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이유는 없지
멈춰선 내 귀에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바로 등급 포인트를 확인했다.
등급 포인트: 210
원래 있던 60포인트에 150포인트가 더 올라서 210이다.
레벨 5일 때 불완전한 게이트를 파괴하고 포인트 150개를 받았고 그다음 불 완전한 게이트를 파괴할 때는 레벨이 올라서 받은 포인트가 100개였다.
그때보다 레벨이 많이 올랐는데도 150개의 포인트인 걸 보면 레벨이 낮을 때는 못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괜히 도전했다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휘청거렸을 때 지켜 보던 사람들도 마지막 압력에 몸이 휘청였다.
서윤재와 은성민도 휘청거렸다가 균형을 잡고 놀라며 이야기했다.
“게이트가 파괴된 건가?”
“좀비들도 터진 것도 그렇고 뭔가 터진 소리도 그렇고 맞는 것 같은데?”
“게이트는 어떻게 보는 거지?”
“알려주겠지.”
서윤재는 한쪽 옆에 있는 나연제에게 물었다.
“연재 씨는 한번 봤죠? 그때와 같나요?”
“아닙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이렇게 공기가 확 퍼지는 압력 같은 건 느낀 적 없습니다.”
“음···그때가 불완전한 게이트였다고 하니 그때와 다른 게 좋은 일 이겠죠?”
“그러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나는 갑옷을 해제하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가서 사람들의 표정을 한 번씩 보았다.
“게이트를 파괴했습니다!”
“와아-!”
내 말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고 나도 살짝 상기됐다.
또 다른 어떤 괴물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좀비는 좀비 사태를 일으킨 상징적인 괴물이고 그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이제 열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파괴했지만 나도 좀 심정적으로 동요한 것 같다.
“진웅 씨! 아직 우리 눈에는 게이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 겁니까?”
서윤재의 질문에 안성희를 슬쩍 보았다.
어차피 알려줄 생각이었지만 내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는 거라 조심스러웠다.
초창기에 베어랜드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빼고는 직업이나 능력, 레벨에 대해서 거의 이야기 하지 않았다.
누구도 묻지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는 불문율 같은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사람들을 돌아보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밝혀낸 바로는 레벨 15가 넘으면 게이트를 볼 수 있습니다. 파괴하는 건 방금 보셨다시피 접근을 막는 압력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 그 사람의 능력에 달린 일입니다.”
내 대답에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웅성거렸다.
“레벨이 15가 돼야 한다고?”
“10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는 말이야?”
“10이 뭐야? 15라잖아.”
“아니, 들었는데. 레벨 10이 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15라니까 더 안 믿어져서 그렇지.”
“뭐, 그건 나도 동의해. 레벨 10도 안 되는데 15는 뭐. 할 말이 없네.”
“그러게. 우린 게이트를 볼 일이 없겠네.”
나는 서윤재와 은성민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조금 의아했다.
두 사람은 재벌 후계자로 레벨을 올리려면 충분히 올릴 수 있을 텐데 왜 10레벨이 넘어가는 걸 저렇게 어렵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뭐 다른 할 일이 많아서 그렇겠다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게이트를 파괴하고 찾아낼 수 있는 최소 자격이 레벨 15라는 걸 알려주자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에 빠졌다.
게이트를 찾는 방법을 알려준 건 좋은데 파괴는 고사하고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보다는 길이나 사람을 찾는 능력이 있는 안성희나 권호창에게 계속 질문들을 했다.
안성희처럼 직접 찾을만한 레벨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출몰하는 좀비들을 어떻게 역추적하는지 묻고 있었다.
한참 서로 이야기하다가 낸 결론은 권호창 같은 능력자들이나 그게 아니더라도 관찰력이 좋은 사람들이 먼저 좀비들이 나타나는 장소를 특정하고 안성희가 그걸 확인하면 그다음에 파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은 나한테 부탁하기보다는 자기들끼리 한번 시도해볼 생각인 것 같았다.
재벌들이고 자기가 힘들면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 적당한 사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레벨을 올리도록 할 수도 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수 있다면 나도 편해서 좋다.
알아서 하면 나는 나 사는 곳 근처만 정리하면 되니 편하고 저들이 실패하면 적당한 대가를 받고 처리하면 되니까 손해 볼 게 없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조용히 혼자 빠져나왔다.
***
나는 피의 땅이 있던 중립 지역으로 나왔다.
이전에도 봤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썩은 땅이었다.
일광교가 없어져서 다시 많아진 좀비들이 이상하게 이곳에는 오지 않았다.
일광교의 습격에 피난 왔던 사람들도 당연히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올 이유가 없었다.
