트로 아이템의 등급까지 올렸다.
이름: 진웅(26세)
레벨: 15
직업: 기사
힘:150 민첩:150 체력:150 마력: 110/150
공격력:1270(150+100+600+90+180+60+90)
방어력:1210(150+100+600+90+120+60+90)
분배 가능 포인트: 0
무기: 없음.
방어구: 곰 갑옷 세트(SSS) 레벨 15
투구(SS)+3 갑옷(SS)+2 장갑+3(SS)
바지(SS)+2 부츠(SS)+3
세트 효과:
공격+600+90+180+60+90
방어+600+90+120+60+90
등급 포인트: 495
효과: 회피 확률 100%+30% 증가
방어 확률 100%+30% 증가
공격 속도 100%+30% 증가
체력 회복 100%+30% 증가
이동 속도 100%+30% 증가
갑옷을 입고 시야가 넓어진다는 게 어떤 걸 말하는 건지 확인해봤다.
마침 어두워지는 시간이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야간투시경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이 곰돌이 인형 탈 갑옷에 그런 기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강화의 효과다.
밤이라 좀 어두워지자 자연스럽게 야간 시야로 바뀌었고 달을 보자 원래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변했다.
‘이제 아무리 어두운 지하로 들어가더라도 전혀 문제없어!’
***
다음날 나는 과거 일광교의 영역이었던 마포 어디쯤 나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중립 지역에서 싸우니까 그 지역을 피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래도 두 달 넘게 사람이 오가며 벌레와 싸웠던 중간지역은 사람의 손을 탄 티는 났다.
잠시 쉴 수 있는 움막도 있고 천막도 있어서 처음 그 지역을 정찰할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반면 일광교 지역 마포는 촉수 나무가 사라지고 나서의 황량함이 느껴졌다.
지하철 입구를 찾아서 갑옷을 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통로로 들어가자 야간 시야로 바뀌었다.
어두운 가운데도 바닥에 놓은 돌멩이 하나하나가 다 구분됐다.
‘발달한 감각으로 피하고 공격하는 데에도 무리는 없지만 이렇게 잘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훨씬 더 빠른 판단과 정교한 동작이 가능해질 거야.’
이를테면 새로운 무기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빨리 적을 상대해보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벌레들이 보이지 않았다.
통로 중간중간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가득한데 정작 벌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잠깐 둘러만 오고 나가려던 계획을 바꿔서 더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내려가니 이미 지하철이 지나가는 길은 벗어난 지 오래다.
진짜 개미굴처럼 아래로 뻥 뚫려 내려가는 구멍도 있었다.
저런 구멍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탄광에서처럼 지그재그로 기울어진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게 진짜 개미굴이라면 이렇게 내려가는데도 벌레 한 마리가 안 나올 수 있나? 설마 빈 굴이야?’
원래 굴을 버리고 새로 굴을 파기도 하는 게 개미들이니 같은 습성을 가졌다면 내가 들어 온 이 굴은 무슨 이유든 간에 문제가 생겨서 옮긴 것 같다.
벌레들을 상대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아이템 강화한 효과는 충분히 확인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길을 되돌려 가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다른 길을 찾아 그길로 들어서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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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따라가다가 순간 넓은 공간이 나왔다.
수십 미터의 공간에 벌레 껍질이 가득했다.
이 굴을 버리고 새 굴로 이사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여기에 죽어 있었다.
뿌드득-!
바닥에 껍질이 가득해서 그냥 밟고 들어가는데 가볍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죽어서 그런지 몰라도 원래보다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
껍질을 밟으며 중간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아직은 발견하지 못한 날개 달린 벌레도 보이고 여왕 정도로 보이는 거대한 벌레의 껍질도 보였다.
‘벌레들이 서로 싸우는 건가?’
그냥 단순히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는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 이기는 녀석들이 강해지는 거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이 껍질 무덤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굴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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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내려간 만큼 한참 올라왔다.
마포 어디쯤에서 지하로 내려왔는데 거리상으로만 봐도 꽤 멀리 지나온 것 같다.
이제 곧 지상이 나올 것 같은 데 갈림길이 5개인 통로가 나왔다.
‘···!’
빠르게 올라오다가 갈림길에서 잠시 멈칫했다.
앞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소리가 들렸다.
샤라라락-! 샤라락-!
세스와 마카이라라는 벌레무리가 튀어나왔다.
“케에에엑-!”
손톱을 뽑아서 달려드는 벌레들에게 휘둘렀다.
슈카카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