이 땅에 풀이나 나무라도 자란다면 나중에 농사라도 지을 수 있겠지만 검은색 썩은 땅에서 식물이 자라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이야 일광교와 감당 못 할 괴물들이 같이 사라지고 게이트까지 파괴했다는 소식에 다들 당장은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서울의 절반이 죽은 땅이 된 것이다.
지금은 그 위를 덮을 아스팔트도 보도블록도 없다.
‘사막이라기보다는 그냥 지옥이라는 곳이 이렇게 생겼을 거야.’
이 땅이 궁금한 것도 있지만 혹시나 무언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다.
나라면 이런 공백을 그냥 남겨 두지는 않을 거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을 걷다 보니 심심했고 여기가 서울의 종로 어디쯤이라는 생각하다 보니 무서워졌다.
건물들은 없어졌지만, 자세히 보면 지하를 뚫어 놓은 흔적들은 있었다.
지하상가는 길게 이어진 계곡이나 협곡 같았고 건물 지하 주차장은 검은 흙에 가려져 있어 자칫하면 바지는 함정 같아서 아주 위험했다.
검은색 썩은 땅이라 더 깜깜해 보이는 지하철 입구가 보였고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철 역사도 선로도 마치 동물이나 곤충이 사는 굴처럼 보였고 실제로 크고 작은 구멍들이 많이 나 있었다.
‘이게 땅의 생기를 빨아들여서 자연적으로 구멍이 뚫린 거야? 누군가 인위적으로 뚫은 거야?’
“갑옷소환-!”
이 구멍들이 자연적으로 뚫린 거라면 지반이 불안정할 테니까 대비하는 게 맞는 일이다.
그게 아니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뚫은 거라도 이렇게 대비하는 게 맞다.
갑옷을 입고 선로를 걸었다.
엄밀히 말하면 지하철이 지날 수 있게 깔아 놓은 강철로 만들 길 자체가 없어졌으니 선로가 아니라 이제는 그냥 굴이지만 선로라는 말이 입에 익어서 자꾸 선로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튼 선로든 굴이든 이쪽 역에서 저쪽 역으로 통하는 길에 2m가 넘는 구명이 수십 개 뚫릴 이유가 없다.
무언가 있는 거다.
나는 손톱을 뽑고 감각을 집중하며 걸었다.
사각! 사각! 사각!
무언가 긁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사각! 사각! 사각!
어두운 구석에서 무언가가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개미? 아니, 바퀴벌레?’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다리는 여섯 개인 전형적인 곤충의 모습이지만 개미라고 하기엔 몸이 너무 두툼하고 바퀴벌레라고 하기엔 턱이 과장되게 큰 벌레의 등에는 어울리지 않는 긴 촉수 두 개가 꿈틀대고 있었다.
바닥에 남아 있는 전선 같은 것을 턱으로 쪼개서 먹고 있었다.
그리고 좀 컸다.
크기는 2m까지는 안 되고 건장한 남자 정도의 크기와 덩치였다.
처음 보는 괴물이다.
이런 벌레 종류는 처음인 것으로 봐서 새로운 종류가 아닐까 싶었다.
처음으로 보는 좀비 계열 즉 죽은 시체로 이루어진 괴물이 아닌 괴물이다.
좀비들이나 좀비 개나 고양이, 악어 계열도 아니고 일광교의 괴물들처럼 시체의 신체 부위가 더덕더덕 붙은 괴물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혹시 모르지. 저 껍질들을 뜯어보면 썩은 살이 나올지.’
일단 잡고 봐야겠다.
나는 세스라는 이름의 벌레에게 다가갔다.
사각! 사각!
계속 전선을 자르던 벌레가 더듬이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봤다.
“···?”
벌레가 나를 발견 했다.
시력이 아닌 냄새 같은 것으로 나를 찾은 것 같다.
이 갑옷은 소환할 때마다 깨끗하게 원상태로 돌아가는 만큼 다른 괴물들의 냄새나 내 체취도 거의 나지 않는다.
거기에 강화를 겪은 이후로 금속성 소재로 변했기 때문에 냄새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벌레는 더듬이를 계속 움직이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바라던 일이다.
나는 가볍게 손톱을 그었다.
슈카악-!
벌레의 반응이 생각보다 빨라서 손톱을 피해 몸을 확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고 발끝이 조금 잘렸다.
스각-!
벌레의 딱딱한 껍질을 벗어난 금속에 가까운 것을 벤 느낌이다.
“키르륵!”
표정을 알 수 없는 벌레는 뒤로 빠졌다가 턱을 딱딱거리면서 다시 빠르게 달려들었다.
나와 마주치는 순간에 등의 촉수를 이용에 굴 천장에 매달려서 의외의 위치에서 턱을 벌려 내 머리를 자르려 했다.
“키륵-!”
손톱을 들어 턱을 잡고 확 바닥에 패대기쳤다.
화아악-! 파악-!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재빠르지만 벌레는 벌레다.
내 상대는 되지 못했다.
몸이 뒤집힌 채 부르르 떨고 있는 벌레의 가슴부터 배까지 손톱으로 확 그었다.
슈카칵-!
몸이 벌어진 채로 다리를 계속 버둥거리던 벌레는 곧 죽어서 축 늘어졌다.
잘라낸 몸속에는 아까 생각했던 대로 썩은 살이 있지는 않았다.
이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껍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껍질만으로 움직이는 괴물이었다.
‘시체의 썩은 살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걸 보면 이 녀석도 다른 세계에서 생존에 실패한 존재가 넘어온 거야.’
나는 발을 들어 벌레의 껍질을 밟았다.
꽈드드득-!
밟는 느낌도 금속성의 무언가를 밟아서 우그러트리는 것 같았다.
머리까지 밟아서 확실히 처리하고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좀 다르긴 했지만, 개미와 여러 가지 곤충을 조금 섞은 모습인 이런 녀석은 진짜 개미처럼 무리로 돌아다닐 것이고 당연히 동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다.
조금 더 사냥해 봐야겠다.
***
슈카카카칵-!
내 손톱에 벌레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잘렸다.
“키르륵-!”
조금 걸어가니 무리를 만났고 만나자마자 싸우기 시작했다.
한 마리를 잡는 것보다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드는 게 더 잡기 편했다.
좁은 통로 사방에서 달려드니 손톱을 휘두르는 대로 잘렸기 때문이다.
슈카카카칵-!
내 손톱에 계속 잘리면서도 벌레들은 두려움 없이 달려들었다.
“키르르륵-!”
마치 인해전술로 나를 지치게 해서 제압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지치게 하기에는 내가 이 벌레들보다 너무 강했다.
슈카카카칵-!
손톱을 긋는 대로 벌레들을 잘렸고, 내 발에 밟혀서 터져버렸다.
꽈드드득-!
강인한 턱으로 내 인형 털옷을 뜯으려 했지만 털 한 가닥도 잘리지 않았다.
한 마리, 한 마리의 전투력은 워리어와 자이언트의 중간 정도여서 한 마리를 상대하기엔 어렵지 않지만 수백 마리가 달려들면 무섭다.
하지만 나는 극복 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닌 웬만한 각성자들은 제대로 된 팀을 구성하지 않고서는 이 벌레들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하철이 지나가던 통로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벌레 굴을 파고 숨어 있다가 이렇게 한꺼번에 달라붙어 공격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나는 계속 전진하며 벌레를 처리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놈들을 상대하느라 발걸음이 느려졌지만 착실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뿌드드득-!
계속 같은 벌레들만 튀어나오는 걸 보면 이 녀석들이 일개미 정도 되는 놈들인 것 같다.
‘개미들과 비슷하다면 같은 종류만 있지는 않겠지. 어디까지 나오는지 보자고!’
한참을 몰려나오던 벌레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슈악-! 슈악-! 슈악-!
전에 듣지 못한 소리가 들리며 벌레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이전의 벌레들이 개미처럼 좌우의 단단한 턱으로 공격했다면 이 마카이라는 위아래 두 개의 턱이 더 있다.
그리고 등에 꿈틀거리는 촉수에 날카로운 발톱 같은 갈고리가 있었다.
세스보다 더 강인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다일까 싶었다.
순간, 내게 달려오던 마카이라의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냈다.
츄에엑-!
보라색 침 같이 보였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뱉어서 피할 공간이 나오지 않았지만 맞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무거운 갑옷을 입고 몸을 굴러 피했다.
치이이익-!
내가 피한 자리에 쏟아진 보라색 액체는 연기를 내며 돌과 흙을 녹였다.
‘내 갑옷이 멀쩡할 수도 있지만 굳이 저걸 맞을 이유는 없지.’
나는 몸을 일으키고 발목의 흡입구를 열었다.
좁은 통로 안에서 가속하는 게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저 침을 맞는 것보다는 네 턱 벌레를 빨리 처리하는 게 더 나은 일이다.
“추에엑-!”
벌레들이 등의 갈고리를 꿈틀거리며 달려들었고,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로 압축한 공기를 분사했다.
파아앙-!
좁은 공간에 공기가 분사되며 압력이 확 퍼지고 나는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내 손톱은 빠르게 마카이라를 몇 조각으로 자르며 지나갔다.
슈카아아아아악-!